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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에이지

하나님 최고? 우리아빠 최고합창단

세살박이 철수는 ‘세상에서 우리아빠가 최고’인 줄 안다. 어느날 옆집 복남이와 싸움이 붙었다. 서로 자기아빠가 최고라고 말하다가 싸움이 붙은 것이다. 결론을 내지 못한 철수가 집에 들어와 엄마에게 확인한다. ‘엄마, 세상에서 우리아빠가 최고지? 맞지?’ 이럴 때 어린 아들을 앞에 앉혀놓고 ‘복남이네 아빠 월급은 얼마네, 대학은 어디 나왔네..’ 따지는 엄마는 거의 없다. ‘그럼 철수 아빠가 세상에서 당연히 최고지’ 이렇게 말해준다. 왜냐하면 어차피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철수가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때로는 우리아빠가 최고가 아닐때도 있구나, 혹은 우리아빠가 최고가 아닌 분야가 꽤 많구나.. 저절로 알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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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만약 철수가 열다섯살이 되어서까지도 ‘세상에서 우리아빠가 최고’라는 확신을 버리지 않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고 가정을 해보자. 아빠가 하는 얘기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인정하지 않게 된다. 우리아빠 최고임을 모르는 사람들과 사사건건 충돌을 일으킨다. 급기야 다른 사람들이 각자 자기의 아버지를 존경하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는다. 니네 아빠는 가짜니까 너도 우리 아빠를 아빠라고 따라야 한다고 우긴다. 

이 아이가 만약 스무살이 되어서도 여전히 이렇게 살면 어떨까? 우리아빠가 최고가 아님을 알게 될 기회를 영원히 잃게 된다. 정신지체 장애자가 된다. 

이런 사람들 우리 주변에 많다. 종교인들중에 많고, 2세 정치인 중에 많고, 외우기만 잘하던 학자들에게 많다. 비단 종교나 정치나 학문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우리들도 이렇게 몽매한 철수처럼 ‘우리아빠 최고’ 만을 나도 모르게 주장하고 있을 수도 있다. 특히 내가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분야가 있다면 더욱 그럴 위험이 크다. 내가 가지고 있던 신념을 되돌아 볼 기회조차를 갖지 않고 있을 수도 있다. 그것이 사고의 관성이라고 했다.


우리가 모르는 동안 우리 자신도 ‘우리아빠 최고 합창단’에서 아직까지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