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한민국

법조삼륜 1 - 검사

1. 술을 마시다가 옆자리 사람들과 시비가 붙어 싸움으로 번져서 주먹질이 오간 적이 있었다. 사람들이 말려서 싸움은 불과 몇 십초만에 끝나고.. 피차 다친 사람도 없고 상대방이 전부 털고 나가서 끝이 난걸로 알고 그 집에서 계속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졸지에 경찰이 들이닥쳐 백차에 태워져 남대문경찰서로 끌려간 적이 있었다. 한 놈이 번개같이 어디선가 진단서를 끊어선 경찰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술김에 싸움 한번 벌였다가 난로도 없는 경찰서 보호실에 갇혀서 한겨울 날밤을 새웠다.

(사진이 깨끗해서 실감이 나지 않지만 80년대 후반 경찰서 유치장은 무지하게 더러웠었다)

경찰서 유치장은 행형법 제68조에 따라 미결수용실에 준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미결수용실'이란 '미결수용자', 즉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서 구속영장의 집행을 받은 자'(행형법 제1조의 2 제2호)를 수용하는 장소로서 행형법 제2조 제3항에 따라 구치소가 지정되어 있다. 경찰서 유치장은 경찰행정작용이 아니라 형사사법작용의 하나로 형사피의자 또는 피고인을 구금을 하는 장소임을 알 수 있다. 또, 경찰관직무집행 법 제9조는 경찰서 유치장에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체포구속되거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판결 또는 처분을 받은 자를 수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경찰서 유치장 유치대상은 ‘미결수용자’ 와 체포영장에 의해 체포된 자, 현행범으로 체포된 자, 긴급체포된 자, 즉결심판에 의해 구류형을 집행받고 있는 자, 법정 등의 질서유지를 위해 감치처분을 받은 자 등이 된다.

과연 내가 이중 어떤 명목으로 유치장에 있었을까? 현행범으로 체포된 자였을까? 술먹다가 치고받고 싸운 것도 현행범이 되는지는 모르지만 도주의 우려가 전혀 없는 사람을 가둬둔 것은 엄연한 직권남용이며 심각한 인권유린이었다.



2. 직원 한 사람이 옛동료와 돈문제로 다툼을 벌이다가 고소를 당했는데 검찰 조사를 받다가 갑자기 구속되었다. 구속 수사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는데도 ‘태도가 불손하다’는 이유 하나로 그곳에서 바로 구치소로 향했다고 한다. 조사중 갑자기 검사가 화를 내며 ‘이 새끼 고생 좀 해야 정신차리겠구만..’ 일성과 함께 그는 갑자기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위험한 인물이 되어 긴급구속, 구치소 찬 바닥으로 향했다고 한다. 단지 그뿐이었다고 한다. 건방지다고.

(구치소에 처음 들어가면 모두가 지옥에 떨어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구속영장은 당연히 검사가 청구하고 영장실질 심사후에 판사에게서 발부되는 것으로 알았던 그는 그런 절차도 없이 검사의 기분에 따라 갑자기 구치소에 수감되자 몹시 놀랐다고 한다. 구속이 되자 상황이 돌변하기 시작했다. 잘못한 것이 없다고 느긋해 하던 그가 구치소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서두르기 시작했다. 단 하루도 더 이상 그 안에 있을 수가 없다고 절규를 했다. 그래서 결국 변호사를 고용했다.

형사소송법 제206조 제 1항에 규정된 긴급구속 요건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가 사형,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제70조 제1항 제2호, 제3호에 해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긴급을 요하여 지방법원판사의 구속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그 사유를 고하고 영장 없이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범죄의 중대성, 범죄의 객관적 혐의, 시간의 긴급 성, 구속의 사유 등 4가지 요건이 필요한 것이다. 만일 이중 어느 하나를 결한다면 불법구속이 된다. 우리 직원의 이때 긴급구속은 명백한 불법구속이었다.



3. 집으로 전화 한통이 왔다. ‘여기 중수분데요, 내일 아침 10시까지 이리로 나오셔야 되겠습니다.’ ‘뭐 중수부? ㅋㅋㅋ 지랄하네, 너 누구야?’ ‘전화번호 줄 테니까 지금 당신이 이리로 전화하슈’ 혹시나 하고 받은 전화번호를 확인해 보니 진짜로 중수부 전화번호였다.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친구 장난인줄 알고..’ ‘내일 아침 중수부로 열시까지 나오세요’ 중수부의 악명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인권유린이 밥먹듯이 행해진다는 그곳, 다음날 떨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서초동으로 갔다. 위압적으로 시커멓게 서있는 큰 건물..

(당연히 대검찰청으로 알고 있었던 이 큰 건물이 서울 지방검찰청이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현관으로 들어섰다. 근데 여긴 중수부가 없댄다. 수사관에게 전화를 했다. ‘이 양반 서울지검에 가 있군.. 지검에 중수부 있는 거 봤어? 거기가 아니라 대검으로 오라니까’ 이 새끼 자연스럽게 반말을 까버린다. 다른쪽에 있는 대검을 찾아왔다.

(서초동 길 건너편 하얀 건물이 대검찰청이었다. 서울지검보다 규모가 훨씬 작다)

중수부가 있다는 층에서 내렸다. 근데 중수부 입구의 문이 안 열린다. 그래서 또 다시 전활했다. ‘중수부 문이 당신이 열면 열리게 돼 있을거 같아? 거기서 기다려’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잠시후 문이 열리고 무식하게 생긴 사람이 나와선 날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야 넌 대검하고 지검구분도 못하냐..’ 반말의 정도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

어느 방에서 잠시 기다리자 웬 빤질거리는 넘 하나가 들어왔다. 내 또래밖에는 보이지 않는 넘. ‘이 친구 누굽니까?’ 뭐 이 친구? ‘예 누구누구입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그리곤 바로 나갔다. 궁금해서 물었다. ‘지금 저분이 검사님이십니까?’ ‘얌마 그건 니가 알아서 뭐해, 넌 그냥 내가 묻는말에만 대답하면 돼. 알았어?’ 중간중간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질문에 ‘기억이 잘 안나는데요’ 대답을 하면 여지없이 튀어나오는 말, ‘야 임마 너 여기가 어딘줄 알아? 중수부야 중수부’ 뭐라도 기억을 억지로 짜내어서 대답을 해야만 했다. 확인하고 지장을 찍으라고 그 동안의 기록을 보여준다. 참고인인 나에게도 이리 나오는데 피의자들에게는 오죽할까.. 시간이 흘러서 마무리할 때가 되어갈 무렵, 수사관의 말투가 다시 변하기 시작했다. ‘힘들죠? 조금만 더 하면 다 끝납니다.’


검사나 수사관의 ‘언어폭력을 통한 심리적 압박’ 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검찰수사 도중 자살한 고위 공직자와 기업인들의 자살동기는 무엇일까? 나는 어렵지 않게 짐작한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검찰 검사실에서 검사나 수사관이 피의자에게 물리적인 폭력과 치욕적인 행위를 강요했다는 것은 내가 피해당사자에게 직접 들은적이 있다.

[중수부 한 수사실에 들어서자마자 수사관으로 보이는 남자가 다짜고짜 뺨을 때렸다. 동작이 뜨다는 이유였다. 모욕감에 눈물이 핑 돌았다. 느닷없는 뺨세례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소지품 검사를 한다며 옷을 모두 벗겼다. 그리곤 구석에 가서 손을 들고 무릎을 꿇고 있으라고 했다. 그것만은 할 수가 없을 것 같아 머뭇거리자 구둣발과 주먹이 날아들었다. 벌거벗은 40대 중반의 남자가 손들고 무릎꿇고 구석에 있다. 참을 수 없는 치욕에 눈물이 울컥울컥 솟았다. 서너시간을 그렇게 있자 웬 양복입은 말끔한 남자가 들어섰다. 부리나케 일으켜 세우더니 옷을 입으라 하고 담배도 불을 붙여 주었다. 자신이 담당 검사라고 했다. 수사관들의 무례를 용서하라고 빌었다. 안도감에 눈물이 솟았다.]

직접적인 폭력 행사가 어려워지면서 수사에서 애용된 피의자 압박 방식이 바로 이렇게 자존심을 일시적으로 무너뜨리는 방법이었다. 주위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던 이들은 수모와 모멸감을 주면 순간 참기 어려운 모멸감에 떨다가 약간의 따뜻한 손길에도 스스로 무너져서 술술 자백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잠을 재우지 않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시간이 그때밖에 나질 않아서? 조사를 하다보니 늦어져서? 아니다. 피조사인에게 육체적인 피로감을 줘서 정신적으로도 약해지게 만드는 생리를 이용한 술수이다. 밤샘조사로 힘들어하다가 새벽녘에는 지쳐서 얘기가 술술 풀려 나온다고 한다.


검찰은 왜 이렇게 안하무인이고 건방지고 위압적일까?
이유는 단 하나다.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놈이 죄가 있으니 판단해주세요'라는 걸 대한민국에선 오직 검사만이 할 수 있는 거다. 따라서 검사가 눈 감아주면 아무리 죄를 많이 지었어도 재판정에 갈일이 없다. 반대로 검사의 눈밖에 나면 죄가 없어도 재판정에 불려가 감방에 가는 수가 있다. 검사가 안하무인인 것.. 그리고 이번에 얘기는 안하지만.. 박봉의 검사들이 모두 강남에 대형 아파트에 살고있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검찰의 기소권독점. 대한민국 검사님들.. 엄청나게 뇌물을 받아 쳐먹고 있다는 뜻이다. 기소권을 무기로..


→ 법조삼륜 1 – 검사
→ 법조삼륜 2 – 변호사
→ 법조삼륜 3 – 판사
→ 법조삼륜 4 – 사법고시, 모자라는 2%
→ 법조삼륜 5 – 사법연수원, 연고주의의 온상
→ 법조삼륜 6 – 삼륜의 한심한 힘겨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