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한민국

신정아의 도덕적 기준 vs '교회 장로의 도덕적 기준'

결국은 본능, 그래서 종교란 게 있다
인간사회는 원래 약육강식, 사기와 협잡이 득실대기 마련이다. 아닌 척 해도 모두가 '동물적인 본능'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 기회만 나면 남의 것을 빼앗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을 눌러 이득을 취하려 한다. 양심과 도덕이 그것을 억제하고는 있지만 큰 유혹을 받으면 간단히 무너져 내린다.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이 살아왔다고? 착각하지 마시라. 큰 유혹을 못 받아봤기 때문에 그랬을 뿐이다. 

너저분한 유혹들을 받던 때가 있었다. 다 물리쳤었다. 한때 눈먼 돈 현금 30억을 잠시 쥔적도 있었다. 아주 잠깐 ‘들고 튀어?’ 이 생각을 안한 것은 아니지만 곧 웃어버렸다. 그땐 내가 참 바른생활 사나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미래의 더 큰 이익을 생각해서 참았던 것뿐이었다. 만약 그돈 30억이 아무도 보는 사람 없는 길거리에 줏은 돈이었더라면 난 아마 신고하지 않고 그냥 그 돈을 먹었을지도 모른다. 본능이다.

그래서 생긴 게 종교다. ‘하늘에서 다 보고 있다. 죄 지으면 죽고나서 심판 받는다’고 으름장을 놓는거다. 아무도 안 보는 줄 알았는데 하늘에서 누가 보고 있다니.. 죽고 나서 지옥의 불구덩이를 생각하면.. 그래서 참는다. 역사상 인간들이 얼마나 줄기차게 나쁜짓들을 했었으면 이렇게 모든 종교가 나서서 협박을 해야만 했을까.


도덕적 기준
자기가 좋아하는 걸 받으면 나도 좋은 걸 해주고 싶어진다. 목사든 중이든 선생이든 학생이든 이건 다 똑같다. 또 뭘 받지는 않았어도 평소 안면이 두터운 누군가의 부탁을 받으면 당연히 그에게 유리한 쪽으로 부탁을 들어주게 마련이다. 전성기때 부처님이나 예수님이라도 아마 이것에서는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자연스러운 인정이 개인간의 일이거나 작은 조직이라면 이건 이야기꺼리도 아니다. 근데 조직이 커질 수록 자리가 높아질수록 이런 사소한 인정도 이야기꺼리가 되기 시작한다. 유명한 사람들은 시끌벅적 까발려지며 욕을 본다.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이 엄격해 진다. 바꿔 말하면 그 자리쯤 됐으면 더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본능을 억눌러야 한다는 뜻이다.

마침 이명박이 ‘교회 장로로서 요구받는 높은 도덕적 기준’ 이야기를 했다. 그 도덕적 기준 때문에 많은 것들을 참고 억누른단다. 참고 조심해서 이정도라니, 그가 교회 장로가 아니었으면 우리나라 정말 큰일 날뻔 했다.

(이명박에게 교회장로로서 '높은 도덕적 기준'이란게 있다니 과연 다행인가?)

이명박이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아니라면 그가 저지른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다만 그가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선 인사이기 때문에 그의 짓거리들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교회의 장로로서 요구받는 도덕적 기준보다 일국의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이 훨씬 더 높아야 함은 당연하다. (물론 이명박 본인은 반대로 생각하는 것 같다)



신정아에 대한 도덕적 기준
신정아가 잘못했다지만 난 사실 그 여자가 뭘 그렇게 크게 잘못했는지 잘 모른다. 학위위조, 이건 잘못한 거 맞다. 그럼 그 다음은? 그 다음은 신정아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우린 신정아처럼 안하고 사나? 이익을 위해서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총 동원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어떻게든 줄 하나 잡아보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줄 하나 잡으면 ‘몸’과 ‘마음’을 바쳐 마음을 얻으려 한다. 마음을 얻으면 어떻게든 그 줄을 통해 이익을 실현하고자 머리를 쓴다. 당신은 그러지 않는다고? 그럴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신정아는 노는 물이 우리와 달랐을 뿐, 우리가 하는 짓과 신정아가 하는 짓은 하나도 다르지 않다. 신정아가 잘못한 게 없다는 뜻이 아니다. 학위를 속이고 이득을 취하고, 고위직들을 유린해서 부당한 이익을 얻었으니 잘못한 거 맞다.

하지만 신정아는 이명박처럼 ‘교회장로로서 높은 도덕적 기준’을 요구받는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그저 '조금 잘난 여자'였다. 따라서 그에 걸맞는 벌만 받으면 된다. 지금처럼 이렇게 언론과 사회전체가 총 동원되어 신정아 죽이기에 나설 일이 아닌 것이다.

객관적으로 신정아의 부도덕이 '1'이라면 이명박의 부도덕은 '1억'쯤 된다. 대통령 후보의 추악한 부도덕은 눈감아 주고, 휠체어에 타고 쑈한번 하면서 툭툭 털어버리는 추악한 정치인 기업인들을 바로바로 용서해 주시는 국민들이 신정아에겐 왜 이 난리인가?

젊은 여자아이 하나가 당신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휘젓고 다닌게 그리 불쾌한가?
그래서 그 년이 고꾸라지니까 가서 밟아 죽이고 싶은가?


역시 대한민국 검찰
문화일보 덕에 마음을 독하게 먹은 신정아가 조사를 받겠다고 자진 귀국했다. 근데 검찰은 굳이 신정아를 구속한 후에 수사하겠다고 한다.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그동안 신정아와 변양균은 놀고 있었을까? 증거를 인멸했으면 벌써 다 했고 입을 맞췄으면 벌써 다 맞춰놨다. 뒷북치는 주제에 구속수사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근데 구속 안시켰다고 국민들이 난리다. 법이 판단해서 나중에 그 죄가를 치르게 하면 된다. 이렇게 호들갑 떨 사안이 아니다.

(재벌총수들 따라해 본다)

굳이 따져보자. 신정아의 혐의는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다. 미국 캔자스대의 학석사 및 예일대 박사 학위증명서, 예일대 대학원 부원장 명의의 확인서 등 위조 서류를 만들었다. 형법 제231조의 ‘사문서 위조’에 해당한다고 한다. 원칙적으로 따지면 이는 사문서 위조가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치자.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동국대 전임교원모집에 응하면서 이 위조 서류를 동국대에 제출했다. 이는 형법 제234조의 ‘위조 사문서 행사’에 해당한다고 한다. 같은 행위를 이렇게 두가지 법으로 처벌을 한다고 하는게 좀 이상하지만 그렇다고 치자.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학력 사칭으로 동국대 전임교원모집에 응함으로써 정상적 교원 임용이 이뤄지지 않도록 했다. 이는 형법 제314조의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상하지만 그렇다고 우기니 그런가 보다 한다.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

이런 거짓 이력을 바탕으로 광주 비엔날레 예술감독 모집에 지원해 예술감독으로 내정된 데 대해서는 형법 제137조에 규정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에 해당된다고 한다.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함으로써 법령에 의하여 위임된 공무원의 적법한 직무에 관하여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게 하는 경우에 성립한다는데 참 아리송한 법적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치자.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좋다. 형사적으로 판단할 사안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신정아가 잘못한 거 맞다고 치자. 모든 혐의가 인정될 경우를 가정한다면 이론적으로는 7년6월 이하의 징역 또는 2천250만원 이하의 벌금형 선고가 가능하다고 한다. (형법상 형을 선고할 때 여러 죄 중 법정형이 가장 무거운 죄에 적용되는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는 `가중주의'가 적용된다고 한다. 형이 가장 무거운 범죄는 업무방해로서 법정형이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이다. 따라서 거기에 곱하기 1.5를 하면 7년6월 이하 징역 또는 2천250만원이하 벌금이 가능하다.) 죄를 따져서 죄지은 것이 확실하면 이렇게 7년 6개월 깜방에 쳐 넣으면 된다.

----

근데 왜 이리 호들갑인까? 이명박에겐 그리 관대하던 국민이 신정아에겐 왜 이러는가?  어찌 신정아에게 ‘교회장로의 도덕적 기준’보다 더 높은 도덕적 기준을 요구하는가? 

신정아에게도 '교회장로의 높은 도덕적 기준'까지만 요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