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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무릎꿇은 여교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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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가 그리 만만치 않음을 간파한 여교사가 꼬리를 내리자 엄마들 약간 당황하기 시작한다. 대드는 모습을 잡으려고 카메라 기자까지 데리고 왔는데.. 그래서 당황한 엄마중 하나가 ‘왜 어제와 다르냐’ 고 따지는데.. 그 와중에 영리하다 못해 교활하기까지 한 여교사가 순간적으로 잔머리를 돌려 카메라정면에 대고 ‘덜컥’ 무릎을 꿇어 버린 것.

단순 무식 엄마들 중 그나마 덜 무식한 엄마 하나가, 사태가 조금 이상하게 돌아감을 눈치채고 교사를 잡아 일으키는 등 황급히 사태를 수습 하려 했으나 광분하여 날뛰는 다른 엄마 하나로 인하여 그 모습마저 묻혀 버리고..

자식에게 가혹행위를 한 교사를 혼내주려고 학교에 몰려갔던 엄마들은 사태가 ‘제 자식밖엔 모르는 눈 뒤집힌 무식한 학부모’ 대 ‘처절하게 그들에게 당해야 하는 가냘픈 여교사와 교권’으로 규정되어 버리는 것을 눈뜨고 그냥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언제 어떻게 형사처벌을 받을 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까지 되어버렸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이 엄마들을 두고 하는 소리이다.

평생 있을까 말까한 특종장면을 잡은 카메라기자는 이것을 한 민영방송국에 팔아먹고, 그 방송국은 옳다구나 이것을 특종으로 다루어 앞뒤 다 자른채 이 장면을 저녁뉴스를 통해 전국으로 보여주었다.

단순무식 엄마들은 졸지에 ‘세상에 저렇게 무식한 년들이 아직도 이 땅에 남아 있네’라는 비난을 들으며 얼굴조차 들지 못하는 ‘드럽게 무식하고 경우없는’ 아줌씨가 되어버렸고, 순간적으로 재치를 발휘한 여교사는 이땅의 참담한 교권의 현주소를 온 몸을 통해 알린 투사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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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교사가 아이들에게 밥 빨리 먹으라고 엄중한 주의를 주고 반성문을 써오게 한 것은 백번 잘한 일이다. 내 행동으로 인해 남에게 불편을 초래하게 하면 안된다는 것과 때로는 남을 위해 불편함을 참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히 중요한 교육이기 때문이다.

아이들로부터 교사의 부당한 행위를 제보받았다면 응당히 학교의 공식라인을 통해 사실확인을 하거나 시정을 요구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집단적으로 직접 행위를 감행한 엄마들의 경솔한 행동은 사회적 차원에서나 교육적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그녀들은 ‘드럽게 무식한 여편네들’ ‘지 새끼 귀한 줄만 아는 경우 없는 여편네들’ 그러면서 정작 ‘지 새끼들의 미래까지도 망쳐놓는 최악의 엄마들’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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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금 찜찜한 것은..
단순무식 엄마들의 무례한 행동만을 부각시키고, 교사가 그에 굴복하여 무릎을 꿇은 일방적이고 자극적인 내용만을 방송한 사실이다. 앞뒤 관계를 밝혀서 교사의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부모들이 왜 흥분을 했는지등등을 시청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었다. 왜냐하면 이 땅에는 실제로 맞아 죽어도 쌀만큼 악독한 교사들이 실제로 많기 때문이다. 내가 아주 잘 안다. 이건..

더욱 개운치 않은 것은..

잘못한 것은 없지만 사태가 더 이상 커지는 걸 막기 위해서 그리했다는 그 여선생.
잘못한 게 없다면서 교육자란 사람이 학부모 앞에서 어떻게 무릎을 꿇을 수 있단 말인가. 그 모습을 보면서 자괴감을 느낄 수많은 다른 선생님들과 학부모들, 그리고 이 사건으로 갑론을박 시끄러울 국민들을 어찌 그리 전혀 생각지도 않았는지 모르겠다.

또 하나의 문제는 그녀의 이런 순간적 선택이 간교하게 느껴지는 점이다. 교활한 그녀가 누구를 위해 그런 생쇼를 하였을까. 이땅의 교육현실을 고발한다는 거창한 취지로 그리한 것 같지는 않다. 단지 자신을 그렇게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엄마들에 대한 복수의 방편으로 보인다. 엄마들은 이제 형사처벌을 걱정할 처지가 되어버렸다.

당연히 여교사의 무릎을 꿇은 그 행위는 작위적이다. 즉 카메라를 의식한 행위다. 방송기자가 나와서 촬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행동을 할 때 그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따라서 그녀는 진정으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무릎을 꿇은 것이 아니라 방송을 의식한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 더군다나 학부모의 말 중에 ‘오늘은 왜 달라져요 어제처럼 해야지…’ 로 미루어 어제는 분명히 오늘 같지 않았고 무척 싸가지가 없었다는 의미이다.

무서운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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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의 요구에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일이 발생한 것은 교권침해를 넘어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 행위라고 말하겠지만, 원체 교사들에 대한 신뢰가 없는 나는 그렇게 생각지만은 않는다.

교권이란 교사의 권한이 아니라 교사에게 주어진 책임과 권리의 표현이다. 교사는 학생의 부모로부터 책임과 권한의 일부를 위임 받으면서 학생들에게 막강한 권한과 권위를 갖게 되지만 그것의 무게와 똑같은 책임을 가진다.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이 여교사가 평소에 교육자 정신에 투철한 참 스승이었는지, 아니면 돈봉투만 밝히며 그것으로 아이들을 차별 학대하던 마귀 같은 선생이었는지 그건 모른다.

또 학교로 찾아간 어머니들이 실제 자기들 말대로 경우 있고 평범한 지식인들이었는지, 아니면 자식 일이라면 눈깔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무식한 여편네들이었는지 그건 모른다.

확실한 것은.
권위가 없어진 교사들의 자업자득이다. 부패한 교사들을 솎아내는 자정작용을 상실한 교육계의 자업자득이다. 과외공화국, 사교육공화국으로 나라를 전락시킨 교육행정의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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