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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민족과 국가 2 - 김초롱은 떳떳하다

김초롱이 눈물을 흘리며 '나는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며 한국대표로 어느 대회에 참가 하고, 얼마후 미국 대표로 다른 대회에 참가한 것.. 이것이 그렇게도 사람들을 분노하게 하고 배신감을 느끼게 하였다면.. 아마 사람들은 김초롱을 '박쥐같은 년' 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만약 당신이 미국시민이며 당신이 미국대표로 선발이 되었는데도 나는 '피가 한국인'이므로 미국대표로는 나가지 않겠다고 그것을 고사했을 것인가? 또, 만약 그 대회가 솔하임컵이 아니고 미국과 한국이 국가대항전으로 붙는 경기였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겠다. 그런경우였는데 김초롱이 미국대표로 나왔다면 그건 비난을 받아도 싸겠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는가?

미국엔.. 한국말 자체를 거부하며 한국인의 뿌리라는 것 자체도 애써 거부하며 살아가는 수만의 젊은 한국인의 핏줄들이 있다. 그러나 김초롱은 그렇지 않았다. 근데 우리는 경박한 비난으로 괜히 아까운 김초롱만 잃게 되었다. 괜한 우리들의 분노에 김초롱의 마음에 못을 박고, 그래도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 하던 김초롱을 완전히 미국에 잃고 말았다. 김초롱은 더이상 김초롱으로 살지 않고 크리스티나 김으로만 살아갈 것이다. 코리안 아메리칸이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하기보다는 그저 아메리칸이라고 얘기할 것이다.

이래도 우리들은 그저 '신경 안써, 박쥐같은 년 한국에 오지마' 할 것인가? 대대손손 한국 울타리 안에서 한국 사람들끼리만 살아갈 작정인가? 이 눈부신 세계화의 시대에 우리끼리만 '배달민족 최고'만을 외치며 살아갈 것인가? 이땅의 젊은이들 모습이라 더더욱 가슴이 아프다.


대부분의 지구인들은 아무런 마음의 갈등도 없이 당연히 받아들이는 이러한 것들이 왜 한국사람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걸까? 어이없는 사고로 자식을 잃고 국가에 대한 배신감으로 올림픽 메달을 보란듯이 반납하고 호주로 이민을 떠나버린 왕년의 스포츠 스타가 있었다. 그녀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어떠했는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미국으로 터전을 옮긴 부모에 의해 미국시민이 되어버린 김초롱이 '그래도 한국인임을 잊지않고 살고 있다'라고 울먹이는 것을 보며 한국사람들이 마음을 움직였고, 그녀가 미국대표가 되어 다른곳에 얼굴을 내밀고 환호하는 것에 분노했다면, 국가에 의해 길러지고 국가에 의해 명예를 얻은 한 스포츠스타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자식들을 이해할 수 없는 사고로 망연히 떠나보내고 그 극한 분노를 국가에 돌리고 국가를 저주하며 떠나는 것에도 사람들은 마음을 움직이고 분노했어야 한다.

미국인이지만 한국인임이 자랑스럽다고 '양다리 걸치는 꼴' 은 보기싫고, 국가를 저주하고 한국을 원망하며 국적을 공개적으로 완전히 포기해버린 행동은 '오죽했으면 저랬을까..'하고 받아들이는 우리의 마음은 뭔가?


아직은 사고를 입체적으로 하지 않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젊은이들마저 모든 사고를 입체적으로 해 버린다면 그것은 젊은이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러한 일차적, 평면적 사고는 젊은이들만의 특권이며, 젊은이들이 그래야만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 것임을 나는 잘 안다.


민족과 국가..
이것 참 난감한 문제이다. 요즈음 한반도 정세에는 이 갈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같은 민족인 북한 편을 들어야 하나, 아님 국가에 도움이 되는 미국 편을 들어야 하나. 미국이 북한을 무력으로라도 공격해서 제압해야 한다는 국가파/극우파도 있고, 북한의 핵보유는 우리민족의 긍지라며 미제타도를 외치는 민족파/극좌파도 있다. 극단적으로 미국과 북한이 전쟁을 일으킨다면 오히려 북한편을 들겠다는 젊은이가 2/3가 넘는다는 말에는 아연실색할 뿐이다.


지금 한반도에 모여 살고 있는 한국인들, 이거 하나의 민족일까?
사상의학을 얘기할 때 잠시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절대 아니다.

그 옛날 어떤 과정으로 서로 죽이고 합치고 강간하고 번식하고.. 했는지 모르지만 뭉툭하게 생긴 부류들이 분명히 있고, 야리야리하게 생긴 부류들도 있으며 눈이 더 많이 찢어진 부류, 파충류를 닮은 부류, 서구적으로 생긴 부류등등,, 하나의 민족이라고 여겨지는 않는 여러가지 모습들의 사람들이 섞여있다.

고구려 신라 백제가 같은 언어를 쓰던 같은 민족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통일이 되고나니 모든게 저절로 해결되었다. 혹자는 같은 민족이었기 때문이라고 우기지만 그건 절대 아니다. 그들이 같은 민족이었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특히 고구려인의 경우엔 한민족이라고 보지 않는게 오히려 정설이다.

생긴 모습이 비슷하고 사는게 그런대로 문제가 없으면 사람들은 민족이라는 개념은 금새 잊고 그대로 국가라는 테두리를 인정하게 마련이다.

신라의 삼국통일을 돕던 백제인물이 있었다고 치자. 신라가 통일했으니 그는 역사의 한장을 장식하는 영웅으로 기록될 것이지만 만약 그것이 실패했더라면 그는 이완용 못지않은 매국노가 되어 대대손손 욕을 먹으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매국노-쳐죽일 놈으로 되어있는 이완용 송병준도 그때에는 나름대로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고민하고 그런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만약 한일합방이 그대로 이루어져 우리가 한 세대를 넘긴 지금 혹은 앞으로 한두세대가 더 흘러가면 그럭저럭 융화하면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알다시피 영국은 네개의 다른민족이 네개의 다른국가를 형성하여 살다가 그중 힘이 젤 세었던 나라로 합쳐져서 된 나라이다. 아일랜드를 제외한 스코틀랜드나 웨일즈는 어느덧 완전히 잉글랜드에 동화되어 다른 모습을 전혀 볼 수가 없다. 그들의 전통의 유지하고 있으되 국가라는 별개의 개념은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그런나라에게 민족주의는 뜬금없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홍두깨일뿐이다. 내가 지금 행복하고 내 자식들도 그 행복을 누릴 수 있는데 민족주의가 무슨 필요가 있으며 그 민족이라는 것을 부모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누가 갈라서 구분한다는 말일까.


그러나 우리 중 일부는 아직도 배달민족 최고만을 외치고 있다. 그 같은 배달민족 중 반쪽이 다른 반쪽과 전쟁을 벌이고 수백만을 죽였어도 그래도 ‘우리민족’ 해버린다. 우리나라에서 민족주의에 반기를 드는 것은 끄집어 내어 들추지 말아야 할 '금기' 대상이다. 무조건적으로 믿고 따라야 한다는 점에 있어선 어찌 보면 종교와도 닮았다.

개항에서 일제의 강점과 동족 상잔으로 이어지는 우리 현대사는 어떠한가? 민족의 이름으로 투쟁하고, 살육하고, 희망하고, 처단하고, 정통성을 주장해 온, 그야말로 ‘민족주의의 역사’가 아닌가? 지금도 남북의 집권자들은 정권의 합법성을 민족 정통성에서 갈구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민족주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민족주의라는 마법의 지팡이는 과연 어디까지 정당한 것일까?

민족주의를 극복하지 않고는 민족주의를 실천할 수 없다. 냉철한 판단 없이 믿고 따르는 민족주의는 저열한 인종주의, 민족 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 유태인들이 세계곳곳에서 테러를 당하고 혐오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는 가장 큰게 바로 예수님을 죽게 한 조상들의 그 죄라고 한다. 그러나 내가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지나친 배타적 민족주의, 민족 이기주의 때문이다.


→ 민족과 국가 1 – 크리스티나 김에 대한 비난
→ 민족과 국가 2 – 김초롱은 떳떳하다
→ 민족과 국가 3 – 민족과 국가? 머지않아 사라질 개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