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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얘기

박자 타기 어려운 Govi - Language of the Heart

시작 박자가 헷갈리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워낙 유명한 곡이라 거의 누구나 음악을 들으며 멜로디를 흥얼거릴 수 있을 겁니. 하지만 이렇게 유명한 곡이지만 노래를 '시작하기’가 만만치 않다. 노래 시작부분의 리듬타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8분의 6박자의 곡인데.. 문제는 전주의 앞 부분이 박자에 전혀 얽매이지 않는 ‘연주 모드’라는 점입니다. 그러다가 노래 시작 직전에야 갑자기 ‘반주 모드’로 들어가는데.. 이게 ‘도미솔도솔미 도미솔도솔미’입니다. (다장조로 치자면) 이걸 두세번 듣고 바로 리듬을 타서 노래를 시작해야 하는데.. 여기서 헷갈리는 겁니다.

보다시피 리듬타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도미솔 도솔미 도미솔 도솔미’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패턴이기 때문입니다. 가요 4분의 4박자 ‘슬로우 록’의 리듬, 양희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대표적입니다. ‘도미솔 도솔미 도미솔 도솔미’로 시작했다가, 중간에 멋을 부려 ‘도미솔 도솔미 도솔미 도솔미’로 바꾸던 바로 그 패턴인 겁니다.

그래서 이 패턴에 익숙한 우리들은 히브리노예들의 합창도 4/4박의 노래처럼 시작하기 쉽습니다. 근데 히브리는 6/8박자의 노래입니다. 똑 같은 ‘도미솔도솔미 도미솔도솔미’인데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왜 6/8 박자일까? 도대체6/8박자와 4/4박자 반주 패턴이 어떻게 똑 같을 수 있는 걸까? 

구성이 똑 같아도 리듬을 어떻게 타느냐에 따라 6/8도 되고 4/4박도 되기 때문입니다. 글로 설명하기가 참 어려운데.. 히브리 전주인 ‘도미솔도솔미 도미솔도솔미’를 다음과 같은 두가지 패턴으로 받아 들일 수 있습니다.

‘도미솔 ˇ 도솔미 ˇ 도미솔 ˇ 도솔미’ 
‘도미 ˇ 솔도 ˇ 솔미 ˇ 도미 ˇ 솔도ˇ 솔미’

구분을 위해 액센트를 좀 과다하게 줘서 녹음해 봤습니다.

 


첫번째 리듬은 밋밋하게 친 도미솔도솔미 도미솔도솔미 도미솔도솔미 도
두번째 리듬은 도미솔 ˇ 도솔미 ˇ 도미솔 ˇ 도솔미 ˇ 도미솔 ˇ 도솔미 ˇ 도 
세번째 리듬은 도미 ˇ 솔도 ˇ 솔미 ˇ 도미 ˇ 솔도ˇ 솔미 ˇ 도미 ˇ 솔도ˇ 솔미 ˇ 도


음의 구성은 똑 같은데 셋씩 끊어서 리듬을 타면 4/4박자(혹은 2/4박자)가 되고, 둘씩 끊어서 리듬을 타면 6/8박자(혹은 3/4박자)가 됩니다. 근데 이걸 피아노로 밋밋하게 치면 구분이 안 갑니다. 히브리 시작부분의 피아노 반주가 딱 이렇습니다. 그래서 세번째 리듬으로 음을 끊어서 리듬을 타야만 했었습니다. 근데 이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당시 지휘자였던 장광수형은 손으로 큰 삼각형을 그려줬었습니다. 4/4박으로 빠지지 말라고.


박자가 더 헷갈리는 'Language of the Heart'
엊그제 무척 아름다운 기타연주곡 하나를 연습하기 시작했습니다. Govi의 연주곡 language of the heart. 저작권 문제가 있으므로 앞부분만 올립니다. (계속 반복되므로 1분쯤 후에 멈추시기 바랍니다^^)

얼핏 들으니 상당히 쉬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공개된 악보가 없어서 직접 채보해야만 했습니다. 근데 채보를 위해 이 곡을 집중해서 들으니.. 이 곡 그리 쉬운 곡이 아니었습니다. 귀로 편하게 들을 때엔 전혀 몰랐었는데, 불규칙한 피킹(lick)투성이였던 겁니다. 수십번을 듣고서야 악보를 겨우 완성하고 드디어 그 악보를 보면서 직접 쳐보는데..

멜로디 위주로 따라가다 보면 리듬을 자꾸 놓칩니다. 불규칙하게 lick을 꼬는 바람에 리듬을 유지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닌겁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치는지 YouTube 를 찾아보니 아마추어들의 연주 동영상이 몇 개 있는데, 그들도 이 불규칙 lick이 어려웠는지 슬그머니 편한 패턴의 lick으로 바꿔서 치고들 있었습니다.


어떻게 들으면 Lick이 물 흐르듯 흐르니 원곡보다 오히려 듣기에 더 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도 이렇게 그냥 편하게 칠까 하다가.. ‘히브로 노예’를 열심히 부르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둘 다 6/8박자의 곡이면서 리듬타기가 어려웠던 곡. 그래 이 곡도 '따라 라라 라라’로 두음씩 끊는 패턴으로 연습하면 되지. 듣는 사람은 눈치 못 채겠지만, 연주하는 사람은 꽤나 고역인 곡입니다. 그러나 참 아름답습니다. 마음의 언어..

만약 위의 Govi 원곡과 아래의 일반인 연주곡을 나란히 들으시고 서로 피킹이 다르다는 걸 잡아내셨다면, 굉장히 날카로운 귀를 가지신 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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