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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얘기

[Queen - 39] 시간이 멈춰진 여행을 하는 사람들

고등학교때 처음으로 퀸의 음악을 들었다. 그 유명한 Bo Rhap, 보헤미안 랩소디였다. 산울림 ‘아니벌써’의 조악한^^ 퍼즈 사운드에도 흥분하던 내게 퀸의 이 대곡은 충격이었다. 웅장한 오페라를 듣는건지, 아름다운 아카펠라를 듣는건지, 강한 헤비메탈을 듣는건지.. 어떻게 이런 엄청난 대곡이 대중음악이란 말인가.. ‘엄마 나 사람을 죽였어요..’ 가사도 음악만큼이나 화끈하게 충격적이다.

친구네 집에서 이 보랩이 수록되어 있는 앨범을 처음 보고 전축으로 전체를 다시 들어봤다. 카셋트로 들을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웅장한 사운드, 또다시 보랩의 위대함에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그 앨범의 한쪽에 눈길을 끄는 제목의 곡이 하나 있었다. ‘39'.. 첨엔 그걸 ‘69’로 봤다. 거시기한 69.. 살인을 노래의 주제로 하는 사람들이라면 해괴망칙한 것도 가사로 쓸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 노래 재밌겠는데 ㅋㅋ 들어보잠’
 
기대는 빗나갔다. 퀸 특유의 오페라 하모니가 있었지만 경쾌하고 신선하고 밝았다. 요즈음으로 말하면 Unplugged Music, 보랩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어쿠스틱 사운드의 곡. 갑자기 내 관심과 중심이 보랩에서 그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들었다. 따라 부르기가 전혀 불가능한 보랩과는 달리 이건 잘하면 따라 할 수도 있겠다 싶다. 기타도 그런대로 좀만 노력하면 가능할 것 같고.. 도전해 보자.

그 무렵 아버지가 내 기타를 압수해 버리셨다. - -
시작도 못 해보고 수십년간 잊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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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3로 이 노래를 다시 가지게 되었다. 미국이다. 코드따기가 좀 어려웠었지만 다행히 기타는 흉내낼 수 있었다. 문제는 가사다. 가사도 모른채 좋아하고 부르고 들을 수는 없다.

In the year of 39, Assembled here the volunteers
In the days when lands were few
Here the ship sailed out into the blue and sunny morn
The sweetest sight ever seen

And the night followed day And the story tellers say
That the score brave souls inside
For many a lonely day Sailed across the milky seas
Ne'er looked back, never feared, never cried

Don't you hear my call Though you're many years away
Don't you hear me calling you
Write your letters in the sand For the day I'll take your hand
In the land that our grand-children knew

In the year of 39, Came a ship in from the blue
The volunteers came home that day
And they bring good news Of a world so newly born
Though their hearts so heavily weigh

For the earth is old and grey to a new home we'll away
But my love, this cannot be
Oh so many years have gone Though I'm older but a year
Your mother's eyes from your eyes cry to me

Don't you hear my call Though you're many years away
Don't you hear me calling you
Write your letters in the sand For the day I'll take your hand
In the land that our grand-children knew

Don't you hear my call Though you're many years away
Don't you hear me calling you
All your letters in the sand Cannot heal me like your hand
For my life, still ahead, pity me.

근데 이 가사.. 수수께끼다. 신대륙을 찾아 떠났다는 얘기 같기도 하고, 시작부터 가사가 애매모호한데 중간에 와서는 아예 말이 안되기 시작한다.

Don't you hear my call though you're many years away. Don't you hear me calling you. Write your letters in the sand for the day I'll take your hand, in the land that our grand-children knew

당신과 내가 다른 年度에 살고 있다는 둥, 내가 다시 올 곳이 우리 손자손녀들이 알던 땅이라는 둥..

For the earth is old and grey to a new home we'll away
But my love, this cannot be Oh so many years have gone
Though I'm older but a year Your mother's eyes from your eyes cry to me

더 수수께끼다. 39년에 떠나서 39년에 돌아왔다는데도 세월은 무지하게 흘렀댄다. 근데 자기는 겨우 한살 더 먹었댄다. 내내 이런 수수께끼 같은 말만 하다가 자기를 불쌍히 여겨달라며 끝을 맺는다.


도대체 무슨 얘길 하고 있는건지 정도는 알아야 할 것 같다. 인터넷을 뒤져봤다. 근데 미국인 영국인들에게도 이 노래가 발표되던 때부터 이 가사가 의문이었나 보다. 온통 이 가사에 대해 왈가왈부한 흔적들이다.

‘아무런 뜻도 없다. 이 노래가 퀸의 39번째 곡이다.’
‘2차대전이 시작되었던 1939년에 전쟁터로 떠났던 병사의 사랑이야기다.’

그러다가 눈에 띄는 해설을 찾았다.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하다가 미래로 돌아온 과학자의 이야기다.’ 

2039년에 광속 우주선을 타고 우주탐험을 나갔던 우주인이 2139년에 돌아왔는데, 빛의 속도로 비행을 했기 때문에 우주선 안에는 시간이 느려지고, 1년만에 지구에 돌아왔는데 지구시간으로는 100년이 지나가 있었다. 바로 그 우주인의 가슴아픈 얘기라는 거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입각한 이 해설이 정답인듯 했다. 이 노래의 작사작곡자인 브라이언 메이가 당시 우주학에 관심이 많았었고, 아주 나중에 사석에서 이 노래가 우주인의 얘기라고 고백했다고 한다. 다시 가사를 살펴보니 그제서야 수수께끼같던 가사들의 의문들이 풀렸다.

‘시간이 멈춰버린 여행을 하다 돌아온 사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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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주인 말고도 이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또 있다. 이역만리 미국에서 살아가는 타향살이꾼들이 바로 그들이다. 고향을 떠나던 바로 그 시점에서 멈춰져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입고 있는 옷도, 듣는 음악도, 먹는 음식도, 살아가는 방식도, 생각하는 방법도,
한국을 떠날 때 바로 그대로인 채 살아가는 사람들..

퀸의 이 노래는.. 타향살이꾼들이 십년만에, 이십년만에 그렇게 그리던 고국땅을 다시 찾았을 때 가슴에 퍽하니 박힌다는 그 생경함을 이야기 하고 있었던 거다. 나는 하나도 변하지 않고 떠날 때 그대로인데, 남아있던 모두는 전혀 다른 모습들로 변해버린 고국의 모습에 가슴이 뻥 뚫려 쓰리게 돌아온다는 타향살이꾼들의 슬픔을 노래하는 거였다.

이 가을에..
띠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