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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학

육식숭배 13 - 소들의 인생, 지옥에서 도살장으로

소의 허리척추뼈(lumbar vertebra) 앞쪽에 위치하는 근육들을 보자.

작은허리근(psoas minor m.)
큰허리근(psoas major m.)
장골근(iliacus m.)
허리사각근(quadratus lumborum m.)
허리가로사이근(lumbar intertransverse m.)
대퇴비스듬근(sartorius m.)

근데 모두 처음들어보는 이름들이다. 왜냐하면 우린 이 원래의 이름을 부르지 않기 때문이다.

안심(Tender loin), 혹은 필레미뇽(Filet Mignon)
소의 허리사각근(요방형근)이라고 부르면 소 시체의 징그런 근육이 연상되지만 텐더로인이나 필레미뇽이라고 부르면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의 맛있는 음식으로 변하고 만다.

등심(Rib loin)
소의 첫째늑골부터 열셋째늑골까지의 등쪽 부위에 걸친 근육을 말하는데 이 근육들 중 등최장근(longissimus thoracis)을 꽃등심(well marbled loin)으로 부른다.

목심(Neck)
첫째부터 일곱째 경추 주위에 분포하는 목덜미 근육을 말하는데 이중 긴목근(longus colli m.)을 제비추리라고 하며 경골과 뭉치사태의 사이에 있는 근육들을 아롱사태라고 한다.

양지(Brisket and flank)
몸통의 앞가슴(앞마구리 )부터 허리까지 이르는 부위의 근육들이며 이중 흉골과 흉연골 외측의 기름진 근육들을 차돌박이라고 부르며 몸통피부근을 치맛살(flank steak)이라고 부른다.

갈비(Rib)
첫째늑골 부터 열셋째늑골까지 13대로 된 늑골의 옆을 덮는 근육이다.

안심, 필레미뇽, 꽃등심, 차돌박이, 치맛살.. 우리들은 마술에 걸려버린다. 이것들이 소의 시체에서 떼어낸 덩어리들이라는 걸 완전히 망각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은 나의 친한 동무, 우리집 소 누렁이를 잡기로 한 날이라고 합니다. 아이 아버지가 소를 끌고 도살장으로 향했습니다. 그 뒤를 아이가 따라갔습니다. 그 뒤로는 마을 사람들이 따랐습니다. 도살장 앞에서 누렁이가 그 큰 눈에 눈물을 주르르 흘렸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뒤로 돌려 살려달라 애원하듯 아이를 쳐다봤습니다. 아이가 달려가 누렁이 목을 껴안고 흐느꼈습니다. 아이의 아버지가 억지로 아이를 떼어놨습니다. 이윽고 소 잡는 아저씨가 돌치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한 아저씨는 누렁이가 꼼짝 못하게 코뚜레를 붙들고 다른 아저씨는 돌치를 쳐들었습니다. 돌치를 쳐다보고 있는 누렁이의 한쪽 눈을 손으로 가리고, 아저씨는 뿔과 뿔 사이를 정통으로 내리쳤습니다. 누렁이는 앞무릎을 꿇더니 쿵 하고 넘어졌습니다.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누렁이는 갈기갈기 찢겨져 사람들이 나눠갖고 코뚜레만 남았습니다. 그 코뚜레를 들고 아이의 아버지는 터벅터벅 걸어가고, 아이는 눈물을 흘리며 그 뒤를 따라갔습니다."

천만 다행으로 우리들은 이 아이처럼 감상에 젖어 눈물을 흘릴 필요가 전혀 없다. 소의 도살로부터 완벽하게 격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제 올라온 동영상은 미국 아이오와주의 한 도살장에서의 소의 도살장면이다. 그 동영상을 중간에 끄지 않고 끝까지 다 보신 분은 아마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차마 입으로 옮기기조차도 역겹다. 소의 뇌를 파내 신경뭉치들을 꺼내고..


그러나 소들은 죽을때만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들은 살아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그래서 소들의 운명을 얘기할 때 ‘지옥에서 도살장으로’ 라는 표현을 쓴다. 그들에게 도살장은 지옥을 벗어나는 가장 행복한 순간일 수도 있다. 자연상태론 25년을 살아야 할 소를 인간들은 인공수정을 통해 만들어내어 그것을 단 2년을 키우고 죽인다. 그렇게 빨리, 크게 키우기 위해 성장홀몬이 대량으로 투여된다.

부드러운 육질을 위해 운동은 철저히 제한된다. 꽃등심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알고 있는가? 소의 등최장근은 원래 기름이 별로 없다. 꽃등심은 기름이 군데군데 마블처럼 박힌 것을 말한다. 그 기름 마블을 늘리기 위해선 소의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서 앉고 일어서는 동작 외에는 아무런 동작도 취할 수 없을만큼 타이트하게 쇠사슬로 묶어서 키운다. 소는 평생을 그렇게 숨막히게 꽁꽁 묶여지내면서 꽃등심을 억지로 늘리곤 죽어가는 것이다.

그들은 이미 우리와 똑 같은 신의 피조물, 생명체가 아니라 식품공장의 원재료다. 비좁고 비위생적인 축사에서 몸을 부대끼며 절규하는 소들의 모습은 유황불구덩이에서 신음하는 지옥의 모습이다. 그 식재료가 변질되지 않도록 그들에겐 항생제가 다량으로 투여된다. 전세계 항생제 생산량의 70%가 동물의 사료에 들어간다. 그들은 풀을 뜯어먹을 권리를 빼앗기고 곡물사료만을 먹는다. 이렇게 소들은 2년간 식품으로 만들어 진다.

지옥 같은 2년의 생이 마감될 때 그들은 눈물을 흘린다. 소는 고등 포유류이다. 죽음에 임박하면 그들은 그것을 알아차린다. 한많은 생을 마감하면서 흘리는 눈물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다. 뼈에 절은 원한의 눈물이다. 인간에 대한 그 모든 원한이 그대로 고기에 젖어든다. 우리가 혀끝 즐거움을 위해 그들의 고기를 먹을 때 우리는 그들의 그 원한을 그대로 목구멍으로 넣고 있는 것이다.

사자가 들소의 목을 물고 숨통을 끊어 들소를 뜯어먹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그러나 혀끝, 목구멍 즐거움을 위해 인간이 소들을 대량으로 죽이는 것은 자연에 역행하는 일이다. 인정한다. 인류가 생존을 위해 육식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금의 육식습관이나 가축의 대량 살상은 인류의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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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식숭배 3 – 인간은 잡식동물도 아니다
→ 육식숭배 4 – 고기를 먹어줘야 한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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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식숭배 8 – 갑빠엔 닭가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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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식숭배 12 – 도살, 그 끔찍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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