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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얘기

다신 찾지 못한 태평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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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덕쟁이들..기억나는가. 그때 그 근덕의 쓸쓸한 바다와 소나무숲, 그리고 맑디 맑은 초당호수의 싱싱한 송어회.

영동에서 영서로 넘어오는 고개는 꽤 많다. 영동고속도로 넘어가는 대관령. 깎아지른 고개넘다 어지러워 속이 미식거리는 미시령. 그 아래 구불구불 진고개. 체력의 한계인가, 니땅 내땅 한계인지 한계령. 넘어갈 생각만으로도 아득한 아득령.

낯선 길로 한번 가보자. 지도를 찾아 어떤 고갯길로 들어섰다. 고불고불 좁다란 계곡길을 따라 태백산맥의 가파른 산쪽으로 다가설 무렵.. 갑자기 눈앞이 확 트이는 벌판이 나타나고 그 끝에 깎아지른 듯한 절벽(아래에서 위를 올려다 본)이 있고 그 밑에 신선들이나 살것 같은 작은 동네가 하나 있었다.

좁디좁은 계곡길에 갑자기 나타난 벌판. 그로부터 이삼킬로쯤 뒤에 중국의 풍경사진에서 본듯한 절벽이 있고, 그뒤로 아득하게 태백산맥. 경치에 풍광에 취해 지나가다가 그 마을이 시야에서 사라질 무렵 다시 차를 돌렸다. 마을 이름이나 알고 가야 할 것 아닌가. 마을길로 접어드니 회관같은게 보이고 앞에 다다르니 다행히 마을 이름이 간판에 써있었다. '태평리 마을회관' 나하고 이름이 비슷하군.. 뒷좌석을 보니 짐승 두마리가 여전히 곯아 떨어져 아무것도 모르고 자고 있다.

그로부터 11시간후 서울에 도착, 그때까지 쳐자던 짐승들을 깨웠다. 다음날 미안하다며 전화가 왔다. 괜찮다고 했다. 태평리를 알고 왔으니 괜찮았던 거였다.

'떡갈나무 숲속에 졸졸졸 흐르는 아무도 모르는 샘물이길래..... 도로덮고 내려오는 이 기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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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태평리가 항상 다시 보고 싶었다. 그래서 강원도를 갈때마다 항상 이고개 저고개 바꿔 타보면서 그 마을을 찾으려 했었다. 지도에 있는 모든 고갯길을 차례대로 넘었건만 태평리는 없었다. 그 마을을 다시는 보지 못했다. 이상하다.. 그게 다 신기루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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