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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마이크로 SD 카드

내가 개인용 컴퓨터(PC)란 것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던 87년도였다. 사무실 한쪽에 문서 작성하는 기계가 하나 있었는데 나는 그게 뭔지 몰랐다. 알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당시만 해도 문서 작성은 남자가 직접 하는 게 아니라, 손으로 쓴 것을 여직원에게 넘기면 여직원이 그 기계로 대신 작성해주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그 기계가 PC라는 것임을 알게 된 것은 써클 후배가 이게 PC예요라고 말해준 이후였다. 그 후배의 차근차근한 설명에 처음으로 눈을 뜨기 시작.. 처음 가까이서 보는 이상한 기계.. 당시로선 아마 최신 기종이었을 텐데, 지금으로선 상상조차 어려운 하드 디스크가 없는 PC’ 였다. 플로피 디스크를 넣고 부팅을 시킨 후, 그걸 빼고 다시 문서작성 소프트웨어 플로피디스크 (기억에 생생한 장원 16^^)를 넣고 구동시키는..

컴퓨터라기 보다는 워드프로세서정도로만 사용하던 그 기계가 처음으로 PC라고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한참 후 멀티플랜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문서작성만 하는게 아니라 계산도 해주는 엄청난프로그램^^.. 아마 PC에 하드디스크가 장착되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아마 그 무려렵부터였을 것이다


정확하진 않지만 당시 하드디스크의 용량은 몇십메가 였던 것 같다. 왜냐하면 새로 들여온 PC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하드가 무려 105메가라고 자랑했었던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거 불과 이십 몇 년전 얘기다.

 

 

엊그제 스맛폰에 끼울 64 GB짜리 마이크로 SD 카드를 하나 주문했다. 추억의 동영상들 사진들 그리고 음악들을 스맛폰에 넣고 다니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건을 받고 깜짝 놀랐다. 작아도 너무 작았다. 크기도 두께도 딱 새끼 손가락 손톱만 하다.

처음 접했었던 손바닥 크기의 플로피디스크(5.25인치)의 용량이 180 KB였다고 한다. 이후 꽤 오랫동안 사용되던 3.5인치 디스크도 불과 1.44메가였었고, 획기적인 대용량이라고 놀라워했었던 CD 1 기가 미만이었었다. 근데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실제로 불어보니 진짜 날아간다) 이 작은 녀석의 용량이 64GB 무려 CD 60장 이상의 용량이라니.


영화 로마의 휴일, 사운드오브뮤직, 판타지아.. 모두 넣었다. 직접 찍었던 동영상들도 모두 들어갔다. 음악들도 꽤 많이 들어갔다. 사진들도 모두 넣었다. 그외 가끔 봐야할 것들 모두를 넣었다. 그리고도 20기가가 남았다. 저장용량이 넉넉히 늘어나니 말 그대로 손 안의 컴퓨터임이 비로소 실감난다. 이런 기술의 발전들이 놀랍고 여러모로 편리하다. 


근데 희한하다. 한편으론 썰렁한 거다. 그 동안은 억지로라도 따라잡고는 있었지만, 내가 이걸 언제까지 이렇게 따라갈 수 있을지.. 그걸 잘 모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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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있던 중, 갑자기 엄청난 굉음이 들린다. 순간 '아- 그거다. 엔데버!' LA상공을 마지막으로 고별 비행한다고 했었다. 근데 그 많은 하늘길 중에 하필이면 우리 건물 바로 위로? 번개처럼 후다닥- 창가로. 


747에 실려 날아가는 엔데버였다. 건물에 부딪힐 듯 초저공 비행. 전투기 두대의 안내를 받으며 윌셔가를 막 가로질러 LA 공항쪽으로 가는 엔데버호를 직접 눈으로 본거다. 윌셔가의 고층건물만 아니라면 한동안 더 볼 수있었겠지만 그래도 이거 웬 행운인가. 우주 왕복선의 마지막 고별비행을 직접 눈으로 봤으니, 뭔가 좋은 일이 생기려나 보다.^^ 글이 막 엉켜 버렸다. 아무튼 얼렁뚱땅 이 글의 결론은.. 


기술의 발전은 놀랍고, 나이 먹는 건 서럽다. 엔데버도 그렇고 우리들도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