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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한민국 꼴페미 2 - 부모성 같이쓰기

고은광순.. 내가 처음 이 이름을 주목하게 된 계기는 여성문제가 아니었다. 한 인터넷 언론에 올라온 종교단체와 보수언론에 대한 이 사람의 글을 읽고 나서였다. 내가 가끔 쓰는 말 ‘거대한 쓰레기더미’는 바로 이 사람의 글에서 본 것이었다. 나는 이 이름을 기억했다. 교회와 언론이라는 무소불위의 막강 권력과 대놓고 싸움을 벌이는 그 사람의 용기와 정열에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다.

고은광순..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안가는 참 독특한 이름이었다. 순 우리말로 이름이 서너 글자인 건 많이 봤지만 한자로 이름이 석자인 건 처음 봤었다. 허긴 우리가 꼭 성 한글자에 이름이 두글자여야 한다는 법은 없지. 고정관념을 깨는 신선한 발상으로 생각했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그는 성이 두개라고 했다. 아버지성과 어머니성.


부모성 같이쓰기 운동
알고보니 그는 여자였다. 왜 성을 두개 같이 쓰는지 그 연유를 찾아봤다. 바로 자신이 주창한 ‘부모성 같이쓰기 운동’을 벌이는 것이라고 했다. 부모성 같이쓰기.. ‘좋은 의도’라고 생각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피를 반씩 물려받았는데 성은 아버지 것만 따르는 것이 좀 그렇긴 하지..

그러나 딱 5초 후에 문제있음을 알았다. 간단했다. 그 아랫세대 또 그 아랫세대의 성은 어찌 할려고? 세대가 거듭할수록 성이 두자에서 네자 여덟자로 늘어나는 건 어떻게 해결하려고? 그리고 엄마의 성씨도 사실은 엄마의 아버지인 외할아버지의 성씨 아닌가?

부모성 같이쓰기 운동하는 분들이 이 간단한 문제를 간과하진 않았을테니 그들의 진의가 궁금했다. 그러나 아무리 뒤져보아도 이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찾을 수 없었다. 의문은 더욱 커졌다. 인터넷을 아무리 오래도록 검색해보아도 이 ‘부모성 같이 쓰기 운동’의 의의나 셜명은 찾을 수 없었고 온통 그것을 조롱하는 글 일색이었다.

한치앞도 못 보는 닭대가리 꼴페미..
워낙 못 생겨서 할짓이 이것밖에 없는 꼴페미..
사랑받지 못해 남자에 대한 증오심으로 똘똘 뭉친 꼴페미..


그랬었다. 이 부모성 같이쓰기 운동은 그 취지를 떠나 페미니스트들이 공격받는 계기가 되고 있었던 거다. 그런데도 페미들은 반응이 없었다. 도대체 뭘까? 이런 논란을 예상못하진 않았을텐데.. 그들의 저의는 도대체 뭘까? 이 운동에 대한 취지를 '여협'이라는 곳에서 어렵게 찾았다.

이 운동은 뿌리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는 부계 성이 ‘실제로 뿌리인가’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조상의 뿌리가 부계 성에만 있는 건 아니다. ‘대를 잇는다’는 개념 속에 여자들은 완전히 제외되어 있다. 이런 가부장적인 제도하에서 여성들은 단순히 아들을 낳아 남자의 대가 계속 이어지도록 하는 연결고리에 불과하게 된다. ‘부모성 같이 쓰기 운동’의 진정한 의의는 바로 이러한 부계 혈통주의 제도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는 점에 있다. 부계 혈통주의 제도가 극복된다면 1년에 3만명씩 태아감별로 사망하는 여아들이 없어질 것이며 남성중심의 사회 구조가 남녀평등 구조로 바뀔 수 있다.

발상과 결론이 좀 유치하긴 하지만 그들의 의도에 대해선 충분히 동의할 수 있었다. 그럼 대를 내려 갈수록 성이 곱절로 늘어나는 것에 대해선 어떤 설명을 하고 있을까?

부모성 같이 쓰기의 방법을 특별히 정해 놓은 것은 없으나, 부계성과 모계성을 하나씩 받아 쓰는 방법을 권장한다. 즉 김박씨와 이최씨가 결혼하여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아버지에게서 부계성 김을 받고 어머니에게서 모계성 배를 받아 김배 성을 갖게 하는 방식이다.


사기당한 느낌
김박성을 가진 아버지와 이최성을 가진 어머니 사이에서의 아이는 김박이최 네자중에서 아빠쪽에서 하나 엄마쪽에서 하나 이렇게 두자를 골라서 쓰는 걸 '권장'한다?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이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이따위로 무성의하게 제시하고 있었다. 

당연히 의미있는 해결책을 가지고 있을거라 믿었었는데, 뭐라고? 한쪽에서 각각 한자씩 갖다쓰는 방법을 '권장'한다고? 차라리 마치 대단한 방법을 숨기고 있는 듯 입닥치고 가만히 있든가.. 한심한 설명을 듣곤 이 운동에 대해 처음 가졌었던 좋은 감정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아니 사기를 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말쑥한 삐끼에 꼬여 따라갔는데 젓가락 니나노 술집.. 이 느낌이었다.


무책임한 적개심인가 '노이즈 마케팅'인가?
혈통이나 족보에 대한 모든 것, 좌우간 부계에 치우친 모든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뿌리 채 흔들어버리자는 건가? 거부감이 일기 시작했다.

차라리 모계성을 쓰자고 주장하는 편이 더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차라리 성이라는 걸 깡그리 없애고 이름만 가지고 살자고 하는 편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들이 그렇게 주장한다면 동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엄마 아빠 성 네글자중에서 두글자를 골라서 아이들의 성을 지어준다는 이들의 발상은 한심하다 못해 역겨웠다. 하지만 그들의 결론은 더 황당했다.

부모성 같이 쓰기는 하나의 문화운동이다.
이 운동을 통해 여성 차별적인 인식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거 혹시 노이즈 마케팅? 논란이 될 것이 뻔한 부모성 같이쓰기 운동을 일부러 내세워 공격을 받더라도 사람들의 시선이라도 좀 끌어보려는 그런 노이즈 마케팅? 하지만 어찌 여성운동을 한다는 분들이 기껏 저급한 연예기획사들이나 하는 유치한 노이즈 마케팅을 하고 있단 말인가? 

이런 전략이나 의도는 아니라고 본다. 그들은 이것이 진짜 성차별 인식극복을 위한 문화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 같았다. 그래서 이로써 여성차별의 인식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았다. 

논란이나 조롱에 대한 그 어떤 합리적인 설명이나 그럴듯한 주장이 그들에게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결론은 쉽다. 꼴페미 닭대가리임을 자인하는 중이다. 설령 교수라 해도 자기의 전공분야를 제외하면 기타 종합적 입체적 사고능력이 거의 없어 보이는 거다. 이런 사람들이 앞장서고 있는 여성운동이라는 것 전체가 불쌍하고 측은해지기 시작했다.
조한혜정


나는 페미니스트다.
믿기 어렵겠지만 나는 페미니스트다. 여성을 옭아매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든 법과 관습을 타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여자를 힘들게 하는 명절의 제사 돌잔치 집들이 환갑잔치 칠순팔순잔치.. 그외 모든 허례허식을 전부 없애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조상에 예를 올릴 때 여자들은 빠지는 것이나 호주제처럼 알게모르게 여성을 차별하는 것들도 모조리 없애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난 변화라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이런 꼴통 남자들은 혐오하는 반면, 여성운동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호의적이었다. 어려운 현실에 굴종하지 않고, 변화를 읽으며 시대를 앞서가는 선구자로 존경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부모성 같이쓰기 운동’을 접하면서 여성운동가들에 대한 시선이 180도로 바뀌었다. 꼴페미 닭대가리들.
김조광수

부모성 같이쓰기 운동은 대실패
결과적으로 그들의 이 노이즈 마케팅, 부모성 같이쓰기 운동은 대실패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여성운동에 호의적이었던 사람들'마저 잠재적인 적으로 돌려놓았기 때문이다. 비록 동조하는 남자들이 있기는 있으나 대개 김조광수같은 자들이다. 없느니만 못한, 있어봐야 오히려 해가 되는 그런 자들.

결국 제딴에는 의욕적으로 시작한 이 부모성 같이쓰기 운동이 커다란 역풍만 자초해 오히려 여성운동 전체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을 '조롱 일색'으로 바꾸어 놓았으니.. 장하다. 꼴페미 닭대가리들아.

부모성 같이쓰기운동 덕에 여성운동하는 사람들의 격이 이렇게 낮아져 버렸다.


→ 대한민국 꼴페미 1 – 여성들은 아직 계몽의 대상?
→ 대한민국 꼴페미 2 – 부모성 같이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