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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영어 이야기 1.5 - 싣니보이님의 글

교포사회가 들썩거린다고 합니다. 그 대단하신 인수위때문에... 제 생각이 100% 맞는다는 건 아니지만 인수위의 영어몰입교육등.. 이 정책, 이거 완전 헛다리입니다. 영어, 물론 잘하면 좋습니다. 또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에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인수위의 정책은 ‘빈대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입니다. 전형적인 전시 행정입니다. 내용(Reading, Writing)보다는 외형(conversation, Pronunciation)만 신경쓰는 겁니다.

물론 외형이 중요치 않다는건 아닙니다. 저도 영어에 한이 맺힌 사람입니다. 영어권에 살고 있으니 어쩌면 저에겐 더욱 절실한 문제입니다. 지금도 현지 신문을 매일 읽고 TV보면서 계속 모르는 단어 찾고, 이상한 건 딸에게도 물어보는 등 (2살 때 호주에 온 중3인 제 딸이 저보다 영어를 잘하는 건 아닙니다. 단지 생활영어가 낫다는 겁니다.)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영어때문에 고생하는 아이들과 기러기아빠를 위해 몰입교육을 하겠다’..
되지도 않을 것이고, 해서도 안되며, 된다고 하더라도 별 실익이 없고 위의 문제점들이 없어지기는 커녕 더욱 심화될 것이며, 보이지 않는 소중한 가치와 재산 (우리글, 말, 그속에 녹아있는 지적재산, 문화, 감성)을 잃는 결과만 초래 할뿐입니다.

참으로 착찹합니다. 현상황이...
제발 그 겉만 보는 겉치레, 체면, 전시행정, 밀어부치기가 없어져야 하는데... 제가 영어를 엄청 잘하는 것으로 오해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 진실을 말해 드립니다.^^;;

저 엄청나게 영어 잘합니다.....^^..... 한국에 있는 영어컴플렉스를 가진 분들에 비하면 말입니다... 근데 발음은 형편 없다고 합니다. 제딸이 그러더군요... 발음을 고쳐보려고 한때 각종 코스를 다 배워 봤는데 결국 실패 했습니다. 하나하나는 되는데 문장이 되면 안되는 겁니다. 원인은 많은데...첫째, 한국말을 평소에 많이 쓰는 게 문제이고 둘째, 제 구강구조와 소리내는 방법이 이미 한국말을 쓰는 쪽으로 치우쳐져 있어서 그렇습니다.

결론은 ① 이혼하고 ② 호주여자랑 결혼해서 한국말을 전혀 안쓰고, 한 5년에서 10년 정도 지나면 네이티브 비슷하게 될것 같다고 후배에게 말한적 있는데... 그 후배는… 자긴 그래도 안될 것 같다고 하더군요... 이 후배 제가 봐도 정말 영어 잘합니다. 발음도 좋고 영어로도 청산유수입니다. Melborne대 심리학과 우등졸업, Sydney대 회계학석사 우등졸업에 Oracle, Teletek을 거쳐 현재 Colonial Statement Bank (호주에사 제일 큰 은행소속의 투자 은행)의 Wealth Management Manager로 일하는 그 후배가 말입니다.

언어는 처음에는 ‘Skill’이지만 나중에는 ‘감정, 문화, 공통 관심사의 소통’입니다. 사실 Skill적인 측면에서는 별것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실은 무척 어렵습니다) 그 다음은 내용입니다. 내용이 있어야 표현을 할것 아닙니까!!! 그 내용이란게 바로 지식입니다.

그 지식조차 영어로 저장되어 있으면 되지 않느냐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는데... (영어로 국어, 역사를 가르치면 된다는 것과 한 맥락)그건 우리나라의 말을 버릴 때 가능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 그간의 기회비용상실등등 손해는 막심할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영어는 필리핀정도... 될까 말까 할겁니다. 그게 목표라면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어떤글을 읽었는데.. "3~4개 언어를 할수있는 벨기에, 스위스 같은 곳에서는 위대한 문학가가 나오지 않는다". 소파베드는 소파도 베드도 되지만 어떤 것도 제대로 된것이 아니다... 메이지 유신시절 인종개조론이 떠오르는군요...동양인은 열등하니 서양으로 인종을 바꾸자고 하던...

그리고 외국인들에게 있어서 영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안 쓰면 자꾸 퇴화 한다’는데 있습니다. 즉 유학시절 아무리 영어를 써도 다시 한국 가서 몇년 살면 완전 잊지는 않겠지만 많이 잊어 버립니다. 박노식의 아들 박준규를 비롯한 예전에 유학 갔다온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즉 피튀기게 배워봐야 안쓰면 또 금방 없어진다는 겁니다...

과연 평소에도 계속 영어를 써야 되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몇 명이나 되겠으며, 설사 쓴다고 하더라도 자기 전문분야에 한해서 거의 같은 말만 반복 할텐데.... 무슨 영어몰입입니까..몰입이...

영어몰입은 영어권에 살고 있는 우리들 조차도 정말 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다가 진정 영어 몰입이 된 사람은 더 이상 한국사람이 아닙니다. 그건 한국인 형상을 한, 한국정서를 좀 가지고 있는 외국사람입니다. 아주 잘되어봐야 우리 딸 같은 존재 입니다. 저랑 말이 안 통해서 제 염장을 지르는....

니가 못했다고 남들도 못한다고 생각하지마라.... 그건 패배주의다.... 해보지도 않은 사람에게 기죽이는 소리마라... 안그런 사람도 있더라.... 다 맞는 말입니다. 저는 제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엘리트는 아니지만 최소한 평균 이상이라고는 생각합니다. 평균 이상인 제가 영어권에서 살면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데도 불구하고 힘든 게 영어인데... 전국민의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이건 아닙니다.

그냥 영어교육의 시스템을 약간 바꾸면 됩니다. 현재도 그런대로 잘하고 있습니다. (원어민 교사도 있고) 될 놈만 밀어주면 됩니다

영어실력이 신분격차가 될까 더 두렵습니다. 영어! 별것 아닙니다. 너흰 영어 잘하지만 난 한국말 잘한다 그러면 됩니다. 우리가 무슨 죄 지었습니까?

외국에 사는 우리야 영어 못하는 게 죄라서 이등시민으로 살지만 한국땅에서 조차 그렇다면 이건 정말 너무 억울합니다. 영어 잘하는 건 그냥 좋은 기술하나 가지고 있는 겁니다.

이번 기회가 저 같은 사람에겐 더 유리할지도 모릅니다. 한국평균보다는 영어를 잘하니깐요... 하지만 아닌건 아닌겁니다. 설사 제가 제 사업을 말아먹고 한국에 가서 영어강사를 하는 일이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아닌건 아닙니다. 영어공부를 하지 말라는 건 아닙니다. 영어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건 제대로 된 방향이 아닙니다.

저도 공적인 일을 언급할 때 사적인 감정을 최대한 자제하는 편이지만.. 숭례문이 타버린 사진을 보며 한탄과 함께 눈물이 고이는걸 느꼈습니다. 다들 그러시겠지만 남대문이 대변하는 그 이미지와 추억 때문일 겁니다. 어쩌면 그게 지금 천대받고 있는 우리 말과 글을 상징하는 건 아닌지 하는 우려때문에 장문을 쓰게 되네요...

저 혼자 만의 생각일지는 모르지만... 한국사람의 표현력을 기르면 (발표, 적극성) 나아지지 않을까 합니다. 여기서 영어 못하는 분들의 단어조합만의 의사소통을 옆에서 보고 있노라면 어떨 땐 저보다 더 낫다고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다만 일반인들은 머릿속으로 영작을 하고 있으니 (완벽한 영어를 만들기 위해서, 상대방이 What? 이라고 되물어 올까 두려워서, 내가 단어만 나열하는 무지랑이가 아니라고 주장하려고) 말이 나올 수가 없다는 것 뿐이죠.

말은 무조건 외워야 합니다. 우리가 술술나오는 유창한 한국말도 어릴때부터 수십년동안 무수히 듣고 또 반복해서 말하면서 아주 머릿속에 각인 (Hard-wired)된 것이 약간의 필요에 의해 줄줄 나오는 겁니다. 즉 영어도 그 같은 과정 없이는 절대로 그렇게 안됩니다. 그래서 전략적으로 세분화 해야 합니다. 여행영어, 비지니스 영어, 이성작업영어, 학문영어 등등..우리 영어방법은 학문영어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어느정도 수준이 있는 사람이 유학가서 학습을 끝내는게 아주 심하게 어렵지는 않는겁니다.

전 어쩌면 그게 더욱 낫다고 생각됩니다. 예를들어 전 한국에서 회계원리를 배우긴 했지만 유학와서 석사전공을 하면서 회계학을 심오하게(?) 배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 회계학책을 보면 이해가 더 안되더군요. 그이후 여기서 법을 배웠는데 한국 법전을 보면 복잡하기만 하고 이상한 용어에 제 머리에 접수가 안되는 겁니다. 즉 자기가 배우는 당시의 언어가 그 부분에서는 제일 언어가 되는겁니다. 과연 이걸 애들에게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저는 안 그러려고 많이 노력을 하는 편이지만 제 와이프는 한국의 친정엄마와 전화할때도 영어단어를 많이 쓰더군요. 그건 일부러 잘난척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그런사람도 있겠지만..) 그 상황에서 정확한 한국단어보다 영어단어가 먼저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단어만이지만 말입니다.

제 신조는 간단합니다. 영어는 직독 직해가 가능해 질 때까지 공부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기 전까지는 영어회화 그리 필요없습니다. 나중에 정말 영어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 회화책 몇권사다가 틈틈히 읽고 쓰시면 됩니다. 여기서 Listening이 약간 문제가 되긴 합니다만... 그것도 노력하셔야 됩니다. 알지 못하는 표현은 천번을 들어도 절대 안들립니다. 듣는것 보다는 아는게 우선입니다.

그리고는 이해력의 속도인데요... 아무리 잘 듣고 아는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원어민이 어떤걸 설명할때는 속도가 무척 빠릅니다.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토익시험때 많이 느껴셨을 겁니다) 절대 이해가 안됩니다.

마지막이(현재 제가 느끼는 상황인데요.. 물론 앞의 문제를 아직도 완전해결한건 아닙니다) 바로 정서소통의 문제입니다. 즉 무슨말하는지도 100%이해 했는데..왜 그상황에서 그런 말을 하지?라고 생각할때 나타나는 문제입니다. 즉 분명 얘기는 되는데 전혀 와닿지 않고 뭔가 불편하며 더이상 할 얘기가 없어지는 상황... 어떤주제를 가지고 할때는 괜찮습니다. 근데 평소 근황이나 처음 만나서 얘기를 풀어나가려고 할때... 아주 기본적인 대화 10분후... 할말이 없을때...이거 미칩니다.

여러분들은 평소 지인들과 만나서 무슨 얘길 하시나요? 정치이야기, 스포츠, 연예인, 평소 고민, 기타 잡다한 신변잡기... 근데 여기선 공통관심사가 하나도 없습니다. 직장동료일 경우 직장일을 얘기할수는 있겠죠... 근데 그 이외에는...처음 영어 배울 때 많이 하는 게 질문과 대답입니다. 우리나라는 그런데 너희나라는 어떻더라등등... 한 몇달 해보세요... 질립니다. 같은 한국사람끼리도 정서 차이때문에 말이 안되는 경우도 있는데... 말까지 다르면 어떻겠습니까?
한마디로 재미가 없습니다. 이야기 하는게...

미국영화중 대규모 액션씬 많은것 말고 현대물중 잡다한 신변이야기를 하는 영화를 보시면 (포레스트 검프, 일인다역하는 에디머피 영화) 아주 큰 주제 말고 자기네들끼리 하는 잡다한 이야기를 자세히 이해하시고 들어보시면 우리랑 얼마나 정서가 다른지 알 수 있습니다.
대략 재구성하면 이렇습니다. 어떤 떠벌이가 버스에서 큰소리로 이야기 합니다. " 우리 바보삼촌이 하루는 낚시를 갔는데... 잡히라는 송어는 안잡히고 장화만 3짝 낚은거 있지!!! 우하하하.... 그 삼촌이 글쎄 말야! 미끼도 xxx 안가져가고 ooo를 가져갔다 말이야... 핫핫핫 (여기선 넘어갑니다) 중략" 대략 이런 얘기를 합니다. 같이 보고있던 서양애들은 넘어 갑니다. 전 어색하니깐 같이 웃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물론 그런 이야기들은 Slang을 섞어가면서 하니 듣기도 힘들지만 설사 알고 들어도 하나도 안웃깁니다.

항상 그렇다는건 아닙니다. 사람사는게 거의 비슷하기때문에 대략 80%정도는 통합니다. 근데 나머지 10%내지 20%의 차이때문에 가슴이 답답해 집니다. 저도 비영어권출신 이민자들과는 말이 술술 나옵니다. 근데 완전 원어민을 만나면 아직도 약간 주눅이 듭니다.

한국에 계신분들은 이런 제말이 이해가 되실지 모르지만 이게 바로 제 현실입니다. 쓰지 않을 영어 회화 절대 하지 마세요... 차라리 영어책을 읽거나 영화를 영어자막과 함께 여러번 보면서 모르는 단어 찾아가며 공부하세요.

하루 몇분만 투자하면 귀가 뚫린다.....절대 거짓말입니다. 귀는 머리에 박혀있는 말을 들을때만 뚫립니다. 그게 아니면 소음밖에 되지 않습니다.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어의 추측성이란게 있습니다. 우리도 평소에 많이 겪지만 별로 신경안쓰는 문제 일겁니다. 즉 한국말도 우리가 다 들리는건 아닙니다. 상대방의 숨고리기에 걸려서 어떤 한부분은 잘 안들릴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압니다. 전후 맥락을 통해서... 즉 귀가 아니라 상황으로 아는겁니다.

상대방이 말을 시작하면 우리 아마 조금만 듣고도 무슨 얘길 하려는지 대충 짐작을 할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 틀리긴 하지만 뒷부분을 흘려 들어도 대충 알수 있습니다. 근데 외국어는 그게 안됩니다. 그래서 힘들다는겁니다.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지지만 영어수업을 한시간 이상 집중해서 듣다보면 무척 피곤해 집니다. 추측성이 떨어지기때문에 단 한순간이라도 방심하거나 이해가 안되어도 뒷부분이 연결이 안되어 전체가 이해안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 상태로 지속되면 언젠가 세계의 언어가 영어로 통합되고 다른언어는 소수의 미개종족만 쓰는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그런 날을 대비해 선견지명으로 다른 국가들보다 앞서나가려는 2mb의 혜안이(?) 발휘된 걸지도 모르죠. 그게 사실이라면 차라리 미국에게 당장 우리나라 주권을 주고 보호를 받는게 휠씬 더 효율적인 방안입니다. 일제시대에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더 나은 게 있어서 그렇게 독립을 갈망했나요? 차라리 해방이 없었다면 우리도 지금은 서양인들조차 우러러보는 대일본국 시민이 되지 않았을까요!!

영어 공교육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영어 공용화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거기에 대한 찬반의견도 무척이나 많을 걸로 예상됩니다. 영어 하나만 잘하면 우리도 선진국이 되고 잘 먹고 잘 살수 있으며 세계에서 인정해주는 Global 나라가 된다...... 다른건 몰라도 이건 절대 아닙니다. 비단 필리핀, 인도, 일본의 예를 들지 않아도..

그렇게 앵글로 색슨민족의 현재가 부럽고 또 그렇게 닮고 싶다면, 그건 그들의 언어때문이 아니라 그 언어로 표현되고 있는 그 진취적이고 합리적이고 공명정대한 정신(Spirit)을 전세계가 흠모하는 것이며, 그 정신이 이룩해낸 2~3백년간의 찬란한 업적때문에 다른 민족들이 경배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들의 숭고한 가치(부패없음, 지도자의 도덕성, 사회보장제도, 직업적 평등성...)는 보이지 않고 당장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영어쪼가리를 숭배의 가치로 삼는다는 게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 영어 이야기 1 – 십대후반 ~ 이십대 중반
→ 영어 이야기 1.5 – 싣니보이님의 의견
→ 영어 이야기 2 – 이십대 후반 ~ 삼십대 초중반
→ 영어 이야기 3 – 삼십대 중후반, 드디어 미국
→ 영어 이야기 4 – 영어몰입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