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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팡생각

사람은 생긴대로 논다

‘사람은 생긴대로 논다’ vs ‘외모만 보고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된다’

서로 정반대의 의미를 가진 말들인데, 공교롭게도 둘 다 사람들이 많이 하는 말들이다. 뉘앙스로만 봐서는 앞말은 좀 ‘무식한 말’ 같고, 뒷말은 좀 ‘사려가 깊은 얘기’ 같다. 그것만 놓고 본다면 뒷말이 맞는 말?.. 과연 어떤 말이 맞는 말일까? 


사람들의 뇌 속엔 ‘사람에 대한 과거의 체험들’이 정리되어 차곡차곡 쌓인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순간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 사람을 판단한다. 그리고 그 사람을 한동안 겪으면서 그 데이터에 피드백하고 데이터를 수정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데이터가 점점 더 정확해 진다. 사람들은 자기 데이터의 정확성을 신뢰하며 ‘사람은 생긴대로 논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게 흔들릴 때가 간혹 있다. 몇번 만나보니 첫 인상과는 딴판인 경우인 사람들을 만나게 될 때이다. 생긴 건 범죄형이었는데 만나볼수록 진국이면서 순박한 경우.. 그래서 ‘외모만 보고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말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피드백 과정에서 다시 알아채게 된다. 역시 ‘사람은 생긴대로 논다’는 처절한 결론을 얻게 되는 것이다. 생긴 것과 달랐던 그 느낌은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위장술에 불과했음을 알게 된다. 다시 자신의 신념을 확고히 다진다. '사람은 100% 생긴대로 논다'

그렇다면 이 ‘생긴 것’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얼굴’과 ‘몸’과 ‘말’이라고 본다.


1. 얼굴
‘얼굴’의 어원은 ‘얼의 꼴’ 즉 ‘얼의 생김새’이다. ‘얼’이 그 사람의 정신 혹은 영혼을 뜻하는 말이니, 얼굴(얼꼴)이라는 것은 ‘영혼의 생김새’란 뜻이다. 또 눈을 ‘마음의 창’ 이라고 하며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안다’고도 한다. 그러면 이렇게 얼굴 따로 눈 따로? 아니다. 

눈빛이라는 것은 눈알에서 나오는 빛이 아니다. 눈알만 파내놓고 보면 사람들의 눈알은 다 똑같다. 사람마다의 독특한 눈빛은 눈알 자체가 아니라 눈 주변의 피부와 근육이 만들어내는 조화다. 즉 이 역시 얼굴의 일부인 것이다. 다만 그 얼굴중에서 얼의 꼴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곳이 바로 눈이다. 눈이 맑으면 사람이 맑고, 눈이 탁하면 사람이 탁하다. 설사 얼굴이 깡패처럼 생겼더라도 눈이 선하면 그 사람은 선하다.


여기서 얼굴을 따진다는 것은 얼굴이 못생기고 잘생기고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물론 현대사회에선 얼굴의 미모여부가 후천적인 성격에 영향을 주기는 한다. 오래도록 사랑을 받지 못하고 살다보면 영혼이 상처를 입는다. 그러면 자기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고 위축되기 때문에 나쁜 모습이 얼굴에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처한 상황이 바뀌면 이런 것은 바로 치유가 된다. 즉 얼굴이란 후천적인 상황들이 다소 영향을 주기는 해도 거의 대부분은 선천적이다. 원판 불변이다.


2. 몸
우리는 흔히 살이 두둑하게 붙어 퉁퉁한 사람들을 ‘넉넉하게 생겼다’ ‘인심 후하게 생겼다’고 말하는 걸 많이 듣는다. 근데 실제로 겪어보면 어떻든가. 뚱뚱한 사람들이 과연 인심이 후하고 넉넉하던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이다.


사람에 대한 데이터가 없는 어린이들 사이에서 '뚱뚱한 아이들'이 곧잘 따돌림의 대상이 되거나 놀림감이 되곤 한다. 왜 그러는 걸까? 뚱뚱한게 보기 흉해서? 아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뚱뚱한 아이들을 싫어한다. 뚱뚱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대개 미련하고 둔하며 욕심이 많고 쩨쩨하다. '아직 위장술을 습득하지 못한' 뚱뚱한 아이들은 이걸 그대로 표출한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이 이 뚱뚱한 아이들을 싫어하게 되는 것이다.

뚱뚱한 것과 말랐다는 것은 어떤 차이일까? 뚱뚱하다는 것은 ‘끌어들이는 것이 내보내는 것보다 많은 것’이며, 말랐다는 것은 ‘내보내는 것이 끌어들이는 것보다 많은 것’을 의미한다. 즉 뚱뚱한 사람은 받기를 좋아하고 마른 사람은 주기를 좋아한다. 결국 살이 찌고 안찌고의 차이는 영혼 깊숙히 깔려있는 ‘탐욕’의 차이이다. 

(욕심 많고 많이 먹어 살이 찐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토실토실한 종족의 후예들은 여기서 제외다. 오해없으시기 바란다.)


3. 말
말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표현은 참 많다. 말은 그 사람의 브랜드, 말은 그 사람의 거울, 말은 그 사람의 인격.. 그만큼 말이라는 것도 사람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된다는 의미이겠다. 실제로 말엔 그 사람의 인격과 품성이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말투가 싸가지 없으면 실제 성격도 싸가지 없다.


하지만 말로 사람을 판단할 때엔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 말이란 것이 후천적으로 습득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말에는 자기 자신의 노력이 반영될 여지가 많다. 전화로만 통화하던 사람을 직접 만나고선 깜짝 놀라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말은 위장하기가 쉽다. '프로'들일수록 말을 절묘하게 위장한다. 실적이 좋은 영업사원들에겐 눌변이 많다. 달변은 사람들로 하여금 거부감을 주는데, 눌변은 사람을 ‘만만’하게 여기게끔 만든다. 그래서 눌변은 ‘내가 맘대로 주무를 수 있다’라는 착각을 갖게 만든다. 그래서 눌변들이 오히려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고 잘 산다. 문제는 이걸 노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연습을 통해 순박하고 차분하고 정직하게 느껴지는 말투로 가공한다. 말로 사람을 판단할 땐 이런 '프로'들을 조심해야 한다.


얼굴 몸 말로는 부족
노력에 의해 얼굴과 몸과 말투를 다 바꾸었다면? 얼굴과 몸은 의학의 힘을 빌어 아주 쉽게 바꿀 수 있다. 말투도 연습에 의해 바꿀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경험이 그리 많지 않다면 자칫 사람만 봐서는 본성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파악하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원판 불변의 법칙은 작용하기 때문에 조금만 상대해 보면 원판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초인적인 노력으로 위장한다면 일반인들은 그걸 파악하기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더 보아야 할 것이 있다.


4. 가족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 어린시절 입력된 사고행동양식은 웬만해서는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어린 시절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경우엔 그게 그 사람의 후천적 인성이 되어 평생 고쳐지지 않는다. 성인이 되어 아무리 그걸 교정하고 위장해도 본질은 고칠 수 없다. 이런 본질은 위기의 순간에 튀어나온다. 평상시 아무리 호인인척 하던 사람이라도 위기의 순간엔 본질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위험하다.

위장여부는 그 사람의 부모 형제자매를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가족들이 다 무식하고 교양이 없는데 ‘개천에 용 나듯’ 본인 하나 말끔하다면, 그건 전적으로 위장일 가능성이 무척 높다. 만약 결혼과 같은 중대사라면 부모와 형제자매를 반드시 보아야 한다. 길고 긴 결혼생활에선 반드시 사람의 본질이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5. 친구
가족만큼이나 유용한 것이 바로 그 사람들의 친구들이다. 유유상종, 사람들은 자기와 비슷한 상대와 어울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어울리는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단 성인이 된 후 만난 친구는 여기서 제외다. 그런 친구들은 대부분 '필요에 의해' 만나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또 어린시절 친했던 친구라고 다 유유상종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떼거지로 어울리다 보면 본질적으로 맞지 않는 친구들이 한둘 끼어있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싫어하지만 '집단'이기 때문에 친구관계를 유지한 경우다. 하지만 이런 친구는 성장하면서 저절로 멀어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친구를 보고 사람을 판단'하려면 어린 시절 친구중 ‘아직까지 만나는 친구’만 선별해야 한다.

이렇게 ‘아직까지 계속 만나는 어린 시절 친구’로 그 사람의 본질을 유추하는 것, 이거 상당히 유용하다. 하지만 어느정도 친분이 없다면 그 사람의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볼 기회는 별로 없다. 그래서 이제 마지막 방법이다.


6. 日柱
그 사람의 생년월일을 알아내어 일주를 뽑아보면 된다. 과학적 근거는 제시할 수 없지만 경험적으로 이 일주는 ‘얼굴 몸 말’을 합친 것만큼이나 적중률이 높다. ‘팔자 도망 못 간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후천적으로 노력해도 자기 팔자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는 뜻이다. ‘원판 불변의 법칙’이 바로 이거다. 팔자 도망 못간다는 거.

종교적인 신념이 막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명리학 공부를 권하고 싶다. 하지만 복잡하고 어려운 명리학은 공부하기가 쉽지 않다. 입문단계에서 99% 포기하고 만다. 그러나 다른 건 다 빼고 ‘사람의 기본성격’만 알 수 있는 정도까지만 원한다면 조금만 노력하면 가능할 수 있다. '일주'로 파악하는 사람의 기본 성격.. 이거 소름이 끼치도록 정확히 들어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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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직업상 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한번 만나면 기본적으로 3개월간 보며, 그동안 단맛 쓴맛을 거의 다 본다. 그만큼 첫인상과 실제 성격을 파악하는데 피드백의 기회가 매우 많다. 게다가 결정적인 거.. 자연스럽게 그들의 생년월일을 알게되기 때문에 그 사람의 ‘일주’도 파악하게 된다. 가장 유효한 피드백을 한번 더 거치는 셈이다.

이런 다년간의(^^) 피드백, 데이터 수정과정에서 체득한 진리..
역시 ‘얼굴 몸 말’ 이 그 사람 본질의 90% 이상을 표현하더라는 것,
역시 사람은 생긴대로 놀더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