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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술집 아가씨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시각차이

한국남자의 외도
한 여직원이 생글생글 웃으며 내게 물었다. ‘oo님 요즘 별일 없으시대요?’ oo는 내가 잘 아는 ‘높은’ 사람이다. ‘아니.. 근데 그건 왜?’ 그 여직원 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가 내가 알고 있는 게 좋겠다며 얘길 해준다. 자기 친구중의 하나가 oo과 만난단다. 물론 oo는 유부남이고 그 여자는 미혼이다. 근데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다 걸렸단다. oo의 부인에게, 그것도 ‘현장’을.

썬데이 서울에서나 보던 사건이 실제로 주변에서 벌어졌다. oo 그리고 젊은 여자, 그리고 그의 부처님 같은 부인이 한 호텔의 룸에서 맞닥뜨리게 된 거다.

그 위기상황에서 그 아가씨가 빛나는 기지를 발휘해서 oo님을 살려줬댄다. 자기는 그냥 ‘술집 아가씨’라고 그랬다는 거다. 술책이었다. 술자리에서 이럭저럭 엮어진 사이이지 절대로 깊숙하게 감성교감을 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는 걸 은연중에 알리는 거였다. 다행히 그 부인이 그 얘길 믿고 노여움을 풀고 사건을 그냥 묻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아가씨가 ‘선수’라서 이렇게 ‘위기대처법’을 미리 숙지하고 있었던 건지, 아니면 oo가 미리 교육을 시킨건지 그건 잘 모르겠다. ‘간통’이 성립되는 걸 피해야 했을 테니 준비를 했었던 것 같기는 하다. 또 그 부인입장에서도 이 쑈를 그대로 믿었던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속은 척 해준 건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 가정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을테니 후자였을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그 부인은 자기 남편 불륜의 상대가 ‘술집 아가씨’라고 해주고 넘어가 줬다. 남편의 외도현장을 목격하고서도 그걸 ‘술집 아가씨와의 동물적인 섹스놀이’로 마무리 지은 것이다. 타협이었다. 이 타협이 가능했던 이유는 아주 간단했었다.



술집 아가씨라서 - 면죄부
상대가 술집 아가씨였기 때문이다. 상대가 젊고 날씬하고 예쁘지만 ‘다행히’ 술집 아가씨라서 덜 노여운 거였다. 만약 상대가 여염집 여자였더라면 문제가 그렇게 쉽게 해결되지 않았었을 것이다. 이게 대한민국의 문화다. 남편들과 술집아가씨들의 정분에 이상하게 관대한 거.
 
한국에서 남편들과 술집아가씨들간의 정분은 흔하디 흔하다. 마누라의 투실투실한 몸, 부시시한 머리와 옷차림, 진동하는 마늘냄새, 퉁명스런 표정과 말투.. 이런 남자들에게 하늘하늘한 술집 아가씨들은 최상의 연인이다. 날씬한 몸매, 세련된 머리와 옷 매무새, 향긋한 향수내음, 예쁜 얼굴과 간들거리는 말투.. 게다가 상대의 기분을 맞춰주는 게 직업인 아가씨들은 마누라에 질린 남자들에게 최상의 말벗도 된다. 세상에 이렇게 편한 상대가 없다. 아가씨와의 시간이 꿈만 같다.

그러나 남자들은 곧 정신을 차린다. 꿈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관계임을 깨닫는 것이다. 돈을 쏟아 부어야만 유지되는 관계임을 곧 깨닫는 것이다. 그래서 곧 헤어나오게 된다. 술집 아가씨들과의 코스는 대부분 이렇다. 그래서 여자들이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설사 약간 기분이 나쁘더라도 내색하지 않는다. 술집 아가씨와 경쟁한다는 느낌이 스스로 싫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사 걸려도 일이 크게 벌어지지는 않는다. ‘몇 대 쥐어 박고’ 대부분 마무리가 된다. 자기 남편이 술집의 아가씨와 잠시 놀아난 걸 문제삼아 이혼까지 불사하는 여자는 없다. 괘씸하기는 하지만 스스로 반성의 기회로 삼기도 한다.

여염집 여자랑 바람이 났다면 그걸 받아들이고 용서해주기는 어렵겠지만, 까짓 거 술집여자인데.. 이렇게 털어버리고 만다. 사랑이 오가고 애틋한 감정이 오가는 사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에선 이렇게 외도의 상대가 술집 아가씨이면 '면죄부'가 된다.



타이거 우즈의 외도
1. 얼마 전 유명한 토크쇼 사회자인 David Letterman이 부하 여직원과의 외도를 시인했다. 물론 자발적인 시인이 아니라 협박을 받자 자기가 먼저 터뜨려버린 거였다. 난 본인과 사람들의 다음 반응이 궁금했다. '저새끼 드뎌 끝났구나..' 하지만 다음 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는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고, 청중들은 그에게 웃음과 박수로 화답하고 있었다.
 
미국이라는 곳의 문화를 이해할 수 없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어땠을까? David Letterman이라면 한국에서는 강호동이나 유재석 정도의 비중감이다. 만약 강호동이나 유재석이 같이 일하던 방송작가와 잠자리를 여러 번 가졌고, 그걸 그쪽에서 협박을 하고, 그러다 고민하던 강호동 유재석이 억지로 떠밀려 불륜사실을 미리 시인했다면.. 바로 다음날 티비에 얼굴을 비칠 수 있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이들은 그 날로 방송 인생에 종지부를 찍었을 것이다.

근데 미국의 David Letterman은 멀쩡하다. 젊은 놈도 아니고 환갑이 넘은 놈이 젊은 부하 여직원과 그 짓을 하다 들통이 났는데도 그는 멀쩡하다. 허긴 대통령이 백악관 안에서 인턴 여직원과 그 짓을 했어도 용서해 주던 미국인들이다. 아마 미국인들 생각엔 ‘본인이 반성하고 배우자가 용서하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종결되는 모양이다.


2. 내 둘째 동생 타이거가 어려움에 빠졌다. (참고로 내 첫째 동생은 마이클 조던이다.) 애당초 타이거가 스웨덴 여자랑 결혼한다고 할 때부터 난 걱정을 했었다. '아 따식 그냥 편한 여자랑 하지.. 두고두고 불편할텐데..' 아니나 다를까 결혼 생활이 힘들었었나 보다. 그래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편한 상대가 필요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상대가 모두 술집 여자들이었다. 잘한 건 아니지만 그 상황이 애틋하다.


근데 하나가 터지자 비슷한 추문이 연이어 터진다. 파장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입을 다물고 있었던 여자들이 이때다 싶어 너도 나도 터뜨리는 중이다. 어차피 상황이 조성된 김에 한 몫 잡아보자는 속셈. 잘만하면 이 유명세를 이용해 인생역전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무서운 여자들이다. 타이거도 잘한 건 없지만 난 이 여자들이 더 밉다.

어쩌면 타이거의 부인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이 참에 아예 ‘같이 살기 드럽게 불편한’ 초특급스타와 이혼을 하고, 편하게 돈 펑펑 쓰면서 자유롭게 살 기회를 잡은건지도 모른다. 위자료로 무려 6천억원 정도를 챙길 수 있다고 한다. 이 정도 액수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못할 게 없다. 한번의 '새벽 액션'으로 손도 안대고 코를 시원하게 풀 수도 있게 되었다. 이래저래 타이거, 꼼짝없이 궁지에 몰렸다.


3. 타이거 사건을 접한 나의 첫 반응은 ‘휴- 다행이다. 상대가 술집 여자들이라..’ 였다. 보통의 한국남자들이 가지고 있는 개념으로 봐선 술집여자와 잠시 놀아난 이번 사건은 문제가 안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숱하게 외박을 해야 하는 이삼십대의 혈기왕성한 남자가 술집 아가씨와 잠시 정분 난 거.. 이거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거다. 여자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 지 몰라도 이건 그냥 ‘운이 없어 걸린 거’라고 다들 생각할 거라고 여겼던 거다.

(솔직히 말해보자. 겉으로 보이는 죄질로 본다면 ‘부하 여직원’과 바람을 피운 레터맨이 더 나쁘다. 둘 사이엔 감성이 상당부분 개입되어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론 추잡하기론 클린턴이 제일이고.. 그런데 미국인들은 이런 레터맨과 클린턴을 간단히 용서해 줬다. 빨리 시인하고 반성하고 용서받은 거다.)

내 생각엔 오히려 레터맨이 더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미국인들은 그게 아니다. 타이거에 더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우리 생각과 다른 모양이다. 타이거 사건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물론 타이거가 입을 열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물론 고소해 하는 시각도 있겠다. 흑인 주제에 북유럽 백인 여자를 데리고 사는 게 못마땅하던 차에 이놈 잘 걸렸다 생각하는. 하지만 이런 것들을 다 감안해도 미국인들의 현재 반응은 너무해 보인다.

타이거를 광고 후원하는 업체들이 계약파기를 고려하느니, 위약금을 물어야 할지도 모르느니.. 온통 타이거에 불리한 기사들뿐이다. 도대체 레터맨과 타이거의 상황은 서로 뭐가 다르길래 이런 현격한 온도차가 있는 걸까?


술집 아가씨라서 - 괘씸죄 가중처벌
놀랍게도 미국인들은 우리 생각과는 반대로 ‘불륜 상대가 술집여자’라는 것에 실망하고 분노하는 거라고 한다. 나는 상대가 ‘술집여자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미국인들은 천하의 타이거가 ‘기껏 술집 여자와’ 라며 실망하고 분노한다는 것이다.

타이거가 인기있었던 것은 그의 골프실력 때문만이 아니다. 그의 절제있고 품위있는 행동거지가 큰 몫을 했던 거였다. 그러던 그가 '기껏' 술집여자와 놀아난 것이다. 그래서 미국인들이 더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는 거였다.


똑같이 술집아가씨와 놀아나도, 이렇게 느낌이 다른 한국과 미국이다.
한국에선 면죄부가 되고, 미국에선 괘씸죄에 가중처벌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