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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언론권력 1 - 스타킹에 오줌물 튀긴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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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에 치사하고 더럽기로 악명높은 양아치패거리가 여럿 있다. 툭하면 사람 때리고 돈 빼앗고 나쁜짓만 골라서 하는 악당패거리들이다. 그 패거리들중 하나의 두목은 지금 조폭마누라다.

저질 찌라시들도 여럿 있다. 껍데기는 동네신문이지만 돈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한다. 장기매매 알선도 하고 불법맛사지 광고도 버젓이 칼라로 내준다. 기사로 위장한 광고로 돈을 버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다. 동네사람들이 대접을 좀 해주었더니 자기가 진짜 언론사인줄 안다.


사건이 일어난 날.
양아치 패거리 두목년과 여러 찌라시중 ‘교차로’의 두목이 모여서 술을 걸치고 있었다. 양아치 두목년은 교차로뿐 아니라 동네 모든 찌라시-벼룩시장 물물교환.. 이런 찌라시 두목들을 가끔 불러내어서 술한잔 걸치고 거하게 떡을 친다.

물론 찌라시들도 오늘은 이 양아치패거리, 내일은 저쪽 양아치 패거리두목을 만난다. 단체로 떡도 치고 잘봐달라고 밀어 넣어주는 돈도 챙긴다. 그날은 교차로찌라시 두목과 양아치패거리 두목년이 만나서 술한잔 걸치고 건넌방에서 찐하게 떡을 치는 날이었다. 모든게 잘 진행되고 있었다, 두목끼리는 찐하게 떡 치고 쫄다구들끼리는 2차를 갔다. 평소 하던대로 질펀하게 놀았다. 눈맞으면 아무하고나 걸리는대로 떡도 치고 그러던 사이들이니까..

술한잔 걸친 쫄다구 양아치 한넘이 술집 앞 길거리에 오줌을 갈겼다. 공교롭게도 마침 나와서 담배를 피우던 찌라시 교차로의 쫄다구년 스타킹에 오줌물이 튀었다. 피차 남 등쳐먹고 먹고사는 똑 같은 양아치 주제에 그년이 유난스럽게도 정의사회를 구현한다며 ‘저 새끼가 길거리에 오줌을 쌌는데 내 스타킹에 그 오줌물이 튀었습니다’ 라고 주변에 이야기를 했고 그 주변넘은 그걸 바로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말았다.

그 얘길 들은 찌라시 두목이 화들짝 놀랐다. ‘아니 저 미친년이.. 그러다가 괜히 나하고 양아치 두목년이 불륜관계라는게 세상에 밝혀지면 어쩌려구.. 어이구 골빈년..’

양아치 두목년도 화들짝 놀랐다. 자기와 교차로 두목이 몰래 만나서 떡치는 사이라는게 알려지면 남편한테 바로 죽는데..이거 큰일이네. 게다가 눈치 빠른 남편이 교차로 두목은 물론 내가 벼룩시장, 물물교환 두목들하고도 떡치는 사이라는 걸 금새 알아 챌텐데..이거 진짜로 큰일났다’

그러나 새대가리 동네주민들이 아주 다행스러운 방향으로 들고 일어나 주고 있다.
‘어따 드럽게 동네에다 오줌을 싸고 지랄이야’
‘어떻게 감히 아가씨의 스타킹에 오줌물을 튀길수 있어?’

오줌 잘못싼 양아치가 진화에 나선다.
‘아가씨 스타킹이 아니라 동네 아줌마 버선발인줄 알았습니다’

동네 아줌마들이 발끈했다. ‘아줌마 버선에는 오줌물 튀겨도 된다는 말이냐 이 씨바쉐이야’
일은 점점 더 꼬여간다. 동네 새대가리 주민들의 관심은 오직 스타킹에 오줌물 튀긴데로 점점 쏠려간다. 그러나 그 시간.. 찌라시 두목과 양아치 두목년의 입에서는 안도의 미소가 번져간다.
‘다행이다. 우리가 몰래 떡친 사실은 아무도 문제삼지 않는다.’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제발 저린 벼룩시장과 물물교환이 연합전선을 펼쳐준다. 같은 정론지로서 다 함께 나서서 정의사회 구현에 앞장서야 한다고 한다. ‘술쳐먹고 오줌을 쌀 수는 있다. 그러나 어떻게 감히 아가씨의 스타킹에 오줌물을 튀길 수 있나.. 이건 평소부터 아가씨를 무시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결코 좌시할 수 없다.’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제발 저린 다른 양아치 패거리들도 모두 합세해서 오줌물을 성토한다.
‘세상이 어느 때인데 감히 아가씨 스타킹에 오줌을 묻혀.. 간이 배밖에 나온 넘..’

평소엔 만나기만 하면 멱살을 잡고 싸우던 양아치 패거리들이 모두 한마음 한뜻이 되었다.
‘주민 여러분! 더 이상 스타킹에 오줌물 튀기는 아가씨가 없어야 합니다.’

오줌물 튀긴 양아치는 억울하다. 술김에 오줌 싸다 오줌물 좀 튀겼기로소니. 떡을 쳐도 가만있던 년이 오줌물 조금 스타킹에 튀겼다고 이 난리다. 양아치는 자기가 희생양이라는 걸 안다. 양아치두목년과 찌라시 두목의 불륜관계를 덮으려는 전술인걸 안다. 적반하장으로 조직에서 쫒겨났다. 드러운 놈하고는 같이 못한다고 하면서. 그리고 사과도 하랜다. 오줌 잘못 싸서 미안하다고 주민들께 사과하랜다. 오줌물 튀겨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랜다. 사과를 했다. 근데 하도 억울해서 끝에 이랬다. ‘경찰의 판단에 따르겠습니다.’

동네 새대가리들이 더 광분한다. 잘못한 걸 반성할 줄 모르는 철면피, 개쉐이.. 새대가리 동네 아가씨들까지 덩달아 들고 일어난다. ‘여자 알기를 우습게 보는 양아치는 반드시 이번기회에 버르장머리를 고쳐놔야 한다’

스타킹에 오줌물 튀겼다고 처음 발끈한 년.. 좌불안석이다. 아 내가 좀 참을 걸..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본의 아니게 주변사람들에게 밀려서 경찰에 신고까지 해야만 했다. 일이 자꾸 점점 커진다. '아 이러려고 했던 게 아닌데.. 나만 손핸데.. 양아치들하고 가끔 만나서 술먹고 떡친 것도 뾰록이 날 수 있는데.. 내가 걸레라는게 드러놔봐야 나만 손핸데..'

그러나 동네사람들이 전부 다 내편이고 오로지 오줌물 튀긴걸로 광분들을 하고 있다. 그래! 오줌물 튀긴걸로 밀어 부치자. '근데요.. 제 이름하고 얼굴은 절대로 비밀로 해 주셔야 돼요. 나중에 시집갈때 문제생기거든요..'

이제서야 찌라시 두목과 양아치패거리의 두목년이 안도의 한숨을 깊게 내쉰다.
‘역시 새대가리 동네 주민들이야. 다행이야.. 다들 새대가리라서..’

양아치 두목년과 찌라시 두목의 불륜은 이렇게 완전히 덮혀졌다. 양아치패거리 두목년과 찌라시두목이 몰래 떡 치던 불륜사건은 온데간데 없이 자취를 감추고, 오줌 잘못싼 술취한 양아치와, 그 오줌물에 스타킹 버린 골빈 년이 벌이는 싸움만 점입가경이다.

'오줌을 싸다보면 옆으로 오줌물이 튀길수도 있는거지..별결가지고 지랄이다'
'화장실에 가서 싸거나 아님 밖에서 쌀거면 좆대가리 겨냥을 확실히 해야지 아무렇게나 갈긴것은 이땅의 모든 딸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간통죄로 당연히 감방에 가야할 대가리들은 발뻗고 잠 잘자고.. 스타킹에 오줌물 튀긴 년도 졸지에 여성운동가가 되어서 베일에 싸인채 나타나지도 않는데.. 밖에서 오줌한번 잘 못 싼 양아치 하나만 ‘아가씨 스타킹에 오줌물 튀긴 죄’로 동네 사람들에게 망나니 취급당하다가 감방에 가게 생겼다.

참 이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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