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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팡생각

인디언 써머.. 우리 인생 가을속의 여름

9월이 된 이후에 70도 대 후반의 날씨를 보이더니, 그저께, 어제 그리고 오늘은 낮 최고기온이 100도를 넘나들고 있다. 섭씨로 38도 정도가 되는데, 이 정도의 기온이면 더위가 아니라 거의 뜨거움으로 느껴진다. 

이처럼 한 여름에도 잘 없던 초고온의 폭염이 가을의 한복판에 오는 것, 이게 바로 인디언 써머(Indian Summer)다. 왜 인디언이라는 말이 붙었는지는 명확치 않다. 인디언의 습격처럼 갑자기 왔다 사라진다고 해서.. 인도사람이 아니면서도 인디언이라고 불리듯이 여름이 아니면서도 여름이라서.. 거래에서 속임수를 많이 쓰던 인디언을 빗대어 가짜 여름이라는 의미로.. 아무튼 인디언 써머는 ‘갑자기 찾아왔다가 사라지는 가을 속의 여름’을 말한다.

당장 인디언 써머에 시달리면서는 ‘지겨운 더위’이지만, 생각해보면 이 ‘인디언 써머’엔 기후나 날씨외에 뭔가 다른 의 멋진 의미가 숨어있다. ‘겨울이 오기 전, 가을의 복판에 갑자기 찾아오는 뜨겁고 짧은 여름 날’.. 인디언 써머라는 말엔 문학과 철학과 인생이 있는거다.


인생에서 ‘가을’이라고 하면 대략 몇 살쯤부터일까? 인생을 사계절로 등분하고.. 80을 산다고 하면 41~59까지의 기간이고, 90을 산다고 하면 46~67정도까지이다. 스무살 초반까지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고, 마흔 중반까지 활활 타오르다가, 그 이후가 되면 바야흐로 불길이 꺼지고 조용히 침잠하는 때이다. 나무는 물기를 내리고 겨울맞을 준비를 하고, 과일과 곡식은 무르익어 떨어지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뜨거운 여름의 추억을 뒤로한 채 종종걸음으로 옷깃을 여민다. 그게 가을이다.  

봄과 여름은 이미 가고 남은 계절이라곤 가을과 겨울밖에 없다. 사나이 가슴에 구멍이 뚫려 가을바람이 휘몰아친다. 즐거웠던 여름날도 돌아보고, 문득 돌아가신 부모님도 떠올린다. 아 내게도 가을이 왔구나.. 매사에 흥미가 없고 의욕도 없다. 뭘 해도 재미가 없다. 내가 이 나이에.. 뭐든지 나이 탓을 하고 뒤로 물러 앉기만 한다. 그러다 우울해진다. 듣기만 해도 소름끼치는 중년 그리고 갱년기..

이 때 갑자기 여름이 찾아오는 거다. 여름더위보다 더 뜨거운 폭염이 가을의 한복판에 찾아오는 거다. 바로 우리 인생의 인디언 써머다. 나잇값 한다고 똬리만 틀고 앉았다가, 철들었다고 무게만 잡고 있다가, 그걸 던져버리는 것이다. 내 나이가 뭐가 어때서? 누구아빠 누구상무님이 철수 동수로, 누구엄마 누구여사님이 영희 순자로 돌아간다. 자식새끼들 인생보다 내 인생이 중요하다는 걸 그제서야 깨닫는다.

그래서 젊은 날 했었던, 한동안 잊고 지냈었던 것들도 슬그머니 해본다. 잊고 지냈던 친구와도 다시 연락하고, 까맣게 지우고 살았던 옛 애인도 떠올려 본다. 첫사랑 그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최백호의 낭만으 대하여가 바로 인디언 써머의 노래였던 거다. 슬금슬금 눈치도 보이지만 인생이 들썩들썩 재밌어진다.

가을에 찾아온, 가을속의 여름.
때론 여름보다 더 뜨거운
우리 인생의 인디언 써머다.
만약 당신이 싱숭생숭 달끈달끈하고 있었다면
인디언 써머의 복판에 있는 거다.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니
그냥 맘껏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