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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3불정책 3 - 대학의 경쟁력은 '신입생의 경쟁력'이 아니다

서울대는 왜 이렇게 풋내기 신입생들의 자질에 집착할까? 이유는 간단해 보인다. 서울대가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 된게 다른게 아니라 단지 그간 수십년동안 매년 전국 고등학생중 1등부터 4천등까지를 신입생으로 쓸어갔기 때문이다. 교수의 연구업적과 같은 건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고 오로지 신입생들의 고교성적 덕에 명성을 날로 얻어먹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입생에 목을 매다는지 모른다.

다시 말해 그나마 서울대가 세계에서 150위권이라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학생들의 자질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 뜻이다. 대단한 신입생들만을 뽑아 그나마 명성을 유지하던 서울대가 작금의 밋밋한 입시제도로 기타대학에게 상당수 우수한 아이들을 빼앗기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자 3불을 들고 나오며 신입생들에게 다시 병적으로 집착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서울대..
혹시 서울대가 국내에선 모든 분야에서 생각만큼 부동의 1위일까? 그렇지 않다. 물론 서울대가 상당부문 정상이긴 하다. 그러나 사람들의 머리속에 박힌 서울대의 위상과는 많이 다르다. 예를 들면 논문의 질을 평가하는 '논문 한 편당 피인용 횟수'에선 국내에서조차 13위이다. 물론 이거 한가지만 가지고 서울대가 형편없다고 말하긴 무리가 있으나, 예를 들면 이렇다는 얘기다. 서울대는 상당부분 그냥 '이름'일 뿐이다. 

우리사회는 서울대를 숭배한다. 국민들의 이런 무조건적인 서울대 숭배가 서울대를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뜨렸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서울대에 복종해 왔다. ‘쟤 서울대 나왔대’ 하면 사람을 다시 본다. 집을 팔아서라도 몸을 팔아서라도 서울대에 보내야 한다는 미친 학벌주의와 무비판적 숭배가 이렇게 서울대를 변화에 둔감한 공룡으로 변질시켰는지도 모른다.

서울대는 아쉬울 게 전혀 없는 대학이다. 두개밖에 없는 한국의 대학중 하나다. 서울대와 '기타대'. 서울대는 외부의 자극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장관급 각료, 시도지사, 국회의원,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 기타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 이들의 35~50%가 서울대 출신이다. 외부의 자극에 반응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냥 지금까지 하던대로 끌어주고 밀어주기만 하면 등따시고 배부른 데 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다행히 서울대의 초라한 본 모습이 드러나면서 혹독한 비판이 일고 위기감이 일기 시작했다. 이래선 안되겠구나.. 거대공룡 서울대를 어떻게든 다시 경쟁력을 가지게 해야 하겠구나..

그래서 서울대는 그 처방으로 3불정책 폐지등 신입생 선발 자율권을 요구한 모양이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 했듯 신입생의 자질과 대학의 경쟁력은 전혀 무관하다. 서울대는 처방을 내려도 한참 잘못 내렸다. 병든 서울대를 치료할 처방은 그게 아니다. 

교수 연구인력들의 경쟁과 그것에 대한 엄정한 평가다. 이것만이 서울대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이다. 공부 잘하는 신입생 선발에 목매달지 않는 미국의 대학들이 세계 대학들중 최상의 랭킹을 휩쓸고 있는 것은 그 대학들의 칼날 같은 교수 평가제도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서울대엔 그런게 없다.

서울대가 아까운 수재들을 둔재로 몰락시키는 동안 미국의 대학은 평범하던 아이들을 천재로 둔갑시킨다. 그래서 그 대학들이 강하다.

대학입시 때문에 공부에 이미 진이 빠져버린 한국의 대학생들이 대학에 가선 노는 동안, 미국의 대학생들은 철들기 시작할 때 비로소 진짜 공부를 시작한다. 그래서 그 나라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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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에 밀려 억지로 서울대가 교수평가제라는 걸 도입한지 아직 몇 년도 채 되지 않는다. 따라서 아직 이렇다 할 적정한 평가시스템조차 아직 없을 것이다. 평가기준을 동일하게 계량화 할 것이냐 가중치를 둘 것이냐등등, 이론과 논쟁만 무성하다고 한다. 아마 지들끼리 흙탕물 튀기면서 싸우고 있는 모양이다. 

서울대는 아직도 수많은 늙고 무능한 교수들이 원로라는 이름으로 재임용 과정도 없이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안다. 바로 지긋지긋한 연공서열주의다. 급기야 젊은 교수들의 재임용 심사에서조차 이 추악한 늙은이들이 세싸움을 하는 것으로 안다. 서울대는 전체 교수의 95%가 서울대 출신이다.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가 씨줄 날줄로 엮인 패밀리 비지니스다. 몇해전인가 교수 재임용 문제로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곳이 바로 이 서울대였다. 유능한 젊은 교수를 늙고 무능한 교수들이 괘씸죄로 몰아 매장시켜버린 그 한심한 대학이 바로 서울대였다.

장관을 하다가 어느 사립대 총장에 취임한 분이 교수평가제를 철저히 실시하겠다며 이렇게말했다. ‘교수사회가 공무원 조직보다 변화에 더 둔감한 것으로 판단돼 대책을 마련했다’고 했다. 공무원 밥통만 철밥통인줄 알고 있었는데 교수들의 밥통은 그보다 더 단단하더라는 얘기다. 공무원보다도 더 변화에 민감하다고? 아예 변화가 없다는 뜻이겠다. 짐작은 했지만 충격적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분야에서 오랜 연구생활을 해왔던 친구가 교수직을 알아본 적이 있었다. 풍문으로 듣고는 있었지만 그때 확실하게 확인했다. 교수 임용이 되려면 엄청난 ‘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 이렇게 돈을 주면서까지 교수가 되려고 하는 건 명예뿐만이 아니라 평생 살림 보장이 되기 때문이란다. 철밥통 정도가 아니다. 초절정 특제 합금밥통이다.


제자들 논문을 베껴 논문 갯수만 채우거나, 개인사정으로 휴강을 일삼거나 십년째 똑 같은 강의노트를 가지고 버티는 교수라 할지라도 그것을 제어할 만한 수단이 전무했었기 때문에 우리의 대학들은 게으르고 무능한 교수들의 천국이었다. 당연히 그런 한심한 교수들이 우글거리는 우리나라의 대학에선 수재가 둔재로 전락할 수 밖에 없었다.


대학의 경쟁력은 교수의 경쟁력이다.
교수가 위기감 없이 노력하지 않거나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는 한 대학의 미래는 단언코 없다.

이건 비단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500대 대학에 들었다는 소위 7개 사립대학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추한 언론 플레이로 기득권 사수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그들은 공통적으로 이런 문제들을 지니고 있다. 그러면서 자기들의 기득권에 도전하거나 아성을 넘보는 대학이 더 이상 나오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겉으로는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추악한 기득권 사수이다. 자기들만 계속 배부르게 끼리끼리 해먹겠다는 욕심이다. 그러면서 그 해법을 생뚱맞게도 정부와의 대결과 언론플레이에서 찾고 있다. 늘 그렇듯이 혹세무민하면서. 


그들의 일단 우수한 신입생부터 다른데 뺏기기 전에 모조리 쓸어와야 한다는데에 첫 전략을 세운것 같다. 그렇게 3불폐지 전쟁을 시작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들의 전쟁이 단순히 3불폐지가 주 목적은 아닌 것 같다. 적어도 대학교수라는 분들이 그렇게 수가 짧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좌우간 그들은 3불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3불정책’이라는 거.. 이거 한쪽으로 결론내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3불정책 전체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호각세이고, 각론으로 들어가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 3불정책 1 – 서울대의 신입생 논란
→ 3불정책 2 – 교육계의 암초, 서울대
→ 3불정책 3 – 대학의 경쟁력이 신입생의 경쟁력?
→ 3불정책 4 – 원론으론 반대, 하지만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