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11월 2일이 미국의 '중간선거' 선거일이다. 선거가 코앞에 닥친 요즈음 이 선거광고가 TV를 거의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미국의 ‘TV 선거 광고’를 보면 두 가지가 놀랍다.
첫번째는 그 물량이다.
이번 중간선거에 선거운동을 가장 치열하게 펼치는 곳 중의 하나가 위스콘신 주 상원의원 선거라고 하는데, 민주 공화 두 후보가 이번 선거기간 동안 내보낸 TV 광고 횟수가 무려 18,256회라고 한다. 이런 엄청난 광고는 이 두 사람만 하는 게 아니다.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 모금된 선거비용의 총액이 대략 30억달러(약 3조원)라고 하는데 그 대부분이 TV 광고비용으로 지출된다고 한다.
캘리포니아를 보자. 캘리포니아는 이번 중간 선거에서 '주지사'와 '상원의원' 둘 다 뽑는데, 공교롭게도 공화당의 후보 둘이 세계인이 다 아는 ‘초대형 스타’ 여성 기업인 출신이다.
왼쪽이 주지사 후보인 Ebay CEO 출신 Meg Whitman이고, 오른쪽이 상원의원 후보인 HP CEO 출신 Carly Fiorina 다. 둘 다 기업에서 성공신화를 일궜고, 둘 다 억만장자라나..
[이번 선거의 재미난 관전포인트. 캘리포니아는 주지사와 상원의원 모두 '정치인 대 기업인'의 대결이다. 3선 현역의원 Barbara Boxer 대 휴렛팩커드 성공신화의 Carly Fiorina, 과거에 주지사를 두번이나 했었고 현재는 주 검찰총장인 Jerry Brown 대 이베이 성공신화의 Meg Whitman.. 미국인들은 과연 '성공신화를 가진 기업인'을 지도자로 선택할지 귀추가 주목]
어쨌든 이중 Meg Whitman이 훨씬 엄청난 TV광고를 쏟아붓고 있는데, 지금까지 그녀가 쓴 선거비용이 무려 1억6천2백만달러(1천 8백억원)라고 한다. 정말 상상을 초월하게 엄청나게들 쓴다.
두번째는 그 광고들의 대부분이 Negative Campaign Ads (네거티브 광고)라는 점이다.
민주주의의 선진국 미국이니 당연히 선거광고도 깨끗하게 하리라 생각했었는데 그건 오산이었다.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앞으로 이렇게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착한 광고는 거의 없다. ‘상대방은 이렇게 나쁜 놈, 한심한 놈입니다. 그래도 저 놈을 뽑으시겠습니까?’ 이런 원색적인 비방광고 일색이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꾸준하고 집요하다.
(멕휘트먼이 불법체류자 가정부를 고용했다가 무자비하게 해고했다고 폭로. 라티노 표심을 자극하려는 것. 어깨를 감싼 이는 바바라 박서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처럼 생겼는데 아님^^ 지적 감사합니다.)
처음엔 깜짝 놀랐었다. 그리고 실망했었다. 정치 선진국 미국이 이 정도밖에 안된단 말인가? 선거운동을 꼭 이렇게 더럽게 이렇게 치사하게 해야 하나. 과연 이걸 유권자들이 이해해 줄까? 오히려 역효과 아닐까? 하지만 곧 알게 되었다. Negative Campaign Ads는 '필요'하기도 하고, 아주 '정당'하기도 했었다.
네거티브 광고 왜 필요한가?
원래 선거란 ‘최선’을 뽑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였을 거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선거에서 ‘최선’을 뽑을 기회란 아예 없다. ‘최선’은 아예 선거 판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나마 ‘차선’을 뽑아야 하겠지만 이마저도 요원하다. ‘선거판엔 차선’은 고사하고 닳고 닳은 ‘직업 정치꾼’들만 우글대기 때문이다.
결국 선거는 그 정치꾼들 중에서 ‘최악’을 피해 ‘차악’을 뽑는 제도다. ‘이 사람이 되어야 하니 이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저 새끼가 되면 안되니 이 사람을 뽑는 거'란 말이다. 이게 현실이다. 따라서 선거운동의 핵심이 유권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되어서는 필패다. ‘상대 후보자가 나보다 더 나쁜 놈’이라는 걸 반드시 알려야만 한다. 그래야만 이긴다.
저놈이 '최악'이고 내가 '차악'임을 알려야 내가 이긴다. 선거에서 네거티브 광고는 필요하다.
네거티브 광고 왜 정당한가?
물론 미국인들도 이걸 그리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후보들끼리 모여서 '우리 이러지 맙시다'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런 비방광고에 염증을 느껴 정치와 선거를 외면해 버리기도 한다. 그런데도 이런 네거티브 광고는 홍수를 이룬다. 미국인들은 왜 이런 비방광고를 받아주는 걸까?
이게 지역과 국가를 위해서도 필요한 과정임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선거에서 '좋은 사람'은 뽑지 못할 것임을 모두 잘 안다. 그래서 지역과 국가를 위해 '최악'을 피해 '차악'이라도 제대로 뽑아야 한다는 것도 안다. 그러려면 우선 제일 먼저 후보들의 정체와 과거행적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잘했다는 선전보다는 악행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걸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사탕발림에 깜빡 속아 '최악'의 나쁜 놈을 뽑기라도 한다면 뒤에 닥칠 재앙을 어찌 할 것인며 무너지는 국가의 미래를 어찌할 것인가 말이다.
그런 정보를 정확히 주는 게 네거티브 광고다. 네거티브 광고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정정당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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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선거권은 없지만, 나도 후보들의 네거티브 광고를 열심히 본다. 전설적인 여성기업인 두 사람의 어두운 그늘도 새로 보고, 주지사를 두번이나 했던 이의 실패한 과거도 새로 보고, 상원의원을 수십년 해오는 이의 타락한 과거도 새로 본다. 본인들은 피가 마르겠지만 서로 티격태격해야 우리에게 유익하다. 부디 유권자들이 '최악'을 솎아내고 '차악'을 잘 뽑게 되길 바란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우린 너무 잘 않잖아?
첫번째는 그 물량이다.
이번 중간선거에 선거운동을 가장 치열하게 펼치는 곳 중의 하나가 위스콘신 주 상원의원 선거라고 하는데, 민주 공화 두 후보가 이번 선거기간 동안 내보낸 TV 광고 횟수가 무려 18,256회라고 한다. 이런 엄청난 광고는 이 두 사람만 하는 게 아니다.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 모금된 선거비용의 총액이 대략 30억달러(약 3조원)라고 하는데 그 대부분이 TV 광고비용으로 지출된다고 한다.
캘리포니아를 보자. 캘리포니아는 이번 중간 선거에서 '주지사'와 '상원의원' 둘 다 뽑는데, 공교롭게도 공화당의 후보 둘이 세계인이 다 아는 ‘초대형 스타’ 여성 기업인 출신이다.
왼쪽이 주지사 후보인 Ebay CEO 출신 Meg Whitman이고, 오른쪽이 상원의원 후보인 HP CEO 출신 Carly Fiorina 다. 둘 다 기업에서 성공신화를 일궜고, 둘 다 억만장자라나..
[이번 선거의 재미난 관전포인트. 캘리포니아는 주지사와 상원의원 모두 '정치인 대 기업인'의 대결이다. 3선 현역의원 Barbara Boxer 대 휴렛팩커드 성공신화의 Carly Fiorina, 과거에 주지사를 두번이나 했었고 현재는 주 검찰총장인 Jerry Brown 대 이베이 성공신화의 Meg Whitman.. 미국인들은 과연 '성공신화를 가진 기업인'을 지도자로 선택할지 귀추가 주목]
어쨌든 이중 Meg Whitman이 훨씬 엄청난 TV광고를 쏟아붓고 있는데, 지금까지 그녀가 쓴 선거비용이 무려 1억6천2백만달러(1천 8백억원)라고 한다. 정말 상상을 초월하게 엄청나게들 쓴다.
두번째는 그 광고들의 대부분이 Negative Campaign Ads (네거티브 광고)라는 점이다.
민주주의의 선진국 미국이니 당연히 선거광고도 깨끗하게 하리라 생각했었는데 그건 오산이었다.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앞으로 이렇게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착한 광고는 거의 없다. ‘상대방은 이렇게 나쁜 놈, 한심한 놈입니다. 그래도 저 놈을 뽑으시겠습니까?’ 이런 원색적인 비방광고 일색이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꾸준하고 집요하다.
(멕휘트먼이 불법체류자 가정부를 고용했다가 무자비하게 해고했다고 폭로. 라티노 표심을 자극하려는 것. 어깨를 감싼 이는 바바라 박서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처럼 생겼는데 아님^^ 지적 감사합니다.)
처음엔 깜짝 놀랐었다. 그리고 실망했었다. 정치 선진국 미국이 이 정도밖에 안된단 말인가? 선거운동을 꼭 이렇게 더럽게 이렇게 치사하게 해야 하나. 과연 이걸 유권자들이 이해해 줄까? 오히려 역효과 아닐까? 하지만 곧 알게 되었다. Negative Campaign Ads는 '필요'하기도 하고, 아주 '정당'하기도 했었다.
네거티브 광고 왜 필요한가?
원래 선거란 ‘최선’을 뽑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였을 거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선거에서 ‘최선’을 뽑을 기회란 아예 없다. ‘최선’은 아예 선거 판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나마 ‘차선’을 뽑아야 하겠지만 이마저도 요원하다. ‘선거판엔 차선’은 고사하고 닳고 닳은 ‘직업 정치꾼’들만 우글대기 때문이다.
결국 선거는 그 정치꾼들 중에서 ‘최악’을 피해 ‘차악’을 뽑는 제도다. ‘이 사람이 되어야 하니 이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저 새끼가 되면 안되니 이 사람을 뽑는 거'란 말이다. 이게 현실이다. 따라서 선거운동의 핵심이 유권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되어서는 필패다. ‘상대 후보자가 나보다 더 나쁜 놈’이라는 걸 반드시 알려야만 한다. 그래야만 이긴다.
저놈이 '최악'이고 내가 '차악'임을 알려야 내가 이긴다. 선거에서 네거티브 광고는 필요하다.
네거티브 광고 왜 정당한가?
물론 미국인들도 이걸 그리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후보들끼리 모여서 '우리 이러지 맙시다'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런 비방광고에 염증을 느껴 정치와 선거를 외면해 버리기도 한다. 그런데도 이런 네거티브 광고는 홍수를 이룬다. 미국인들은 왜 이런 비방광고를 받아주는 걸까?
이게 지역과 국가를 위해서도 필요한 과정임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선거에서 '좋은 사람'은 뽑지 못할 것임을 모두 잘 안다. 그래서 지역과 국가를 위해 '최악'을 피해 '차악'이라도 제대로 뽑아야 한다는 것도 안다. 그러려면 우선 제일 먼저 후보들의 정체와 과거행적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잘했다는 선전보다는 악행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걸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사탕발림에 깜빡 속아 '최악'의 나쁜 놈을 뽑기라도 한다면 뒤에 닥칠 재앙을 어찌 할 것인며 무너지는 국가의 미래를 어찌할 것인가 말이다.
그런 정보를 정확히 주는 게 네거티브 광고다. 네거티브 광고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정정당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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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선거권은 없지만, 나도 후보들의 네거티브 광고를 열심히 본다. 전설적인 여성기업인 두 사람의 어두운 그늘도 새로 보고, 주지사를 두번이나 했던 이의 실패한 과거도 새로 보고, 상원의원을 수십년 해오는 이의 타락한 과거도 새로 본다. 본인들은 피가 마르겠지만 서로 티격태격해야 우리에게 유익하다. 부디 유권자들이 '최악'을 솎아내고 '차악'을 잘 뽑게 되길 바란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우린 너무 잘 않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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