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마을 얘기를 한적이 있던가. 마을이름도, 근처의 읍도 면도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던. 그저 '서해안 어디'였다는 것 밖에는 기억에 없는 그 갯마을.
88년도 서울 올림픽이 열리기 직전. 부서에서 야유회를 가기로 날짜를 정해놓고, 당시 막내사원이었던 내가 어느 일요일 미리 답사를 가게 되었다. 목적지는 그저'운치있는 바닷가'였다. 그런 바닷가를 찾아 서해안을 뒤지기로 했다. 아침일찍 서울을 출발하여 한두시간.. 중간에 그야말로 한치앞도 안 보이는 짙은 안개도 지나고.
지도에 표기된 바닷가를 찾아 들어가길 여러차례, 다 실망했다. 사람들의 흔적이 너무 많았다. 지도에 없는 바닷가를 찾기로 하였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찾기로 했다. 그러길 또 몇시간.. 끝에 찾은 어느 작은 갯마을. 길 모퉁이를 돌아 시야에 작은 바닷가가 들어오던 순간, 입에서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한눈에 다 들어오는 동그란 바닷가가 아무리 넓게 보아야 200미터쯤? 바닷가 안쪽엔 작은집 몇채와 덕장 한두개만이 있고, 그외엔 말 그대로 '자연 그대로'였다. 가을날 환한 햇살을 받은 작고 동그란 바다는 온통 물비늘로 반짝이고 있었고, 그 물비늘 한 가운데에는 묶어둔 듯 움직이지 않는 고깃배 두어척이 한가로이 떠 있었다. 백사장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고고한 모습의 바닷가 모래밭, 해변이라고 표현해도 실례가 될 것 같은 그 아름다운 바닷가.
기분좋게 적당히 쌀쌀한 날씨와 기분좋게 적당히 따뜻한 햇살. 그 흔한 횟집도 없고, 오가는 연인들도 없는 천연 무공해 갯마을.. 바람이라도 살짝 불어오면 콧끝에 찡하게 배어오는 비릿한 바다내음. 클래식 소품처럼 잔잔했던 파도소리.
그 바닷가 근처의 어떤 시골마을에도 갔었다. 그때 그 아름답던 그 시골의 가을풍광, 그곳에서 점심으로 내어 준 시골밥상 또한 잊을 수가 없다. 따사로운 가을햇살, 시원한 가을 공기속에서 마루에 옹기종기 앉아, 반찬이 뭐였을까. 기억나는건 투박한 호박잎과 된장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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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니..실제로 그런 갯마을이 있기나 했었는지, 그런 시골밥상이 있기나 했었는지 가물가물한데. 왜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어떤 갯마을이 있는지.. 어떤 시골밥상이 있는지.
영원히 찾지 못할 신기루처럼, 가도가도 잡지 못할 무지개처럼 눈을 감으면 보인다. 눈을 뜨면 사라진다.
어제, 무심코 바다노랠 부르다가 문득 그 갯마을이 떠올랐다. 그날 그곳에서 찍은 사진은 내게 한장도 남아있지 않다. 그 사진들을 가져갔던 사람이 아직 그것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기를 바랄뿐이다.
88년도 서울 올림픽이 열리기 직전. 부서에서 야유회를 가기로 날짜를 정해놓고, 당시 막내사원이었던 내가 어느 일요일 미리 답사를 가게 되었다. 목적지는 그저'운치있는 바닷가'였다. 그런 바닷가를 찾아 서해안을 뒤지기로 했다. 아침일찍 서울을 출발하여 한두시간.. 중간에 그야말로 한치앞도 안 보이는 짙은 안개도 지나고.
지도에 표기된 바닷가를 찾아 들어가길 여러차례, 다 실망했다. 사람들의 흔적이 너무 많았다. 지도에 없는 바닷가를 찾기로 하였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찾기로 했다. 그러길 또 몇시간.. 끝에 찾은 어느 작은 갯마을. 길 모퉁이를 돌아 시야에 작은 바닷가가 들어오던 순간, 입에서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한눈에 다 들어오는 동그란 바닷가가 아무리 넓게 보아야 200미터쯤? 바닷가 안쪽엔 작은집 몇채와 덕장 한두개만이 있고, 그외엔 말 그대로 '자연 그대로'였다. 가을날 환한 햇살을 받은 작고 동그란 바다는 온통 물비늘로 반짝이고 있었고, 그 물비늘 한 가운데에는 묶어둔 듯 움직이지 않는 고깃배 두어척이 한가로이 떠 있었다. 백사장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고고한 모습의 바닷가 모래밭, 해변이라고 표현해도 실례가 될 것 같은 그 아름다운 바닷가.
기분좋게 적당히 쌀쌀한 날씨와 기분좋게 적당히 따뜻한 햇살. 그 흔한 횟집도 없고, 오가는 연인들도 없는 천연 무공해 갯마을.. 바람이라도 살짝 불어오면 콧끝에 찡하게 배어오는 비릿한 바다내음. 클래식 소품처럼 잔잔했던 파도소리.
그 바닷가 근처의 어떤 시골마을에도 갔었다. 그때 그 아름답던 그 시골의 가을풍광, 그곳에서 점심으로 내어 준 시골밥상 또한 잊을 수가 없다. 따사로운 가을햇살, 시원한 가을 공기속에서 마루에 옹기종기 앉아, 반찬이 뭐였을까. 기억나는건 투박한 호박잎과 된장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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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니..실제로 그런 갯마을이 있기나 했었는지, 그런 시골밥상이 있기나 했었는지 가물가물한데. 왜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어떤 갯마을이 있는지.. 어떤 시골밥상이 있는지.
영원히 찾지 못할 신기루처럼, 가도가도 잡지 못할 무지개처럼 눈을 감으면 보인다. 눈을 뜨면 사라진다.
어제, 무심코 바다노랠 부르다가 문득 그 갯마을이 떠올랐다. 그날 그곳에서 찍은 사진은 내게 한장도 남아있지 않다. 그 사진들을 가져갔던 사람이 아직 그것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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