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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진흙탕 싸움, LA 한인회 1 - 된장사러 오셨수?

LA의 할머니 챔피언
LA에 챔피언과 도전자의 권투시합이 있다. 근데 현 챔피언이 좀 독특하다. 여든이 다 된 할머니다. 권투선수가 아니라 일상생활도 힘에 부칠 그런 할머니가 챔피언이란다. 이 할머니.. 말씀이라도 하실때면 아슬아슬하다. 치매 노인이 정신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듯 그렇게 힘겹게 말하기 때문이다. 머리를 흔들며 손까지 떨면서 말이다. 참 안타깝다. 집에서 쉬셔야 할텐데 공사가 다망해 그러질 못하셔서. 몸이야 그렇다치고.. 영리하시긴 하겠지? 그 연세에 챔피언까지 되신걸 보니. 근데 아니다. 어쩌다 인터뷰에서 이 할머니가 말하는 걸 들으면.. 어떻게 저런 단순 무식한 할머니가 챔피언.. 얼굴이 화끈거린다.

도대체 뭐하던 사람이고 지금은 뭘 하는지, 어떻게 돈을 벌어서 선거 기탁금 내고 21만불도 기부하겠다는 건지(챔피언이 되면 21만불을 내어놓겠다고 해서 챔피언이 된거거든), 나이는 몇살인지.. 이 할머니에 대해선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어렵게 알아낸 게 고작 36년생이라는 거, 남편이 부동산중개인 회사를 운영했다는 거, 온 가족이 아주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것 뿐이다.

(스칼렛 엄 챔피언 할머니)

하지만 이 할머니.. 이름은 굉장히 많이 알려져 있다. 지난 2000년부터 끈질기게 챔피언에 도전했었던 할머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할머니를 ‘챔피언 병에 걸린 할망구’라고 했었다. 당연히 연거푸 떨어졌었는데 지난번 2008년 시합에선 어찌된 일인지 시합도 없이 챔피언에 올랐다. 당시 챔피언과 수상한 담합을 했다는 설이 무성했었다. 이 할머니가 그 때 한 공약 '챔피언이 되면 21만불을 권투사회를 위해 쾌척하겠다' 는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할머니.. 자기는 한번만 하면 됐지 챔피언을 또 해먹고 싶은 생각은 결코 없다고 했었다. 그러다가 임기말이 되자 그 말을 번복했다. 아무래도 자기가 한번 더 해먹어야겠단다. 벌여놓은 일이 많아서 아무래도 자기가 직접 마무리 하셔야 할 것 같다나. 임기중에 하신 일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데 뭘 마무리하셔야 한다는 건지 모르겠다.


챔피언이 경기 심판을 지명하다
이 할머니.. 챔피언에 있으면서 머리를 좀 굴렸다. 권투경기규정을 '현직 챔피언에게 전적으로 유리하도록' 모두 바꿔놓았던 것이다. 심판이 모두 9명인데 그중 5명은 '현 챔피언이 그냥 지명'하고, 나머지 4명은 추천을 받아 역시 '현 챔피언이 지명'한단다. 심판을 모두 현직챔피언이 자기 맘에 드는 사람들로 지명한다는 거다. 애초부터 한 번 더 해먹을 심산이었던 거다.

그래도 설마했는데 이 할머니, 진짜로 심판 9명을 전부 제 심복들로만 채웠다. 그 중 대장인 심판위원장은 세상이 다 아는 자신의 충복이다. 어 근데 이 할머니.. 낯이 익다. 그렇다. 시골장터에서 많이 보는 할머니다.

(김정화 심판위원장 할머니)


심판들의 횡포
근데 이 심판진이 하는 짓은 더 희한하다. 선수들은 시합 당일까지 절대로 훈련하면 안된단다. 선수보고 훈련하지 말라니? 대신 자기네들이 훈련을 시켜주겠단다. 알다시피 심판들은 전부 챔피언의 심복 부하들이다. 그런 심판들에게 훈련을 받으라는 거다. 도전자도. 

(챔피언과 심판위원장과 도전자)

말도 안되는 심판진 구성과 그들의 희한한 규제에 도전자가 발끈했다. 손발 다 묶어놓고 무슨 권투시합을 하라는 거냐고. 그래서 이 양반 따로  개인훈련을 좀 했던 모양이다. (사진 오른쪽 도전자에겐 미안하지만 이 분이 누구인지 전혀 모른다) 그러자 심판진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기상천외한 결정을 내린다.

'도전자의 자격을 박탈합니다'

이유는 도전자가 규정을 어기고 개인 훈련을 했기 때문이란다. 근데 사실여부를 도전자에겐 확인도 하지 않았단다. 단지 챔피언의 말만 듣고 바로 그렇게 결정한 거란다. 당연히 도전자가 부당하다며 펄쩍 뛴다. 그러나 심판님들 '당연히' 요지부동이다.  

심판진의 결정과 발표과정을 알고 보니 더욱 가관이다. 아무리 챔피언의 심복들이지만 몇몇 심판은 무조건 '도전자의 자격을 무조건 박탈하라'는 챔피언의 요구에 응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들도 인간인데 낯이 뜨겁지 않았겠는가. 그러자 챔피언 할머니와 심판위원장 할머니는 말 안듣는 그 것들을 내보내고 말 잘듣는 애들로 새로 교체했단다. 그래놓고 다시 투표를 하게해서 도전자의 자격을 '기어이' 박탈시켰단다. 근데 시합일이 코 앞이라 새로운 도전자를 택할 시간이 없다. 그냥 시합도 안하고 챔피언 해먹겠다는 심산이다. 이거 너무 유치하다. 유치원생들의 머리에서나 나올 법한 조악한 시나리오다. 근데 이 할머니들 진짜로 이렇게 해버렸다.


할망구들 미친 거 아냐?
그래서 일반 시민들까지 발칵 뒤집혔다. 화가 난 게 아니다. 일반 시민들은 누가 챔피언이 되든 전혀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다. 아니 그런 시합이 있는지조차도 모르던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이 뒤집힌 건 현 챔피언과 심판진들이 하는 짓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이다. 도대체 일반 시민들을 얼마나 얕잡아 봤길래 이런 망발을 하는건가.. 시골 국민학교 운동회에서도 낯부끄러워 하지 못할 짓을, 시골 노인회 운동회에서도 하지 못할 부끄러운 짓을 그 할머니들이 저질렀다.

예상외로 시민들이 격하게 반응하자 챔피언과 심판진들이 모두 잠적해 버렸다. 아마 몰래 만나 대책을 숙의하는 모양이었다. 그렇지..어떻게 이런 유치하고 낯부끄러운 짓을 해놓고 그대로 밀고 가겠어, 당연히 번복하겠지.. 시민들은 이렇게 생각했었다.

근데 오늘, 심판진들이 다짜고짜 현 챔피언 할머니의 승리를 선언해버렸다. '할머니 챔피언께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셨습니다' 부끄러운 건 아는지 그 발표를 언론사에 이메일로만 보냈단다. 그러자 챔피언 할머니가 슬그머니 나타나더니 ‘앞으로 챔피언으로서 잘하겠다’며 미소지으며 인사를 한다. 이 할머니.. 낯짝이 두꺼운걸로는 분명히 챔피언감이다. 

구경꾼들이 드디어 화가 났다. 도대체 우리들을 얼마나 하찮게 보길래 이런 황당무계한 짓을 2010년 백주대낮에 벌일 수가 있단 말인가? 두 할머니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망령이 들어도 단단히 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무시해버려도 되는 뒷방 노인네들이 아니다. 이 동네 권투 챔피언이다. 그래서 문제다.

2010년 5월 벌어지고 있는 LA한인회장 선거의 모습이다.


LA 한인회
비공식 한인인구 150만명이라는 LA에서 한인회장 선거에 참여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거의 없다. 아니 하나도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추잡한 노인들이 벌이는 이전투구에 어느 정상적인 사람이 관심을 가질 것인가? LA는 한인회가 전혀 필요없는 곳이다. 직능별로, 종교별로, 지역별로, 취미별로 별의 별 단체가 수도 없이 많은 곳이다. 정체성이 모호한 '한인회'라는 단체가 있을 필요가 눈꼽만큼도 없는 곳이다. '육군동지회'만큼이나 구체적 정체성이 없는 단체다. 

근데 이 LA 한인회장 자리.. 대접 좀 받는 자리인가 보다. 돈깨나 있는 골빈 늙은이들이 군침을 흘리고 그거 해먹으려고 쌈질을 해대는 걸 보니. 행사때에 여기저기 모시고 다닌단다. 감투 좋아하고 대접받기 좋아하는 늙은이들이 그 맛에 한인회장 한댄다. 게다가 이번엔 상당히 큰 떡고물이 있을거라는 소문이다. 본국정부에서 재외동포참정권이 통과되었으니 분명히 큼직한 떡고물이 있을거라는 거다. 본국 선거에 선거권을 가진 교민이 LA에 과연 얼마나 되길래?

 
무려 18만명이다. 경남 양산시정도의 규모란다. 본국 정치권에서 LA에 공을 들이지 않을 수가 없는 이유다. 그 거대한 LA 의 대표단체장 자리이니 허파에 바람들어간 늙은이들이 욕심이 날 만도 하다. 전직 한인회장처럼 본국 정치권 진출에 목 맨 사람들에겐 욕심이 날만한 자리다. 


노인들의 선거
근데 한인회장은 어떻게 뽑을까? 2008년 LA 한인회장 선거에 총 8천여명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한다. 물론 '100%'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노인인구만 따져도 30만명은 넘을 터인데 고작 8천명의 노인들이 투표에 참여했다니 노인들의 70% 이상도 외면하는 한인회장 선거라는 얘기다. 대표성?.. 그런 단체에 대표성이 있을 턱이 없다. 일부 추악한 늙은이들끼리 벌이는 그들만의 난장판 리그다. 이게 LA한인회다. 

한인회장 당락의 열쇠는 누가 노인아파트에 가서 돈 많이 뿌리고, 선거 당일 누가 그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투표소에 많이 데려오느냐에 달려있다. 그래서 선거당일 투표소엔 소형버스들이 부지런히 들락거리며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쏟아낸다. 몰래몰래 받은 용돈값 하러, 거나하게 얻어먹은 밥값하러 오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이런 개념없는 노인들만 모여 투표를 해서 뽑는게 LA 한인회장이다.
 

꼴통 2010 LA 선관위
근데 현 회장인 스칼렛엄 할머니.. 이렇게 노인들 동원하는 것마저도 귀찮았던 모양이다. 재작년에 수상한 담합을 하고 ‘21만불 내어놓겠다’고 뻥을 쳐서 무투표 당선이 되시더니, 무투표 당선에 재미 붙이신 모양이다. 또 한번 무투표 당선을 위해 자신의 충복인 LA한인회 부회장 김정화 할머니를 선관위원장에 지명했다. '정화야 너 무슨 말인지 알지?..' 부회장 감투도 버거운데 졸지에 감투를 하나 더 쓰신 김정화 할머니.. 보스의 지시대로 무투표 당선을 시키긴 시켜야겠는데 도통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 기껏 생각해 낸 게 상대후보의 자격박탈 작전이었던 모양이다.

후보자가 달랑 두명인데 그중 한명을 자격박탈 시킨다?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손이 오그라들 유치한 계획이다. 아무리 김일성이라도 남세스러워 못할 짓이다. 그런데 이 황당무계한 계획을 심판진들이 합의하고 회장 할머니가 승인한 모양이다. 선관위원들이나 회장이나.. 이미 상식적인 사유활동을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래서 이리 용감했다.

부정선거를 막는다는 핑계로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아예 금지시켰다. 후보자는 몇명 이상 사람이 모여있는 곳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면 안된단다. 선거에 선거유세가 아예 금지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 거다. 근데 상대후보가 이걸 어기고 사람들을 좀 만나고 그랬던 모양이다. 이게 선거법에 걸린거다. 반면 현직 회장은 사람들을 아무리 많이 만나고 다녀도 된단다. 그건 현직회장의 직무수행이기 때문이란다. 코메디도 이런 코메디가 없다.  

이것보다 더 가관인게 있다. 이 선관위.. 코 앞에 다가온 선거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고 있었단다. 선거가 코 앞인데 아직 선거구역도 확정하지 못했고, 선거인 데이타베이스도 없었고, 선거를 치를 컴퓨터시스템도 없었고, 후보자들의 홍보물조차도 준비하지 않았단다. 그 흔한 포스터 하나 준비 안했단다. 애당초 선거를 치를 의사가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 


치매 할머니들
이들이 이런 짓을 벌일거라는 정황이 미리 보였었나보다. 하지만 설마 진짜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길거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었단다. 너무 말이 안되는 계획이거든.. 근데 스칼렛 엄과 김정화.. 진짜 저질렀다. 이거 노망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LA 한인회장 선거를 아마 시골 노인회 회장선거쯤으로 알았던 모양이다. 허긴 하는 일로 보면 시골 노인회 회장이 맞다. 하지만 LA엔 100만명의 한인들이 살고 있다. 이 무식한 할머니들이 이걸 간과했다.

아무리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도 사람들이 넘어갈 정도의 속임수를 써 준다. 이게 최소한의 예의다. 근데 이들은 상대에게 우격다짐을 하면서 뻔뻔하게 패를 바꿨다. 그래놓곤 '와- 고도리다. 스톱!' 해버린거다. 도대체 이 코메디, 이 억지망발이 통할거라고 생각한 이 할머니들은 뭘까? 

무식해서 용감한 거다. 

현직 LA 한인회장 스칼렛 엄, 선거관리위원장 김정화.. 노망난 두 할머니가 방바닥에 똥을 잔뜩 싸질러 놨다. 똥을 주무르며 온 몸과 온 벽에 덕지덕지 칠하고 앉아있다. 냄새가 역겹고 하는 짓이 불쌍해 사람들이 쳐다보자 두 할머니 청롱하게 말씀하신다.

‘된장 사러 오셨수?’


손발이 오그라든다. 


→ 진흙탕 싸움, LA한인회 1 – 된장사러 오셨수?
→ 진흙탕 싸움, LA한인회 2 – 스칼렛엄 할머니 너무 좋아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