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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팡생각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기나?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도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이 문제를 궁금해 했다. 이런 인간의 호기심 때문에 수많은 사자와 호랑이가 영문도 모르고 잡혀와선 목숨을 걸고 서로 싸웠다. '우리 왜 싸우는건데?...' 어떤 때는 사자가 이겼고 어떤 때는 호랑이가 이겼다. 사자와 호랑이는 종간 우열이 존재하지 않는다. 순전히 개체간의 실력차이와 그날 컨디션에 따라 승부가 판가름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수백년동안 그 싸움을 계속 붙여 왔다. 사자를 우월하게 보는 경향의 유럽에서는 숫사자와 암호랑이를 붙이기도 했고, 호랑이의 인기가 절대적인 동양에서는 그 반대로 팔팔한 숫호랑이와 늙은 숫사자를 붙이기도 했다. 그래놓곤 ‘봐라 사자가 훨씬 쎄다’.. ‘호랑이가 훨씬 세다’ 이랬다.


사자와 호랑이간의 우열에 대한 주장들

'일대일 싸움에선 독립생활을 하는 호랑이가 유리하다.'

'숫사자는 무리내 주도권 [싸움]을 위해 진화했고, 숫호랑이는 [사냥]을 위해 발달했다. 따라서 일대일 싸움에선 사자가 유리하다.'

'키가 조금 더 큰 사자가 평원에서 유리하고, 길이가 조금 더 긴 호랑이가 정글에서 유리하다.'

'싸움의 관건은 누가 더 포악하느냐에 달려있다. 결국 개체간의 차이이다.'

내가 사자를 더 좋아한다면 사자가 우세하다는 말이 합리적으로 들릴것이고, 내가 호랑이를 더 좋아한다면 호랑이가 우세하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릴것이다. 하지만 정답은 아무래도 '그때 그때 만난 상대에 따라 결과는 다르게 나온다'일 것 같다.


자연상태에선 만나지 않는 사이, 사파리에서 만나다
그러나, 만약 자연상태 혹은 자연과 비슷한 상태에서 이들이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답은 조금 복잡해 진다. 사자는 군집 사회생활을 하고 호랑이는 독립생활을 한다. 즉 '사회적인 사자'와 '고독한 호랑이'이다. 아프리카 사자와 인도 아시아의 호랑이가 자연상태에서 만나는 것을 상상해 보는 것은 참 흥미롭겠지만 자연상태로 이 두 동물을 만나게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얼마전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인도 서남단에 살고 있는 사자를 본적이 있기는 하다. 이 근처에서는 사자와 호랑이의 조우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사자들은 아프리카 사자들보다 훨씬 작아 보였다.)

그래서 자연상태와 비슷한 환경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바로 사자와 호랑이 합사 사파리이다. 전세계적으로 몇군데가 더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사자와 호랑이 합사 사파리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우리나라 용인자연농원이라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이 용인자연농원에서 처음으로 사자와 호랑이를 사파리에 합사하기로 결정 한 후 조심스레 두 동물들을 사파리에 풀어놓았다. 물론 창살이 가로막힌 우리에서 상당기간 적응 기간을 가진 이후였다. 이거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어땠을까?


초창기
호랑이가 사자를 ‘가지고 놀았다’고 한다. 독립생활을 하면서 일대일 싸움에 더 능한 호랑이가 아직 패거리가 형성되지 않은 사자와 일대일로 붙었을 때 그 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는지.. 혹은 공교롭게도 당시 유난히 강한 호랑이들이 많이 있었던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좌우간 초창기에는 호랑이들의 절대우세였다고 한다. 강자에게 일단 복종하는 사자의 습성 탓에 한번 호랑이에게 패퇴한 사자들도 호랑이에게 달려 들지 않고 눈치를 살폈다고 한다. 물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는 있었겠지만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질서는 유지되고 있었다고 한다.

처음 사자와 호랑이들이 사파리에 방사되었을 때, 사자 호랑이 서로간은 물론이지만 사자들끼리도 호랑이들끼리도 전혀 낯선 상황이었다. 따라서 호랑이와 사자간의 싸움도 많았지만 호랑이끼리, 사자들끼리의 싸움이 있었다. 호랑이는 호랑이들끼리 영토를 두고 싸움을 하고, 사자는 사자들끼리 주도권을 위한 싸움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일단 독립생활과 단독전투에 능했던 호랑이들이 사파리의 주도권을 잡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호랑이끼리는 힘센 순서대로 좋은 영토를 차례대로 가지고 서서히 평화를 찾게 되었다고 한다.


상황의 반전, 호랑이들의 배신

사자들끼리의 싸움에서 비롯되었다. 가장 센 사자가 사자무리의 우두머리로 올라서면서 나머지는 전부 그 아래로 복속되면서 반전의 서막이 울리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엔 사자들이 호랑이들의 우세를 인정하던 때였기 때문에 종간의 평화가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사자들이 종내 질서를 확립한 이후에 상황은 변하기 시작했다. 사자들의 '무리'가 더 이상 호랑이의 독주를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이제는 과거 일대일로 싸움을 하던 양상과는 전혀 다른 상황임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조직적으로 전열을 짜고 기회를 노렸다. 호랑이에게 머리를 숙였던 모든 사자들이 자기들의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모여있는 상황이었다.

어느날 대빵사자와 대빵호랑이간의 작은 으르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놀라운 일이 있었났다. 평소같으면 그 싸움을 피해 눈치나 살폈을 쫄병 사자중의 하나가 그날은 대빵 호랑이와 으르렁대던 대빵 사자을 도와 함께 호랑이에게 덤벼들었던 것이다. 싸움이 벌어지자마자 또 다른 사자가 합세를 하고, 덩달아 다른 사자들도 싸움에 끼어 들었다.

이 과정에서 정말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사자들이 대빵호랑이를 공격하자 호랑이 몇마리가 움직이며 싸움에 끼어들기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그 대상이 사자들이 아닌 대빵호랑이였다는 것이다. 사육사들도 처음엔 자기 눈을 의심했다고 한다.

싸움은 싱겁게 끝났다. 떼로 몰려드는 '조직폭력배'와 '배신자'들을 '전설의 고독한 파이터'가 혼자 당해 낼 재간은 없었다. 조폭 사자들과 배신자 호랑이의 무자비한 공격에 대빵호랑이는 몸도 만신창이,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었다.

냉정하고 잔인한 사파리에서 밀려난 대빵호랑이를 돌보는 짐승은 이제 아무도 없다. 지난날 욕심많고 잔인했던 대빵 호랑이의 모습만 이야기 한다. 그들 거의 모두는 새로운 사자왕국에서 맛있는 먹이와 좋은자리를 희희낙낙 즐긴다. 보란듯이 웃으면서 호랑이에게 비아냥댄다. '니가 그동안 한걸 생각해봐. 넌 그렇게 당해도 싸' 그래서 호랑이는 더 슬프다. 아무리 사자제국의 등장이 명분이 서고 시대의 요구라고는 하지만, 최소한의 명예로운 퇴장마저 용납치 않은 그들의 그 잔인함이 살을 저미고 들어와 오늘도 그 고통에 치를 떤다. 배신에 치를 떤다. 사파리를 호령하던 위풍당당하던 대빵호랑이의 시대는 정녕 저문 것인가.. 사파리를 호령하던 위풍당당하던 대빵호랑이는 이제 영영 사라진 것인가.


호랑이제국의 부활, 백두산 호랑이
그러나 완전히 몰락한 줄 알았던 호랑이 제국에 서광이 비치고 있었다. 백두산 호랑이라는 놈이 있다. ‘아무르 호랑이' 혹은 '시베리아 호랑이’라고 불리우는 호랑이.

사파리에 사자와 합사된 호랑이는 벵갈 호랑이다. 사자와 벵갈 호랑이의 가죽을 벗겨 놓으면 전문가들도 거의 구분 할 수 없을 정도로 두 동물은 흡사 하다고 한다. 가죽이 있어 무늬로 구분할 뿐이지 발가벗겨놓으면 거의 한가지 동물이라는 뜻이다. 사자와 벵갈 호랑이는 고만고만하다. 사자가 조금 키가 더 크고, 호랑이가 조금 더 길다든가.

그러나 백두산 호랑이는 다르다. 크게 자라는 놈은 길이가 4m (꼬리 포함)에 이를 정도로 덩치가 크다. 무게도 일반 벵갈 호랑이나 사자보다 100kg정도 더 나간다. 이 정도의 월등한 덩치이면 사자떼라도 함부로 할 수 없다. 우두머리끼리의 싸움은 일대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 자연농원 사파리에 ‘십육강’이라는 힘센 백두산 호랑이가 한마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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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무리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십육강'이 사자 우두머리에게 강펀치를 날리고 있다. 이 싸움은 십육강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제 십육강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십육강의 등장으로 인해 다른 호랑이들도 십육강의 싸움에 협조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십육강의 가공할 힘으로 볼때 머지않아 그가 다시 사파리 제왕의 자리에 영광스럽게 복귀할 것이다. 십육강이 일어서는 날, 호랑이 제국은 부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