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밤과꿈’을 너무 어설프게 했었습니다. → 2011 밤과꿈
올해엔 좀 제대로 해보자.. 그래서 미리미리 악보를 준비해서 연습을 많이 하기로 했습니다. HD 캠코더도 새로 장만했습니다. 곡은 타바하라스 형제의
‘마리아 엘레나’로 정했습니다. 꽤 어려운 곡이지만
‘그래도 연습하면 가능하지 않겠냐?’
‘힘들 것 같다.. 내가 반주 하께. 멜로디를 니가 해라’
그래서 제가 멜로디를 하고
그러나 웬걸.. 이 인간 연습 하나도 안하고 왔습니다. 작년 여름에 여기서 치고 나서 1년만에 기타 처음 잡는거랍니다. 그러면서 거창하게 악보피스를 만들고 그리고 왼손가락 아프지 말라고 무슨 골무 같은 것도 가지고 왔습니다.
일단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시작부터 막힙니다. ‘A 괄호 열고 C#? 이거 어떻게 잡는거더라?’ 코드 어떻게 잡는지를 물어봐?.. 그렇다면 악보를 지금 처음 본다는 얘기? 그랬습니다. 오늘 처음 본답니다. 마리아엘레나는 제대로 느낌을 내려면 반주도 그리 녹녹치 않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역시 왼손가락입니다. 시작한지 삼사분만에 아파오기 시작하는 모양입니다. 기타소리가 점점 더 둔탁해집니다. 작년의 밤과꿈은 멜로디 파트였고 그나마 그 멜로디도 간단해서 들어줄만 했는데, 올해엔 반주파트이다 보니 소리가 아주 난관입니다. 손가락도 아픈데다가 오랜만에 잡는 하이코드를 힘들어 하니.. 그래서 일단 오늘 연습 끝.
두번째 날.. 밖에서 노느라 시간을 다 보냈습니다. 마누라들도 없고 자식들도 없습니다. 눈치 볼 사람 아무도 없이 둘만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우리도 모르게 스무살 소년으로 돌아갔었나 봅니다.
해가 떨어질 무렵, 불 피워서 고기를 구워먹고, 그리고 나서도 한참 노닥거리다가 샤워를 하고, 그리고서야 기타를 다시 잡았습니다. 어차피 마리아엘레나는 불가능했습니다. 그래도 뭔가는 동영상으로 남겨야하지 않겠나.. 그래서 급히 레퍼토리를 바꿨습니다. 에릭클랩턴의 대니보이.. 대니보이 여러 버전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버전입니다. 이 곡은 연습 없이 바로 녹화를 시작해 단번에 끝냈습니다.
날이 더워 패티오문을 완전히 열어놨더니 시작부터 끝까지 귀뚜라미 소리가 울립니다. (고무밴드님께 여쭤봤는데 방법이 없답니다. 그냥 가을의 정취거니 생각하라십니다) 깜박하고 리버브를 걸지 않아 소리도 그냥 생소리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런대로 들어줄만은 하지요?
근데 이 동영상에 이상한 점이 몇가지 있습니다.
첫째, 조명이 왜 이렇게 어두울까요? 사람 얼굴도 잘 안보입니다. 둘째, 송규호는 왜 옆으로 돌아앉아 있을까요? 그리고 셋째, 건반 앞에는 왜 기타가 세워져 있어서 최영애의 손을 슬쩍 가리고 있을까요?
건반을 치는
제가 중간에 '삑살'을 여러번 냈습니다. 그래서 한번 더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했습니다. 두 사기꾼이 흉내만 내고 앉아있기가 몹시 괴롭답니다. 그래서 올해의 연주도 고작 이겁니다. 사기밴드의 대니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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