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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얘기

속리산 산삼 막걸리

82년 늦은 가을, 속리산 문장대 올라가는 중간..
 
평일 그것도 오후시간이라 오가는 등산객 단 한사람도 없던 속리산 산중턱 산장, 큼지막하게 '산삼막걸리'라는 메뉴가 걸려있다. 산삼? ㅋㅋ 이거 정말 산삼 들었어요? 믿거나 말거나 산삼이 들었단다. 주인장이 내어주던 '산삼막걸리'

산삼이 아닌줄은 알았지만 그 막걸리 맛은 기가 막혔다.

'이거 진짜 뭘로 만든거예요?'
'산삼이요 ㅋㅋ'

산삼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가. 그렇게 기억에 남기기로 했다. '속리산 중턱 산삼 막걸리'


아무리 좋은 때라도 그 당시는 모르고 지났다가 한참 지난후에야 '그때 참 좋았었는데'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때는 좀 달랐다.

크레파스 하늘색 아름다운 가을하늘과 따스한 가을햇살, 산장 주인장과 우리 외엔 아무도 없던 그 산장.. 아무도 없으니 쓸쓸한데, 우리밖에 없으니 오붓하고 푸근.. 그렇게 쓸쓸함과 포근함의 이상한 동거. 목덜미사이로 슬금슬금 들어오던 가을기운, 깊은 산속 새소리와 이파리 내음 가득하던 맑은 공기, 그리고 산삼막걸리..

이 순간은 아마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거야.. 그때에 이미 짐작했던 거다. 우리가 훗날 이 날을 떠올리고 그리워할 거라는 걸 그때 알았았다. 사진을 잘 찍지 않았던 그 여행길에 그래서 이 순간은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남긴 사진이 이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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