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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학

풍치 1 - 이를 안닦으면 치석이 생기나?

시린 이, 풍치
날씨가 추워지면 이가 시려서 고생을 했었다. 심할 때에는 겨울 찬바람이 입으로 들어가면 이가 시렸기 때문에 입을 다물고 코로만 숨을 쉬어야만 했었다. 이런 증상을 유식하게는 ‘지각 과민 치아’ 라고 하고 예로부터는 ‘풍치’라고 했었다. 풍치는 요즈음 의학용어로는 ‘치주염’ 이라고 하는데 치태나 치석 때문에 잇몸이나 치조골에 염증이 생긴 것이라고 한다. 당시 내 경우엔 치주염은 아니고 다만 이가 많이 깎이고 부서져서 지각과민인 것 같다고 이빨에 뭔가를 코팅해 줬다. 그랬더니 그런대로 견딜 만 했다.

어렸을 때 괜한 호기로 이빨로 술병을 따곤 했었다. 소주병을 거꾸로 들고 병의 밑창을 팔꿈치로 퍽퍽 몇번 내려치면 공기방울 같은 게 일었는데 그때 이빨로 마개를 땄다. 무식하기 짝이 없던 그 짓을 그때엔 멋있다고 생각하고 늘 그랬었다. 맥주병도 가끔가다가 이빨로 땄었는데 맥주병은 소주병에 비해 훨씬 따기가 힘들어서 넌지시 송충이에게 넘기거나 내가 하더라도 두어병까지만 했었다. 두어병이라도 따고 나면 이빨이 좀 시릿했었다. 혹시 그런 것들 때문에 이제 와서 이빨 고생을 하나? 그러나 병따개 이빨은 약간 어금니쪽이고 시린 이는 약간 앞니 쪽인데.. 꼭 병따개 탓만은 아닌 것 같다. 그 이후 추울일이 없는 LA에서 살게되고 나서부터는 이가 시린증세가 없어졌기 때문에 그게 나은건지 모르고 사는 건지.. 알 수는 없다.

이렇게 시린 이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아주 흔하다. 성인 7명중 1명은 시린 이로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 표면의 증상으로만 본다면 이 표면의 법랑질이 깎여 안의 상아질이 노출되어 찬 바람이나 음식물 등의 외부자극이 있을 때 이가 시리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한방에서는 바람불면 시리고 아파서 風齒라고 했고, 신경의 증상이니 아직도 그것을 風齒라고 부른다.

풍치는 잇몸을 포함한 치아주위 조직에 심한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현대의학에서는 치주염이라고 한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그 염증이 치조골에까지 번져 뼈의 급속한 파괴로 결국 이가 빠지게 된다고 한다. 무서운 병이다. 뼈가 녹는다니..



의혹의 눈길, 치석
현재까지 현대의학에서 지목하는 풍치의 가장 큰 원인은 치석이다. 지난번 이야기 했던 그것이다. 입속에 생기는 사리.. 치석은 다른 사리들과 마찬가지로 대사가 원활하지 않을 때 생긴다. 이 치석이 잇몸 윗부분에서부터 침착되기 시작하여 잇몸 밑으로 점점 내려가면서 잇몸과 치조골에 염증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치석은 아직까지는 불분명하지만 주로 음식물찌꺼기에 세균이나 상피세포등이 엉겨붙고 거기에 칼슘등이 침착되어 형성되는 것으로 현대의학에서는 생각하고 있다. 치석의 기본은 치태이다. 사람 입안에 항상 있는 세균들이 많아지면 치아 표면에 세균들의 막이 생성되게 되는데 이 세균막을 치태(플라그)라고 부른다. 지저분한 사람의 이빨을 손톱으로 긁어보면 나오는 허연 것이 바로 치태이다. 이 치태가 장기간에 걸쳐 침 속의 칼슘이온과 결합하면 딱딱하게 굳어서 치아에 붙어있게 되는데 이것이 치석이다. 치석은 단단하게 붙어 있기 때문에 손톱으로 아무리 긁어도 떨어지지 않는다. 이걸 떼어내려면 기계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것을 스케일링이라고 한다.



치석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치석이 생기는 기전이나 성분도 확실치 않으며 그 치석이 왜 잇몸뼈에까지 염증을 일으키는지도 모른다. 도대체 어떤 염증이길래 뼈까지 침투해서 그 뼈를 녹이는지는 참 불가사의다. 그저 치석에서 독소가 분비돼 잇몸과 뼈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요즈음엔 이 풍치에도 만성질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치과에서 잘 치료되지 않는 난치병이라는 뜻이다. 당뇨병, 고혈압과 마찬가지로 성인병의 일종이라고 보는 것이며 이는 결국 원인과 기전이 불분명하다는 뜻이다.

이렇게 현대의학적으로 보면 풍치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려면 칫솔질과 스케일링이 필수이다. 평소 식사 후에 칫솔질을 잘하면 치태가 잘 생기지 않고 그러면 치석도 잘 안 생기니 풍치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만약 치석이 생겼다면 당연히 떼어내어야 할 것이다.


칫솔질과 치석
난 칫솔질을 참 잘 안 했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냄새 없애려고 간단히 쓸렁쓸렁 한번 닦으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저녁에 자기 전에 닦는 습관 같은 건 전혀 없었다. 그래서 물론 충치는 있었다. 그러다가 군대에 가서는 아예 그 아침에 한번 닦는 습관마저도 없어져 버렸다. 밥먹고 물로 꾸죽꾸죽 한번 하는게 이빨 관리의 전부였다. 제대하자마자 치과에 갔다. 혹시 지난 삼년동안 망가지지는 않았을까.. 그러나 내 이빨은 충치 조금외에는 깨끗했다. 치석은 전혀 없었다. 삼년동안 통틀어(휴가기간 빼고) 대여섯번밖에 이빨을 닦지 않았었다면 당연히 이빨에 치태와 치석이 덕지덕지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첫 직장의 바로 위 선배가 이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그의 이는 얼핏 보아도 굉장히 지저분하고 냄새가 심하게 났다. 누나치과에 같이 가서 스케일링을 했다. 나중에 누나가 웃으며 알려줬다. 세상에 저렇게 치석이 많이 엉겨붙은 사람 첨 봤다고. 근데 이 양반.. 평소에 칫솔질을 유난히도 자주, 오래하는 사람이다. 꺼억꺼억 구역질이 날때까지 이를 닦는다. 그런데도 치석이 이빨을 다 가릴만큼 붙어 있다. 치석을 긁어내고 나면 일년도 채 되지 않아 치태와 치석이 또 누렇게 끼기 시작한다.


칫솔질 잘 하지 않는 나는 깨끗한데 그렇게 유난히 칫솔질을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치석이라..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게다가 뼈까지 녹아?


→ 풍치 1 – 이 안 닦으면 치석?
→ 풍치 2 – 육식과 치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