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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애국가 태극기 다시보기 2 - 태극기가 이상하다

國歌나 國旗가 갖는 존엄성과 애국가나 태극기가 가지는 문제점은 별개의 문제다. 
부디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

오늘은 태극기이다. 애국가는 그저 농반진반 재미로 파본 것이지만 태극기는 좀 다르다. 태극기에 대해선 좀 더 구체적으로 네가지 의문을 가져본다.

첫째, 태극기의 기원
둘째, 태극기의 제정과정
셋째, 태극기의 컬러
넷째, 태극기의 문양


태극기의 기원
중학교 무렵.. 무술영화가 휩쓸던 때, 싸구려 무술영화 한편을 보게 되었는데 그 제목이 ‘태극권’인가 ‘태극권법’인가 그랬었다. 나는 당연히 태극하면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영화인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거 중국영화였다. 그렇다면 당연히 한국에서 전래된 태극권법을 영화의 소재로 삼은 것이겠지.. 그러나 영화의 내용은 그게 아니었다. 중국전래의 권법이란다.

열 받았다. 태극이란 이름이 붙은 태극권법이 어찌 중국전래의 것이 될 수 있는가. 그러나 그 의문과 분개는 곧 풀렸다. 당시 국어선생님께 질문을 했었는데 ‘태극은 중국에서 들어온 개념과 문양, 태극권도 당연히 중국의 무술’이라는 답을 들었다. 충격을 받았다. 태극이 우리나라 것이 아니라 중국꺼라니..
 
우리는 우리나라 태극기에 그려진 '태극'과 '괘'의 개념을 굉장히 신비로운 것으로 여기고 현대과학으로 풀지 못하는 우주생성의 비밀을 간직한 그런 위대한 부호라고 여기고 있다. 사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꼭 그런것만은 아니었다. '太極'이란 용어는 주역 繫辭傳에서 점괘를 얻는 최초의 근원 개념으로 사용된 것이 시작이고, '卦'는 점을 치기 위해 그려진 부호였다.占卦라는 말이 여기서 온 말이다. 

동양철학이 꽃피고 역사가 흐르면서 거기에 여러가지 고차원적인 개념들이 덧칠해 진것이 오늘날 우리가 상상하고 있는 태극과 괘의 개념이다. 좋다. 무당집 냄새나는 占卦라는 개념은 잊어버리고 우주생성의 비밀을 간직한 부호라고 치자. 그렇다 하더라도 한 나라의 국기가 상징하는 개념으로는 적절치 않다. 과대망상이다. 



가장 얼굴이 화끈거리는 건 이 태극과 괘가 고대 중국민족의 지혜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그들 중국인들에겐 중요한 문화유산이자 상당히 의미가 있는 개념들이다. 그러나 이 태극과 괘상이 도대체 우리 민족의 역사나 정서와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일까? 우리완 티끌만큼의 관계도 없다. 고대중국인들의 점치는 도구였던 그림들을 흉내내어 우리나라의 국기로 사용한다는 것, 받아들일 수가 있겠는가?



태극기가 국기로 제정된 과정
김상섭씨의 글을 요약해서 옮긴다.

1. 국기의 도식을 처음 말한 사람은 淸의 황준헌이었다. 그는 조선책략에서 조선은 중국의 龍旗를 그대로 써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그런데 조선은 아무런 반발 없이 그대로 淸에 주청하였다. 그러자 淸은 조선 왕의 '용을 그린 네모난 기(畵龍方旗)'가 중국과 비슷하므로 국기로 삼으라 하였다. 중국의 속국임을 상징하는 것으로 조선의 국기를 삼으려 한 저의를 드러낸 것이다.

이후 국기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는 '조미수호통상조약' 당시의 전권부관 김홍집과 청의 사신 마건충 사이에서 이루어졌다. 제1차 회담에서 마건충은 이응준이 손수 그려 보여준 국기 도식이 일본 국기와 비슷하여 혼동되고, 황준헌이 말한 중국 용기 또한 타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조선의 국기는 '흰 바탕에 푸른 구름과 붉은 용(白底靑雲紅龍)'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고, 용의 발톱을 네 개로 하면 청의 용기(다섯 발톱)와 구분될 것이라고 하였다. 김홍집은 그에 따르겠다고 하였다.

제2차 회담에서 김홍집은 1차 회담의 '홍룡청운'기가 만드는 데 품이 많이 든다는 이유를 들고, 홍색 바탕에 청색과 백색이 어우러진 원을 사용한 도식을 국기로 할 것을 마건충에게 말하였다. 그러나 마건충은 그에 대해서는 한마디 대답도 없이, 바탕은 흰색, 가운데는 태극 그림, 바깥 둘레에는 팔괘를 사용한 도식 古太極圖를 조선의 국기로 할 것을 제안한다. 이에 김홍집은 그것을 받들었다.



2. 마건충이 고태극도 도안을 조선의 국기로 제안한 지 불과 2개월 뒤, 임오군란이 일어났고, 일본은 제물포조약 당시 임오군란의 피해 보상을 요구하였다. 박영효는 이 때문에 일본에 사죄하기 위해, 일본 배 메이지마루(明治丸)를 타고 일본으로 떠났다. 그는 이 때의 4개월간의 일을 기록한 使和記略이라는 일기책을 남겼는데, 사화기략을 통해 태극기가 본래의 고태극도에서 4괘가 빠지고, 괘가 왼쪽으로 45도 각도로 기울어지게 된 경위를 알 수 있다.

① 메이지마루 배에서 수신사 일행은 태극, 팔괘 도식의 고태극도를 가지고 영국 영사 애스턴과 영국인 선장(제임스)과 함께 국기에 대해 상의하였다.

② 메이지마루 선장이 고태극도에서 팔괘의 분포가 조잡하고 불분명하며, 다른 나라들이 이를 보고 제작하는 데 매우 불편하다는 두 가지 이유를 들어 팔괘 중 4괘를 없애버리고 나머지 4괘를 네 모퉁이에 그려 넣을 것을 제의하였다. 이 영국인 선장이 처음으로 태극기 대?중?소 3본을 그렸고 원래의 고태극도 도안은 선장의 말에 따라 군주의 기로 사용하고자 하였다.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한다.
그러나 이것보다도 더 안타깝고 답답한 일은 뒤에 일어난 일이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문교부에서 국기의 도식과 규격을 통일하기 위하여 1949년 1월 14일 국기시정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한 준비위원회를 열어 각계에서 위원을 선임할 것을 결정하고, 2월 3일 42인의 국기시정위원을 위촉하였다. 이들은 당시 제출된 5개의 태극기 도안(5개의 도안은 모두 태극 도형인데 괘나 음양의 위치 정도만 달랐음)을 심의하여, 이 가운데 제3도안을 채택하여 국기로 결정하고, 10월 12일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드디어 1949년 10월 15일 문교부 고시 제2호로서 공포하였다. 이때 채택된 제3도안이 바로 오늘날의 태극기이다.
태극기를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이들은 날려버렸던 것이다. 식민지교육을 받은 자들에 의해 아무런 고민도 없이 태극기가 국기로 덜컥 결정되었다. 이렇게 태극기가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의 국기로 채택되는 과정에서 우리 민족의 고유성, 주체성, 정체성이라고는 털끝만큼도 고려되지 않았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모르고 있을 때는 그러려니.. 하면 되는데 알고 난 다음부터는 찝찝해도 이만저만 찝찝한 게 아니다. '친일파 솎아내기'는 까짓거 안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다. 먹고 살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리 된 것이라 이해도 한다. 지금의 친일파 기준으론 만주로 나간 독립투사외에 아닐 사람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기가 이런 부끄런 과거와 이상한 태생이라는 것은 문제가 다르다. 이건 고쳐야 한다. 그러나 꼰대들의 반대로 통일되기 전엔 불가능하다는 것.. 역시 안다.

좋다. 다 지나간 일이니 그냥 덮어버리자고, 그래도 오랫동안 우리민족의 표상으로 사용되어온 그림이니 그대로 놔두자. 이번엔 다른 각도에서 한번 보자.


태극기의 색깔



아무리 우리 눈에 익숙한 태극기이지만 볼 때마다 색깔의 조화가 안되어도 너무 안된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원색(일차색)의 색깔은 무슨 빛이든 너무 눈에 띄어 지나치게 요란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원색 그대로의 색상으로는 누구도 옷을 입지도 않으며 벽에 색칠하지도 않는다. 톤을 달리해서 멋지고 부드러운 색으로 바꾸어 사용한다. 하물며 한가지 색도 그러한데 우리 태극기에는 빛의 삼원색중 파랑과 빨강이 같이 쓰여져 있다. 그것도 서로 엉겨 붙어서.

함쟁이들이 들고 다니는 청사초롱. 원색 그대로의 파랑색과 빨강색. 아무리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신랑신부 색이라지만 너무 촌스럽다. 이발소의 상징물, 빨강과 파랑이다. 미적 개념이 전혀 없는 사람이 보아도 촌스럽다. 다른 표현이 필요 없다. 빨강과 파랑이 원색 그대로 만나면 무지하게 촌스럽다. 한동안 한국 축구대표팀의 색깔이 원색 그대로 빨강과 파랑이었다. 참 봐주기에 힘들었다. 다행이 지난 2002 월드컵때에는 그 빨강과 파랑이 훨씬 세련된 색으로 바뀌었었다. 빨강과 파랑 각각이거나, 또는 그 두 색의 조합이라 할지라도 원색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이렇게 세련된 색으로 세련된 조화로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태극기의 빨강과 파랑.. 원색 그대로이다.

태극기의 또 다른 두가지 색, 흰색과 검은색. 사용하기에 따라서 가장 세련된 색이다. 흰색만으로 입거나 검은색으로만 입는 사람들은 아주 멋쟁이 들이다. 흰색과 검은색의 조화가 이루어지도록 입는 사람은 더 멋쟁이이다. 그러나 이 색은 조심해서 써야 한다. 같은 ‘블랙 앤 화이트’라도 멋진 사람이 입으면 세련의 극치이지만, 까까머리 시커먼 사람이 입으면 굶주린 사람이거나 무식한 사람처럼 보인다. 그만큼 블랙 앤 화이트는 맞춰 입기가 어렵다. 그만큼 까다롭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만약 그 까다로운 색 흰색과 검은색에, 튀는 빨강과 파랑의 원색이 들어가면.. 성황당의 무당이 된다. 고상한 맛이나 세련된 맛은 눈알을 뒤집어 까고 봐도 없다.


좋다. 아무리 흰색과 검은색, 빨강색과 파랑색일지라도 적절히 조화가 되면 예쁠 수도 있겠다. 서로 조화가 되게 톤을 조절해 가면서 색을 맞추면 아무리 개성이 강한 네가지 색이라 할지라도 조화가 될 수도 있겠다. 빨강은 빨강대로 기를 죽이고 톤을 조절하고, 파랑도 그렇게 하고 블랙 앤 화이트도 그렇게 한다면. 그러나 우리 태극기. 상대방 색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블랙은 블랙대로 화이트는 화이트대로, 빨강은 빨강대로 파랑은 파랑대로 모두 저 잘났다고 버티고 있다. 그러니 전체가 죽는다. 흰색과 검은색에 빨강과 파랑이 아무런 조화나 배려 없이 ‘날좀 보소’ 나서고 있으니 보는 눈이 피곤하기만 하다.

우리 태극기에 쓰이는 그 색깔 그대로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너무 촌스럽기 때문이다. 태극기의 색깔은 하도 봐와서 촌스러운 걸 모르는데 막상 그런 색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없다. 그렇게 조화를 해놓으면 너무 촌스럽기 때문이다. 설사 응원할때는 그런 옷을 그냥 봐줄 수 있지만 그걸 일상복으로 입을만큼 얼굴이 두꺼운 사람은 없다. 하지만 색깔만 문제가 아니다.


문양
태극문양은 볼수록 더 찝찝하다. 양쪽 귀퉁이에 있는 검은색 괘상들, 건곤감리.. 난 아직까지도 어떤게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모른다. 대한민국 국민들 중에서 태극기를 정확히 그릴 수 있는 사람은 아마 5%도 되지 않을 것이다.

태극기 복판의 태극문양은 아래위로 두가지 색이 서로 물어 뜯듯 엉켜붙어 있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도 남북으로 갈라져서, 동서로 갈라져서, 이념으로 갈라져서 당파싸움에 골몰하는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하늘과 땅, 해와 달을 의미한다는 그 네가지 괘상이 태극을 조여온다는 느낌을 준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태극)가 세계 열강(괘)이 압박하는 틈새에서 숨도 제대로 쉬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래도 당신은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하겠습니까? 그게 잘 안된다.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려던 마음이 자꾸 촌스런 태극기로 인해 희석되기 때문이다.


→ 애국가 태극기 다시보기 1 – 애국가 이상하다
→ 애국가 태극기 다시보기 2 – 태극기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