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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먼데이나잇 풋볼 - 그린베이 팩커스 vs 시애틀 씨혹스

불공정한 대학풋볼 vs 공정한 NFL

난 대학풋볼 팬이다. 토요일 경기(College Game Day)를 마친 후 기자단과 감독들의 투표에 의해 정해지는 새 순위에 일희일비하고 시도 때도 없이 흥분한다. 객관적인 승패가 아니라 사람들의 투표로 순위를 정한다?.. 이거 참으로 불공정하고 비합리적인 방법이지만 어쩔 수가 없다. 워낙 팀들이 많고 (119) 경기 수가 적다 보니 (팀당 13경기 정도) 객관적으로 순위를 정할 다른 방법이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근데 이게 참 묘하다. 대학풋볼 순위 결정의 그 불합리성을 전 미국인이 (대통령 포함) 성토하지만 여기에 아이러니가 있다. 사람들을 대학풋볼에 잡아두고 있는 것이 어쩌면 이 불공정과 비합리성 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경기에 목숨을 걸기 때문에 팬들이 나처럼 시도 때도 없이 흥분하거든 ^^

 

이에 비해 프로풋볼(NFL)은 대단히 합리적이다. 팀 수가 적은데다가 (32) 여러 디비젼에 소속되어 있어 '리그'전 승패에 의해 순위를 매기고, 다시 상위 팀들이 '토너먼트' 플레이오프 경기를 통해 최종 승자를 가린다. 말이 나올 여지가 없다.

NFL은 여러 면에서 신선하다. 관중수 적고 많음, 인기 적고 많음을 떠나 각 구단이 공평하게 똑같이 이익을 배분한다고 한다. 그래서 대도시의 뉴욕자이언츠나 이름도 모르는 소도시의 그린베이 팩커스나 팀간 전력차가 없다. 이걸 올해 대학풋볼로 비유하자면.. 32개팀이 전부 랭킹 1위 앨라배마의 전력을 가진 팀들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매 경기 경기가 얼마나 재미있겠는가? 아마 이런 이익분배 시스템이 NFL 인기의 핵심일 것이다. 또 경기진행에 있어서도 새로운 것들을 스스럼 없이 도입했다. 코치들이 무선으로 작전을 지시하고, 경기장면을 실시간으로 캡처 프린트해서 선수들에게 보여주고, 판정이 애매할 경우 바로 비디오로 판독해서 정확한 결과를 알려준다. 불공정과 비합리가 NFL에는 거의 없는 것이다.

 

재미있다. '불공정과 비합리'가 대학풋볼을 인기있게 만들지만, 그 반대인 '공정과 합리'가 NFL을 가장 인기 있는 종목으로 만들었다는 점. 유해진은 못생겨서 인기가 있고, 장동건은 잘생겨서 인기가 있는 것과 같다고 할까? 아무튼 경기를 볼 때마다 느끼지만 NFL은 참 깔끔하고 개운하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그 NFL에 대한 존중의 표현에 영어권 최고의 품격을 상징하는 단어 'integrity'를 수여했다.

 


어젯밤 먼데이나잇 풋볼 - 누가 잡았냐?

그런데 어제 저녁 NFL 경기에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다. 온 미국이 들썩들썩.. 시애틀 시혹스(Seatle Sea Hawks)와 그린베이 팩커스(Green Bay Packers)간의 먼데이나잇풋볼(Monday Night Football)

 

전반은 시혹스가 우세하게 잘 마쳤지만 후반전 들어서는 일방적으로 팩커스에 끌려가던 시혹스. 7-12로 지고 있는 상태에서 공격권은 가지고 있지만 시간은 5초밖에 남지 않은 상황. 당연히 해일 메리 패스 (Hail Mary Pass)가 나왔다. 경기종료와 함께 무작정 엔드존으로 똥볼을 던져서 요행히 우리팀 선수가 받기를 기대하는 패스다. 하지만 절대 대부분 실패한다. 공격팀은 그걸 확실히 잡아야 하지만, 수비팀은 잡을 필요 없이 볼을 땅으로 쳐내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행히 공격팀이 잡으면 그걸로 승패가 뒤바뀌기 때문에 늘 초대박 상황이다.

 

근데 어제 경기에서 아주 희한한 장면이 나왔다. 수비선수와 공격선수 둘이 거의 동시에 공을 같이 잡고 떨어져 뒹군 것이다 (일단 이건 팩커스 수비수의 명백한 실수다. 날아온 공을 그냥 땅으로 쳐냈으면 될 것을 왜 무리하게 잡으려다가 이런 사단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대학선수도 아닌 NFL선수가 그런 플레이를 했다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다행히 이걸 가까이에서 본 두명의 심판이 있었는데. 사태는 이 둘이 서로 정 반대의 판정을 내리면서 시작된다. 한명은 터치다운, 다른 한명은 인터셉션과 경기종료(Interception & Timeout), 즉 한명은 시애틀의 승리, 또 한명은 그린베이의 승리를 선언한 것이다.

 

이런 경우 비디오판독을 한 후 주심이 최종판정을 내린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이 모여서 고심하고 있었고, 그사이 티비에선 해당 장면의 슬로우 비디오가 여러 각도로 수없이 방송되고 있었다. 나는 비록 시혹스를 응원하고 있었지만, 화면을 보니 그린베이의 인터셉션이 분명해 보였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또 있었. 공을 잡은 공격팀 리시버는 캐치 직전 상대 수비수 한명을 밀쳐서 쓰러뜨리기까지 했다. 100% Pass Interference 누가 보아도 시혹스의 패배가 상식적인 것이었다

(왼쪽 끝에 넘어진 37번 선수가 시혹스 리시버에게 밀려 넘어진 선수다)

 

그러나 주심의 최종판결은 터치다운시혹스의 승리였다명백한 오심이었다하지만 흥분할 거 없다. 이런 결정적인 오심은 앞에서도 있었기 때문이다그린베이가 6-7로 뒤지던 상황에서의 공격, 3rd 다운 패스가 실패해서 공격권이 바뀌려는 찰나심판이 Pass Interference를 선언하는 바람에 공격권을 이어갈 수 있었고 결국 그린베이가 터치다운을 뽑아내 12-7로 역전을 시켰었다그러나 슬로우 비디오로 본 결과 그것은 명백한 오심이었다수비수는 아주 클린하게 공만을 쳐냈었던 것이다그러나 비디오판독에 따른 판정번복은 없었다왜냐하면 그 상황이 Non-reviewable Play였기 때문이었단다막판 시혹스의 Pass Interference도 마찬가지였다. 명백하게 수비수를 밀어 넘어뜨렸지만 역시 Non-reviewable Play 였결국 이 문제는 서로 비긴 셈이다


여러모로 깔끔한 NFL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Non-reviewable Play.. 이게 뭘까? 무분별한 비디오판독은 경기를 자주 지연시키고 전체 흐름을 깰 것이기 때문에 Reviewable Play 들을 세가지 타입으로 정해놓고 나머지는 무조건 리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리뷰가 가능한 플레이는 다음과 같다.

 

1. Calls involving sidelines, goal lines and end line.

This includes whether a runner broke the plane of the goal line, whether a player stepped out of bounds, whether a player recovered a loose ball in or out of bounds, or whether a loose ball hit the sideline

2. Calls involving passes.

When the ball was knocked loose, was the player passing or was it a fumble? Was a pass completed or intercepted? Did an ineligible player touch a forward pass? Did a player cross the line of scrimmage before passing?

3. Other detectable issues. 

Was a runner down by contact prior to fumbling? Were there more than 11 players on the field at the snap? Was the ball spotted correctly when a first down was at stake? Was a kick that passed the goalpost lower than the uprights successful?

 

보다시피 패스 인터피어런스는 리뷰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어제 경기에서 아무리 패스방해가 분명했어도 그건 관점자체가 될 수 없었다. 심판들이 판단해야 할 것은 오로지 누가 먼저 공을 잡았느냐만이었다. 십분여간의 고심끝에 심판진은 그것을 동시에 잡은 것으로 판단했단다.

 

Rule 8 - Section 3 - Article 1 - Item 5: Simultaneous Catch.

If a pass is caught simultaneously by two eligible opponents, and both players retain it, the ball belongs to the passers. It is not a simultaneous catch if a player gains control first and an opponent subsequently gains joint control. If the ball is muffed after simultaneous touching by two such players, all the players of the passing team become eligible to catch the loose ball.

 

동시에 잡은 경우 공격팀이 잡은 것으로 한단다. 그래서 심판진은 공격팀의 손을 들어준 거다그러나 여전히 말이 많다. 슬로우비디오로 봤을 때 수비수가 잡은 것임이 너무 명확하기 때문에 명백한 오심이다.. 아니다. 수비수가 잡았을 때 그의 한쪽 발만 땅에 닿아 있었고, 공격수가 함께 잡은 이후 공격수 등이 먼저 땅에 닿았으니 공격수가 먼저 잡은 걸로 하는게 맞다.. 어쨌거나 아직까지 NFL의 공식적인 해명이 없으니 왜 그들이 그런 판정을 내리게 되었는지 그 근거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아무튼 어제 저녁 내내.. 오늘 오전 내내 이 문제로 미국이 들끓고 있다. 거의 모든 언론이 'NFL의 위상이 곤두박질쳐졌다'고 흥분하고 있다. 그냥 넘어갈 태세가 아니다.

 


떔방 심판들 - 예고된 재앙

패배한 팩커스는 분하고 이긴 시혹스도 찜찜하다. 화살은 일단 심판진에게 날아갔다. 이번 시즌 NFL의 심판들은 정규심판들이 아니라 모두 땜방심판들이다. 정규심판들이 파업으로 경기에 나서지 않기 때문에 NFL에서 부랴부랴 땜방 심판들을 모집해서 경기를 진행하고 있었다. mbc 뉴스가 땜방기자 땜방아나운서로 이루어지듯, NFL도 정규직 심판들의 파업 때문에 모조리 땜방 심판들이 경기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그래서 심판들이 모두 낯선 얼굴들이다. 근데 문제는 이 땜방심판들의 자질이다. 


모두 low-level college and high school officials 들이란다. 즉 메이저 대학리그인 BCS 대학풋볼 심판들보다도 질이 낮은 심판들이 NFL의 경기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큰경기 진행 경험이 없다보니 당연히 오판이 잦을 수 밖에 없다. 겨우 3주차에 접어들었을 뿐인데 매 경기마다 판정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다. 잔인하리만치 냉정한 패트리엇츠의 감독도 경기후 심판을 잡으러 뛰는 촌극도 빚어졌었다. 


팀간 전력차가 뚜렷해서 상대적으로 심판보기가 그나마 널널한 곳이 BCS 대학풋볼일 것이다. 근데 이런 수준의 경기 심판 경력도 없는 사람들을 NFL이 임시로 무더기 고용했다. 그리고 그들을 NFL 경기에 투입했다. 팀간 전력차가 거의 없어서, 그래서 매 순간마다 숨막히게 팽팽하고, 심판의 순간 판단이 경기의 승패를 바로 좌우해버리는 NFL 경기에 low-level college and high school officials들을 투입한 것은.. 이미 예고된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화살은 한사람에게

결국 최종 화살은 이런 사태를 근본적으로 불러 일으킨 NFL과 그 조직의 수장 Roger Goodell에게 향할 수 밖에 없다. 정규심판들을 파업하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그이기 때문이다. 파업의 진행과정은 잘 모른다. 하지만 최종 책임은 일단 그에게 있다.  

The most powerful man in sports 이라는 NFL commissioner.. 구단주들의 투표로 뽑히는 자리라고 한다. 근데 이 막강한 자리에 젊은 사람이 앉아있다. 59년생.. 상원의원이었던 아버지의 지원과 후광으로 승승장구했단다. 온 얼굴에 귀티가 흐른다.  


비난의 화살이 일단 이 젊은 커미셔너에게 집중되고 있다. 말이 많았었던 모양이다. 고집이 너무 세다.. 구단주들의 이익만 대변한다.. 오만하고 건방지다.. 젊은 나이에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당연히 따르는 구설수였겠지만 어쨌든 이번 사태로 승승장구하던 이 사람에게 전환점이 온 것 같다그가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고 NFL의 위상을 회복할 지가 남아있는 관전 포인트인 것 같다. 한국의 누구처럼 고집을 부릴지, 아니면 재빠르게 잘못을 인정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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