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전.. 너구리가 망쳐놓은 잔디 주위를 모두 걷어내고 그냥 돌을 깔았다. 그리고 돌을 깔 수 없는 부분에만 새로 잔디를 깔았다. 이게 대체 몇번째인가? 홈디포 잔디 파는 직원들이 날 알아볼 정도다. 덕분에 잔디까는 일에는 거의 도사가 되었다. 그리고 그놈을 막기위해 전기 펜스 설치하고, trap 설치하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놈은 매일 같은 짓을 반복했다.
엎어진 잔디를 다시 제대로 돌려 놓고.. 그날 밤 놈이 나타나서 다시 뒤집어 놓고.. 다음 날 아침 다시 쭈그리고 앉아 잔디를 복구하고.. 그러면 그날 밤 그 놈이 다시 엎어놓고.. 이러길 3주째다. 그냥 엎어진 채로 그냥 놔둬 버리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다. 뭐.. 아무튼 그럴 이유가 있다^^ 그래서 매일 아침 ‘$%*%$#’ 거리며 이 짓을 한다.
인내심이 한계를 넘어 폭발했다. 그래서 동물을 정말 사랑하는 나지만 이놈에 대해선 ‘살의’를 느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 '너구리용 독약 제조법'을 익혔다. 콜라에 뭘 섞어서.. 최후의 방법으로 그걸 썼다. 하지만 이놈.. 먹은 흔적이 있는데도 다음날 밤 또 나타난다. 초대형 너구리인가 싶어, 대형 cage trap을 주문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아침.. 역시 뒤집어 엎어놨다. 근래 들어 가장 잔인하게 엎어놨다. 출근시간 삼십분이 넘어서야 잔디 정리가 끝났다. 폭발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놈을 잡아 죽이리라..뚜궁-
신발을 털며 혹시나 하고 어젯밤 덱 아래에 설치한 trap을 슬쩍 봤다. 어? 트랩의 문이 닫혀져 있다. 뭔가가 잡혔단 얘기다. 어제 처음으로 사용해 본 ‘너구리 전용 미끼’가 확실히 다른가 보다. 진작 이걸 쓸걸.. 덩치로 보아 쥐나 토끼는 확실히 아니다. 와! 야채야! 잡았다. 이 %*&%&$ 개쉐이 드디어 잡았다--.
근데.. 뭔가 이상하다. 안에 갇힌 놈 털 색깔이 흑백인 것이다. 흑백 너구리도 있나?
아뿔싸.. 너구리가 아니다.
띠바.. 스컹크다.
아.. 괜히 잡았다. ㅠㅠ
매일 아침 잔디 복구하며 너구리 욕하는 게 훨씬 나을 뻔 했다.
어 떡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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