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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얘기

[Seven Spanish Angels] - 텍산스의 광기에 스러진 연인들

인디언 말 '테하스'(Tejas 친구)에서 유래한 텍사스는 미국에서 2번째로 큰 주로 미국 전체 영토의 7.4%를 차지하고 있으며 남북한을 합한 것보다도 3배 이상 넓다. 석유 생산량이 미 전체의 35%를 차지하며, 천연가스도 전국에서 가장 많이 매자오디어 있다. 본래 인디언들의 땅이었던 이 텍사스는 이후 주인이 8번이나 바뀌었다. 1691년 스페인령이 된 후 1685~1690년은 프랑스, 1690~1821년은 스페인, 1821~1836년은 멕시코, 1836~1845년은 독립국가인 텍사스 공화국, 1845~1861년은 미합중국, 1861~1865년은 노예제 문제로 합중국에서 분리된 남부 연방, 1865년부터 다시 미합중국이다.

이 노래의 배경은 텍사스의 주인이 멕시코에서 텍사스 공화국으로 바뀌려던 그때, 텍사스 민병대와 멕시코군의 전쟁이 한창이던 그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멕시코 정부는 미개척지였던 멕시코 북동부 테하스(Tejas)를 개척하려고 미국인들에게 토지를 양도해 주며 미국인들의 이주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미국 이주민들은 1822년 처음으로 멕시코 땅 테하스에 도착한 이후 그 후로도 수많은 미국인들이 테하스로 이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느닷없이 독립을 하겠다고 선언을 한다. 뭐라고? 독립선언?
이 띠바세이들이 무슨소릴 하고 있는거야? 땅 빌려주면서 기껏 살게 해 줬더니 독립선언?
우리가 지들 살던 땅을 무력으로 점령했던 것도 아니고, 지들이 우리땅에 들어와 우리 덕에 살고 있었으면서 독립선언? 머 이런 개 같은 셰이들이 다 있어?

당시 테하스에는 25,000명의 미국인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멕시코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원한 미국 이주민들이 1831~1832년 사이에 무력을 동원하여 멕시코측 세관과 요새들을 파괴하기 시작했고, 1833년엔 멕시코 소속하에 자치정부 수립을 요구했었고, 급기야 1836년 2월에는 드디어 완전독립을 선언한 것이었다. 아직 개척되지 않은 땅을 개척하기 위해 이민을 받아들였더니 그들이 그 땅을 차지해 버리고, 그들에게 땅을 양도해준 주인을 배반하고 자기네가 주인을 하겠다고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우리가 노동력 부족으로 중국인들을 받아들여 어떤 동네에 살게 해 주었는데, 쪽수가 늘자 자기네들이 그 동네에서 자기네들의 독립국가를 세우겠다고 우리랑 한판 붙자는 것과 같다.

집에 빈방이 있어 오갈데 없는 놈들 살게 해주었더니 어느날 그방이 자기 방이라며 소유권 등기해달라고 뗴쓰는 것과 같다.

은혜도 모르고 정의가 뭔지도 모르는 순 개셰이들이다. 달리 표현 할 말이 없다. '조까튼' 셰이들이다.

당연히 초기에 진압되어야 했을 이 반란이 독립전쟁으로까지 번지게 된 것은 멕시코 통치자들의 연속된 실수와 독재, 스페인 프랑스군과의 잇따른 전쟁으로 인한 실정과 통제력 상실이 원인이었다. 멕시코의 독재자 산타 안나는 1836년 3월 6일 6,000명의 병력을 이끌고 출정하다가 183명의 텍사스 민병대가 저항하고 있는 알라모 요새를 만나 그곳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알라모 민병대의 역할은 오직 하나였다. 텍산스 본진의 재결집을 위해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었다. 이 183명의 독하디 독한 민병대는 모두가 전사할때까지(한명이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것은 알라모전투를 드라마틱하게 만들기 위해 그것을 전해줄 생존자가 필요했기 때문에 조작된 것으로 보임) 멕시코군의 발목을 13일동안이나 잡는데 성공한다. 텍사스 본진이 재정비할 시간을 벌어준 이들로 인하여, 이후 전쟁의 전세는 완전히 텍사스쪽으로 뒤집히게 된다. 알라모를 그냥 건너뛰어 본진을 추격했으면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지만, 멍청한 산타 아나는 여기서 시간을 끌다가 병력은 병력대로 잃고, 텍사스 민병대에 시간은 시간대로 벌어주고, 텍산스의 적개심과 복수심만 극으로 치닫게 만들었다.

알라모 전투가 발생한 지 45일 뒤, 텍사스 민병대(783명)는 샌 하신토(San Jacinto)로 멕시코 군(1,500명)을 유인하여 다시 맞붙었다. 전투개시 18분만에 603명의 멕시코 군인들이 죽었고 208명이 부상당했으며, 24시간 안에 산타 아나를 포함한 730명의 멕시코 군인들이 포로로 잡혔다. 텍사스 민병대원은 단 8명만이 죽었고 25명이 부상당했다.



이 샌하신토 전투에서 그 유명한 말 “알라모를 기억하라!(Remember the Alamo!)"가 나온다. 알라모에서 숨져간 동지들을 생각하며, 불타는 적개심과 복수심의 광기에 휩싸였던 것이다. 이 광기의 텍사스 민병대는 결국 멕시코 군을 대파하며 산타 아나의 항복을 받아내었고, 텍사스는 멕시코에서 이탈 독립해 ‘텍사스 공화국’을 수립하고야 만 것이다.

이 이상스런 알라모 전투가 미국인들에게는 얼마나 심금이 울렸던지 이 알라모는 이후에도 미국의 애국심을 부추기는 단골 메뉴가 됐다. 불타는 적개심 복수심으로 뭉쳐 이뤄낸 샌하신토 전투의 ‘Remember the Alamo’ 에 이어 제2차 세계대전 때의 'Remember the Pearl Harbor'로 이어지며 수도 없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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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런 미국영화만 보고 자랐다.
알라모에서 버티다 뒈진 적반하장 독종 텍사스 민병대 쉐이들을 보며 가슴이 뭉클하고 그들을 영웅으로 알고 있었다. 처절하게 내땅을 지키려는 인디언들을 야만인으로 보며, 나팔 울리며 나타나는 잔혹한 기병대를 자유의 수호신으로 알고 있었던 것과 똑 같다.


텍사스는 이렇게 연방정부의 도움없이 자기들이 스스로 독립을 쟁취했다. 그래서 그 텍사스주를 상징하는 것이 '홀로 외롭게 싸운 별’ 론스타(Lone Star)다. 뭐 론스타? 그렇다. 지금 시끄러운 론스타가 바로 이 침략 본능 텍산스의 땅 텍사스를 의미한다. 기분이 껄적지근하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조금 알고 난 후에 노래를 들여다 보자.
한 전투에 참가했던 남녀군인의 사랑이야기이다. 남자가 먼저 죽임을 당하고 그를 슬퍼하던 여인마저 곧 죽게 되는 슬픈 이야기이다. 이 가슴아픈 연인들의 이야기 배경이 과연 알라모 전투였을까, 샌하신토 전투였을까. 

Seven Spanish Angels - Willie Nelson & Ray Charles


He looked down into her brown eyes(*1), and said "Say a prayer for me."
She threw her arms around him, whispered, "God will keep us free."
They could hear the riders(*2) coming. He said,
"This is my last fight, if they take me back to Texas, they won't take me back alive."(*3)

그가 그녀의 갈색 눈을 보며 말합니다. ‘날 위해 기도해 줄래?’
그녀는 그를 감싸 안으며 속삭입니다. ‘신이 우릴 지켜주실거야’
기병대가 몰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그가 말합니다.
‘이제 마지막전투야. 그들이 날 텍사스로 데려 간다 하더라도, 날 죽여서 시체로 끌고 갈거야’

There were seven Spanish Angels(*4) at the altar of the Sun(*5)
They were praying for the lovers in the valley of the gun(*6)
When the battle stopped, and the smoke cleared
There was thunder from the throne
And seven Spanish angels, Took another angel home

태양신 제단의 Seven Spanish Angels
그 일곱천사들은 Gun Valley의 이 연인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지만.
전투가 끝나 포연이 사라졌을 때 하늘에선 천둥소리가 들리고.
일곱천사들은 한 천사를 거두어 갔습니다.

She reached down and picked the gun up that lay smoking in his hand.
She said, "Father please forgive me, I can't make it without my man."
And she knew the gun was empty, and she knew she couldn't win.
Her final prayer was answered, when the rifles fired again.(*7)

그녀는 스러진 연인의 손에서, 아직 연기가 자욱한 그의 총을 들었습니다.
‘하느님 절 용서하세요, 전 이사람 없이는 살 수가 없어요’ 흐느낍니다.
그러나 비어있는 총으로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녀의 애절한 기도가 받아들여졌는지, 그녀에게 여러발의 총탄이 불을 뿜습니다.

There were Seven Spanish Angels
There were Seven Spanish Angels ..(*8)



배경이 알라모인지 샌하신토인지 알기위해 가사를 함 뜯어보자.


*1 : 갈색 눈동자로 보아 백인이 아닌 라띠노.
*2 : Riders는 텍산스 기병대를 의미.
*3 : 살려서 끌고 가지는 않을 거라는 것은 그만큼 적들의 복수심 적개심이 강함을 의미.
*4 :
① 성경의 일곱천사를 빗댄 태양신 제단의 천사들로 전쟁의 참혹함을 암시
② 멕시코의 일곱영웅, 프란시스코 마데로, 에밀리아노 사파타, 프란시스코 비야, 베누스티아노 카란사, 알바로 오브레곤, 플루타르코 엘리아스 카예스, 라사로 카르데나스. 이들이 멕시코의 운명과 함께 함.
③  샌하신토 근처에 있는 Seven Angels Canyon의 전설의 일곱천사

*5 : 멕시코문명의 원류(아즈텍 마야)중 하나인 아즈텍 문명의 태양 숭배문화.
*6 : Valley of the Gun 이라는 지명.
*7 : 연인을 따라가려는 간절한 기도가 받아들여져 빈 총에서 총알이 발사되어 자살한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발사된 것이 gun이 아니라 rifle 들이므로 텍사스 민병대들에게 죽임을 당했음.

*8 : 문제의 부분이다. 이 부분으로 인해 최악의 해석도 가능하다.


보다시피
샌 하시엔토에서 광기의 텍산스에게 죽임을 당한 멕시코 연인들의 이야기이다.
절망의 경계에서 나란히 죽음을 맞이한 연인들의 이야기.

가사가 은유적인 노래 대부분이 그렇듯, 이 노래의 가사도 정확한 뜻과 원류를 알지는 못한다. 작자가 정확한 뜻을 밝히지 않고 사람들이 자기가 쓴 가사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을 내심 즐기기 때문이다. 내가 실수로 잘못 쓴 단어 하나가 사람들에 의해 '그럴듯한' 의미가 부여되고, 멋지게 각색되고, 거룩하게 승화되는 것을 즐기다가 끝내 입 다물고 그냥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이 노래의 사연도 실제상황인지 작자의 창작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는 콩사탕이 싫어요’ 의 이승복 어린이처럼 말이다.

마지막 후렴구 떄문에 이런 최악의 해석도 가능하다.  Seven Spanish Angeles가 성경 요한계시록의 일곱천사이며 그들이 하늘의 뜻을 받아 알라모 참상을 저지른 멕시코를 벌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의 맥락으로 보아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게다가 그런 불온한 뉘앙스가 풍기는 가사가 대다수 건전한 미국인들에게 특히 미국에 사는 라티노들에게 용인되었을리도 만무해 보인다.


이 노래가 부디 건전한 비판의식을 가진 어떤 사람에 의해 과거 팽창하던 미국 제국주의의 잔혹함이 은유로 표현된 것이며, 그런 살륙의 역사를 당시의 조류로 받아 들이긴 하지만 그것을 더 이상 미화하지는 말자는 최소한의 양심을 지닌 사람들에 의해 계속 불려지는 노래이기를 기대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