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1,2학년때 나는 수도 없이 강의를 뺴 먹었었다. 내가 좀 바빴었기 때문이다. 같이 바쁘던 친구들끼리 하룬 등록금을 따져본 적이 있었다. 강의를 빼먹으면 도대체 우리가 얼마를 허공에 날리는지. 당시 한학기 등록금이 40~50만원 정도였던 것 같고 한학기에 수강하는 학점수가 20~25학점 정도였던 것 같다. 학점당 2만원정도 꼴이니 결국 강의 한시간에 2만원이라는 얘기. ‘뭐 한시간에 2만원?’ 눈알이 튀어나올 뻔했다.
당시 고등학교 '한학기' 육성회비가 5~6만원, 대입학원 단과 한과목 '한달' 수강료가 2~3만원, 500cc 맥주 한잔에.. 아 이거 잘 기억 안난다. 당시 비싼 이 생맥주를 먹어본 적이 적어서, 라면 한그릇에 300원, 하루 여인숙비 3천원 정도였던 걸 생각하면 ‘달랑 한시간에 2만원’이라는 학비는 상상을 초월하게 비싼 학비였다. 하루에 십만원쯤 된다는 얘기 아닌가.. 띠바. 하루에 돈십만원씩을 공중에 날리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숨이 턱 막힐정도로 속이 쓰리고 가슴이 저렸었다.
그러다 문득 ‘학교 이거 순 도독놈새끼들. 왜 이렇게 학비를 많이 받아쳐먹어? 그 많은 학비 도대체 어따 쓰는거야? 교육이 아니라 돈벌이가 목적이구만’ 학교로 화살을 돌렸다. 그리고 또 ‘교수새끼들 월급 때문에 이런가? 그 띠바들이 머 하는게 있다고 월급을 많이 받아먹는건데?’ 학교와 교수에 대한 증오감으로 부글부글..
그래서 난 그 이후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절대로 강의를 빼먹지 않았고, 학교를 상대로 가열찬 등록금 투쟁을 했었냐고? 아니다. 난 그냥 계속 다른 일들로 좀 바빴다. 등록금은 아까웠지만 워낙 바쁘다보니.. 하지만 대학등록금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엔 이후로도 변함이 없었다. 세월이 흘러 한국 대학의 등록금이 천만원을 육박한다는 소식을 미국에서 들었다.
---
‘속보이는 검은손’ 이 작용한 학력인플레와 명품병 바람에 일류대편중이나 유학이 극성인 것은 이해한다 치겠지만, 등록금은 말 그대로 ‘가격’인데도 ‘보이지 않는 손’이 전혀 작용하지 않는다. 대학이 그리 많아졌는데도 등록금은 계속 올라가기만 한다. 이거 왜 그럴까? 아주 간단하다. 우리나라 대학들의 재정이 지나치게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학 재정의 학생 등록금 의존율이 75%~90% 라고 한다. 그럼 다른 나라는 등록금에 별로 의존하지 않고 있단 말인가? 그랬었다.
![](http://img.blog.yahoo.co.kr/ybi/1/28/e6/doorieclinic/folder/8/img_8_3755_1?1207599096.jpg)
하바드 대학의 예산구성을 보자. 비교하기 좋으라고 폰트에 색깔을 써봤다.
등록금 23 %
기부금 28 %
정부지원 16 %
기타지원 7 %
현금증여 7 %
기타수입 19 %
반면 우리나라의 전국 143개 사립 대학의 2006년 교비회계를 보면 수입원은
등록금 74.4%
기부금 4.2%
정부지원 1.5%
법인전입금 5.1% 이었다.
도대체 이게 뭐가 문제인지 찬찬히 살펴보자.
첫번째로 정부 지원금부문. 미국은 대학예산의 20% 정도를 연방정부에서 지원한다. 주립대학의 경우엔 주정부의 지원까지 합쳐 40%정도까지 육박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2%다. 이거 정부가 교육에 대한 의지가 있긴 있는건지 의심이 갈 정도의 수치다.
우리나라의 2007년 현재 국민총생산 대비 교육 투자는 4.4%이다. OECD국가 평균 5.0%보다 0.6% 포인트가 낮다. 가입국 29개국 가운데 꼴찌라고 한다. 하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다. 우리나라 2008년 교육부의 예산 규모는 35조4천866억 원이다. 작년보다 4조2천25억 원(13.4%)이 늘어나 정부 부처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한해 교육예산이 35조원이라면 이거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그런데도 대학예산의 정부지원 비율이 아직도 1%정도라면 우리나라 정부는 도대체 이 교육예산을 어디다가 쓰는 걸까?
우리나라 교육예산의 90%는 초중등교육에 투자된다. 한반 80명이 오전 오후반으로 나눠 수업하던 그런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세련되고 깔끔한 교육환경으로 바뀐 건 다 그간 정부의 이런 투자 덕분이었던 모양이다. 2008년 예산 현황을 보면 이런 초중등교육 편중 예산(88%)은 여전하다. 따라서 대학교육에 투자되는 비율은 12% 남짓에 불과하다. 35조의 12%면 4조2천억원정도.. 이것도 사실 적은 돈은 아니다. 대학숫자를 300개(국공립대 29개, 사립대 140여개, 전문대 158개)로 본다면 한 학교당 일률적으로는 140억원 가까이씩 배정되는 돈이다. 학생수에 따라 배분한다고 하면 대형 4년제 대학들의 경우엔 500억원 이상씩은 지원받을 수 있는 규모일 것이다.
대형 사립대들의 일년 예산은 어느정도일까? 밝히길 꺼려해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4천억원 가까이 된다고 한다. 만약 정부에서 500억원쯤 지원받는다고 하면 일년 예산의 10%를 훌쩍 넘기는 돈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부지원이 전체예산의 1%정도 밖엔 되지 않는다. 대형사립대의 경우라도 40억원정도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돈이 다 어디로 샜을까?
국립대학교..
국립대학교들의 재원은 정부지원 60%, 등록금 34% 기타 수입 6% 이다. 사립대학이 정부지원 1%, 등록금 76%, 재단 전입금 14%, 기부금 및 기타수입 10% 인걸 비교해보면 정부의 지원에 있어 국립대와 사립대학간 무려 60배가 차이가 난다. 국립대인 서울대의 일년예산이 2천억원정도라고 하니(서울대의 1년 예산이 하바드대의 1년 전깃세라는 우스개 소리가..) 서울대에 지원되는 정부의 교육예산이 한해 천 2백억원이라는 얘기다.
서울대학교, 육해공 사관학교, 카이스트, 경찰대학, 세무대학교, 한국체육대학, 전국의 교육대학들.. 이런 국립대들에 지원되는 예산이 정부 대학교육예산의 50%정도가 배정된다. 4조2천억원의 예산중 2조원 이상이 이런 국립대 지원금으로 쓰인다.
국립대, 지금의 우리나라를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제 조금씩은 바뀔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볼 때이다. 그 많은 국립대들이 아직도 국가의 예산으로 계속 지원할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 냉철하게 검토하여 일부는 과감하게 법인화시켜 일반사립대와 무한경쟁을 시켜야 한다.
또 학비를 전액 면제해 주는 국립대학이 있고 사립대의 60%정도로 학비를 받는 국립대가 있다. 국립대의 이 학비 문제, 내 조카들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아주 민감한 사안이다. 뒤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한다.
두번째 기부금 문제.
외국의 유수대학과 우리나라의 대학간 재정상태를 비교할 때 가장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분야가 바로 이 기부금이다. 미국의 전미 교육지원위원회(CAE)의 2006년 자료를 보면 스탠퍼드대가 8473억원으로 기부금이 가장 많았고, 이어 하버드대 5532억원, 예일대 4031억원, 펜실베이니아대 3808억원 등이다.
미국은 이렇다는데 우리나라 대학의 사정은 어떠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2005년 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학 중 기부금 모금 랭킹은 고려대 578억원, 포항공대 439억원, 인하대 406억원, 서울대 397억원, 연세대 396억원, 한양대 364억원, 부산대225억원, 영남대223억원, 성균관대197억원, 경북대161억원이다. 한국의 기부금 10위권 대학의 기부금을 다 합쳐도(3386억원)이 미국의 8위인 컬럼비아 대학(3508억원) 한군데보다도 적다.
쌓여있는 적립금을 보면 더 힘이 빠진다. 하버드대의 운용기금은 무려 349억달러 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 돈으로 따지면 35조원 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년 5% 이자를 따져도 일년에 이자수입만 1조7천억원이다. 하바드대학의 일년 예산이 2조 8천억원이라고 하니 은행에 넣어두기만 해도 일년예산의 60%가 충당되는 엄청난 액수이다. 그나저나 35조원?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금액이다. 그렇다. 바로 우리나라 2008년 전체 교육예산이다. 대한민국 일년 전체 교육예산만큼의 돈을 미국의 한 대학이 운용적립금으로 쌓아두고 있다. 띠바.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얼마만큼의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을까? 적립금이 가장 많은 대학은 의외의 이화여대로 5421억원이다. 그 뒤를 이어 홍익대 3304억원, 연세대 1890억원, 경희대 1344억원, 숙명여대 1131억원 등이다. 우리나라 적립금 1위인 이화여대의 적립금(5421억원)이 하바드대학이 일년에 끌어모으는 기부금(5532억원)보다도 적다. 아무리 나라간 국력의 차이가 있고 대학간 지명도의 차이가 있다고 해도 참 기운빠지는 수치다.
하지만 문제는 이 '금액의 차이'가 아니다.
![](http://img.blog.yahoo.co.kr/ybi/1/28/e6/doorieclinic/folder/8/img_8_3755_0?1207599096.jpg)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지난해 11월 대학의 누적 적립금이 대학운영수익의 5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인구감소에 따른 신입생 부족과 대학 구조조정 등을 앞둔 사립대학이 필요 이상의 등록금을 거둬 적립금으로 쌓아두고 있는 게 최근 등록금 인상의 배경”이라며 “적절한 적립금 상한 규모를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적립금이 각 사립대학 운영수익 총액의 5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초과 부분은 교육환경에 투자하도록 했다. '이 법이 제정되면 2조1144억원의 적립금이 교육환경에 투자된다'며 '이 금액은 전체 등록금 수익의 20% 정도로 이것만 제대로 써도 3∼4년간 등록금 인상은 안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최순영이라는 사람의 이 주장..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 등록금 천만원 시대 1 – 등록금이 아깝다?
→ 등록금 천만원 시대 2 – 세계에서의 한국대학 위상
→ 등록금 천만원 시대 3 – 대학생이 너무 많다
→ 등록금 천만원 시대 4 – 학력 인플레
→ 등록금 천만원 시대 5 – 기부금과 적립금
→ 등록금 천만원 시대 6 – 대학들도 무한경쟁
→ 등록금 천만원 시대 7 – 순위로 늘어선 미국대학들
→ 등록금 천만원 시대 짜투리 – 미국의 대학 평가 기준
당시 고등학교 '한학기' 육성회비가 5~6만원, 대입학원 단과 한과목 '한달' 수강료가 2~3만원, 500cc 맥주 한잔에.. 아 이거 잘 기억 안난다. 당시 비싼 이 생맥주를 먹어본 적이 적어서, 라면 한그릇에 300원, 하루 여인숙비 3천원 정도였던 걸 생각하면 ‘달랑 한시간에 2만원’이라는 학비는 상상을 초월하게 비싼 학비였다. 하루에 십만원쯤 된다는 얘기 아닌가.. 띠바. 하루에 돈십만원씩을 공중에 날리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숨이 턱 막힐정도로 속이 쓰리고 가슴이 저렸었다.
그러다 문득 ‘학교 이거 순 도독놈새끼들. 왜 이렇게 학비를 많이 받아쳐먹어? 그 많은 학비 도대체 어따 쓰는거야? 교육이 아니라 돈벌이가 목적이구만’ 학교로 화살을 돌렸다. 그리고 또 ‘교수새끼들 월급 때문에 이런가? 그 띠바들이 머 하는게 있다고 월급을 많이 받아먹는건데?’ 학교와 교수에 대한 증오감으로 부글부글..
그래서 난 그 이후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절대로 강의를 빼먹지 않았고, 학교를 상대로 가열찬 등록금 투쟁을 했었냐고? 아니다. 난 그냥 계속 다른 일들로 좀 바빴다. 등록금은 아까웠지만 워낙 바쁘다보니.. 하지만 대학등록금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엔 이후로도 변함이 없었다. 세월이 흘러 한국 대학의 등록금이 천만원을 육박한다는 소식을 미국에서 들었다.
---
‘속보이는 검은손’ 이 작용한 학력인플레와 명품병 바람에 일류대편중이나 유학이 극성인 것은 이해한다 치겠지만, 등록금은 말 그대로 ‘가격’인데도 ‘보이지 않는 손’이 전혀 작용하지 않는다. 대학이 그리 많아졌는데도 등록금은 계속 올라가기만 한다. 이거 왜 그럴까? 아주 간단하다. 우리나라 대학들의 재정이 지나치게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학 재정의 학생 등록금 의존율이 75%~90% 라고 한다. 그럼 다른 나라는 등록금에 별로 의존하지 않고 있단 말인가? 그랬었다.
![](http://img.blog.yahoo.co.kr/ybi/1/28/e6/doorieclinic/folder/8/img_8_3755_1?1207599096.jpg)
하바드 대학의 예산구성을 보자. 비교하기 좋으라고 폰트에 색깔을 써봤다.
등록금 23 %
기부금 28 %
정부지원 16 %
기타지원 7 %
현금증여 7 %
기타수입 19 %
반면 우리나라의 전국 143개 사립 대학의 2006년 교비회계를 보면 수입원은
등록금 74.4%
기부금 4.2%
정부지원 1.5%
법인전입금 5.1% 이었다.
도대체 이게 뭐가 문제인지 찬찬히 살펴보자.
첫번째로 정부 지원금부문. 미국은 대학예산의 20% 정도를 연방정부에서 지원한다. 주립대학의 경우엔 주정부의 지원까지 합쳐 40%정도까지 육박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2%다. 이거 정부가 교육에 대한 의지가 있긴 있는건지 의심이 갈 정도의 수치다.
우리나라의 2007년 현재 국민총생산 대비 교육 투자는 4.4%이다. OECD국가 평균 5.0%보다 0.6% 포인트가 낮다. 가입국 29개국 가운데 꼴찌라고 한다. 하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다. 우리나라 2008년 교육부의 예산 규모는 35조4천866억 원이다. 작년보다 4조2천25억 원(13.4%)이 늘어나 정부 부처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한해 교육예산이 35조원이라면 이거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그런데도 대학예산의 정부지원 비율이 아직도 1%정도라면 우리나라 정부는 도대체 이 교육예산을 어디다가 쓰는 걸까?
우리나라 교육예산의 90%는 초중등교육에 투자된다. 한반 80명이 오전 오후반으로 나눠 수업하던 그런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세련되고 깔끔한 교육환경으로 바뀐 건 다 그간 정부의 이런 투자 덕분이었던 모양이다. 2008년 예산 현황을 보면 이런 초중등교육 편중 예산(88%)은 여전하다. 따라서 대학교육에 투자되는 비율은 12% 남짓에 불과하다. 35조의 12%면 4조2천억원정도.. 이것도 사실 적은 돈은 아니다. 대학숫자를 300개(국공립대 29개, 사립대 140여개, 전문대 158개)로 본다면 한 학교당 일률적으로는 140억원 가까이씩 배정되는 돈이다. 학생수에 따라 배분한다고 하면 대형 4년제 대학들의 경우엔 500억원 이상씩은 지원받을 수 있는 규모일 것이다.
대형 사립대들의 일년 예산은 어느정도일까? 밝히길 꺼려해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4천억원 가까이 된다고 한다. 만약 정부에서 500억원쯤 지원받는다고 하면 일년 예산의 10%를 훌쩍 넘기는 돈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부지원이 전체예산의 1%정도 밖엔 되지 않는다. 대형사립대의 경우라도 40억원정도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돈이 다 어디로 샜을까?
국립대학교..
국립대학교들의 재원은 정부지원 60%, 등록금 34% 기타 수입 6% 이다. 사립대학이 정부지원 1%, 등록금 76%, 재단 전입금 14%, 기부금 및 기타수입 10% 인걸 비교해보면 정부의 지원에 있어 국립대와 사립대학간 무려 60배가 차이가 난다. 국립대인 서울대의 일년예산이 2천억원정도라고 하니(서울대의 1년 예산이 하바드대의 1년 전깃세라는 우스개 소리가..) 서울대에 지원되는 정부의 교육예산이 한해 천 2백억원이라는 얘기다.
서울대학교, 육해공 사관학교, 카이스트, 경찰대학, 세무대학교, 한국체육대학, 전국의 교육대학들.. 이런 국립대들에 지원되는 예산이 정부 대학교육예산의 50%정도가 배정된다. 4조2천억원의 예산중 2조원 이상이 이런 국립대 지원금으로 쓰인다.
국립대, 지금의 우리나라를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제 조금씩은 바뀔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볼 때이다. 그 많은 국립대들이 아직도 국가의 예산으로 계속 지원할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 냉철하게 검토하여 일부는 과감하게 법인화시켜 일반사립대와 무한경쟁을 시켜야 한다.
또 학비를 전액 면제해 주는 국립대학이 있고 사립대의 60%정도로 학비를 받는 국립대가 있다. 국립대의 이 학비 문제, 내 조카들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아주 민감한 사안이다. 뒤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한다.
두번째 기부금 문제.
외국의 유수대학과 우리나라의 대학간 재정상태를 비교할 때 가장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분야가 바로 이 기부금이다. 미국의 전미 교육지원위원회(CAE)의 2006년 자료를 보면 스탠퍼드대가 8473억원으로 기부금이 가장 많았고, 이어 하버드대 5532억원, 예일대 4031억원, 펜실베이니아대 3808억원 등이다.
미국은 이렇다는데 우리나라 대학의 사정은 어떠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2005년 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학 중 기부금 모금 랭킹은 고려대 578억원, 포항공대 439억원, 인하대 406억원, 서울대 397억원, 연세대 396억원, 한양대 364억원, 부산대225억원, 영남대223억원, 성균관대197억원, 경북대161억원이다. 한국의 기부금 10위권 대학의 기부금을 다 합쳐도(3386억원)이 미국의 8위인 컬럼비아 대학(3508억원) 한군데보다도 적다.
쌓여있는 적립금을 보면 더 힘이 빠진다. 하버드대의 운용기금은 무려 349억달러 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 돈으로 따지면 35조원 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년 5% 이자를 따져도 일년에 이자수입만 1조7천억원이다. 하바드대학의 일년 예산이 2조 8천억원이라고 하니 은행에 넣어두기만 해도 일년예산의 60%가 충당되는 엄청난 액수이다. 그나저나 35조원?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금액이다. 그렇다. 바로 우리나라 2008년 전체 교육예산이다. 대한민국 일년 전체 교육예산만큼의 돈을 미국의 한 대학이 운용적립금으로 쌓아두고 있다. 띠바.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얼마만큼의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을까? 적립금이 가장 많은 대학은 의외의 이화여대로 5421억원이다. 그 뒤를 이어 홍익대 3304억원, 연세대 1890억원, 경희대 1344억원, 숙명여대 1131억원 등이다. 우리나라 적립금 1위인 이화여대의 적립금(5421억원)이 하바드대학이 일년에 끌어모으는 기부금(5532억원)보다도 적다. 아무리 나라간 국력의 차이가 있고 대학간 지명도의 차이가 있다고 해도 참 기운빠지는 수치다.
하지만 문제는 이 '금액의 차이'가 아니다.
![](http://img.blog.yahoo.co.kr/ybi/1/28/e6/doorieclinic/folder/8/img_8_3755_0?1207599096.jpg)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지난해 11월 대학의 누적 적립금이 대학운영수익의 5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인구감소에 따른 신입생 부족과 대학 구조조정 등을 앞둔 사립대학이 필요 이상의 등록금을 거둬 적립금으로 쌓아두고 있는 게 최근 등록금 인상의 배경”이라며 “적절한 적립금 상한 규모를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적립금이 각 사립대학 운영수익 총액의 5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초과 부분은 교육환경에 투자하도록 했다. '이 법이 제정되면 2조1144억원의 적립금이 교육환경에 투자된다'며 '이 금액은 전체 등록금 수익의 20% 정도로 이것만 제대로 써도 3∼4년간 등록금 인상은 안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최순영이라는 사람의 이 주장..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 등록금 천만원 시대 1 – 등록금이 아깝다?
→ 등록금 천만원 시대 2 – 세계에서의 한국대학 위상
→ 등록금 천만원 시대 3 – 대학생이 너무 많다
→ 등록금 천만원 시대 4 – 학력 인플레
→ 등록금 천만원 시대 5 – 기부금과 적립금
→ 등록금 천만원 시대 6 – 대학들도 무한경쟁
→ 등록금 천만원 시대 7 – 순위로 늘어선 미국대학들
→ 등록금 천만원 시대 짜투리 – 미국의 대학 평가 기준
'대한민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등록금 천만원 시대 7 - 순위로 늘어선 미국의 대학들 (0) | 2008.04.13 |
---|---|
등록금 천만원 시대 6 - 대학들도 무한 돈 경쟁 (0) | 2008.04.12 |
등록금 천만원 시대 4 - 학력 인플레 (0) | 2008.04.05 |
등록금 천만원 시대 3 - 대학생이 너무 많다 (0) | 2008.04.03 |
등록금 천만원 시대 2 - 세계에서 한국 대학의 위상 (0) | 2008.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