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라운드 한국대 일본의 야구경기는 TV중계가 없어서 라디오로 들어야만 했었다. 속을 까맣게 태워가면서, 가슴을 바짝바짝 졸이면서 듣다가 마지막 한국의 승리가 결정 된 순간.. 잠시 이성을 잃고 고함을 질러야만 했다. 아 대한민국 만세다... 잠시후 스포츠채널에서 속보형식으로 한국의 승리소식을 전하면서 한 장면을 내 보냈다. 서재응이었던가.. 투수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고 있는 모습... 복잡한 생각들이 어지럽게 일어났다.
승리에 기쁨에 도취된 젊은 선수가 들뜬 마음에 그리 했을 것이라고 본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울컥 솟아나는 애국심에 그리 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날 승리에 대한 기쁨은 그야말로 대단했었다. 라디오로 경기를 듣던 나도 너무나 감격해서 정신이 돌아버릴 정도로 기분이 좋았는데 현장의 선수들이야 오죽했겠는가. 충분히 이해는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태극기를 꽂은' 행위는 상당히 우려가 된다. 태극기를 땅에 꽂는 행위는 그것을 들고 뛰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게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기를 땅에 꽂는다는 것은 전쟁 승리에 따르는 정복을 의미한다.
이것은 곧 상대방에게 굴종을 강요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서재응의 행동이 이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것은 잘 안다. 그저 승리의 기쁨을 열광적으로, 극적으로 표현하려던 돌발적 사건이었을 것이다. 야구의 종주국 미국에서 미국을 꺾고, 아시아의 지존 일본마저 꺾었다는 기쁨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냥 요즈음 젊은이들의 극적인 세레모니, 퍼포먼스였을 것이다. 그리고 선수들, 약간 사려깊지는 못했었다 할지라도 그 퍼포먼스를 할 자격은 충분히 있었다.
일본땅 도쿄에서 일본에 승리했을 때 그런 퍼포먼스를 한것도 아니고, 미국땅 애너하임에서 미국에 승리했을때 그런 퍼포먼스가 한것도 아니니 그 세레모니가 그렇게 무리한 행동이 아니었다고 볼 수도 있다. '미국땅'에서 '일본에 승리'한 기쁨을 표현한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날 '태극기 꽂기 세레모니'는 모든 긍정적 관점에도 불구하고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너무 많았다. 분명히 그 행위는 사려깊은 행동은 아니었다.
우리가 광적인 민족주의, 국수주의의 나라로 전세계에 비춰질 수 있었기 때문이며, 아무리 그 경기가 국가 대항전일지라도 그건 패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기 때문이며, 괜한 퍼포먼스로 일본내 반한감정과 혐한류만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일본놈들은 기분이 나빠도 돼'
'일본놈들하고는 사이가 안 좋아도 상관없어'
'일본놈들이 우릴 증오하거나 싫어하거나 우린 상관 없어'
'일본놈들하곤 화해할 필요 없이 역사 대대로 영원히 싸우면서 짓밟아야 돼'
해버린다면 할말이 없지만..
입장을 바꿔서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가 경기에 지고, 4강진출이 거의 좌절되어 허탈해 하고 있는데, 일본선수중 한명이 승리에 도취되어 그렇게 일장기를 마운드에 꽂았다면 우린 어땠을까? 현장의 우리 선수들은 물론이고 그걸 TV에서 지켜보는 우리 국민들의 기분이 어땠을까?
'경기에 이기고 4강진출을 확정지었으니 당연히 저럴수도 있지'
'일본이 미국 야구를 정벌했다는 기쁨의 표현이구나..'
'아 일본애들은 좋겠다..저렇게 이겨서..'
과연 이랬을까?
피가 거꾸로 치솟지 않았을까?
욱하는 울분으로 욕이 튀어나오지 않았을까?
저 씨바 쪽바리 새끼가.. 이러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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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산 정복"
"또 한번 미국의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아라"
"한국이 미국과 일본 야구의 그늘에서 벗어났음을 상징하는 퍼포먼스"
이렇게 철없는 스포츠 기자들이 이성을 잃고 흥분을 하며 기사를 쓰고,
"야구장 마운드 위에 꽂혀진 국기는 우리 태극기가 세계 처음일것, 미치도록 기쁘고 자랑스러운 장면이었다"고 동료들이 감격해 하고 있고,
“일본 선수들 마음까지 고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팀이 이겼기 때문에 자축을 한 것이고 일본 선수들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서재응 본인도 3차전에서 이길 경우 또 그런 태극기 퍼포먼스를 하겠다고 하지만, 우리 차분하게 생각해 보자.
'앞으로 30년간 일본을 이기지 못하게 해주겠다'(이거 사실은 아니지만..) 진뒤에는 '한국에의 패배가 인생최대의 굴욕'이라고 한국을 오히려 더 자극하던 이치로에게 통렬한 카운터 펀치를 날린것은 서재응의 이 자극적 퍼포먼스가 아니었다. 승리 뒤에도 '우리가 이겼지만 일본은 역시 한국보다 강한 팀' 이라고 말한 김인식감독의 겸손이었다. 이것이 진정으로 통쾌한 카운터 펀치였다.
오해가 있을까봐 다시 이야기하는데.. 내가 비록 승리 퍼포먼스에는 유감을 표하고는 있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선수들 정말 장하다는 것이다. ^^
승리에 기쁨에 도취된 젊은 선수가 들뜬 마음에 그리 했을 것이라고 본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울컥 솟아나는 애국심에 그리 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날 승리에 대한 기쁨은 그야말로 대단했었다. 라디오로 경기를 듣던 나도 너무나 감격해서 정신이 돌아버릴 정도로 기분이 좋았는데 현장의 선수들이야 오죽했겠는가. 충분히 이해는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태극기를 꽂은' 행위는 상당히 우려가 된다. 태극기를 땅에 꽂는 행위는 그것을 들고 뛰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게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기를 땅에 꽂는다는 것은 전쟁 승리에 따르는 정복을 의미한다.
이것은 곧 상대방에게 굴종을 강요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서재응의 행동이 이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것은 잘 안다. 그저 승리의 기쁨을 열광적으로, 극적으로 표현하려던 돌발적 사건이었을 것이다. 야구의 종주국 미국에서 미국을 꺾고, 아시아의 지존 일본마저 꺾었다는 기쁨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냥 요즈음 젊은이들의 극적인 세레모니, 퍼포먼스였을 것이다. 그리고 선수들, 약간 사려깊지는 못했었다 할지라도 그 퍼포먼스를 할 자격은 충분히 있었다.
일본땅 도쿄에서 일본에 승리했을 때 그런 퍼포먼스를 한것도 아니고, 미국땅 애너하임에서 미국에 승리했을때 그런 퍼포먼스가 한것도 아니니 그 세레모니가 그렇게 무리한 행동이 아니었다고 볼 수도 있다. '미국땅'에서 '일본에 승리'한 기쁨을 표현한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날 '태극기 꽂기 세레모니'는 모든 긍정적 관점에도 불구하고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너무 많았다. 분명히 그 행위는 사려깊은 행동은 아니었다.
우리가 광적인 민족주의, 국수주의의 나라로 전세계에 비춰질 수 있었기 때문이며, 아무리 그 경기가 국가 대항전일지라도 그건 패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기 때문이며, 괜한 퍼포먼스로 일본내 반한감정과 혐한류만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일본놈들은 기분이 나빠도 돼'
'일본놈들하고는 사이가 안 좋아도 상관없어'
'일본놈들이 우릴 증오하거나 싫어하거나 우린 상관 없어'
'일본놈들하곤 화해할 필요 없이 역사 대대로 영원히 싸우면서 짓밟아야 돼'
해버린다면 할말이 없지만..
입장을 바꿔서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가 경기에 지고, 4강진출이 거의 좌절되어 허탈해 하고 있는데, 일본선수중 한명이 승리에 도취되어 그렇게 일장기를 마운드에 꽂았다면 우린 어땠을까? 현장의 우리 선수들은 물론이고 그걸 TV에서 지켜보는 우리 국민들의 기분이 어땠을까?
'경기에 이기고 4강진출을 확정지었으니 당연히 저럴수도 있지'
'일본이 미국 야구를 정벌했다는 기쁨의 표현이구나..'
'아 일본애들은 좋겠다..저렇게 이겨서..'
과연 이랬을까?
피가 거꾸로 치솟지 않았을까?
욱하는 울분으로 욕이 튀어나오지 않았을까?
저 씨바 쪽바리 새끼가.. 이러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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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산 정복"
"또 한번 미국의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아라"
"한국이 미국과 일본 야구의 그늘에서 벗어났음을 상징하는 퍼포먼스"
이렇게 철없는 스포츠 기자들이 이성을 잃고 흥분을 하며 기사를 쓰고,
"야구장 마운드 위에 꽂혀진 국기는 우리 태극기가 세계 처음일것, 미치도록 기쁘고 자랑스러운 장면이었다"고 동료들이 감격해 하고 있고,
“일본 선수들 마음까지 고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팀이 이겼기 때문에 자축을 한 것이고 일본 선수들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서재응 본인도 3차전에서 이길 경우 또 그런 태극기 퍼포먼스를 하겠다고 하지만, 우리 차분하게 생각해 보자.
'앞으로 30년간 일본을 이기지 못하게 해주겠다'(이거 사실은 아니지만..) 진뒤에는 '한국에의 패배가 인생최대의 굴욕'이라고 한국을 오히려 더 자극하던 이치로에게 통렬한 카운터 펀치를 날린것은 서재응의 이 자극적 퍼포먼스가 아니었다. 승리 뒤에도 '우리가 이겼지만 일본은 역시 한국보다 강한 팀' 이라고 말한 김인식감독의 겸손이었다. 이것이 진정으로 통쾌한 카운터 펀치였다.
오해가 있을까봐 다시 이야기하는데.. 내가 비록 승리 퍼포먼스에는 유감을 표하고는 있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선수들 정말 장하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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