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메리카

캘리포니아 재정적자 2 -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2007년 캘리포니아주의 총생산(GDP)은 1.812조 달러(1.8 Trillion Dollars)였다고 한다. GDP규모로 세계 8위다. 즉, 미국, 일본, 중국,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를 제외한 세계의 모든 나라가 캘리포니아보다 GDP규모가 작다는 뜻이다. 또 통계기준에 따라선 캘리포니아 경제규모가 세계 4위, 그 중 LA카운티만 떼어도 세계 17위이기도 하다. 참 엄청난 동네다. 오죽하면 주의 별명마저 Golden State 이겠는가.


이 부유한 캘리포니아가 총체적 난국으로 빠져 들었다. 금고가 비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주정부가 드디어 어음(IOU)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한국에만 있는 줄 알았던 어음을 이곳 미국, 그것도 제일 부자 주라는 캘리포니아에서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2009년 현재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적자규모는 213억달러 정도라고 한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32조원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우리나라 2009년 전체 예산(274조원)의 12%나 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현재 적자규모다.

주정부의 금고가 비어버린 원인은 아주 간단하다. 세수는 줄었는데 지출은 전혀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간 캘리포니아주는 전체 세수의 60%를 상위 3%의 고소득자가 납부해왔었다고 하는데, 지난해 금융위기로 고소득자가 몰락하는 바람에 주정부의 세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출은 여전히 줄이지 않았기 때문에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당연지사다.

근데 참 희한하다. 213억달러(32조원)의 적자라면 당장이라도 경제가 뒤집히거나 민란이 일어나야 할 것 같은데 캘리포니아는 조용하다. 그 이유는 캘리포니아의 이 재정적자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요즈음 적자로 고생하는 슈워제네거가 2003년도에 주지사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주정부의 재정적자 이슈때문이었다. 그 당시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적자규모는 무려 380억달러였다. 호들갑을 떨고 있는 지금보다 오히려 167억달러가 많은 적자규모였다. 당시 데이비스 주지사는 이 재정적자의 책임을 지고 미국 역사상 82년만에 주민소환(탄핵)투표의 대상이 돼 주지사에서 쫓겨났고, 슈워제네거는 재정적자 타개를 공약으로 주지사에 당선되었었다. 그런 슈워제네거가 다시 재정적자라는 정치적 위기에 몰린 것이다.


어찌보면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213억달러 적자는 연방정부의 적자에 비하면 새발의 피일수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적자는 물경 10조 달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도 꿋꿋하고 캘리포니아도 꿋꿋하다. 미국 연방은 달러를 찍어내면 되고 (통화정책에 대해서 전혀 모르지만 미국의 이 무책임한 통화증발이 언젠가는 세계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주정부도 그동안 연방정부의 도움이 있었는지 어떻게 꾸려왔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번엔 그게 잘 안되는 모양이다. 전 미국을 뒤덮은 불경기로 인해 연방정부의 지원이 녹록치 않은 것이다.

그런데 캘리포니아의 재정적자를 다른 차원에서도 접근해 볼 수있다. 이 위기는 슈워제네거 본인의 신념과 의지로 스스로 자초한 것일 수도 있다는.. 이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슈워제네거 본인이 가장 먼저 재정적자 문제를 이슈화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슈워제네거의 이 행동은, 개혁없이는 결코 재정적자를 타개 할 수 없다는, 그래서 개혁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지의 천명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면 슈워제네거가 본인의 정치생명을 여기에 걸고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 

이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지난 5월 19일 주민발의안에 6개의 법안을 상정했었다.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세수를 늘리고 지출을 줄이기 위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주지사가 상정했던 법안 6개중 5개가 주민들의 압도적인 반대로 부결됐다.


그 법안들은 '증세'와 '복지프로그램 지출 삭감'으로 요약되는데,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투표에서 "둘 다 싫다"고 답했다. 증세이든 지출삭감이든 하나는 받아들였어야 하는데 주정부가 망하든 말든 세금은 절대도 더 못내고, 받던 혜택은 죽어도 못 줄이겠다고 답한 것이다. (유일하게 통과된 발의안은 재정적자가 발생한 회계연도에는 주지사 등 주정부 선출직 공무원의 연봉을 동결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건 74.1%의 주민이 찬성을 했다. 선출직 공무원 즉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우리와 똑같다.)

이렇게 주지사가 주민에게 제출한 법안은 퇴짜를 맞고, 이 후 주지사(공화당)가 주의회(민주당 장악)에 제출한 안(지출삭감)은 의회의 퇴짜를 맞고, 또 의회가 합의한 사항(증세)을 이번엔 주지사가 퇴짜놓고.. 이러다가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7월이 다 되어서야 겨우 합의를 하긴 했나 보다. 그들이 합의한 2009년 7월 시작되는 새 회계연도엔 사회복지와 교육 등에서 대규모의 예산을 삭감하고, 공무원 수천 명에 대한 구조 조정도 단행하기로 한 모양이다. 근데 이에 대하여 주민들이 이곳저곳에서 반대시위를 하고 난리가 났다. 예산축소의 상당부분이 바로 복지예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기는 여전히 적자예산이다. 예상 세수는 128,375 밀리언 달러(개인소득세 38.0%, 판매세29.7%, 기업세 8.1%, 자동차세 4.8%..)이다. 그에 반해 지출 예산은 총 134,764 밀리언 달러의 규모다. 즉 6,390 밀리언 적자예산 편성이다. 현재의 적자가 21,300 밀리언(213억달러)이라니 이번 회기 말에는 적자규모가 27,690밀리언 달러(270억달러)로 늘어나게 된다. 예산을 그렇게 줄이는데도 적자규모는 오히려 늘어나게 되어있단다.

참 산 넘어 산이다. 올해 예산의 부문별 비중을 보면 중 교육 53,825 (38.9%), 보건 37,985 (28.2%), 교통 주택 비즈니스 11,964 (8.9%), 교정 재활 9,858 (7.3%)등이다. 교육과 보건 예산이 전체 예산의 67.1%나 된다. 누가 보더라도 줄일 곳은 뻔하다. 그러나 그게 쉽지는 않나보다. 교육은 국가의 미래이고, 보건과 복지는 국가의 과거이자 소외계층을 보듬는 유일한 보루이기 때문이다. 특히 보건과 복지는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다. 정치인들에겐 생명줄이면서 또한 골칫덩이이기도 하다. 표를 얻기에 가장 손쉬운 방법이지만 한번 시행되면 다시 거두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 캘리포니아 재정적자 1 – 캘리포니아가?
→ 캘리포니아 재정적자 2 –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 캘리포니아 재정적자 3 –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