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도대체 그림인가 사진인가..실제로 유럽엔 이런 마을들이 많다. 그래서 배가 아프다)
자전거가 몹시 갖고 싶었다. 엄마가 제안을 하셨다. 여기 있는 전집들 다 읽고 독후감 쓰면 자전거 사주마. 전체가 100권쯤 되었던 것 같은데 그중 ‘세계명작동화전집 30권’이라는 것도 있었다. 제목은 ‘세계’ 명작동화였지만 대부분 유럽국가들의 전래동화들이었다.
지저분하고 답답한 서울 변두리의 골목길, 나처럼 고만고만한 넘들, 학교며 동네며 몰려다니면서 딱지치기 구슬치기나 할 무렵, 책에서 본 유럽나라들과 유럽아이들의 생활은 놀라움이었다. 나라이름도 예쁘고, 마을이름도 예쁘고, 사람들 이름도 예쁘고.. 가난한 마을도 굴뚝에서 연기가 몽실몽실 나는 예쁜집들이 올망졸망, 마을 뒷편엔 만년설 덮힌 높은 산, 예쁜 옷을 입은 아이들이 예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한창 독일로 광부와 간호사들이 파송되던 그 때, 공항에 갔었다.
외국에 나가는 것이 어지간히도 어렵던 이상한 시절, 공항에서의 이별풍경은 대단했다. 엉겨붙어 울고불고.. 평생 다시 못 올길 가는 듯 했다.
그중에 내 또래 아이도 하나 있었다. 이런 생각을 했다.
좋겠다 쟤는.. 예쁜나라 독일에 가서 살아서..
그로부터 이십오년후, 나도 드디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 땅에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부패하고 희망이 없는 정치에 환멸을 느껴서,
정의가 실종되고 막무가내인 사회와 저질스러운 기업문화에 환멸을 느껴서,
어차피 막장에 다다른 인생, 미국에서 몸으로 때우면서 새로 시작하자며,
이런 저런 이유로 장래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에이 이민이나 가버릴까부다 했다.
그러다 덜컹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국엔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미국은 노력한 만큼 대가가 돌아오는 사회라고
기회만 잡으면 큰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라고
어떻게든 굴러도 한국에서보다는 낫다고
정말로 적당히 따뜻하고 적당히 시원한 날씨, 서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맑은 공기, 항상 웃으면서 인사하는 잘생긴 사람들, 어딜가도 푸른 잔디밭과 잘 가꿔진 숲과 공원, 밤에도 불을 밝혀주는 동네잔디야구장, 테니스코트, 잔디 축구장.. 사는 동네도 한국의 어느 관광지 콘도마을 같은 분위기.. 도시를 조금만 빠져나가도 펼쳐지는 아름다운 대자연. 먹고싶던 피짜 햄버거 치킨 사방에 널려있고, 쌀값 고깃값 기름값은 왜 이리 싼건지..
게다가 신물나는 한국의 정치뉴스 안들리니 스트레스 받을일 없고. 진작에 왔어야 하는건데..내가 너무 늦었어..
그러나 이민은 결코 공기 맑고 인심좋은 '강원도로 이사가는 것'이 아니었다.
청운의 꿈을 안고 미국에 온 사람 열명중 여뎗아홉은 초반에 좌절한다. 물론 대부분은 다시 일어서긴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 잃는 것이 너무 많다. 빈 시간동안 잃어버린 사람들, 그리고 잃어버린 나, 미국에도 한국에도 나는 없다.
내 ‘삶터’만 떠나면 그대로 반벙어리다. 죽을때까지 해결되지 않는 언어문제.. 확 포기하고 싶어도 먹고살자니 그럴수가 없다. 사는 동안 내내 괴롭힌다. 영어가 트인 자식새끼들이 슬슬 무시하기 시작한다. 남들과 의사소통도 제대로 못하는 부모의 권위가 있을리가 없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갈수록 한국말도 안된다. 영어는 영어대로 벙어리신세, 한국말은 한국말대로 자꾸 까먹고.. 뭐 제대로 할줄 아는 언어가 없다.
미국에서 꽤 살았으니 '영어좀 하겠지' 라고 생각할 한국의 친지들을 떠올릴때마다 땀이 흐른다.
언제부터인가 내 아이들이 낯설어 진다. 죽이고 싶을정도로 애들이 밉다. 두들겨 패고 싶어도 법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아들넘 일부러 한국까지 데려가서 김포공항 화장실에서 존나게 팼다는 그 사람..이해가 된다. 얼마나 패고싶었으면 집까지 가지도 않고 공항 화장실에서 팼을까.. 애들 교육 때문에 미국에 온다는 사람..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면서라도 말립랍니다.. 한두사람 얘기가 아니다.
엊그제 누구누구네 숟가락 세트 다시 들였대.. 바닥이 좁으니 말들도 많다. 처음 도움 받았던 단체를 등지며 나가는 사람들..다 이런거에 질린 사람들이다. 미국에서 한국사람만 조심하면 사기 안 당한다고 했다. 참 슬픈 현실이다. 동족 등쳐먹을 궁리 하는 넘 투성이다. 알거 다 알아버린 나이에 친구가 사귀어지질 않는다. 꼼수가 미리 다 보인다. 친구가 될리 없다. 좁디 좁은 인간관계 속에서 항상 숨이 턱에까지 차오른다. 주변엔 늘 공허한 사람들뿐이다. 한국에 남아있는 친구들이 자꾸 그립다. 근데 그들도 세월이 자꾸 흐르니 서먹해진다.
어렵사리 집도 장만하고 차도 좋은걸로 바꿨다. 그넘의 페이먼트로 허리가 휘어진다. 한국에서 누가 왔을 때 폼 잡을땐 참 좋은데..이거 장난이 아니다. 깔고 앉아있는 집,,기분은 부자인 것 같은데 실속이 없다. 거기에 야금야금 이거저거 더하다보니 수입의 칠팝십프로가 페이먼트로 나간다. 페이먼의 노예다. 한국에서 가끔 마음 편히 놀러다니던 때가 그립다.
Adult School에 영어를 배우러 가는 이민초년병 중년들..보기만 해도 숨이 콱콱 막힌다. 다시 군대생활 시작하는 거 죽기보다도 더 싫지만..이민생활 다시 새로 시작하는거 그거보다 더 싫다.
미국생활 삼십년, 국도를 달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도대체 여기서 뭘하고 있지?
내가 자란 한국서의 삼십년만큼 이곳에서 살았건만 이곳은 아직도 여전히 낯선땅이다.
나는 누구인가?
티비에서 한국의 모습들을 본다. 눈에 익은 뭉툭한 산들, 들판들.. 지저분한 도시의 뒷골목들.. 투박하게 생겨서 울퉁불퉁 살아가는 우리나라 사람들..
공항에서 한국으로 사람들을 보낼때마다 생각한다.
좋겠다 쟤는. 우리나라 한국으로 돌아가서..
자전거가 몹시 갖고 싶었다. 엄마가 제안을 하셨다. 여기 있는 전집들 다 읽고 독후감 쓰면 자전거 사주마. 전체가 100권쯤 되었던 것 같은데 그중 ‘세계명작동화전집 30권’이라는 것도 있었다. 제목은 ‘세계’ 명작동화였지만 대부분 유럽국가들의 전래동화들이었다.
지저분하고 답답한 서울 변두리의 골목길, 나처럼 고만고만한 넘들, 학교며 동네며 몰려다니면서 딱지치기 구슬치기나 할 무렵, 책에서 본 유럽나라들과 유럽아이들의 생활은 놀라움이었다. 나라이름도 예쁘고, 마을이름도 예쁘고, 사람들 이름도 예쁘고.. 가난한 마을도 굴뚝에서 연기가 몽실몽실 나는 예쁜집들이 올망졸망, 마을 뒷편엔 만년설 덮힌 높은 산, 예쁜 옷을 입은 아이들이 예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한창 독일로 광부와 간호사들이 파송되던 그 때, 공항에 갔었다.
외국에 나가는 것이 어지간히도 어렵던 이상한 시절, 공항에서의 이별풍경은 대단했다. 엉겨붙어 울고불고.. 평생 다시 못 올길 가는 듯 했다.
그중에 내 또래 아이도 하나 있었다. 이런 생각을 했다.
좋겠다 쟤는.. 예쁜나라 독일에 가서 살아서..
그로부터 이십오년후, 나도 드디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 땅에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부패하고 희망이 없는 정치에 환멸을 느껴서,
정의가 실종되고 막무가내인 사회와 저질스러운 기업문화에 환멸을 느껴서,
어차피 막장에 다다른 인생, 미국에서 몸으로 때우면서 새로 시작하자며,
이런 저런 이유로 장래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에이 이민이나 가버릴까부다 했다.
그러다 덜컹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국엔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미국은 노력한 만큼 대가가 돌아오는 사회라고
기회만 잡으면 큰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라고
어떻게든 굴러도 한국에서보다는 낫다고
정말로 적당히 따뜻하고 적당히 시원한 날씨, 서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맑은 공기, 항상 웃으면서 인사하는 잘생긴 사람들, 어딜가도 푸른 잔디밭과 잘 가꿔진 숲과 공원, 밤에도 불을 밝혀주는 동네잔디야구장, 테니스코트, 잔디 축구장.. 사는 동네도 한국의 어느 관광지 콘도마을 같은 분위기.. 도시를 조금만 빠져나가도 펼쳐지는 아름다운 대자연. 먹고싶던 피짜 햄버거 치킨 사방에 널려있고, 쌀값 고깃값 기름값은 왜 이리 싼건지..
게다가 신물나는 한국의 정치뉴스 안들리니 스트레스 받을일 없고. 진작에 왔어야 하는건데..내가 너무 늦었어..
그러나 이민은 결코 공기 맑고 인심좋은 '강원도로 이사가는 것'이 아니었다.
청운의 꿈을 안고 미국에 온 사람 열명중 여뎗아홉은 초반에 좌절한다. 물론 대부분은 다시 일어서긴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 잃는 것이 너무 많다. 빈 시간동안 잃어버린 사람들, 그리고 잃어버린 나, 미국에도 한국에도 나는 없다.
내 ‘삶터’만 떠나면 그대로 반벙어리다. 죽을때까지 해결되지 않는 언어문제.. 확 포기하고 싶어도 먹고살자니 그럴수가 없다. 사는 동안 내내 괴롭힌다. 영어가 트인 자식새끼들이 슬슬 무시하기 시작한다. 남들과 의사소통도 제대로 못하는 부모의 권위가 있을리가 없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갈수록 한국말도 안된다. 영어는 영어대로 벙어리신세, 한국말은 한국말대로 자꾸 까먹고.. 뭐 제대로 할줄 아는 언어가 없다.
미국에서 꽤 살았으니 '영어좀 하겠지' 라고 생각할 한국의 친지들을 떠올릴때마다 땀이 흐른다.
언제부터인가 내 아이들이 낯설어 진다. 죽이고 싶을정도로 애들이 밉다. 두들겨 패고 싶어도 법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아들넘 일부러 한국까지 데려가서 김포공항 화장실에서 존나게 팼다는 그 사람..이해가 된다. 얼마나 패고싶었으면 집까지 가지도 않고 공항 화장실에서 팼을까.. 애들 교육 때문에 미국에 온다는 사람..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면서라도 말립랍니다.. 한두사람 얘기가 아니다.
엊그제 누구누구네 숟가락 세트 다시 들였대.. 바닥이 좁으니 말들도 많다. 처음 도움 받았던 단체를 등지며 나가는 사람들..다 이런거에 질린 사람들이다. 미국에서 한국사람만 조심하면 사기 안 당한다고 했다. 참 슬픈 현실이다. 동족 등쳐먹을 궁리 하는 넘 투성이다. 알거 다 알아버린 나이에 친구가 사귀어지질 않는다. 꼼수가 미리 다 보인다. 친구가 될리 없다. 좁디 좁은 인간관계 속에서 항상 숨이 턱에까지 차오른다. 주변엔 늘 공허한 사람들뿐이다. 한국에 남아있는 친구들이 자꾸 그립다. 근데 그들도 세월이 자꾸 흐르니 서먹해진다.
어렵사리 집도 장만하고 차도 좋은걸로 바꿨다. 그넘의 페이먼트로 허리가 휘어진다. 한국에서 누가 왔을 때 폼 잡을땐 참 좋은데..이거 장난이 아니다. 깔고 앉아있는 집,,기분은 부자인 것 같은데 실속이 없다. 거기에 야금야금 이거저거 더하다보니 수입의 칠팝십프로가 페이먼트로 나간다. 페이먼의 노예다. 한국에서 가끔 마음 편히 놀러다니던 때가 그립다.
Adult School에 영어를 배우러 가는 이민초년병 중년들..보기만 해도 숨이 콱콱 막힌다. 다시 군대생활 시작하는 거 죽기보다도 더 싫지만..이민생활 다시 새로 시작하는거 그거보다 더 싫다.
미국생활 삼십년, 국도를 달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도대체 여기서 뭘하고 있지?
내가 자란 한국서의 삼십년만큼 이곳에서 살았건만 이곳은 아직도 여전히 낯선땅이다.
나는 누구인가?
티비에서 한국의 모습들을 본다. 눈에 익은 뭉툭한 산들, 들판들.. 지저분한 도시의 뒷골목들.. 투박하게 생겨서 울퉁불퉁 살아가는 우리나라 사람들..
공항에서 한국으로 사람들을 보낼때마다 생각한다.
좋겠다 쟤는. 우리나라 한국으로 돌아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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