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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학

복상사.. 황홀한 황천길

돌연사
2007년 우리나라에서 숨진 24만5000명의 사망 원인별 비율을 보면 1위 암(27.9%), 2위 뇌혈관 질환(뇌졸중 12%), 3위 심장 질환(8.8%) 순이었다. 2위와 3위 모두 혈관성 질환이기 때문에 이 둘을 합치면 20.8%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사망원인의 독보적(29%) 1위는 혈관성 질환(대부분 심장질환)이다.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29%)인 암은 세계적으로 보면 3위(12.6%)로 떨어진다. 한국인들에게 암이 사망원인 1위가 되는 것은 아마 짜고 맵게 먹는 식습관 때문일 것이고, 세계인들 특히 서구인들에게 심장질환이 사망원인 1위인 것은 육류위주로 먹는 식습관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 한국인들의 식습관도 서구화되면서 한국인들의 사망원인에서 혈관질환이 차지하는 비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의 50% 정도는 '돌연사'로 사망하는데, 돌연사란 증상이 나타난 후 '1시간 이내'에 사망하는 것을 말한다. 무섭다.


쾌락의 황천길, 복상사
이 돌연사 중에 ‘복상사’라는 것이 있다. 섹스 중에 여성의 배 위에서 죽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腹上死)이다. 사실 이름과는 달리 복상사는 섹스 후 서너시간 후에 편안히 잠을 자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이 복상사도 돌연사의 하나인데 사망의 시점이나 상황이 ‘섹스’와 관련될 때 그것을 비꼬아 복상사라고 부른다. 이 복상사는 여자보다 남자들에게 더 많고, 섹스의 상대는 애인이 많으며, 복상사의 장소는 대개 자신의 집이 아닌 다른 장소라고 한다.


혼외정사나, 나이 어린 배우자와의 섹스는 정신적 부담때문에 육체적으로 무리를 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정식 배우자와도 때에 따라 과격한 섹스를 하는 경우도 있다. 싸우고 나서 화해차원의 격정적 섹스, 만취상태에서 과격한 체위구사, 바이애그라 복용 후 무리하게 섹스.. 이러다가 죽는 것이 복상사다.

이 복상사는 불리우는 이름도 다양해서 ‘sweet death’, ‘saddle death’, ‘mort douce (sweet death)’, 色風이라고도 부른다. 그 외에 愛情死, 房事死, 快樂死, 極樂死, ‘황홀한 황천길’ 등 여러가지로 불리운다. 여러가지 죽음이 있지만 순간의 기준으로만 본다면 꽤나 행복한 죽음이다. 그래서 어떤 주책 노인은 자신의 꿈이 '80 넘어 복상사로 죽는 것'이라고 하기도 했었다.

이 복상사는 다른 돌연사와는 많이 다르다. 복상사라는 단어엔 ‘섹스’의 이미지, 또 거기에 더해 ‘불륜 외도’ 혹은 ‘늙은 것이 젊은 것과’ 라는 이미지가 겹쳐지기 때문에, 이 복상사는 대부분 숨겨지고 그냥 심장마비나 뇌출혈로 인한 돌연사로만 알려지게 된다.


복상사의 원인, 그 엄청난 남녀차 
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복상사의 원인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다. 평소에 증상을 느끼지 못하던 정도의 경증의 환자라도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격한 섹스를 하면 그 흥분으로 인해 혈관 질환이 순간적으로 악화되고 심장마비나 뇌출혈이 발생하여 죽는 것이다. 복상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흥분으로 인한 혈압상승이다. 오르가즘 시에 혈압이 정상상태보다 두배이상 치솟기 때문인데.. 여기서 재밌는 것이 남녀간의 사망원인의 차이이다.

남성의 경우 복상사의 원인이 심장마비 60%, 뇌출혈 37%, 기타 3%의 순이고, 여성은 심장마비 18%, 뇌출혈 80%, 기타 2% 순이라고 한다. 이 통계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성은 육체(심장)로 섹스를 하고, 여성은 정신(뇌)으로 섹스를 한다는 것.. 현격한 남녀차이다. ㅋ 어쨌든.. 섹스하다가 죽는거엔 남성은 심장마비로 많이 죽고, 여성은 뇌출혈로 많이 죽는다.


남성 복상사의 원인, 협심증과 심근경색
복상사 남성들의 사망원인 60%를 차지하는 심장마비(Sudden Cardiac Arrest, 심장발작 Heart Attack)는 말 그대로 심장이 멎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 협심증과 심근경색이 그 원인이다. 심장혈관이 좁아져서 심장근육에 공급되는 산소가 부족한 상태가 협심증(Angina Pectoris) 이고, 심장혈관이 아예 막혀 혈액순환이 완전 두절되어 심장 조직이 죽어버리는 것이 심근경색(Myocardiac Infarction)이다. 따라서 협심증은 안정을 취하면 곧 나아지지만 심근경색은 한번 일어나면 심장마비로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증의 협심증환자라도 순간적으로 심장에 극도로 많은 피가 요구되는 경우(^^)가 되면 심각한 허혈상태가 되어 심장조직이 죽어버릴 수 있다. 이 역시 심근경색에 의한 심장마비다. 평소 건강하다고 자신하다가 갑자기 복상사로 죽는 나이먹은 남성이 바로 이 경우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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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수영영웅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는데, 그분이 올해 초 나이 어린 신부와 결혼했다는 걸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봤고, 또 그 분이 사망하자 부인이 자살을 기도했었다는 얘길 들으면서.. 잠시 발칙한 상상을 해봤다.

물론 그분의 경우가 이런 상황이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점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