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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미국 금융위기 2 - 범죄자냐 노점상이냐

월가를 주름잡던 투자은행 빅5는 Bear Stearns, Goldman Sachs, Lehman Brothers, Merrill Lynch, Morgan Stanley 였다. 이중 아직 살아남아 있는 회사는 업계 1, 2위인 Goldman Sachs 와 Morgan Stanley 둘 뿐이다. 근데 이 둘마저 얼마전 그토록 그들이 뽐내던 투자은행(IB)의 타이틀을 스스로 포기하고 전통적인 상업은행(CB)을 하겠다고 했다. 이로써 지난 수십여 년간 가공할 권력으로 전세계 금융계를 가지고 놀던 월가의 투자은행 빅5는 모두 사라지게 되었고 '투자은행'의 전성시대도 완전히 막을 내렸다.

Goldman Sachs 와 Morgan Stanley 가 투자은행이기를 포기한 이유는 자금난을 해결해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다. '은행 지주회사'로 변경해서 전통적인 소매금융을 해야 했고, 특권을 포기해서라도 중앙은행으로부터 유사시 긴급 유동성 지원을 받아야만 했다. 사실 이것은 은행들의 자구노력이라기 보다는 정부의 조치다. 거대 금융회사 몇개 무너지도록 나뒀다가 후폭풍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자 가슴이 철렁한.

그런데 미국 정부는 여기에 한술 더떠 '인류 역사상 최대의 구제금융'이라는 7천억불의 초대형 구제금융을 의회에 신청했다고 한다. 7천억불이라면 770조원, 대한민국 일년예산의 너덧배다. 이거 물론 국민들의 세금이다. 그렇게라도 해서 패닉상태에 빠진 주택시장과 금융시장을 살려 일반 소비자와 투자자를 살리겠다는 것이겠지만.. 이는 곧바로 비난에 직면했다. 의회는 물론 일반 국민들의 반대여론도 높다.

월가의 금융회사, 이들이 누구인가? 방종과 탐욕으로 전세계 금융시장을 아수라장으로 망가뜨린 장본인들이다. 크든 적든 전세계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들로 인해 피해를 입었고, 앞으로도 한동안 그 후유증으로 시달릴 것이다. 피해의 범위와 질로 본다면 인류역사상 최악의 범죄자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자들이다. 근데 부시 행정부는 이들을 그렇게 보는것 같지 않다. 단죄하기는커녕 그들을 살려주기 위해 오히려 납세자들의 모가지를 더 비트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미국인들이 화가 난것 같다.

물론 이는 다분히 감정적인 측면도 좀 있다. 국민들은 난해한 경제적인 측면을 따지는 게 아닌것 같다. 은행과 투자자의 더러운 탐욕이 빚은 손실을 아무 관계도 없는 일반 납세자의 주머니를 털어서 메꾼다고? 똥은 지들이 싸놓고 치우긴 우리보고 치우라는 것 아닌가? 이것만으로도 열받을 일인데 결정타가 또 있다.

"In 2007, Wall Street’s five biggest firms - Bear Stearns, Goldman Sachs, Lehman Brothers, Merrill Lynch, and Morgan Stanley - paid a record $39 billion in bonuses to themselves. Those 2007 bonuses were paid even though the shareholders in those firms last year collectively lost about $74 billion in stock declines - their worst year since 2002."

미국의 대학생들이 가장 선망한다는 월가 빅5 회사의 직원셰이덜.. 2007년 일년 장사 잘했다며 자기들끼리 무려 390억불(43조원)의 돈잔치를 벌여 보너스로 나눠 가졌는데.. 정작 그 해에 그 회사들의 주주들에겐 무려 740억불(81조원)의 손해를 입혔었단다. 주주들에겐 81조원의 손해를 입히고선, 지들은 보너스로 43조원을 노나 가져? 빅 5 전체직원수를 10만명으로 잡으면 한놈당 4억원 이상씩이다. 사장이나 임원들은 수백억원 이상씩 능히 쳐먹었을 것이다.

이게 인간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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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며칠전, 외출했던 야채가 흥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세상에 이런 $%&*$#%.. 빨리 창밖을 내다보란다. 건물앞 길거리에서 과일 노점상이 단속을 당하고 있었다. 노점상 하나 단속하는데 LAPD 경찰차가 다섯대나 출동했고 대형 쓰레기차까지 와 있었다. 쟤네 뭐하는거야?



늘어놓았던 과일은 물론 승합차에 실려있던 과일들까지 싸그리 쓸어 쓰레기차에 버렸다. 그리곤 그 노점상은 수갑이 채워진 채 경찰에 잡혀갔다.

물론 노점상 잘못한 거 맞다. 세금도 안내고, 다른 사람 영업도 방해하고, 통행도 막고, 도시 미관도 해쳤다. 당연히 못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때가 때인지라 잡혀가는 노점상이 많이 억울하게 보였다. 

복창 터지기는 미국도 매 한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