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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학

제대로 먹기 1 - 뭘 먹으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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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아니다)

‘안양하면 포도, 수원하면 딸기’ 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렸을 적 가족들과 함께 포도나 딸기를 먹으러 다닌적이 있었는데, 내 기억엔 당시 포도와 딸기를 이렇게 먹었었다. 딸기밭에선 그냥 앉은자리 주변에서 마음대로 딸기를 따 먹었다. 아버지가 어떻게 계산 하시는지는 모르나 나는 그냥 앉은 자리 주변에서 씨알이 굵은 놈을 골라서 따 먹기만 하면 되었었던 것 같다. 포도밭에 가면 주인이 직접 우리들 보는 앞에서 포도를 따고, 먼지만 없앨 정도로 대충 물에 헹궈서 우리에게 가져다 주었었다. 아마 포도를 아무나 따게 했다간 넝쿨이 상할 우려가 있어서 자기네가 따다 주었었나보다. 이렇게 포도나 딸기를 자연에서 자연 그대로 먹다가 가끔 놀래기도 했다. 벌레 때문이었다.

지금의 딸기는 어떨까? 벌레 하나 없고 반짝반짝 윤이 나는 예쁜 딸기는 전부 비닐하우스에서 나온다. 온도가 높은 비닐하우스는 병충해의 별천지다. 농약없이는 재배가 불가능하다. 바람도 불지 않고 비도 오지 않으니 그 농약은 잘 씻겨 내려가지도 않는다. 수확 후에 딸기가 짓물러 지는걸 방지하기 위해서 수분증발억제제, 유통과정중 변질을 막기 위해 방부제도 뿌려져 있다. 그외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화학약품들이 겹겹으로 칠해져 있다.

가족끼리 오손도손 둘러앉아 그냥 딸기를 따먹는 정경은 이제 옛날 옛적에 훠이훠이다.


기업생산 판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모든 상품이 시장경제원리에 의해서 제조되고 판매된다. 괜히 말을 어렵게 했다. 미안하다. 그렇다. 모든 상품은 장삿속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팔린다. 인류공영에 이바지하고자 연구하는 사람은 혹시 있을지언정, 인류공영에 이바지하고자 물건을 만들고 파는 사람은 결코 없다.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서 물건을 만들고 내어다 판다.

이러한 자본주의 시장의 속성을 인정할지라도 사람들은 음식이나 약품은 별개일거라고 생각한다. 설마 우리가 먹는 음식과 병을 치료하는 약마저 이러한 저속한 자본주의 시장경제원리에 지배당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넓고 깨끗하고 쾌적한 마켓에 반짝반짝 진열되어 있는 모든 음식물들은 모두 '철저한 생산관리'와 '철저한 유통관리'와 '철저한 품질관리'에 의해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제조회사의 이름을 믿고 그 식품을 사서 식단에 올리고 아이들 간식으로 책가방에 넣어준다. 설사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인스턴트 식품이나 아이들 과자에 첨가된 유해한 화학물질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도 잠시 그때뿐, 먹어도 아무 이상이 없었으니까 아직까지 계속 광고하고 팔리겠지, 진짜 유해한 것이라면 벌써 정부에서 알아서 다 단속했겠지.. 자주 먹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한번인데 이번 한번은 괜찮겠지.. 이렇게 늘 교묘하게 타협한다.

수입농산물이나 국내 야채에서 농약이 검출되었다고 고발이 되어도 그 정도쯤이야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 현대에 살면서 어느 정도의 공해나 오염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지불해야 하는 대가라고 생각한다.

또 극단적으로는, 나는 어릴 때 오만가지 더러운 거, 심지어 흙을 먹었어도 아무렇지도 않고 지금 이렇게 건강하니 아이들은 아무거나 먹으면서 커야 나중에 튼튼해 진다고 생각하는 무시무시한 부모도 있다. 인간의 몸은 적응력이 몹시 뛰어나므로 설사 좀 유해한 음식물을 먹었다 할지라도 충분히 우리 몸에서 그것을 제거하고 또 언젠가는 그러한 오염된 먹거리에 적응해 나간다고 생각하는 혼자 유식한 사람들도 있다.

아는게 병이라고, 차라리 모르고 먹는게 정신건강에 훨씬 좋다고 아예 귀를 막아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이 사람들 얘기도 맞는다. 유해한 걸 쫀쫀하게 따지다 보면 요즈음 세상에 마음 놓고 먹을 거라곤 하나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옛날엔
별로 오래 전 이야기도 아니지만.. 우리들 세대만 해도 주식이외의 먹거리는 별로 없었다. 집에서 먹는 밥과 김치가 주식이었고 군것질을 할 만큼 용돈이 두둑한 아이도 없었을 뿐 아니라 가게에 가봐야 사먹을 것도 별로 없었다. 바로 그때만 해도 공해문제가 이렇게 심각하지는 않았다. 서울이었지만 사람들 많이 사는 동네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논과 미나리밭 투성이였고 개울 아무데서나 붕어와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었다. 길가다가 까마중이 달려있으면 그대로 따먹었고 산에 널려있던 아카시아 꽃은 달콤한 별미였다. 학교 수도꼭지에 바로 입을 대고 꿀꺽꿀꺽 물을 마셔도 괜찮았고 운동장을 뒹굴다가 흙을 먹어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우리들 세대는 그런대로 성인병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살아왔다. 당뇨대란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콜레스테롤 수치를 따지기 시작한 것도, 중풍에서 뇌혈관 파열보다 뇌혈관 경색이 더 많아진 것도 실상 얼마되지 않은 최근의 이야기다.

그러나 요즈음 아이들은 심각하다. 아토피의 경우를 들면 오히려 그것으로 고생하지 않는 아이들이 더 이상하게 보일 정도로 흔하다. 아토피 때문에 이민을 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것 때문에 고생하지 않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 불과 십여년만에 아토피는 한국을 점령했다. 우리 세대에는 어쩌다가 아이들이 잠시 앓고 지나가던 태열이 요즈음엔 아토피란 외국이름으로 갈아입고 이름으로 극성이다. 노인네의 전유물이었던 천식도 아토피 만큼이나 흔해진 소아질병이 되었다.

오늘, 산호제에 살던 여덟살 난 여자아이 하나가 뇌출혈로 쓰러져서 뇌사상태에 빠졌다는 얘길 후배로부터 전해 들었다. 그 아일 생각해도, 부모를 생각해도 어서 빨리 ‘끝이 나야 하겠다’는 무서운 생각을 하면서 노인병의 상징, 뇌출혈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게 된 우리들의 아이들이 불쌍해 진다.

요즈음 아이들이 이 고생하는 것은 모두 부모탓이다.
젊은 시절 아무거나 마음대로 쳐 먹어제낀 애비 에미 탓이다.
아이가 떼를 쓴다고 먹겠다는 대로 내버려둔 애비 에미탓이다.

그래? 고기도 먹지마라, 우유도 마시지 마라, 계란도 먹지 마라. 그럼 뭘 먹으란 얘기냐?


→ 제대로 먹기 1 – 뭘 먹으란 말이냐
→ 제대로 먹기 2 – 음식은 선택할 수 있다
→ 제대로 먹기 3 – 채식은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