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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얘기

기타 고르기 3 - Martin OOO-28EC Eric Clapton Signature Model

품에 안고 한번 울려보았다. 높은 소리는 저리도록 맑고, 낮은 소리는 묵직하게 웅장하다. 그러면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고음의 청명함과 저음의 묵직함의 밸런스가 완벽하다. 그 울림도 놀라워 방음시설이 되어 있는 방이었지만 이 기타의 울림을 잡아먹지 못한다. 여섯줄이 제각각 제 소리를 내고 있지만 남는 소리는 하나다. 은은한 화음으로만 남는다.

‘좋은 기타는 당연히 소리가 좋을 것’이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리 좋을 줄은 몰랐다. 마음에 쏙 드는 여자와 운명적으로 연이 닿기 시작했을 때처럼 나도 모르게 웃음이 번져 나왔다.
이거구나.. 직감으로 감이 왔다.

더 놀란 건 바로 이 기타의 ‘Ease of playing’ 이었다.
놀라웠다. 좋은 기타가 ‘소리가 좋을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연주하기 편할 것’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기타가 다 알아서 소리를 내 준다. 운지가 조금만 비틀어져도 나지 않던 소리들을 이 기타는 내 준다. 이병우의 새, 그 악랄한 부분이 떠 올랐다. 튜닝이 틀리지만 해 봤다. 아.. 이걸론 된다. 손가락을 찢어져라 벌리고 손목과 팔꿈치가 얼얼하도록 애를 써도 잘 안 되던 게 이 기타로는 된다. 아마추어들은 드럽게 치기 힘든 기타로 늘 아마추어에 머물고, 프로들은 이런 기타로 펄펄 앞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래.. 바로 이거다. 진작에 만났어야 했었는데..
지루하고 삭막하기 짝이 없는 미국생활, 맘 터놓고 의지할 좋은 친구가 하나 생겼다.








 Martin OOO-28EC Eric Clapton Signature Model



→ 기타 고르기 1 – 어렵다
→ 기타 고르기 1.5 – 명필일수록 붓을 가린다
→ 기타 고르기 2 – 비싼 기타가 좋은 기타
→ 기타 고르기 3 – 마틴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