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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드림홈 드림독 그리고 드림카

별게 다 기억에 남아 있는데.. 내가 98년 여름 미국에서 처음 휘발유를 넣었을 때 가격은 '96센트'였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출근길에 주유소를 보니 무려 4 76센트. 거의 다섯배나 올랐으니 폭등도 이런 폭등이 없다. 최근 몇년사이, 그리고 최근 몇주동안 갑자기 많이 뛴 거다.

 

하지만 다행히 출퇴근길이 짧은 편이어서 기름을 한번 채우면 한달을 너끈히 버틴다. 그래서 사실 휘발유 값에 그리 많이 민감할 필요는 없었다. 한달 먹는 김치 값 정도의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내심 기름값에 굉장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바로 드림카 때문이다.

 

호시탐탐 조기은퇴를 노리면서, 세가지 드림를 품고 산다. 드림하우스, 드림독, 드림카..


1. 숲속의 통나무집 (Log House)

2. 솜사탕 같은 개 (Samoyed)

3. 오프로드 제왕 (Wrangler)

문제는 랭글러였다. 워낙 독특한 차이기 때문이다. 랭글러의 포럼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단연 ‘Uncomfortable Ride’이고, 그 다음이 아마 ‘Gas Guzzling’일 것이다. 그 정도로 연비 나쁘기로 유명하던 차다. 게다가 한국엔 있는 2.8리터 랭글러가 이곳엔 없다. 미국의 랭글러는 무조건 3.6리터 이상이다. 이런 큰 배기량이면서 4륜 구동에 4단 변속기.. 이러니 연비가 좋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수많은 남자들이 이 랭글러를 가슴에 품고 있다가도 결국 소유하지는 못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나쁜 승차감과 더불어 이토록 나쁜 연비다. 나 역시 랭글러의 연비가 가장 마음에 걸렸었다. 마침 치솟는 미국의 기름 값, 그래서 나도 '마음속 연인' 랭글러를 포기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그러다 엊그제 무심코 연비 비교 싸이트에 들어갔다가 아주 반가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간 랭글러의 연비가 놀랍도록 많이 향상되어서, 랭글러와 지금 내가 타고 있는 차의 연비가 거의 같았던 것이다. 랭글러는 평균 18 mpg, 지금 내가 타고 있는 차는 19 mpg.. 운전 습관에 따라 그냥 같다고 봐도 된다.^^

 

랭글러 회사가 고집을 꺾고 연비 향상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란다. 5단 기어까지 받아들였고 4륜구동도 이제는 파트타임.. 이러다 어쩌면 미국에도 2.8리터 엔진의 랭글러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치솟는 기름값 때문에 멀어졌었던 드림카가 다시 내 곁으로 냉큼 다가섰다


고맙다. Jeep.. 고집을 꺾고 변화를 받아들여줘서 ^^



* 다음 날 계속

심심과 싣니보이의 활약에 힘입어 랭글러는 일단 멀어졌다. 그렇다면 다음 선택은 이거다. 야채는 부디 심사숙고하기 바란다. 우아하게 랭글러를 탈지, 아니면 진흙탕에서 이런 걸 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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