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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학

심신증 4 - 마음과 몸의 연결

1985년 6월 15일… 내가 제대한 날이다. 제대하기 직전, 한달여쯤 전부터 웬만한 훈련에는 다 열외로 빼준다. 이때가 군대생활의 황금기다. 맨날 더덕이나 캐 먹으러 다니고, 강가에서 고기잡아서 소주마시고, 사격 있는 날 사격장 근처에서 꿩 잡아먹고(총소리들이 섞여서 누가 쏜 총인지 모를 때 꿩을 잡는다..미리 꼬부쳐놓은 총알로) 머 이러면 되는 때이다. 한 일주일을 이렇게 꿈같이 보내던 무렵 느닷없이 육군본부의 지휘검열이래나 뭐래나.. 열외 1명 없이 전원 참가해야 한다는 이상한 훈련이 걸렸다. 집에 가려던 말년병장이 졸지에 훈련에 참가하였다.

다행히 행군거리가 짧았다. 40킬로 행군이랜다. 10시간 정도면 된다. 안심이 되었다. 누워서 떡먹기 거리였기 때문이다. 100킬로 150킬로는 되어야 행군이지 40킬로는 장난이지.. 말이 완전군장이지 속이 텅텅 빈 가짜 군장 등에 살짝 걸치고, 1킬로 철모도 아니고 500그램짜리 하이바.. 사뿐사뿐 걷는다. 시간마다 짊어져야 하는 기관총 차례도 없고 그저 하이킹 하듯이 가볍게 걷기만 하면 된다. 근데… 발바닥이 너무 아프다. 이상하다? 이럴리가 없는데 아직 반도 안 왔는데 발에 물집이 잡힐리는 없고.. 10분간 휴식시간에 군화를 벗고 양말을 벗어보니.. 아뿔싸 물집이었다. 행군 끝날때까지 죽는줄 알았다. 아파서.

처음 참가하는 행군에 신병들은 대부분 발에 심하게 물집이 잡히고 터진다. 발바닥에 물집 잡힌 상태에서 걸으면.. 해본 사람은 안다. 이거 진짜 존나게 아프다. 한걸음 한걸음이 쇠꼬챙이로 발바닥을 쑤시는 것처럼 아프다. 이런걸 참고 걸으면 거의 ‘도인’이 된다. 일반 병들도 행군전에는 나름대로 철저하게 준비를 한다. 여성용 스타킹을 제일 안쪽에 먼저 신는넘, 비누를 양말과 양말사이에 바르는 넘, 사제 양말을 제일 안쪽에 신고 군바리 양말을 덧 신는 넘, 사제 깔창을 까는 넘..가지가지다. 행군 무서운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보통 일반적인 훈련에서 행군거리는 100킬로쯤 된다. 때에 따라서 180킬로도 되고 아무리 짧아도 기본이 60킬로이다. 자꾸만 얘기가 길어진다. 이 얘길 하려는 게 아니고. 정상적인 상태의 군인들은 180킬로를 걸어도 발에 물집이 잡히지 않는다. 물론 나도 그랬다.

근데 말년에 집에 갈 생각만하다 느닷없이 참여한 행군에서 나는 20킬로도 채 못되어 발에 물집이 잡히는 경험을 한다. 이상했다. 말년으로 놀아봤댔자 기껏 일주일 남짓. 발바닥이 물러지기엔 기간이 너무 짧다. 게다가 누워서 뒹굴뒹굴한것도 아니고 훈련받는 애덜보다 더 들로 산으로 놀려다녔다. 아직 발바닥은 곰발바닥 마냥 두껍고 튼튼하다. 군화도 기가 막히게 길이 잘든 A급 군화, 내가 늘 신던거다. 근데 왜 물집이 잡히고 지랄일까?

그 후 나는 이 예를 들어가며 이 말을 즐겨 썼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 정신력에 따라 발바닥도 두꺼워졌다, 얇아졌다 한다.’

아쉽게도 나는 아직 이 현상을 과학적으로 생리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발바닥 피부에까지 영향을 미친 정신상태. 이거 참.. 답답하다.


인체는 외부로부터 물리적 자극을 받거나 내부 혹은 외부로부터 정신적 자극을 받으면 그로 인하여 자율신경이 일차 반응하고, 다양한 종류의 호르몬을 분비하여 인체를 적응,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자율신경은 잘 알다시피 교감신경(Sympathetic Nervous System)과 부교감신경(Parasympathetic Nervous System)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난 예전에 이걸 처음 들었을 때 왜 교장선생님 신경은 없나 라고 생각했었었다)

앞에서 얘기한 Fight or Flight에서 싸우기로 결정한 후의 몸의 변화가 바로 교감신경의 작용이며, 그렇지 않은 평상시의 상태는 부교감신경의 작용이다. 교감신경이 자극을 받게 되면 교감신경말단에서 아드레날린과 같은 호르몬이 분비되어 교감신경의 지배를 받는 여러 신체부위에 그 영향을 주게 되어 심장이 뛰거나 땀이 나거나 열이 차오르고 혈압이 올라가고, 위장기능이 일시적으로 제한을 받게 되는등, 싸울 만반의 태세를 갖추게 된다. 반면 부교감신경은 교감신경에 의해 증가된 신체반응을 안정화시키고 다음을 위해 몸의 상태를 회복유지하는 기능을 가지는데 부교감신경 말단에서 아세틸콜린이라는 물질이 분비됨으로써 이루어진다.

결국 이러한 상반된 작용이 조화를 이루어 외부의 위험요인에 대해서 반응을 하거나 이러한 반응을 진정시키는 길항작용과 회복을 위한 안전장치가 바로 자율신경이다. 이러한 자율신경의 일차반응에 따라 몸에서 여러가지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부신피질자극 호르몬
갑상선자극 호르몬
유즙분비자극 호르몬
성장 호르몬
항이뇨 호르몬
에피네프린
놀에피네프린
코티솔
알도스테론
갑상선 호르몬
인슐린등이 있다.

이렇듯 다양한 종류의 호르몬에 의해 다양한 생리적 현상이 나타난다.

신경의 예민
수의근육의 수축
위 및 장의 근육 이완
맥박의 상승
혈압의 상승
호흡의 상승
혈당의 증가
동공의 확대
타액의 감소, 소화작용의 감소
피부혈액순환의 감소
땀의 증가
혈관의 수축
혈액내 지방의 증가
간, 근육에 저장된 에너지의 동원
비장에 저장된 혈구의 강제 동원

이러한 스트레스에 의한 생리 현상이 오래 지속되면 이것이 곧 질병이 된다.

신경예민의 지속 → 신경증
수의근육 수축의 지속 → 근육통
위 및 장근육 이완의 지속 → 소화 장애
맥박의 지속적 상승 → 심계항진
혈압의 지속적 상승 → 고혈압
혈당의 지속적 상승 → 당뇨병
피부 혈액순환의 지속적 감소 → 피부병
혈관 수축의 지속 → 사지의 마비
혈액내 지방의 지속적 증가 → 지방간 및 심장혈관병
간 및 근육에 저장된 에너지의 지속적 소모 → 만성 피로증
비장에 저장된 혈구의 지속적 강제 동원 → 혈액병


또한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또 다른 기전으로도 자율신경의 실조를 초래한다. 시상하부와 뇌하수체는 신체기능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기능을 총괄하고 있는데 이는 항상 체내의 변동을 파악하고 있으면서 환경조건의 변동이 있으면 즉시 자율신경계, 내분비계, 면역기능을 조절하여 혈액순환, 체온, 생식, 면역, 성장, 대사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시킨다. 이와 같은 신체 조절기능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게 되고 조금이라도 미세혈관 장애가 있으면 이러한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또한 사람의 뇌는 독자적으로 혈류를 조절하는 기능을 갖고 있지만 스트레스 자극이 지속되어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긴장되어 말초혈관의 순환장애로 이어지면 시상하부의 기능 유지가 어려워져 여러 가지 병적인 증상이 나오게 된다.

또한 심리적 스트레스 자극에 의한 정신이나 마음의 변화 즉 불쾌감, 불안, 불만, 걱정, 분노, 슬픔, 적대감, 애정상실, 배우자 이해부족 등이 밖으로 발산되지 않고 마음 속에 억압해 두면 이것 역시 시상하부의 자율신경중추를 자극하게 되어 전신의 교감신경이 과도한 긴장을 일으키게 되며 뇌하수체의 내분비 기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바로 온몸의 신경계와 호르몬계가 교란을 일으켜 이상한 증세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현대인의 지긋지긋하고 몹쓸병, 여러가지 신경증 심신증은 이렇게 유발되는 것이다. 신경증 심신증은 도대체 어떤 증세들일까?



→ 심신증 1 - 마음에서 오는 병
→ 심신증 2 – 뇌의 기능적 연결
→ 심신증 3 – 정신과 육체의 연결통로
→ 심신증 4 – 마음과 몸의 연결
→ 심신증 5 – 신경증과 심신증
→ 심신증 6 – 심신증의 종류
→ 심신증 7 – 심신증의 예방
→ 심신증 8 – 심신증의 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