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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애국가 태극기 다시보기 1 - 애국가가 이상하다

락버전 애국가를 오늘 처음 들었다. 이 락버전 애국가가 國歌의 존엄성을 훼손했다며 말들이 많았다는 것도 들었다. 결코 침범치 못할 엄숙주의와 비장주의가 국민들을 짓누르고 있는 우리의 애국가.. 이 애국가 이야기를 한 번 해보자.

혹시 애국가의 멜로디와 리듬이나 가사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는지. 그것이 장엄한지, 활기찬지, 희망적인지.. 또 애국가 가사의 의미를 설명하라면 바로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는지.

그러나 없다.
자다가도 흥얼거릴 만큼 익숙한 멜로디이고, 신문을 보면서도 부를 수 있을 만큼 익숙한 가사이지만, 그 멜로디와 리듬이 객관적으로 어떤지, 가사의 뜻이 무엇인지는 머리 속에 없다. 우리들의 애국가는 그만큼 우리들과 멀리 있다. 기계적으로 외우고 부르고 듣고는 있었지만 애국가는 이렇게 국민들의 관심 저 밖에 있다. 신주단지 모시듯 떠받드는 우리 애국가를 객관적으로 한번 보자.


멜로디
우리 애국가의 멜로디는 너무 담담하고 밋밋하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청승맞다. 그래서 어떤때엔 짜증이 난다. 차라리 숨이 막힐 만큼 장중하거나, 아니면 차라리 신나게 활기차면 좋겠는데, 우리의 애국가는 시종일관 담담하고 밋밋하고 청승맞다. 작곡이란 걸 처음 하는 어린 학생들이 억지로 음들을 이어 붙인듯, 우리의 애국가는 지루하고 유치하다. 부르는 동안 잠이 들지 않는 게 다행이다.

애국가의 원곡인 ‘코리아 판타지’ 전체를 들어봐도 그렇다. 곡의 어느 부분을 들어도 감흥이 없다. 번뜩하는 느낌으로 신 들린 듯 쓰여진 곡이 아니다. 재능 없는 둔재가 머리를 쥐어 짜며, 억지로 음을 이어 붙인 작품이라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게다가 음의 높이까지 애매하다. 여자가 부르기엔 낮고 남자가 부르기엔 너무 높다. 대부분 남자들은 무궁화 삼천리..부분에서 한 옥타브를 낮춰서 부른다. 순간 애국가의 비장한 느낌은 한순간에 사라진다. 고음불가.. 그래서 부르다가 피식댄다.


리듬
멜로디보다도 사람을 더욱 짜증나게 만드는 것은 리듬이다. 아무리 빨리 불러도 애국가의 리듬은 장송곡 그 자체이다. 도대체 얼마나 비장해야 하길래 이리 처지는 음악을 애국가로 모시는지 모르겠으나, 애국가를 부르거나 듣고 있으면 세상만사 어두워지고, 비참해지고, 삶의 빛깔이 회색으로 변한다. 희망이나 의욕이나 자신감같은 건 아예 없다. 억지로 형장으로 끌려가는 느낌이다. 핍박 받던 노예들의 흑인영가보다도 어둡다.

우리나라 앞으로 열심히 해서 잘 살아보자는 게 아니라, 언제쯤 이 고생이 끝날까, 좋은 날올 터이니 우리 힘들더라도 조금만 참고 잘해보자.. 이런 느낌이다. 


가사
가사 역시 시작부터 사람을 맥 빠지게 만든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부정적이다. 티끌이 모여 태산을 이룬다든지 하는 건설적인 느낌을 주지 않고 ‘마르고 닳도록’ 이라는 쇠퇴의 느낌이다. 남산위 소나무와 무궁화는 병충해에 속수무책인데 이걸 우리의 기상이라고 비유를 했고,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라며 폐쇄적인 민족주의를 드러냈다. 

전반적인 가사에 무게가 모자라도 너무 모자란다. 남녀노소 온 국민이 부르는 것인 만큼 지나치게 심오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그렇더라도 최소한 뭔가 의미 있는 비유나 은유, 공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애국가 가사는 전혀 그렇지 않다. 즐거우나 괴로우나 나라사랑하세.. 밝은 달은 우리가슴 일편단심일세..

심하게 말한다면 국민학교 교가보다도 수준이 낮은 유치한 가사다. 게다가 1절만 불러도 지루함이 몰려오는데 고만고만한 지루한 내용의 가사가 4절까지나 된다. 매섭도록 추운 한겨울 논산훈련소에서 매일 새벽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는 건 고역중의 고역이었다. 재미가 있길 하나 감흥이 있길 하나.. 후렴구 무궁화삼천리 화려강산은 더 지루하다.그때 우리 훈련병들이 그랬었다. ‘아 띠바 울나라 애국간 존나게 지루해, 이걸 바꾸면 나라가 망하냐?’

애국가 가사의 의미가 머리 속에 남지 않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제목
제목이 압권이다. 국가의 제목이 '애국가'다. 뜻을 담고 있는 멋진 글귀의 그런 제목이 아니라 그저 '애국가'다. 차라리 '배달의 기수'라든지 '선진조국 창조'라든지.. 뜻이 있어야 할게 아닌가. 국가의 제목이 그냥 애국가다. 제목부터 가사, 멜로디부터 리듬까지, 어느 하나 고리타분하지 않은게 없다. 초지일관 시골 국민학교 교가다.

민감한 부분이라 비교하기가 좀 그렇지만 음악적으로나 문학적으로나 작품가치가 충분히 있는 國歌들이 참 많다. 부르거나 들으면 저절로 코끝이 찡해지고 심장이 뛰는 國歌들이 참 많다. 예를 들고 싶지만 욕먹을까 관둔다. 


감동이 없는 애국가
올림픽이나 월드컵 때 보면 경기전 國歌를 듣는다. 그때 다른 나라 선수들은 열심히 國歌를 따라 부르다가 감동먹어 눈물까지 흘리기도 하는데 우리나라 선수들은 애국가가 흘러나오는 동안 그저 가슴에 손만 얹고 있는 것을 자주 본다. 그 띠바쉐이들의 애국심이 다른 나라 애덜보다 못해서? 아니다. 애국가가 재미없고 지루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애국가의 곡조와 가사가 전혀 마음에 와 닿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메달을 따고 애국가를 들으면 눈물을 흐리는 것은 다른 얘기다. 메달을 땄고 그 성취감과 국가를 위해 한따까리 했다는 자부심에 애국가를 들으니 감정이 벅차서 나오는 눈물이다.)


안익태가 성인이라도 되나?
우리의 애국가. 재능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전혀 없던 한 무능한 작곡가 안익태의 졸작을 우리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국가로 붙들고 있다. 당시 한국인의 곡이라는 그 최초성과 희소성 때문에 선택된 안익태의 곡. 아일랜드 민요 올드랭사인에 가사를 붙여 부르다가 안익태가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곡을 바꾸었다. 근데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선택되었던 그가 사실은 자랑스럽게 여길 한국인이 아닐 만큼 잡음도 많다면서?

안익태는 재능이 천박한 ‘억지로’ 음악가였다. 그의 곡 코리아 판타지는 끝까지 들으면 그 인내심에 박수를 보내야 할 만큼 지루하기 짝이 없는 곡이다. 그 곡에서 그나마 괜찮다고 여겨지는 부분을 뗴어내어 가사를 붙인 게 우리의 애국가다. 그것도 국민들의 뜻과는 전혀 관계없고, 음악성하고는 전혀 무관한 몇 사람이 ‘이거 좋다. 이걸로 하자’로 선택된 우리 애국가.

날고 기는 작곡자들과 문학가들이 즐비한 요즈음, 대다수 국민들이 무감하게 여기거나 수준이 너무 낮아 짜증내고 있는 청승버전 ‘구닥다리 애국가’를 과감히 던져 버리고 새 國歌를 공모해서 다시 정하자. 부르거나 들으면 애국심이 저절로 불쑥불쑥 솟고, 희망찬 미래건설에의 의지가 불끈불끈 솟는 그런 새 國歌로 바꿀 순 없을까.

그러나 두뇌가 굳은 꼰대들로 인해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걸 잘 안다. 통일이 된다면 모를까.
말 나온 김에 우리나라 태극기도 한번 보자.


→ 애국가 태극기 다시보기 1 – 애국가 이상하다
→ 애국가 태극기 다시보기 2 – 태극기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