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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패거리 공화국 4 - 패거리문화를 청산해야 미래가 있다

진보가 뭔지 보수가 뭔지도 모르고, 민주주의도 북한문제도 모르고 경제문제는 더더욱 모르는 정치인과 유권자들이 오로지 지역으로 패거리를 지어 ‘정치적’으로 다투는 곳이 우리나라의 정치이다. 지역감정이 장악한 정치판에 이젠 개혁광풍과 세대교체 광풍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도 역시 오로지 소수의 단결된 패거리들의 정치적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피곤한 싸움이 될 것이라는 걸 잘 안다.

정치수준은 유권자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나라 정치수준은 그대로 유권자들의 모습이다. 그들이 정의로운 가치를 지향하는 합리적 양식과 분별력을 가지기 전에는 정치가 풀리지 않는다. 인터넷에 들어가보면 전쟁터 같다는 느낌이다. 사실 그렇다. 그곳은 총탄과 포성만 없을 뿐 죽고 죽이는 살벌한 전쟁터와 다름이 없다. 저넘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그런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다.

패거리간 갈등과 대립이 이렇게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지만 개선되려는 조짐은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더욱 심해지는 느낌이다. 중도를 표방하고 합리적 대안을 내세우겠다던 사람들도 얼마 가지않아 또다시 패거리화 하고 만다. 그럴때마다 우리는 또 절망한다.

과연 이것이 과도기적 상황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사태는 심각하다. ‘대화로 해결하지 않고 삿대질하고 패대기치고, 사회원로건 뭐건 관계없이 자신과 견해가 다른 것을 무조건 때려 부수는 상황’이다

정당간 대립은 이념의 대립이라고 눈 딱 감고 봐 주기로 하자. 그러나 같은 정당내에도 주류와 비주류가 있어 서로 다투고 있다. 주류와 비주류를 알코올농도로 구분하는 것도 아니고 뭘로 그렇게 구분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은 자칭 타칭 그렇게 자기들을 구분한다.

많은 숫자를 의미한다면 그건 '다수'일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인들은 좆 꼴리는대로 주류, 비주류로 나누어 대립을 계속하고 있다. 상대방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정치인을 나는 한번도 본 적이 없다.


한국의 망국병인 패거리 형성은 아직도 정계와 재계는 물론 학계와 문단, 연예계, 체육계등 거의 모든 분야에 만연해 있어서, 학연 지연 혈연.. 별의별 연줄이 마치 모세혈관처럼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패거리가 없는 곳은 단언코 한 군데도 없다. 우리는 때론 그 패거리 문화를 저주하면서, 때로는 그 패거리문화의 수혜자가 되면서 그 패거리성향을 무의식적으로 우리생활을 일부로 삼고 있다.

진리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패거리를 이루고 정통과 비정통으로 갈라 서로 다툰다면 우리는 그 학문에서 기대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작가와 평론가들이 문학의 창출에는 관심이 없고 패거리를 이루어 더러운 권력만 지키려한다면 문학의 위기 또한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별의별 연줄이 모세혈관처럼 얽혀진 사회에서는 패거리와 인맥을 동원하지 않으면 일이 결코 이루어지지 않으며 그런 사회에서 뇌물수수와 부정부패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처음 만나서 서먹한 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사람의 됨됨이나 가치기준을 서로 확인하면서 자연스런 교류와 친분을 가지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이상적인 과정과 관계를 유지하기는 불가능하다.

소위 족보를 캐봐서 출신 학교와 출신지를 먼저 확인하고, 찾아봐서 하나라도 일치하면 교류하게 된다. 강철같은 연대의식으로 그야말로 천하무적 패거리를 형성하게 된다. 그러한 패거리가 일단 만들어지면 거기에는 사회정의실현, 공공의 이익이라는 개념 같은 것들은 찾기 어렵다. 온갖 부패와 탈법이 연쇄적으로 발악하는 쓰레기장이 되어 버린다.

온 나라 어느 조직에서나 공식적인 조직 외에 동창 모임, 동향 모임 등 각종 비공식적인 조직이 영향력을 발휘한다. TK니 PK니 하는 것이나, ‘하나회’ 같은 비공식 조직들이 공식 조직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인맥을 중심으로 끌어 주고 당겨 주는 관습이 뿌리박혀 있는 곳이 우리 사회다.

이분법에 찌든 사람들에겐 조화와 절충이 용납되지 않는다. 나와 ‘다름’을 무조건 ‘틀림’으로 규정해 버리는 것은 아마 기독교의 유일신 신앙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하는 것이 나의 의심이고 할말이 정말로 많지만... 더 이상 종교에 관한 얘기는 하지 않기로 하였으므로 그냥 생략한다.


미국상공회의소 한국지부장을 지낸 어떤 사람이 한국이 국민소득 이만불 문턱에서 아둥바둥하는 것을 보면서 말하길 ‘대한민국이 $20,000을 달성하기 위해선 정치,경제,사회적 여건이 다 중요겠지만 그보다 더 긴요한 것은 한국인들이 溫情主義 (이것이 바로 패거리주의의 어머니다)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했다고 한다.

그는 우리들에게 충고하길 ‘한국사람들 몸에 강하게 배어있는 관행인 혈연, 학연, 지연에 얽힌 온정주의가 패거리주의의 시발이 되며 갖은 부정부패와 먹이사슬의 날줄과 씨줄이 된다’고 하였다. 緣을 내세워 서로 베풀고 받다보니 그것이 한국의 발목을 잡고 더 이상의 발전을 이루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걸 극복하지 못하는 한 아무리 사회, 경제, 정치적 여건을 선진구조로 만들려고 노력하더라도 결코 이루지 못 할거라는 이야기다. 절대적으로 동감한다. 패거리문화를 청산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다.


외국에서 살다보면 1-3-5-7년 주기로 한국에 가고 싶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국땅에서 1년쯤 살다보면 객지생활 서러움에 한번 가보고 싶고, 3년정도 지나면 누르고 참았던 향수병이 도져서 가고 싶고, 그러다 5년정도 지나면 자리도 잡고 한국에 가서 자랑도 하고 싶어서 가고, 7년쯤 되면 다른나라사람 여행하듯이 고국을 방문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 60~70% 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 하는걸 보면 1~3년만에 한국에 가면 한국의 불편함보다 고향과 가족, 친구들에 대한 반가움이 먼저 앞서지만, 5년이 넘어가면서 방문을 하면 반가움보다는 불편함으로 빨리 돌아오고 싶어진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이국 생활에 안정되고 한국생활과는 거리가 멀어지는건 어쩌면 당연한 이유인지도 모르겠으나 정작 그 이유가 외국이 엄청 좋아서가 아닌 고국의 후진적인 문화와 교통난과 공해, 혼잡함, 무질서, 불친절 따위 때문이라면 정말 슬픈일이 아닐수 없다.

나에게 조국은 어떤 모습일까.


→ 패거리 공화국 1 –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상징
→ 패거리 공화국 2 – 결속력 문제
→ 패거리 공화국 3 – 3대 마피아
→ 패거리 공화국 4 – 패거리 문화 청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