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얘기

[Jerry's Breakdown] - 놀라운 Thumb Picking

The Great Chet (1924~2001)은 생전에 다른 기타리스트들과 함께 공연하며 앨범을 많이 냈었는데, 그 중엔 Jerry Reed(1937~2008)라는 사람도 있다. 미국의 시골에 가면 흔히 보는 백인 촌놈의 얼굴이다. 이 둘의 사이는 다른 누구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각별했다고 하는데 둘이 낸 음반의 이름을 봐도 그걸 알 수 있다. ‘Me & Jerry’ 그리고 ‘Me & Chet’. 어릴적 고향친구 같은 정이 묻어나는 친근감이다. 이 Jerry Reed는 가수이면서 기타리스트이면서 영화배우였다고 하는데 내가 이 사람을 알게 된 것은 Chet과 연주하는 이 곡 때문이었다.

Jerry’s Break - Chet Atkins & Jerry Reed



검지는 말아쥐고 전혀 사용하지 않는 현란한 Scale이 일품이다. 이 정도의 스피드로 치려면 연습을 굉장히 많이 해야겠다.


근데 이 곡을 반주없이 혼자서 연주하면 어떻게 들릴까?



보다시피 반주 없이 이 곡을 연주하면 사운드가 이렇게 공허하다. 아무래도 이 곡을 제대로 하려면 반드시 반주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반주와 함께한 곡을 들어보자. 내가 연초에 Godin을 샀던 게 바로 이 양반 때문이었다. Godin으로 꽤 괜찮은 소리를 내길래. 



이 정도면 훌롱하다. 이 양반이 어떤 반주 프로그램을 쓰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반주 전용 프로그램 Band-in-a-Box이 있다. 고무밴드님이 추천해 주신거. 그러나 구해 놓은 지 꽤 되었건만 아직까지도 난 이 프로그램의 사용법을 모른다. 그렇다면 땜방으로 Guitar Pro로 음량 조절해서 반주로 써야하는데, 기타프로로는 사운드가 많이 조잡할 거다.. 이러면서 역시 안했다. 

이 곡이 전형적인 컨츄리 리듬곡이었기 때문에 혹시 랙타임으로 베이스런이 가능할까 시도해봤다. 하지만 원곡 C 레귤러 튜닝으론 어림도 없었다. Open G나 Open D로 이조를 하면 혹시 모를까 레귤러 튜닝으론 절대 불가능했다. 다른건 몰라도 베이스런만 있어줘도 훨씬 나을텐데.. 근데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이런 재미난 친구들이 있었다.



곡의 완성도나 연주실력을 떠나 일단 재미있다. 하지만 재미는 있어도 이건 그저 재밌는 장난일 뿐이다. 결국 이곡을 제대로 연주하려면 파트너를 찾거나, 반주에 맞춰 치는 수 밖엔 다른 방법은 없겠다. 그러던 차에 눈이 번쩍 뜨이는 걸 하나 발견했다.

놀라운 Solo Thumb Picking
Jerry's Breakdown - Roger Hardin



이 동영상의 이 남자, 이 곡을 혼자서 치고 있다. 놀라웠다. 물론 '이게 뭐 그리 어려울까?'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 연주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는 직접 해보면 안다. 일반적으로 '기타 좀 친다' 하는 사람의 손가락 근육과 놀림으론 이 연주.. 어림도 없다.

일반적인 랙타임에선 상당부분 엄지와 나머지 손가락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패턴이 많다. 따라서 서로 주고받는 그 리듬만 잘 타면 아무리 빠른 곡이라 할지라도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는 않다. 또, 곡 중간에 나오는 빠른 스케일(피들튠)부분에선 일시적으로 엄지가 베이스런을 멈추고 이 스케일에 Alternate Picking 으로 동참한다.

그러나 이 연주는 그게 아니다. 엄지와 나머지 손가락의 주고받는 리듬이 별로 없을 뿐더러 엄지는 시작부터 끝까지 베이스런을 한다. 그 빠른 스케일은 모두 나머지 손가락들만의 '아르페지오'로 해결하고 있다. 내 일천한 실력으로는 상상도 못하던 주법이다. 앞부분을 좀 해봤더니 이 사람이 연주하는 270의 스피드는 커녕 조금만 속도를 붙여도 바로 손가락이 엉킨다. 


괜히 이 동영상을 봐가지고선.. 
앞으로 꽤 오래도록 이 곡에 붙들려 있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