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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고산증 트라우마 극복

일주일간 '고산증 트라우마'가 있었습니다. 출발하기전 어떻게든 이걸 해결해야만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지난주 패착은 ‘등반 초반에 급격하게 몸을 움직인 것’과 몸이 정상이 아님에도 ‘추운데서 찬 김밥을 많이 먹은 것’일겁니다. 이것이 진짜 원인인지 확인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이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제 그곳에 다시 갔습니다. Mt. San Jacinto

 

운동으로 컨디션 조절을 해왔습니다. 당일 새벽 일찍 일어나 밥과 김치찌개로 아침을 먹었습니다. 점심은 초컬릿 과자로 준비하고, 물병도 클립으로 허리에 걸어 배낭무게를 최대한 줄였습니다. 옷도 충분히 따뜻하게 준비했습니다. 효과는 알수 없지만 고산증 예방 알약도 먹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 도착해서 바로 등산하지 않고 2,800m 분지에서 한시간정도 걸으며 몸을 덮혔습니다. 그리고나서 숨을 고르며 천천히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트라우마 핵심은 두통과 오심입니다. 삼십분을 올랐습니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한시간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괜찮습니다. 약간의 어지럼증, 아니 어지럽다기 보다는 그냥 머리가 뚱-한 느낌만 있습니다. 두시간이 지나도 역시 괜찮습니다. 옷을 따뜻하게 입어 쉬는시간도 편안합니다. 세시간쯤 지나 목적지인 Round Valley에 도착해서도 괜찮았습니다. 지난주 두통과 오심으로 죽을동살동 하던 과정들이 모두 괜찮았던 겁니다. 점심으로 초컬릿 과자를 몇개 먹었습니다. 햇볕을 찾아 앉으니 노곤하게 잠까지 옵니다. 피곤하긴 해도 속이 편하다는 얘깁니다. 일품인 경치도 눈에 들어옵니다.

이 날은 고산증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게 목적이었으므로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그곳에서 내려왔습니다. 컨디션도 좋고 좀 추워서 내리막은 좀 빨리 내려왔습니다. 그래서인지 막바지에 약간의 두통이 있었습니다만 참을만한 정도였습니다. 물론 그 무렵이 고산증 두통이 시작될 바로 그 시간이라서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난주에도 이 시간 즈음에 두통이 가장 심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참을만한' 두통이니 일단 성공입니다. 제가 생각했던 패착이 얼추 맞는것 같습니다. 이제 더 이상 트라우마에 시달리지는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무지자만이 문제였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해져서 고생을 하게 마련입니다. 인생살이 최대의 덕목은 역시 겸손이란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다섯시반쯤 되었습니다. 팜스프링스에 하나 있다고 알려진 한국식당을 찾아보니 팜스프링스가 아니라 La Quinta 라는 곳에 있답니다. LA 반대방향으로 자동차로 30분.. 너무 멉니다. 꿩대신 닭, 중국식당을 찾아 들어가 볶음밥을 먹었습니다. 식사 후 잠깐 거리를 걷다 도로를 완전히 막아놓은 곳이 있어 들어가보니 음식 장터가 들어서있습니다. 아 띠바.. 이걸 못봤네.. 여기서 먹을 걸..  

아쉬움을 뒤로 하고 LA로 향했습니다. 트라우마를 털어내고 가는길이라 마음이 가볍습니다. 팜스프링스 111번 길을 달리다가 인사라도 할겸 '샌 하신토' 산을 힐끗 쳐다봤습니다. 순간 숨이 콱 막혔습니다. 보름달이 비춰진 샌하신토 산, 괴기스런 회색빛 그 산에게 완전 압도당한 겁니다. 공포스런 돌산이 제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담부턴 까불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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