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키인가 A 키인가?
더박서의 전주부분입니다. 기타 좀 친다는 사람치고 이 곡 시도해 보지 않은 사람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이 노래는 저의 로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곡.. 결코 만만한 곡이 아닙니다. 그냥 ‘노래 반주’ 수준까지는 도달할 수 있겠지만, 욕심을 좀 더 내어 원곡의 디테일들을 구현하려 하다보면 그것이 아예 '불가능'한 것임을 곧 깨닫게 됩니다.
더박서는 B key의 곡입니다. 그러나 실제 핑거픽킹을 B 키로 했을 리 만무하니, 카포를 끼우고 A로 쳤거나 줄을 내려 C로 쳤을 것입니다. 폴사이먼의 공연모습을 보면 그 역시 C키로 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C키로는 전주부분을 포함해 허전한 부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나 원곡자가 그렇게 치고 있으니 어쩌랴, 그렇게 허전한 C키로 이십여년을 흘려보냈었습니다.
그러다가 십여년전쯤, 이민생활이 가장 힘들었던 시절, 제 현실과 기막히게 맞아 떨어지는 이 노래의 가사에 매료되어 이 노래를 다시 붙들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 이방인의 노래 The Boxer 1 → 이방인의 노래 The Boxer 2 이 때 이리저리 궁리를 하다가 C키를 버리고 A키로 바꿨습니다. C로 했을 때보다 A로 했을 때 허전한 부분들이 훨씬 적었던 겁니다. 원곡의 디테일이 그나마 살아 나오고 있었습니다.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 A키에도 약점이 있었습니다. 으뜸코드(A)의 베이스 문제입니다. 원곡의 ‘도미 솔미’가 아니라 ‘도솔 솔솔’인 겁니다. 원곡은 너무나도 명현하게 ‘도미 솔미’인데 이것이 구현되지 않는다는 것이 A 키의 치명적인 약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약점은 다른 여러가지 장점들이 충분히 덮어주고도 남았습니다. 그래서 결론을 내었었습니다. 더박서는 'C키와 A키 두 대의 기타가 같이 연주하는 것'으로.
더박서는 B key의 곡입니다. 그러나 실제 핑거픽킹을 B 키로 했을 리 만무하니, 카포를 끼우고 A로 쳤거나 줄을 내려 C로 쳤을 것입니다. 폴사이먼의 공연모습을 보면 그 역시 C키로 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C키로는 전주부분을 포함해 허전한 부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나 원곡자가 그렇게 치고 있으니 어쩌랴, 그렇게 허전한 C키로 이십여년을 흘려보냈었습니다.
그러다가 십여년전쯤, 이민생활이 가장 힘들었던 시절, 제 현실과 기막히게 맞아 떨어지는 이 노래의 가사에 매료되어 이 노래를 다시 붙들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 이방인의 노래 The Boxer 1 → 이방인의 노래 The Boxer 2 이 때 이리저리 궁리를 하다가 C키를 버리고 A키로 바꿨습니다. C로 했을 때보다 A로 했을 때 허전한 부분들이 훨씬 적었던 겁니다. 원곡의 디테일이 그나마 살아 나오고 있었습니다.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 A키에도 약점이 있었습니다. 으뜸코드(A)의 베이스 문제입니다. 원곡의 ‘도미 솔미’가 아니라 ‘도솔 솔솔’인 겁니다. 원곡은 너무나도 명현하게 ‘도미 솔미’인데 이것이 구현되지 않는다는 것이 A 키의 치명적인 약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약점은 다른 여러가지 장점들이 충분히 덮어주고도 남았습니다. 그래서 결론을 내었었습니다. 더박서는 'C키와 A키 두 대의 기타가 같이 연주하는 것'으로.
그러나 이렇게 해도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부분들이 있음은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기타가 서너대 이상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더 이상 찾아내는 건 포기했었습니다. 당시 먹고 사는 것이 너무 급했으므로.. 그렇지만 늘 찝찝했었습니다. 찾아야 하는데.. 완성해야 하는데..
원곡 기타 세션맨의 증언
며칠 전 오랜만에 이 노래가 차에서 흘러나오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호기심이 다시 발동했습니다. 이번엔 꼭 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떠도는 동영상이나 악보는 모두 C key 일색이었습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꿔 ‘더박서 녹음당시’의 상황이 언급된 자료가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발견했습니다. 사이먼과 함께 더박서의 기타연주를 했던 Fred Carter, Jr 라는 사람이 1998년에 인터뷰한 내용.. 가슴이 쿵쾅거렸습니다. 드디어 더박서 기타반주의 비밀을 풀게 되는가..
In the magazine ‘Fretboard Journal’ Fred Carter, Jr. recounts:
"I had a baby Martin, which is a 000-18, and when we started the record in New York with Roy Halee, the engineer, and Paul [Simon] was playin' his Martin--I think it's a D-18 and he was tuned regular--he didn't have the song totally written lyrically, but he had most of the melody. And so all I was hearin' was bits and pieces while he was doing' his fingerpicking...I think he was fingerpicking in an open C. I tried two or three things and then picked up the baby Martin, which was about a third above his guitar, soundwise. "And I turned down the first string to a D, and tuned up the bass string to a G, which made it an open-G tuning, except for the fifth string, which was standard. Did some counter fingerpicking with him, just did a little backward roll, and Iucked into a lick. And that turned into that little roll, and we cut it, just Paul and I, two guitars.
Then we started to experiment with some other ideas and so forth. At the end of the day, we were still on the song. Garfunkel was amblin’ around the studio, hummin’ and havin’ input at various times. They were real scientists. They’d get on a part, and it might be there [unfinished] six weeks later. On my guitar, they had me miked with about seven mics. They had a near mic, a distant mic, a neck mic, a mic on the hole. They even miked my breathing. They miked the guitar in back. So Roy Halee was a genius at getting around. The first time we were listenin’, they killed the breathing mic. And they had an ambient mic overhead, which picked up the two guitars together, I suppose. And so, I was breathin’, I guess, pretty heavy in rhythm. And they wanted to take out that noise, and they took it out and said, ‘Naw, we gotta leave that in.’ That sounds almost like a rhythm on the record. So they left the breathin’ mic on for the mix.
I played Tele on it and a 12-string, three or four guitars on it. I was doing different guitar parts. One was a chord pattern and rhythm pattern. Did the Dobro lick on the regular six-string finger Dobro—not a slide Dobro. "I never heard the total record until I heard it on the air… I thought, That’s the greatest record I heard in my life, especially after the scrutiny and after all the time they spent on it and breakin’ it apart musically and soundwise and all of it. There was some magic in the studio that day, and Roy Halee captured it. Paul and I had really nice groove.“
일단 폴 사이먼은 스탠다드 튜닝(EADGBE)에서 C key로 친 게 맞았습니다. 그리고 ‘just Paul and I, two guitars’라고 한걸 보니 두대의 기타로 친 것도 맞는 것 같습니다. ‘두대로 그런 소리를?’ 그렇다면 이 사람의 키가 도대체 뭐였을까? I turned down the first string to a D, and tuned up the bass string to a G .. 그렇게 애타게 찾던 튜닝에 관한 얘기가 나옵니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1번 줄을 D로 내리고, 베이스 줄을 G로 올리고.. 베이스줄이라고 하면 6번줄을 의미할 터, 근데 뒤에 이어지는 설명이 모든 것들을 엉키기 만듭니다.
이 양반이 이 튜닝을 부연하면서 ‘Open G (5번줄 제외)튜닝’이라고 했는데.. 이 부연설명이 혼란을 일으키는 겁니다. 원래 Open G가 DGDGBD 인데 거기서 5번줄을 그대로 놔두라고 했으니 DADGBD 가 됩니다. 근데 이 양반이 앞에 말한 건 DADGBD가 아니라 GADGBD 입니다.
이 혼란은 둘중 하나일 겁니다. 노인네가 오래되어서 착각을 하는 것이거나, 아니면 편집자의 오타. 그래서 뭐가 맞는지 두가지를 직접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 양반 말대로 6번줄을 G로 튜닝(GADGBD)하면 C key로 연주했을 것이고, 6번줄 D로 튜닝(DADGBD)하면 G key로 연주했을 것 같습니다\다. (글로는 설명이 어려운데 튜닝을 해놓고 직접 해보면 압니다.) 해봤더니 일단 둘 다 어렵습니다. 다른 진행코드들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주부분만을 놓고 본다면 GADGBD가 좀 낫고, 전반적인 알참으로 본다면 DADGBD 이 좀 나은 것도 같고.. 잘 모르겠습니다. 폴사이먼과 키를 맞추자면 GADGBD 튜닝으로 했었을 수도 있겠지만, 연주의 풍성함을 위해서라면 DADGBD 였을 수도 있겠습니다. 어쨌든 이 튜닝들의 연주가 C와 A로 채워지지 않던 부분을 꽤 많이 채워주긴 하는것 같습니다.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더 자세한 언급이 있는지 마저 읽어봤습니다.
녹음당시의 언급이 나옵니다. I played Tele on it and a 12-string, three or four guitars on it. I was doing different guitar parts. One was a chord pattern and rhythm pattern. Did the Dobro lick on the regular six-string finger Dobro—not a slide Dobro. 아뿔싸.. 실제 녹음은 Tele (Telecaster 기타), 12현 기타, 그외 서너대의 기타, 그리고 핑거 도브로까지 동원했었답니다.
앞부분의 언급 ‘just Paul and I, two guitars’라는 건 처음 만나 둘이서 대충 맞춰본 상황에 대한 설명이었던 거고, 실제 녹음은 이렇게 여러대의 기타를 동원했었다는 겁니다. 결국 우리들이 그렇게 흉내내고 싶어했던 The Boxer의 현란한 기타반주는 무려 3~8대의 기타로 만들어진 소리였던 겁니다. 그러니 ‘무슨 키로 연주했느냐’가 의미가 있었을 턱이 없었습니다.
영원히 묻힌 The Boxer 기타의 비밀
과연 3~8대의 기타들을 어떻게 섞은 것이었을까? 하지만 더 이상 언급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더박서의 기타리스트 이 분께서 작년(2010년)에 고인이 되셨습니다.
이 양반 말대로 6번줄을 G로 튜닝(GADGBD)하면 C key로 연주했을 것이고, 6번줄 D로 튜닝(DADGBD)하면 G key로 연주했을 것 같습니다\다. (글로는 설명이 어려운데 튜닝을 해놓고 직접 해보면 압니다.) 해봤더니 일단 둘 다 어렵습니다. 다른 진행코드들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주부분만을 놓고 본다면 GADGBD가 좀 낫고, 전반적인 알참으로 본다면 DADGBD 이 좀 나은 것도 같고.. 잘 모르겠습니다. 폴사이먼과 키를 맞추자면 GADGBD 튜닝으로 했었을 수도 있겠지만, 연주의 풍성함을 위해서라면 DADGBD 였을 수도 있겠습니다. 어쨌든 이 튜닝들의 연주가 C와 A로 채워지지 않던 부분을 꽤 많이 채워주긴 하는것 같습니다.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더 자세한 언급이 있는지 마저 읽어봤습니다.
녹음당시의 언급이 나옵니다. I played Tele on it and a 12-string, three or four guitars on it. I was doing different guitar parts. One was a chord pattern and rhythm pattern. Did the Dobro lick on the regular six-string finger Dobro—not a slide Dobro. 아뿔싸.. 실제 녹음은 Tele (Telecaster 기타), 12현 기타, 그외 서너대의 기타, 그리고 핑거 도브로까지 동원했었답니다.
앞부분의 언급 ‘just Paul and I, two guitars’라는 건 처음 만나 둘이서 대충 맞춰본 상황에 대한 설명이었던 거고, 실제 녹음은 이렇게 여러대의 기타를 동원했었다는 겁니다. 결국 우리들이 그렇게 흉내내고 싶어했던 The Boxer의 현란한 기타반주는 무려 3~8대의 기타로 만들어진 소리였던 겁니다. 그러니 ‘무슨 키로 연주했느냐’가 의미가 있었을 턱이 없었습니다.
영원히 묻힌 The Boxer 기타의 비밀
과연 3~8대의 기타들을 어떻게 섞은 것이었을까? 하지만 더 이상 언급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더박서의 기타리스트 이 분께서 작년(2010년)에 고인이 되셨습니다.
Fred Carter, Jr (1933 ~ 2010)
혹시 집안 어딘가에 당시 악보가 남아 있는지, 아니면 전수받은 누군가가 있는지, 아니면 극강의 채보능력을 가진 사람이 오리지날 반주버전을 완벽하게 재현해 냈는지, 아니면 폴사이먼이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지.. 그건 모르겠지만.. 일단 제 수준에서 더박서 기타의 비밀은 영원히 묻혀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영원히 묻혀버린 걸로 제가 결론을 내 버렸습니다. 그래야 30년동안 풀지 못하고 끌어온 숙제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Standard C 키와 Standard A 키와 DADGBD 를 잘 섞어서 녹음이나 한번 해봐야겠습니다.
혹시 집안 어딘가에 당시 악보가 남아 있는지, 아니면 전수받은 누군가가 있는지, 아니면 극강의 채보능력을 가진 사람이 오리지날 반주버전을 완벽하게 재현해 냈는지, 아니면 폴사이먼이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지.. 그건 모르겠지만.. 일단 제 수준에서 더박서 기타의 비밀은 영원히 묻혀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영원히 묻혀버린 걸로 제가 결론을 내 버렸습니다. 그래야 30년동안 풀지 못하고 끌어온 숙제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Standard C 키와 Standard A 키와 DADGBD 를 잘 섞어서 녹음이나 한번 해봐야겠습니다.
→ 이방인의 노래 1 - 쓰리핑거에만 관심
→ 이방인의 노래 2 - 마음으로 듣기
→ Hotel California 전주의 비밀
'음악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 식구, Antigua Casa Nunez Concierto Especial (6) | 2011.08.23 |
---|---|
박자 타기 어려운 Govi - Language of the Heart (18) | 2011.06.25 |
나가수.. '가창력'에 대한 착각 (39) | 2011.05.28 |
이선희 섬집아기 (8) | 2011.05.12 |
클래식 기타 (0) | 2011.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