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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학

신장 떼어주기.. 신중하게 생각해야

신장을 판 한인남자
한국 국적의 한 젊은 남자가 LA의 한 병원에서 신장을 떼어 팔았다는 소식을 새벽 출근길 라디오에서 들었다. CNN의 보도라고 한다. 조폭 사채업자에게 신체포기각서를 써줬다가 강제로 떼인건지, 신장을 팔려고 한국에서 일부러 출장을 온건지, 아니면 이곳에서 살다가 돈이 궁해서 자발적으로 떼어 판건지는 모르겠지만, 얼마나 살기 힘들었으면 젊은 애가.. 가슴이 답답해지는 소식이다.

'Maybe I've made a mistake to do this, but $25,000 is a good amount of cash.' 그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실수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이만오천불이 더 중요해요’ 정도의 한국말이었을 것이다. 과연 젊은 남자의 신장 하나가 돈 이만오천불하고 맞바꿀 정도밖에는 안되는 것일까?


장기이식은 중요한 장기들만
남의 신체기관을 떼어 내 몸에 갖다 붙이는 것, 이걸 장기이식이라고 한다. 옛날같으면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 의학의 발달로 현실이 된 것이다. 장기이식을 하는 장기는 거의 대부분 신장 간 심장 각막 골수 폐 췌장이다. 각막과 골수를 제외하면 나머지 장기는 모두 공교롭게도 한의학 臟腑중에서 ‘臟’으로 분류하는 간심비폐신이다. 한의학에서 장이란 인체의 정기를 보관한다는 의미이고, 부는 소화계통과 관련된 것으로 본다. 즉 臟을 腑보다 약간 더 중요하게 취급했다는 느낌인 것이다. 인체의 장기중에 더 중요한게 어딨고 덜 중요한게 어딨을까만, 과거 한의학에선 분명히 臟을 좀 더 중요한 장기로 쳤었다. 이 차별이 어느 정도는 타당성 있었음을 현대의 장기이식 통계가 말해주고 있다. 유독 臟만 이식을 하고 있는 것.

장기이식을 하는 이유는 그것이 아니면 생명을 잃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만큼 그 장기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모든 장기가 다 그만큼 절박한 것은 아니다. 위(밥통)를 생각해 보자. 위 이식수술이라는 건 아예 없다. 위는 잘라내면 되지 굳이 이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위를 통째로 잘라내어도 사람은 계속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간심비폐신의 경우는 고장나면 곧바로 사람의 목숨과 직결된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이고 그래서 장기이식을 하는 것이다. 즉 장기이식을 하는 장기는 ‘굉장히’ 중요한 장기들이란 의미이다.

예전 같으면 그냥 앓다가 죽었을 환자들이 요즈음엔 모두들 장기이식에 희망을 건다. 그러나 우리나라엔 그 희망이 비해 장기기증이 너무 적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사람은 만오천명이 넘는데 뇌사자의 장기기증은 한 해에 백건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산 사람의 장기이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살아있는 사람을 죽여서 장기를 떼어내는 게 아니다. 산 사람에게 떼어도 되는 장기가 일부 있다. 바로 신장과 간이다. 신장은 두개가 달려있고 간은 재생이 빨라서 그렇다. 그래서 이 두가지 장기에 대한 이식수술이 가장 많다.


누가 장기를 기증하나?
근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의외의 통계수치가 있다. 한국에서 이루어진 장기이식의 90%는 가족 친지기증이 아닌 '순수기증'이라는 것이다. ‘순수기증’이라고 함은 생면부지의 사람을 위해서 자기 장기를 떼어준다는 뜻이다. 의외다. 가족친지가 장기기증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 같은데 실상은 그 반대다. 왜일까?

가족친지가 사경을 헤매고 있어 장기이식이 유일한 방법인데 그 장기가 신장이거나 간인 경우, 병원에서는 가족들의 장기기증을 넌지시 떠 본다. 여기서부터 가슴 졸이는 상황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말은 이렇게 안하지만 ‘네 동생이 죽어가는데, 네 부모가 죽어가는데 장기 안 떼어줄거냐?’와 마찬가지의 압박에 시달리는 것이다. 안 떼어주자니 패륜아 취급을 받을 것 같고, 떼어주자니 평생 두고두고 건강에 이상을 안고 살아가야 할 것 같고.. 여간 난감한 상황이 아니다. 물론 죽어가는 친지를 생각하면 당장 떼어주고 싶다. 만약 그 분이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렇게 결정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수술자체가 너무 겁나기도 하고, 수술 후 남을 흉터도 보통 문제가 아니고, 앞으로 두고두고 일어날 건강문제.. 등등 현실적으로 걱정거리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양심과 현실사이에서 몇날 몇일을 고민해야 한다.


배우자의 동의가 필수
가족기증보다 순수기증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이유는 이런 장기기증 절차에 의외의 '보호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 보호장치란 당사자가 장기기증을 결정해도 배우자 혹은 부모가 반대를 하면 장기기증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 큰 성인의 결정인데 다른 사람의 동의가 필요하다니 이상한 제도 같지만 사실 현실적으로는 아주 필요한 제도다.

이 보호장치의 의도는 억지로 주위의 시선이나 양심에 떠밀려 장기를 기증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좀 야비하게 말하자면.. 당사자는 장기 기증하겠다고 ‘폼나게’ 선언을 하고, 배우자는 그걸 결사 반대하고.. 그러다가 결국 배우자의 완강한 반대로 무산되고.. 이런 시나리오다. 배우자나 부모가 내 대신 악역을 해 주는 셈이다. 이렇게 하면 장기기증을 하지 '못한' 당사자도 용서를 받고, 장기기증을 반대한 배우자도 이해를 받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장기기증은 '종교의 힘'으로 하는 순수기증이다. 종교의 힘이 아니고서는 내 장기를 선뜻 떼어준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장기기증을 망설이는 이유
아무튼 장기기증을 결정하신 분들.. 가족에게 장기기증을 결정하고 동의한 사람들, 특히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선뜻 자기 장기를 내어주는 선의의 기증자들.. 정말 대단한 분들이다. 보통사람들이 접근 하기 어려운 경지에 오른 사람들이다. 천사라고 보아도 될 것 같다. 이런 장기기증 행위는 사랑과 희생의 숭고한 결정체다. 칭송받고 찬양받아 마땅한 분들이다. 하지만 아무리 이런 사랑과 희생의 기증이라도 때론 복잡한 심경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바로 나이든 부모가 젊은 자식의 장기를 떼어 받아 목숨을 건진 경우다. 이 경우는 우리에게 선뜻 받아들여 지지 않는다. 늙은이가 저 살겠다고 앞길이 창창한 자식을..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장기를 떼어주거나 잘라내면 분명히 건강을 해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장기기증을 독려하는 단체에서는 일시적으로 힘들뿐 두고두고 건강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지 잘 한번 생각해보자.

장기이식을 하는 이유는 그 장기가 그만큼 생명유지에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뒤집어 생각해보자. 아무리 내가 건강하더라도 그 중요한 장기의 한쪽을 떼어내거나 일부를 절제한다면.. 내 건강에 진짜 문제가 없는 것일까? 신장을 예로 들어보자.


신장은 폐수정화장치
중고등학교 커리큘럼에 기본적인 인체해부학도 없었던 우리들은 신장의 기능을 잘 모른다. 대충 ‘오줌 만드는 기관’정도로만 안다. 만약 ‘피를 걸러 노폐물을 오줌으로 내보내는 기관’으로 알고 있다면 당신은 상당히 유식한 축에 끼인다. 맞다. 신장은 혈액의 노폐물을 걸러내는 필터장치, 즉 우리 몸 전체로 본다면 정화조, 폐수정화처리장의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우리 몸안 모든 화학작용에서 배출되는 모든 찌꺼기들을 이 신장이 다 처리해 준다. 이 폐기물 처리가 안되면, 인체는 곧바로 생명을 잃는다.

얼마 전 타계한 김대중 대통령이 혈액투석 (血液透析 Hemodialysis)을 받고 있었다. 혈액투석? 혈액에 돌을 던지는 거? 아니다. 혈액을 바깥으로 끌어내어 인공신장에서 혈액을 여과하고 다시 몸안으로 집어넣는 걸 말한다. 한번 피를 돌리는 데에 대여섯시간이 걸린다. 이걸 일주일에 세번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이 귀찮은 걸 해왔던 것은 이렇게라도 폐기물 처리를 하지 않으면 바로 죽기 때문이었다.


신장은 두개
이렇듯 신장은 생명유지와 직결되는 중요한 장기이다. 근데 이 신장이 우리 몸에 두개나 붙어 있다. 얼마나 중요하면 두개나 될까? 라고 생각해야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이걸 약간 우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나는 여분이니 하나를 떼어내어도 하나가 남으니 사는 데에 별로 지장이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 몸이 그렇게 아무렇게나 만들어졌을 리가 없다.

의학을 공부하던 사람이 종교에 잘 빠지는 경향이 있다. 이는 인체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 신비함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리 현미경을 들이대고 첨단과학을 들이대도 풀리지 않는 의문에서 사람들은 곧잘 종교에 빠지곤 한다. 그만큼 인체는 경이로운 존재다. 

경이로운 우리 몸은 생명활동을 위해 딱 필요한 만큼의 장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필요한 게 없지도 않고 필요 없는 게 많이 있는 법도 없다. 딱 필요한 만큼의 적절한 개수와 적당한 크기의 장기들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 무수한 화학반응들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소우주가 바로 우리의 몸이다.


두개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신장이 두개 달려 있다면 분명히 그럴 이유가 있다. 두개니까 함부로 한 개 떼어내도.. 라고 생각할 게 아니다. 물론 현대의학은 괜찮다고 주장한다. 신장의 여과조직인 네프론의 90%가 기능 정지된다고 해도 신장은 임무를 수행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의사들도 태연히 얘기한다. 하나를 떼어내면 그동안 50% 정도 발휘하던 개개의 능력이 80% 정도로 향상되어 큰 문제는 없어요.. 라고. 그리곤 물 좀 덜 마시고 과일 좀 덜 먹고 살면 된다고 한다.

무슨 근거로 그런 얘기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신사구체 여과율’ 같은 수치들을 근거로 그러는 것 같다. 물 덜마시고 과일 덜 먹으면 당연히 정상쪽으로 수치가 올라가는 여과율 같은 숫자따위로 감히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좋다. 까짓거 물 덜마시고 과일 덜 먹으면서 살 수도 있다고 치자.


한개 남은 신장이 다친다
신장 두개가 온몸의 혈액을 걸러내는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정도라고 한다. 그걸 신장 한 개가 한다면? 한시간에 걸쳐 혈액을 걸러내게 될 것이다. 30분에 한번씩 걸러야 할 혈액을 한시간에 한번씩 걸러낸다? 틀림없이 혈액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칠 것이다. 설사 현대의학의 말처럼 한 개의 신장이 훨씬 더 열심히 일해서 40분정도에 한번씩 혈액을 걸러낸다면 혈액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줄겠지만 그대신 다른 문제가 있다. 과부하가 걸린 신장 자체에 문제가 생긴다.

젊은 시절 일시적으론 신장이 버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개의 신장이 한평생 그렇게 과도한 부담을 갖고 지낸다면 어떨까? 신장이 점점 튼튼해져서 평생을 버텨줄까? 그렇지 않다. 많이 써서 튼튼해지는 것은 한계가 있다. 혹사당한 한개의 신장은 정상적인 다른 사람들의 두개의 신장보다 훨씬 빨리 노후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건강한 피를 가질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신장의 이상이 아니더라도 혈액과 혈관에는 반드시 문제가 생길 것이고, 혈액과 혈관의 문제는 곧바로 생명의 단축과 직결된다. 이 혈액과 혈관의 중요성은 얼마전 ‘돌연사’ 얘기할 때 얘기한 바 있다.


깊이 생각한 후에 결정하자
사후 장기기증은 적극 권장한다. 가능하면 많은 국민들이 사후 장기기증에 동참해야 한다. 나 역시 사후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하지만 살아있는 동안.. 배고프다고 덜컥 신장을 팔거나, 불쌍하다고 덜컥 신장을 떼어주지는 말자. 돈 없다고 함부로 신장 한 개를 떼어 팔거나, 가족 친지 살리겠다고 한 개를 덜컥 떼어내기 전에 반드시 곰곰히 생각해 보기 바란다.

내 생명과 맞바꿀 만큼 지금 생활고가 정말로 힘든건지,
내 평생건강을 줄 만큼, 내 생명단축마저 감내할 정도로 상대방이 중요한지,
또 나한테 그럴만한 희생정신이 과연 있는지,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잘 생각해 보고
확신이 서면.. 그때 결정하자. 그렇게 기분좋게 떼어주자.

근데 만약 배우자나 부모님이 반대하면..
그 뜻에 따르자. 차마 돌아서기 쉽지 않겠지만 그렇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