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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어느 한국 여성의 시위를 보는 착잡함

사건 1 - 논산 훈련소 똥장 규정

그 옛날 훈련소엔 똥장이라고 불리우는 화장실 청소당번들이 있었다. 저녁 점호를 준비하는 동안 화장실 쪽에선 이 똥장들이 외치는 카운트 다운 소리가 온 내무반에 쩌렁쩌렁 울린다. ‘화장실 사용 5분전~ 1분전~ 10초전~.. 화장실 폐쇄!!’ 그리곤 똥장들이 화장실 청소를 시작하는데 그 동안 화장실은 완전봉쇄된다. 발자국 얼룩 하나 있어도 화장실 바닥에서 구르는 얼차려를 받기 때문에 우린 똥장들의 처사를 십분 이해했다.

 

하지만 거의 매일 화장실 입구에서 작은 소란이 발생한다. 청소가 시작된 이후 똥 마렵다는 놈이 꼭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똥장들과 이 똥마렵다는 놈이 맞선다. 대개는 신발 벗고 들어가서 30초 내에 후딱 보고 나가기정도로 타협을 본다. 그런데 때론 큰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말조심하면서 타협하지 않고 자기 똥 마려운 거만 내세우면서 과격하게 행동하는 놈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 똥장들의 원칙은 확고하다. ‘아무리 급해도 맞으면 쏙 들어간다주먹질이 벌어지다가 내무반장에게 걸려 피차 얼차려를 받기도 한다. 물론 여론은 똥장들 편이다. 똥장들이 목이 터져라 카운트다운을 하는데 그건 지켜줘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러게 왜 똥을 점호 직전에 싼다고 지랄이냐.. 미리미리 싸둬야지..

 

 

사건 2 - 우습게 여겼던 공권력

주택가 좁은 골목길을 가는데 경찰차 하나가 삐딱하게 길을 막고 서있다. 급하게 도착해서 어디론가 들어간 모양이다. 기다렸다. 그런데 한동안 기다려도 경찰차는 움직일 줄 모른다. 내 뒤로 또 반대편으로도 차들이 여러 대 대기중이다. 경찰차를 한쪽으로 가지런히 세웠으면 통행은 될텐데.. 시간이 더 지나자 분통이 터졌다. 그래서 차에서 내려 야 이 짭XX. 차는 똑바로 세워야지..’ 갑자기 경찰이 나타났다. 급히 존댓말로 바꿨다. ㅋㅋ ‘차는 똑바로 세워야 하는거 아닙니까..’ 근데 이 경찰.. 내가 욕하는 소릴 벌써 들었는지 퉁명스럽게 답한다. ‘공무집행중 아뇨-젊은 경찰놈의 그 꼬리 잘린 말에 울컥했다. ‘뭐 공무집행? 공무집행이면 차를 이따우로 세워서 이 많은 시민들이 불편해도 되는거냐?’ 그러다가 점점 언성이 높아지고 욕설이 나오고.. 결국 경찰이 날 공무집행방해로 체포할 수도 있다고 했다. ‘공무집행방해 같은 소리하고 앉았네. 그래 잡아가라 이 짭XX하지만 속으론 사실 약간 찔금했었다. ㅋ 다행히 지켜보던 주변 사람들이 중재를 해서 잡혀가진 않았다. 한가지 예를 든거지만, 난 이것말고도 무수히 경찰 알기를 아주 우습게 알았었다.

 

 

사건 3 - 백요셉 역풍

탈북자 백요셉이란 아이가 정치적인 행동을 했다. 물론 탈북자도 우리 국민이니 이것만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그 정치적 행동이 음험한 사주를 받은 함정기획이었다는 데에 있다. 그것도 수구세력의 악질적인 종북몰이 사주.. 기다렸다는 듯이 탈북자 단체에서 시위를 벌인다. 해괴한 '종북몰이' 광풍에 탈북자들이 최전선에 나선 거다.

그들을 이해한다. '혹시 간첩?..' 이라고 의심하는 일부 의혹에 맞서 그들이 선택한 처절한 생존전략임을 이해한다. 더 쎄게 더 강하게 북한을 비난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그들의 처지를 이해한다. 하지만 그들 극소수의 이 행동 때문에 탈북자 전체는 '큰 걸' 잃었다. ‘우리가 도와줘야 할 사람들이던 탈북자들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손상을 입은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배신자들 맞지 뭐.. 한번 배신한 놈은 반드시 또 배신하는 법.. 조심하고 감시해야지. 잠잠히 살 것이지 되레 이념갈등을 부추겨?.. 쟤네들 끝도 없이 들어오면 사실 그것도 문제 아냐?’ 등등.. 백요셉은 아마 대다수 선량한 탈북자들에게 공공의 적이 되었을 것이다.

 

 

사건 4 (1+2+3 교집합) - LAN 항공사 한국인 승객

미국 LA 공항.. 칠레 국적의 항공기에 탑승했던 한국 여성승객이 착륙 직전 화장실에 가려고 했단다. 승무원들이 당연히 이 여성을 제지했겠다. 이착륙중 착석 & 안전벨트착용은 안전수칙 기본중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근데 그 과정에 약간의 소란이 있었던 모양이다. 용변이 워낙 급했다면 그럴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그렇게 급한 건 아니었는지 일단 다시 자리에 앉았다가 비행기가 착륙한 후에 화장실에 가려고 했단다. 착륙을 해서 다시 화장실에 가려고 했더니 또 못가게 하더란다. 비행기가 완전히 멈춘 후에 일어나야 한다고. 이 과정에서도 약간 소란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비행기가 완전히 멈추고 화장실에 가려고 했더니 이번엔 갑자기 공항경찰들이 들이닥쳐 이 여성을 끌고 갔단다. 비행기 승무원들이 공항 경찰에게 난동을 부리는 승객이 있다고 신고를 했었고, 연행 과정에 격한 몸싸움이 있었는데 이 여성이 약간 부상을 입었단다


일단 이 정도의 사건 개요를 접하고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 이 사건을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여자가 오죽 소란을 피웠으면 신고까지 했겠어..’ 그리고 덧붙여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끌고 가더라도 볼일은 보게 한 다음에 끌고 가지..’ 이렇게 이곳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단순 해프닝으로 여길 것이다

하지만 사건 발생 두달이나 지난 후 이 여성이 다시 미국에 왔다. 그녀의 울분을 짐작할 만 하다. 부산에 사는 50살 박숙정씨다. 612일 오렌지카운티 한미인권위원회(회장 존 안), 자유대한지키기 국민운동본부 미 서부지회(회장 김봉건) 등 한인 단체들과 함께 칠레 국적의 LAN 항공사 LA지사 앞에서 항공사의 부당한 처사와 공항경찰의 과잉 공권력 사용으로 인종차별과 인권유린을 당했다고 시위를 벌였다한인언론에 얼굴 이름 공개하고 인터뷰도 했다. 

 


착잡하다.

일단 박씨측의 주장을 먼저 보자. 씨의 주장은 박씨의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blog.daum.net/bsjart

 

상대 측의 주장은 어떨까. 기내 안전규칙을 명백히 어긴 승객에게 규정에 따라 조치를 했단다. 그런데 승객 몇명(아마 박씨와 그 일행들인 모양이다)이 저항하며 '난동'을 부렸단다. 그래서 경찰에 신고해 경찰이 출동했는데 이 과정에서 승객은 경찰에게도 저항을 했단다. 그래서 경찰들이 강력하게 연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항공사나 경찰측이나 이번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유감스럽긴 하지만 전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을 한 박씨에게 사과나 보상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단다.

 

주장이 완전 평행선이다. 복잡할까? 아니다. 이 사건의 구조는 의외로 너무나 간단하다

규정공권력에 대한 한미 국민들의 '인식차이'이다


한국에선 규정을 좀 어겨도 서로 좋게좋게 넘어가 주고, 또 경찰에게 욕을 하거나 심지어 폭행을 해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 문화다. 하지만 미국에선 규정을 어기면 이웃이라도 경찰에 신고를 한다. 또 경찰에게 폭언을 하거나 대들다간 바로 수갑을 차고 끌려가고, 물리적으로 저항하면 바로 더 강한 물리력으로 제압당한다. 폭행은 다반사이고 가끔 총을 쏘기도 한다.



박씨가 화장실문제로 난감했을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서 한국에서처럼 '불평'을 하려했던 것인데 언어소통의 불편 때문에 그것이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소란으로 번져서 본인도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이 막무가내로 연행하려 하자 깜짝 놀라고 무서웠을 것이고, 게다가 화장실 용건도 무시하는 처사에 분노까지 겹쳐 본능적으로 저항했었을 것이다. 한국식 문화로는 그게 당연한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당시 현장은 미국의 공항, 칠레국적의 항공기 안이었다. 박씨가 상대방으로 하여금 소란이나 난동으로 인식되게 행동했다면, 그건 전적으로 박씨의 잘못과 책임이 된다. 그리고 경찰이 출동했으면 박씨는 일단 경찰의 지시에 무조건 순응하는 태도를 보인 후 사정을 설명하고 화장실 볼일을 봤어야 했다. 경찰이 박씨의 화장실 사정을 모르고 있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정 설명도 없이 화장실 사용부터 고집했다면 경찰은 당연히 박씨의 그 행동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사정을 다 아는 기내 승무뭔들이 이 과정에서 입을 다물고 있었다면 그 점은 분명히 그들의 잘못이다) 어쨌든 미국식 문화로는 박씨가 억울함을 호소할 명분이 그리 많지 않다. 그녀의 억울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녀는 다시 이곳에 왔고, 하필이면 ‘LA판 가스통 할배들과 연계하여 시위를 벌였다. 칠레 항공사에 대해선 인권유린’, LA 공항경찰에 대해선 인종차별이슈를 들이댄 것 같다. 하지만 이거 안타깝게도 악수중의 악수다


그동안 수도 없이 얘기했었지만.. 섣부른 인종차별 주장은 역풍만 맞고 역효과만 낳는다. 상대방은 ‘아 정말 내가 잘못 했구나. 깊이 반성하고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가 아니다. 속말로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아 그래 미안하다 됐냐?’ 가 된다. 그리곤 ‘어글리 코리안이 기내에서 난동을 부리다 잡혀놓고 되레 인권유린 인종차별이라고 데모를 한다. 역시 어글리 코리안이다. 웬만하면 한국인들은 상대하지 말자..가 되는 것이다. 극우집단에 포섭된 백요셉 하나 때문에 탈북자 전체가 기회주의자로 인식되어 따가운 시선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부산에서 이곳까지 다시 날아와 힘든 시위를 벌이는 박씨의 억울한 심정과 울분을 충분히 이해는 한다. 하지만 그 행동은 개인의 분을 풀 수 있을지는 몰라도 여러사람에게 큰 피해를 주는 일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참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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