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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팡생각

반일 vs 혐한 4 - 실체가 없는 반일

우리가 인식했든 못했든 우리들은 학교시절부터 줄기차게 ‘공공연한 반공교육’과 ‘암묵적 반일교육’을 받으면서 자라왔다. 이 빨갱이와 쪽바리에 대한 맹목적 적대감은 참으로 대단해서 이 땅위에 친북과 친일은 결코 발을 붙일 수 없을 것 같은, 역사와 민족의 적이었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친북'이 '애국애족'이 되어버린 세상이 왔다. 참으로 놀라운 변화다. 그러나 이것은 진보와 개화에 의한 산물이 아니라 유례를 찾기 힘든 우리들 ‘과잉 민족주의’ 와 ‘과잉 국수주의’의 산물이다.

이런 흐름을 타고 친일에 대한 시각은 점점 더욱 적대시되며 강해지고 있다. 어릴때부터 시작된 세뇌교육과 집단최면, 집단광기가 어우러져 극을 치닫고 있다. 친일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다른 시각을 보이는 것은 우리나라에선 절대금기사항이다. 다른 종교의 신을 비난하는 것보다도 더욱 엄격한 금기이다. 어렵사리 긍정적 의미에서라도 친일선언을 했다간 한국땅에서 숨쉬고 살아가기가 힘들어 진다. 우리나라에서 친일은 아직도 쳐죽일 매국노이며, 반일은 거룩한 민족주의이다.


그 거룩한 반일감정의 속을 들여다 보자. 근데 암만 깊숙히 들여다 보아도 희한하게 대부분 우리 한국사람들이 가진 반일감정엔 실체가 없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냥 싫고 그냥 증오하고 그냥 욕하는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흥분할 줄 안다. 실체가 왜 없느냐? 일제강점, 신사참배, 독도분쟁, 교과서왜곡, 반성하지 않는 뻔뻔함.. 열거하기도 힘들만큼 수두룩하다고.

그러나 독도 분쟁외에 나머지 것들은 현재의 우리한테 솔직히 별 의미가 없다. 우리가 진정으로 역사에 대한 깊은 인식이 있고 지나간 역사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반일하는 것이라면 나도 할말은 없다. 그러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면 우리의 반일엔 이러한 문제의식은 결여되어 있다. 그저 감정의 차원이다.

대부분의 우리들은 그저 아버지가 그랬었고 어머니가 그랬었고, 학교의 선생님이 줄기차게 그랬었고, 지금 주변의 사람들이 대부분 그러니까 같이 그러고 있다. 뚜렷한 문제의식 없이 그저 일본이 싫으니까 맹목적으로 반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나온다. ‘이 새끼 아무래도 조상이 친일파였나 보다.. 네가 정신대 할머니들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 단 한번이라도 생각해 보고 이런 소릴 지껄이느냐.. 전국민의 역량을 한군데에 모아서 대처해도 어려울 판에.. 그렇게 일본이 좋으면 그냥 일본에 가서 쪽바리 똥구멍이나 빨면서 살아라..’

2006년 우리에게 남은 반일과 혐한은 그저 두 민족간의 자존심 싸움이다. 민족이 같은지 다른지는 불분명하니까 그저 두 ‘나라’간의 자존심 싸움이다. 반일과 혐한만을 놓고 본다면 반일이 먼저이다. 반일이 혐한을 불러일으킨 면이 더 강하다는 얘기다.

가슴이 답답한 것중의 하나는, 반일을 외치는 사람들중엔 한번도 일본인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만나본 적도 없을뿐더러 앞으로 만날 일도 없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저 일제강점을 경험한 아버지때부터 내려온 국민정서에 따라 일본놈은 나쁜놈, 더럽고 치사한 쪽바리근성.. 이러면서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것뿐이다.

이쪽 우물안 개구리가 옆 우물 개구리를 욕하고 있다.정치인과 언론이 조작한 과잉민족주의가 빚어낸 철부지들의 집단광기다. 평생 일본인을 만날 일이 없는 우물안 개구리들이 비이성적으로 일본인을 마음껏 욕할 때, 바깥에 나가서 회사를 위해, 국가를 위해 일본인을 만나야 하는 사람들만 곤혹스럽다. 소위 초딩수준의 우물안 개구리들이 가상의 적을 향해 욕지거리를 하면, 현실에서 직접 일본인을 상대하는 수많은 산업의 역군들은 괴롭다.


들어서 기분 나쁜 얘기 하나만 더 해보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인들을 무시하고 싫어한다. 이유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들 중국인들이 좀 지저분하고 무식하고 무례하다는 것이 그 중의 하나일 게다. 사실 나 역시 중국인이나 조선족들을 상대하다 보면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다. 좀 어글리하다는..

근데 안타깝게도 일본인들이 우리 한국인들에게 그런 비슷한 느낌을 가진다. 상당히 기분 나쁘게 들리는 말이지만 사실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일본인들은 한국인과 중국인들을 별로 차이를 두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비슷하게 아직은 덜 시빌라이즈 된 사람들.. 이런 정도다.

여러 민족이 모여 사는 미국에서 인종간 민족간 차별은 확실하게 존재한다. 우리가 똑같이 코케이시언, 같은 사람들이라고 여기는 백인들 간에도 엄연하게 차별이 존재한다. 하물며 백인이 아닌 사람들, 통칭하여 유색인종이라고 불리우는 민족들은 당연히 백인들보다 훨씬 열등한 민족으로 여겨진다. 각 민족들마다 자기네들이 백인 다음의 민족이라고 스스로 여기며 자위하고 있을 뿐이다. 참 부끄럽고 열 받는 현실이다.

한가지 놀라운 것은 백인들이 일본인 만큼은 자기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여기고 존중한다는 사실이다. 우리 한국인? 처참하게도 우리가 그렇게 가난하다고 무시하는 인도인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그게 현실이다.

비슷하게 생겨서 외국인들이 잘 구분하지 못하는 동양의 세나라 사람들, 일본 한국 중국인.. 일본인들 때문에 동양인의 전체 위상이 올라간 것.. 한국인 중국인들이 일본인들 덕에 덩달아 위상이 조금 올라간 것.. 받아들이기 싫지만 사실이다.

공항 같은 공공장소에서 어글리한 행동을 거리낌없이 하는 중국인들을 볼 때 얼굴이 화끈거린다. 외국인들은 구분하기 힘든 비슷한 같은 동양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렇게 느끼듯 일본인들도 어글리한 한국인을 볼 때 똑 같은 화끈거림을 느낄 것이다. 그런 것들이 알게 모르게 표현이 될 것이고 동양삼국의 사람들은 그렇게 서로 애증을 품을 것이다.


→ 반일 vs 혐한 1 – 그냥 일본이 싫다
→ 반일 vs 혐한 2 – 이치로 망언?
→ 반일 vs 혐한 3 – 한일간의 시각차이
→ 반일 vs 혐한 4 – 실체가 없는 반일
→ 반일 vs 혐한 5 – 이제는 친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