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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팡생각

연애감정 3 - 담담해 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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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마저도 과학으로 들여다 보는 차원에서 이야기 하자면, 이성에 대한 폭발적 연애감정을 가질 때와 두려움이나 공포감을 가질 때의 뇌 속 화학물질의 분비상태가 서로 비슷하다고 한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느낌을 주는 연애감정과 무시무시한 공포감이 서로 연관이 있다는 게 조금 이상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고개가 끄덕여 진다. 짝사랑하는 상대 앞에만 서면 기가 죽고, 땀을 흘리고, 말을 더듬고, 실수를 더욱 많이 함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즉, 사랑할때와 공포감을 가질 때 뇌속 분비물질들이 같다는 뜻이 아니라 분비물질은 서로 다르지만 그에 반응하는 신체의 변화가 이렇게 비슷하다는 뜻일 게다.

어쨌든, 연애감정도 일종의 스트레스인 것만은 분명하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생명체의 생명활동을 유지해 주는데 없어서는 안될 아주 중요한 요소들이다. 적당한 스트레스가 없으면 생명체는 곧 죽어버린다.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주제를 정해 할 기회가 있겠다.) 연애감정도 그런 스트레스중의 하나다. 연애감정이라는 스트레스로 인해 신비한 에너지가 폭발하면서 삶이 활기차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삶에 활력을 주는 좋은 스트레스라도 만약 이게 몇십년간 지속된다면 어떻게 될까? 건강한 삶이 유지될 수 있을까? 일정기간 동안이야 생동감을 주겠지만 이게 무려 몇십년간 지속된다면 아무리 좋은 스트레스라도 과연 사람에게 건강하게 작용할까? 가슴저리고 폭발적인 사랑이 수십년 지속된다면 과연 그 상황을 우리 몸은 견딜 수 있을까?

눈알이 튀어나오고 위장이 뒤틀리고 창자가 꼬이다가 피골이 상접해서 죽고 말 거다.


인간의 몸은 그렇게 계속되는 스트레스를 당해 낼 수가 없기 때문에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면 우리 몸은 그 연애감정을 더 이상 견뎌낼 수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때가 되면 생존을 위해 폭발적인 연애감정을 회피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아주 신기하게도 우리 몸은 그걸 미리 안다. 때가 되면 저절로 폭발적인 가슴떨림이나 긴장감이 약해지고 그러다가 없어진다. 살아 남기 위한 적응이다.

참 사람의 몸이란 오묘하기 그지없다.
결혼은 이렇게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묘책이 되기도 한다.

사랑의 감정이 발정기에만 일어나는 동물과는 달리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났다 사라지고, 오래도록 지속되는 인류에게 결혼은 위험한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누그러뜨리기 위한 아주 적절한 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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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드라마틱하게 연애를 하다 적당한 시기가 되어 살아남기 위해 결혼이라는 처방전을 받아 들었다. 근데 그 이후에도 또 다른 문제가 하나 숨어있다.

배우자와 연애감정의 지속여부이다. 흔히들 삼년이 꼭지점이라고들 얘기 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배우자에 대한 가슴떨림이 사라지는 현상, 이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같이 살아가는 내내 그 가슴떨림을 유지하면서 사는 수는 없을까?

40대쯤 된 남녀가, 팔짱을 끼고 붙어가면 애인이나 불륜관계이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걸어가면 부부관계라고 하든가?


결혼한 배우자와 그 가슴떨림이 끝도 없이 계속 지속된다고 한번 생각해 보자.
검은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마냥 행복하기만 할까?

결혼 20년이 되어도 아직도 배우자를 바라 볼때 예전의 그 가슴 콩닥거리는 감정이 그대로 남아있다면.. 오늘도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사랑하는 마누라나 남편을 만날 생각에 가슴이 뛴다면 어떨까? 로맨틱하고 근사할까?


→ 연애감정 1 – 잃어버린 감정
→ 연애감정 2 – 결혼이라는 제도
→ 연애감정 3 – 담담해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