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십년 전, 공중위생
a. 소독차가 소독약을 연기처럼 뿜어내며 동네에 들어오면 동네의 모든 꼬마들은 모두 뛰어나가 그 소독약차 뒤를 따라다녔다. 뿌연 소독약 속에선 앞도 안보이고 코와 목도 따갑고 눈물도 쏟아져 나왔는데도 아이들은 그 소독약차를 따라 뛰어다녔다.
무슨 목적이 있어서 그런건 아니었다. 아이들이 하니까 나도 덩달아 따라나갔었다. 그 행동은 아마 일부 어른들이 ‘아이들 몸 전체를 공짜로 소독’ 시키려고 자기 애들을 억지로 그 연기속에 몰아 넣었던 게 시작이었을 거라고 짐작된다. 머리속 이, 몸속 벼룩, 그리고 내장속에 있는 기생충까지.. 지금 생각해보면 끔찍하기 이를데 없다. 그 독한 소독약 속을 수십분씩 뛰어다니면서 다 들여마셨었다니.. 그래서 소독약차가 한번 지나간 뒤엔 동네의 모든 아이들이 며칠간 컨디션이 떨어졌었을 것이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집에서도 가끔 손으로 뿜는 소독기구로 냄새가 아주 고약한 소독약을 집안 구석구석 뿌려댔었다. 아마 빈대와 벼룩을 죽이는 약이었을 거다. 얼마나 그게 독했던지 그 소독을 한번 하고 나면 벌레만 죽는 게 아니라 사람들도 한동안 골골댔었었다.
b. 꼬맹이들을 공포에 몰아넣던 연례행사.. 바로 학교에서 단체로 하던 예방주사접종이다.
그걸 안 맞겠다고 ‘지금 저 감기걸렸는데요’ 주장하는 놈들이 간혹 있었지만 실제로 받아들여지는 건 한번도 본적이 없다. 선생님의 눈을 피해 줄을 이탈해서 ‘벌써 주사 맞은 척’ 했던 놈들은 담날 팔둑검사(주사맞은 자리 검사)에 예외없이 걸려, 일단 존나게 맞은 후 양호선생님에게 끌려가 예방접종이 진행중인 다른학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와야만 했었다. 무시무시했던 ‘불주사’. 그 불주사가 ‘천연두’였는지 ‘결핵’이었는지, 아니면 둘 다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우리들의 어깨엔 아직까지도 그 참혹했던 불주사의 흔적이 남아있다.
c. 전국민이 쥐잡기에 나섰었다.
전염병을 옮기는 제 1의 원인이라는 쥐. 마녀사냥하듯 전 국민이 이 쥐잡기 열풍에 휩싸였었다. 잡은 쥐의 시체를 학교에 의무적으로 가져갔어야 했는데, 쥐를 잡지 못했으면 이웃이나 친구에게 쥐의 시체를 구걸하다시피 얻어야 했다. 쥐의 시체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사진을 찍기도 했었는데, 물론 그 쥐 산더미의 속은 그냥 흙더미였었다.
d. 대변검사.. 가장 귀찮았던 게 바로 이거였다. 재래식 변소 똥통 구멍 옆에 신문지를 깔고 일을 치뤄야 하는데, 소변은 똥통으로 들어가게 조준을 하고 대변만 신문지에 얹는 기술이 필요했었다. 그렇게 안착한 대변을 성냥개비로 조금 뜯어내어 작은 비닐봉지에 넣고 입구를 불로 봉하고, 그리고 그 비닐봉투를 채변봉투에 넣으면 되는 것이었지만 할때마다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래서 주변엔 남의 똥을 담아오는 아이들이 수두룩했었다. 어쩌다 기생충이 있는 것으로 결과가 나오면 학교에서 주는 약을 먹고, 또 며칠 후 내 몸밖으로 나온 그 기생충의 시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당시 추잡한 유머도 많았다. 라면을 먹다 씹는 감촉이 이상해서 뱉어보니 그게 회충이었다는 둥..
2. 수십년 후, 결핵보균자?
미국 이민심사 때에 실시하는 TB테스트란 게 있다. 결핵검사이다. 근데 이 검사에서 나와 야채가 나란히 ‘양성반응’이 나왔었다. 깜짝 놀랐다. 머라? 양성반응? 그렇다면 우리가 결핵균 보균자? 그래서 쉬쉬하면서 엑스레이를 찍고.. 결국 아무런 이상 없다는 결과를 받았는데, 슬쩍 뜯어봤던 의사 소견서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수십년전 한국에서 BCG접종’.. 알고 봤더니 한국인들의 90%가 미국의 TB테스트에 양성반응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 원인이 바로 전국민이 어릴 때 맞았던 그 불주사 BCG때문이라는 것이고.
근데 더 좀 알아보니 미국 의학계 일부에서는 이렇게 BCG 로 인해 생긴 항체가 테스트에 나타난 거라는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한다. BCG로 인한 항체는 테스트에 나타나지 않으며 TB 테스트에 양성반응이라면 명백한 결핵균 보균자라는 주장인 것이다. 놀랍게도 WHO에서 우리 한국을 여러 후진국들처럼 ‘결핵보유국’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것도 이때 알았다.
어라? 이게 뭔가? 우리나라가 아직도 결핵보유국? 수십년전부터 지금까지 전 국민이 강제적으로 결핵 백신을 맞아온 우리나라가 아직도 결핵보유국? 그게 아니라면 21세기 미국의 결핵검사가 아직도 결핵 보균자와 항체보유자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말? 아니면 혹시 내가 삼십몇년전에 맞았었던 결핵 백신에 문제가 있었던 것? 도대체 뭐야 이거?
과거 한국에서는 별로 들어보지 못했었는데 미국에 와서 빈번하게 듣는 질병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그중 한가지가 바로 ‘자폐증’이라는 게 있다. Autism.. 의사 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 이해 능력에 저하를 일으키는 신경발달 장애를 뜻한다. 이 증상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서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것만은 모두 인정한다. 즉 ‘정신적’인 장애가 아니라 ‘신체적’인 장애로 추측하고 있는 것이다. 의학자들의 여러가지 주장에서 하나 시선을 끄는 게 있었다. 바로 이 자폐증의 원인이 영아기시절부터 맞아온 여러가지 ‘백신에 의한 부작용’이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이 지금 상당히 설득력있게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진 증거불충분이다.
3. 딜레마
내가 아무리 현대의학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공중보건과 예방의학으로 인해 상당수의 전염병들이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그 공적은 털끝만큼도 의심하지 않는다. 백신과 항생제의 개발, 공중위생의 현저한 개선, 철저한 예방수칙.. 이로 인해 질병들이 상당히 정복되었다. 우리 자랄 때만 해도 어려서 죽은 형제자매가 집집마다 한둘씩은 꼭 있었지만 요즈음엔 거의 없다. 만약 요즘 세상에 홍역에 걸려 죽은 아이가 있다면 그건 탑 뉴스감이다. 이제 과거에 우릴 공포에 떨게했던 전염병들은 모두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있다. 다 공중보건과 예방의학의 발달때문이다.
덕분에 우리 국민들의 평균수명이 놀랄만큼 늘어났다. 1970년에 62세정도였던 평균수명이 2005년엔 79세정도로 늘었다. 수치로만 본다면 35년만에 한국인의 수명이 17년 늘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 뜻일까? 아니다. 1970년의 평균수명이 낮은 것은 영아사망이 많았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이 죽으면 국민의 평균수명 수치를 확 깎아먹는다. 근데 공중보건과 예방의학의 발달로 어려서 죽는 아이들이 거의 없어졌다. 이래서 국민의 평균수명 수치가 확 늘어난거다. 평균수명이 17년 늘어났다는 건 이렇게 후진국형 전염병들을 원천 차단함으로써 영아 사망이 줄었다는 얘기지 한국인의 수명이 진짜로 17년이 더 늘어났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자.. 국민들의 평균수명이 17년이나 높아진 지금 한번 생각해 보자. 요즈음 우리 한국인들은 과거보다 훨씬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지.. 현대의학의 덕택으로 우리들이 과연 과거에는 꿈도 꿀 수 없었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얼렁뚱땅 생각하지 말고 깊이 심각하게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 어렸을 적 우리들 생각도 좀 해보고, 우리 어렸을 적 어른들 생각도 좀 해보고, 우리 어렸을 적 사람들이 고생하던 병들이 대체 뭐 있었나 생각해보고, 요즈음 우리들이 고생하는 병들은 또 어떤 건지 생각해보고.. 조금만 깊이 생각했다면 누구나 비슷한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사실 우리 주변에 전염병만 없어졌지 전체적인 건강의 질은 오히려 훨씬 더 나빠졌다.’
요즈음 주변을 돌아보면 과거엔 없었던 여러가지 만성질병들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만성 질병 한두가지씩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옛날엔 진단을 받지 않아서 몰랐었을 뿐이지 과거에도 이런 만성질병들은 많았었을 거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예를 들면.. 우리 어릴 적엔 주변에 태열(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가 아예 없었다. 갓난아기때 잠시 그러다 마는 아이는 간혹 있었어도 자라서까지 그걸로 고생하는 아이는 없었다. 근데 요즘엔 한집 걸러 한명씩 중증의 아토피로 아이들이 고생한다. 뿐만 아니다. 한동안 시끄럽던 싸스, 구제역 그리고 요즈음 한국을 발칵뒤집어 놓은 광우병과 조류독감.
위생상태가 좋아지고 예방의학이 발달해서 없어진 건 세균성 전염병들뿐이다. 오히려 정체불명의 기괴한 질병들이 수도 없이 튀어나와 더욱 기승을 부린다. 현대의학이 뛰면 뛸수록 질병은 점점 더 인류의 목을 죄어온다. 물론 대부분의 인류는 의학덕에 이나마 건강하게 사는 거라고 착각하고 있겠지만. 이제 결론은 났다.
'공중위생'과 '예방의학', 그리고 질병에 대한 '공격적 치료'는 이제 임무를 마쳤다.
이제 미래의 의학은 접근 방법을 바꿔야 한다.
'과학이 싸질러 놓은 똥을 의학이 개범벅한게 바로 현대의 질병이다'
→ 광우병 1 – 현대의학은 양치기 소년
→ 광우병 2 – 과학이 싸지른 똥을 의학이 개범벅
→ 광우병 3 – 광우병을 보지 말고 그 경고를 보라
→ 광우병 4 – 도둑놈 신발에 묻은 흙
→ 광우병 5 – 채식을 시작할 절호의 기회
a. 소독차가 소독약을 연기처럼 뿜어내며 동네에 들어오면 동네의 모든 꼬마들은 모두 뛰어나가 그 소독약차 뒤를 따라다녔다. 뿌연 소독약 속에선 앞도 안보이고 코와 목도 따갑고 눈물도 쏟아져 나왔는데도 아이들은 그 소독약차를 따라 뛰어다녔다.
무슨 목적이 있어서 그런건 아니었다. 아이들이 하니까 나도 덩달아 따라나갔었다. 그 행동은 아마 일부 어른들이 ‘아이들 몸 전체를 공짜로 소독’ 시키려고 자기 애들을 억지로 그 연기속에 몰아 넣었던 게 시작이었을 거라고 짐작된다. 머리속 이, 몸속 벼룩, 그리고 내장속에 있는 기생충까지.. 지금 생각해보면 끔찍하기 이를데 없다. 그 독한 소독약 속을 수십분씩 뛰어다니면서 다 들여마셨었다니.. 그래서 소독약차가 한번 지나간 뒤엔 동네의 모든 아이들이 며칠간 컨디션이 떨어졌었을 것이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집에서도 가끔 손으로 뿜는 소독기구로 냄새가 아주 고약한 소독약을 집안 구석구석 뿌려댔었다. 아마 빈대와 벼룩을 죽이는 약이었을 거다. 얼마나 그게 독했던지 그 소독을 한번 하고 나면 벌레만 죽는 게 아니라 사람들도 한동안 골골댔었었다.
b. 꼬맹이들을 공포에 몰아넣던 연례행사.. 바로 학교에서 단체로 하던 예방주사접종이다.
그걸 안 맞겠다고 ‘지금 저 감기걸렸는데요’ 주장하는 놈들이 간혹 있었지만 실제로 받아들여지는 건 한번도 본적이 없다. 선생님의 눈을 피해 줄을 이탈해서 ‘벌써 주사 맞은 척’ 했던 놈들은 담날 팔둑검사(주사맞은 자리 검사)에 예외없이 걸려, 일단 존나게 맞은 후 양호선생님에게 끌려가 예방접종이 진행중인 다른학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와야만 했었다. 무시무시했던 ‘불주사’. 그 불주사가 ‘천연두’였는지 ‘결핵’이었는지, 아니면 둘 다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우리들의 어깨엔 아직까지도 그 참혹했던 불주사의 흔적이 남아있다.
c. 전국민이 쥐잡기에 나섰었다.
전염병을 옮기는 제 1의 원인이라는 쥐. 마녀사냥하듯 전 국민이 이 쥐잡기 열풍에 휩싸였었다. 잡은 쥐의 시체를 학교에 의무적으로 가져갔어야 했는데, 쥐를 잡지 못했으면 이웃이나 친구에게 쥐의 시체를 구걸하다시피 얻어야 했다. 쥐의 시체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사진을 찍기도 했었는데, 물론 그 쥐 산더미의 속은 그냥 흙더미였었다.
d. 대변검사.. 가장 귀찮았던 게 바로 이거였다. 재래식 변소 똥통 구멍 옆에 신문지를 깔고 일을 치뤄야 하는데, 소변은 똥통으로 들어가게 조준을 하고 대변만 신문지에 얹는 기술이 필요했었다. 그렇게 안착한 대변을 성냥개비로 조금 뜯어내어 작은 비닐봉지에 넣고 입구를 불로 봉하고, 그리고 그 비닐봉투를 채변봉투에 넣으면 되는 것이었지만 할때마다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래서 주변엔 남의 똥을 담아오는 아이들이 수두룩했었다. 어쩌다 기생충이 있는 것으로 결과가 나오면 학교에서 주는 약을 먹고, 또 며칠 후 내 몸밖으로 나온 그 기생충의 시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당시 추잡한 유머도 많았다. 라면을 먹다 씹는 감촉이 이상해서 뱉어보니 그게 회충이었다는 둥..
2. 수십년 후, 결핵보균자?
미국 이민심사 때에 실시하는 TB테스트란 게 있다. 결핵검사이다. 근데 이 검사에서 나와 야채가 나란히 ‘양성반응’이 나왔었다. 깜짝 놀랐다. 머라? 양성반응? 그렇다면 우리가 결핵균 보균자? 그래서 쉬쉬하면서 엑스레이를 찍고.. 결국 아무런 이상 없다는 결과를 받았는데, 슬쩍 뜯어봤던 의사 소견서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수십년전 한국에서 BCG접종’.. 알고 봤더니 한국인들의 90%가 미국의 TB테스트에 양성반응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 원인이 바로 전국민이 어릴 때 맞았던 그 불주사 BCG때문이라는 것이고.
근데 더 좀 알아보니 미국 의학계 일부에서는 이렇게 BCG 로 인해 생긴 항체가 테스트에 나타난 거라는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한다. BCG로 인한 항체는 테스트에 나타나지 않으며 TB 테스트에 양성반응이라면 명백한 결핵균 보균자라는 주장인 것이다. 놀랍게도 WHO에서 우리 한국을 여러 후진국들처럼 ‘결핵보유국’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것도 이때 알았다.
어라? 이게 뭔가? 우리나라가 아직도 결핵보유국? 수십년전부터 지금까지 전 국민이 강제적으로 결핵 백신을 맞아온 우리나라가 아직도 결핵보유국? 그게 아니라면 21세기 미국의 결핵검사가 아직도 결핵 보균자와 항체보유자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말? 아니면 혹시 내가 삼십몇년전에 맞았었던 결핵 백신에 문제가 있었던 것? 도대체 뭐야 이거?
과거 한국에서는 별로 들어보지 못했었는데 미국에 와서 빈번하게 듣는 질병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그중 한가지가 바로 ‘자폐증’이라는 게 있다. Autism.. 의사 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 이해 능력에 저하를 일으키는 신경발달 장애를 뜻한다. 이 증상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서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것만은 모두 인정한다. 즉 ‘정신적’인 장애가 아니라 ‘신체적’인 장애로 추측하고 있는 것이다. 의학자들의 여러가지 주장에서 하나 시선을 끄는 게 있었다. 바로 이 자폐증의 원인이 영아기시절부터 맞아온 여러가지 ‘백신에 의한 부작용’이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이 지금 상당히 설득력있게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진 증거불충분이다.
3. 딜레마
내가 아무리 현대의학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공중보건과 예방의학으로 인해 상당수의 전염병들이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그 공적은 털끝만큼도 의심하지 않는다. 백신과 항생제의 개발, 공중위생의 현저한 개선, 철저한 예방수칙.. 이로 인해 질병들이 상당히 정복되었다. 우리 자랄 때만 해도 어려서 죽은 형제자매가 집집마다 한둘씩은 꼭 있었지만 요즈음엔 거의 없다. 만약 요즘 세상에 홍역에 걸려 죽은 아이가 있다면 그건 탑 뉴스감이다. 이제 과거에 우릴 공포에 떨게했던 전염병들은 모두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있다. 다 공중보건과 예방의학의 발달때문이다.
덕분에 우리 국민들의 평균수명이 놀랄만큼 늘어났다. 1970년에 62세정도였던 평균수명이 2005년엔 79세정도로 늘었다. 수치로만 본다면 35년만에 한국인의 수명이 17년 늘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 뜻일까? 아니다. 1970년의 평균수명이 낮은 것은 영아사망이 많았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이 죽으면 국민의 평균수명 수치를 확 깎아먹는다. 근데 공중보건과 예방의학의 발달로 어려서 죽는 아이들이 거의 없어졌다. 이래서 국민의 평균수명 수치가 확 늘어난거다. 평균수명이 17년 늘어났다는 건 이렇게 후진국형 전염병들을 원천 차단함으로써 영아 사망이 줄었다는 얘기지 한국인의 수명이 진짜로 17년이 더 늘어났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자.. 국민들의 평균수명이 17년이나 높아진 지금 한번 생각해 보자. 요즈음 우리 한국인들은 과거보다 훨씬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지.. 현대의학의 덕택으로 우리들이 과연 과거에는 꿈도 꿀 수 없었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얼렁뚱땅 생각하지 말고 깊이 심각하게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 어렸을 적 우리들 생각도 좀 해보고, 우리 어렸을 적 어른들 생각도 좀 해보고, 우리 어렸을 적 사람들이 고생하던 병들이 대체 뭐 있었나 생각해보고, 요즈음 우리들이 고생하는 병들은 또 어떤 건지 생각해보고.. 조금만 깊이 생각했다면 누구나 비슷한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사실 우리 주변에 전염병만 없어졌지 전체적인 건강의 질은 오히려 훨씬 더 나빠졌다.’
요즈음 주변을 돌아보면 과거엔 없었던 여러가지 만성질병들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만성 질병 한두가지씩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옛날엔 진단을 받지 않아서 몰랐었을 뿐이지 과거에도 이런 만성질병들은 많았었을 거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예를 들면.. 우리 어릴 적엔 주변에 태열(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가 아예 없었다. 갓난아기때 잠시 그러다 마는 아이는 간혹 있었어도 자라서까지 그걸로 고생하는 아이는 없었다. 근데 요즘엔 한집 걸러 한명씩 중증의 아토피로 아이들이 고생한다. 뿐만 아니다. 한동안 시끄럽던 싸스, 구제역 그리고 요즈음 한국을 발칵뒤집어 놓은 광우병과 조류독감.
위생상태가 좋아지고 예방의학이 발달해서 없어진 건 세균성 전염병들뿐이다. 오히려 정체불명의 기괴한 질병들이 수도 없이 튀어나와 더욱 기승을 부린다. 현대의학이 뛰면 뛸수록 질병은 점점 더 인류의 목을 죄어온다. 물론 대부분의 인류는 의학덕에 이나마 건강하게 사는 거라고 착각하고 있겠지만. 이제 결론은 났다.
'공중위생'과 '예방의학', 그리고 질병에 대한 '공격적 치료'는 이제 임무를 마쳤다.
이제 미래의 의학은 접근 방법을 바꿔야 한다.
'과학이 싸질러 놓은 똥을 의학이 개범벅한게 바로 현대의 질병이다'
→ 광우병 1 – 현대의학은 양치기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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