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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미 대학풋볼

오바마 曰, 대학풋볼에 플레이오프 제도를..
오바마가 후보시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학풋볼에도 Playoff 제도가 도입되었으면 좋겠다’ 고 했었다고 하는데.. 그가 대통령이 되자 언론사에서 다시 오바마의 그 말을 인용하며 ‘드디어 국민들의 여망대로 대학풋볼에 플레이오프제도가 실현될지도 모른다’며 기대를 내비쳤다. 대관절 미국 대학풋볼에 무슨 문제가 있길래 대통령 후보가 그걸 언급하고 또 언론과 국민들은 그걸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Playoff란 글자 그대로 Play가 Off 된 후, 즉 정규시즌이 끝난 후 시즌(Post Season)의 경기들을 말한다. 만약 정규시즌만 벌여 그 성적으로 순위를 결정하면 어떻게 될까? 시즌말기쯤에는 우승팀의 윤곽이 드러나 버리고 만다. 그러면 팬들의 관심이 확 시들해지며 흥행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 그래서 리그전으로 벌인 정규시즌의 상위 몇 개팀들을 추려내어 그들끼리 다시 토너먼트전을 벌이는 것이 플레이오프제도다. 지면 떨어지는 토너먼트이다 보니 팬들의 관심도 배가되고 흥행수익도 훨씬 더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이 플레이오프 제도는 거의 완벽한 제도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명실상부한 강팀들끼리 토너먼트로 다시 맞붙기 때문에 최후의 승자인 챔피언에게 자격 논란의 여지가 아예 없다. 또 정규시즌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던 팀들에게도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비록 패자라도 노력하면 챔피언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도 준다.

근데 미국 대학 풋볼에 이 플레이오프 제도가 아예 없다. 관심이 아예 없으면 속이 편한데, 관심을 조금 가지기 시작하면 이 문제가 답답해지기 시작한다. 도대체 어떻게 누구와 경기를 치르고, 매주 순위를 어떻게 정하고, 챔피언을 어떻게 뽑는지 여간 헷갈리는 게 아니다. 초보를 벗어나 대학풋볼에 대해 조금 알게되면 그때부턴 열을 받는다. 플레이오프 제도가 없다는 것이 분통이 터지는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렇지만 대학풋볼은 아직 요지부동이었다.

똑같이 대학 스포츠인 대학농구에도 플레이오프 제도가 있다. 대학농구에선 디비전 I에 속해있는 32개 컨퍼런스 347개팀들이 팀당 83게임씩 정규시즌을 벌인 후 상위랭킹 65개팀이 모여 64강 토너먼트를 벌인다. 이것이 미 대학농구의 플레이오프다. 상위 65팀들이 단판승 토너먼트를 벌이는 이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오프 경기.. 전 미국을 들썩이게 만드는 March Madness 다. 그 피튀기는 혈전을 뚫고 마지막에 우뚝 솟은 챔피언.. 논란의 여지가 없다. 아주 깔끔하다.

근데 대학 풋볼은 아니다. 시즌내내는 물론 시즌이 끝난 후까지도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매년 연례행사다. 몇해전에는 챔피언이 두팀이었다. 미국 대학 풋볼에 왜 플레이오프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미국인들이 주장하는지 알기 위해선 미국 대학풋볼의 구조를 조금이나마 알아야 한다. 어디서부터 얘기를 풀어가야 할지 막막하지만.. 일반적인 내용부터 풀어가 본다. 조금이라도 미국 대학풋볼에 관심이 있던 분들에겐 아주 유용한 정보가 되겠지만, 관심이 없는 분들에겐 참 지루한 내용이 되겠다.


미국 대학풋볼

(USC 풋볼의 홈구장인 LA Memorial Coliseum - 수용규모 10만명)


(UCLA 풋볼의 홈구장인 Rose Bowl Stadium - 수용규모 10만명)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고등학교 풋볼은 금요일, 대학 풋볼은 토요일, NFL은 일요일/월요일에 치른다. 이중 고등학교 풋불은 거의 TV중계가 없어서 못 보고, 프로리그인 NFL은 오전 오후 동시간에 경기들이 똑같이 시작되고 또 방송사 독점계약 때문에 TV에서 두세경기 밖에 볼 수 없지만, 대학풋볼은 여러 시간대에 경기가 시작되고 여러 방송사에서 골고루 중계를 하기 때문에 토요일은 거의 하루종일 대학풋볼을 골라서 시청할 수 있다.

미국 대학풋볼의 인기는 프로리그인 NFL에 버금갈 정도로 대단하다. 매주 토요일을 College Game Day라고 부르기도 한다. 매주 토요일에 벌어지는 대학풋볼 경기에 이 거대한 스타디움이 관중들로 꽉 들어찬다. 나를 기준으로 본다면 미국의 모든 스포츠, 프로와 아마를 통털어서 이 대학풋볼이 가장 인기있는 종목이라고 생각한다.(물론 실제로는 프로 풋볼인 NFL이 가장 인기있다고 한다)

대학 풋볼은 8월 말 ~ 9월 초에 시작해서 12월 초까지 학교당 11 - 13경기를 치른다. 어떤 학교들이 이 대학풋볼에 참여하는지는 바로 뒤에 설명한다. 토요일 경기가 끝나면 바로 다음날 일요일에 전국 순위가 발표되는데, 대학들과 팬들은 일요일 오후에 발표되는 이 전국순위에 부글부글 일희일비한다. 매주 일어나는 일이다. 아무튼 이렇게 부글거리는 정규시즌이 짧게 끝나면 그때부터 전국챔프전에 나갈 1,2위팀, 4대 메이저 보울 경기에 나갈 팀, 그리고 30~40여개의 군소 보울 경기에 나갈 팀들이 결정된다. 모두 최종 BCS Standing (순위)에 의해 결정된다. 


대학풋볼 순위결정의 모순
바로 이때 팬들은 뒤집어지고 전문가들간 격론이 오간다. 말도 안된다.. 순위결정에 잘못이 있느니, 전국 챔프전 자격도 없는 팀이 진출했느니, 비록 공식적인 BCS 챔피언은 누구이지만 진짜 챔피언은 누구라느니, 대학풋볼 전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느니..해마다 일어나는 연례행사다. 부글부글 부글부글.. 왜 이렇게 순위때문에 논란이 많은지 알기쉽게 예를 들어보자.

서울 남쪽 끝 '남강고등학교' 캡은 주변에 있는 장훈 상문 문일고등학교 캡들과 서로서로 붙어볼 기회가 있다. 그래서 승패를 따져 누가 그 동네 최강자인지 정확히 가려진다. 그러나 이 동네 애들은 서울의 북동쪽 끝 신일고등학교 캡과는 붙어볼 기회가 전혀 없다. 이건 서울 전체가 다 마찬가지이다. 각 '동네의 캡'은 가릴 수 있지만 서울 전체로 싸움꾼 순위를 매긴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직접 붙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순위를 가린단 말인가. 

미국 대학풋볼이 이와 똑같다. 자기 동네 애들하고만 붙지 다른 동네 애들하고 골고루 붙어볼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누가 누구보다 더 강팀이냐, 누가 진정한 챔피언이냐를 놓고 늘 언쟁이 벌어진다. 챔피언을 뽑는 과정에 뭔가 구조적 제도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는 거다. 그래서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게 바로 '대학풋볼에 플레이오프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다.


미국 대학풋볼을 이해하려면 먼저 대학풋볼의 전체적인 구조를 알아야 한다. 큰 틀이 FBS이고, 그리고 그안에 몇개의 컨퍼런스들이 있고, 그 컨퍼런스마다 10여개의 대학들이 소속되어 있는 것이 미국 대학풋볼의 구조다.


FBS (Football Bowl Subdivision) f.k.a. Division I-A
몇해전부터 갑자기 미국 대학풋볼에 FBS라는 용어가 생겼다. 그 전까진 Division I-A라고 불렸었는데 그게 이름이 바뀐거다. 전에 대학농구를 얘기할 때 잠시 언급했었지만.. 미국엔 대학이 너무 많기 때문에 대학들을 규모와 수준별로 모아서 따로따로 놀게 한다. Division 1,2,3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TV로 보는 대학스포츠는 모두 최상위 리그인 디비전 1 소속 대학팀의 경기들이다. 농구에선 이 Division I 에 32개 컨퍼런스 347개팀이 소속되어 있지만, 풋볼은 좀 다르다. 풋볼에선 디비전 1을 다시 최상위인 Division I-A 와 나머지 Division I-AA로 나누었었다. (Division I-AAA 라고도 있는데 이는 디비전 1 소속대학중 풋볼팀이 없는 대학을 따로 분류하는 말이다)

이렇게 다시 분류를 좁힌 것은 한 시즌에 달랑 11~13게임씩 밖에는 치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Division I-A 가 몇해 전(2006)에 Division I-FBS로 이름이 바뀌었다. 일반적으로는 그냥 FBS라고 표기한다. 이 최최상위 리그 FBS엔 11개 컨퍼런스가 소속되어 있다. 우리가 TV에서 보는 대학풋볼은 모두다 이 FBS 소속팀들의 경기이다. Division I-AA 는 FCS(Football Championship Subdivision)로 바뀌었다.


컨퍼런스(Conference)
그렇다면 FBS안에 있는 이 컨퍼런스라는 건 뭘까? FBS가 큰 울타리라면 Conference는 작은 울타리이다. 원래 컨퍼런스의 개념은 지역별로 가까운 학교들끼리 모여서 스포츠 경기 리그를 만든데서 유래한다. 그 유명한 Ivy League (Harvard, Yale, Cornell, U-Penn, Dartmouth, Brown, Princeton, Columbia)도 역시 이런 컨퍼런스중의 하나다. Pac-10은 태평양 연안의 10개 대학들, Big Ten은 중서부 5대호 주변의 11개 학교들, ACC (Atlantic Coast Conference)는 대서양 연안의 12개 학교, SEC (Southeastern Conference)는 남동부 루이지애나, 앨라배마, 플로리다 등에 있는 학교들.. 디비전 2 와 디비전 3은 모르겠지만 디비전 1만에도 이런 컨퍼런스가 수십개이다. 미국 대학풋볼 FBS엔 이런 수많은 컨퍼런스중 최상위 컨퍼런스 11개만 소속되어 있다. 자랑스런 그 11개 컨퍼런스는

ACC, Big 12, Big East, Big Ten, Pac 10, SEC 이 여섯개와
C-USA, MAC, MWC, Sun Belt, WAC 다섯개 합이 11개이다.
왜 이렇게 두줄로 나누었는지를 바로 설명한다.


BCS Sub-Division (BCS Conference)
이 FBS에 소속된 11개 컨퍼런스들도 다시 둘로 나뉜다. 최최최상위 6개 컨퍼런스를 다시 또 추려서 이들을 ‘BCS Conference’ 또는 일반적으로 'Major Conference' 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미국 대학풋볼'이라고 말하면 이 6개 'BCS 컨퍼런스 소속 대학 풋볼'을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미국 대학풋볼은 이들 메이저 컨퍼런스의 잔치이다. 이 메이저 컨퍼런스의 면면은

ACC (Atlantic Coast Conference) 12팀

Atlantic: Boston College, Clemson, Florida State, Maryland, NC State, Wake Forest
Coastal: Virginia Tech, Georgia Tech, Miami, Virginia, UNC(North Carolina), Duke

Big 12 (Big 12 Conference) 12팀

South: Texas, Oklahoma, Texas Tech, Texas A&M, Oklahoma State, Baylor
North: Nebraska, Missouri, Kansas, Colorado, Iowa State, Kansas State

Big East (Big East Conference) 8팀

West Virginia, Pittsburgh, South Florida, Rutgers, Louisville, Cincinnati, Connecticut, Syracuse

Big Ten (Big Ten Conference) 11팀

Michigan, Ohio State, Michigan State, Indiana, Purdue, Iowa, Minnesota, Northwestern, Penn State, Wisconsin, Illinois

Pac 10 (Pacific-10 Conference) 10팀

Stanford, USC, UC Berkeley, UCLA, Washington, Washington State, Oregon, Oregon State, Arizona, Arizona State

SEC (Southeastern Conference) 12팀

East: Florida, Georgia, Kentucky, South Carolina, Tennessee, Vanderbilt
West: Alabama, Auburn, Louisiana State, Mississippi (Ole Miss), Arkansas, Mississippi State


* ACC, Big-12, SEC는 다시 두개의 디비전으로 또 나뉘어져 있다. 그러나 이것은 지역으로 나눈 것일뿐 실력과는 관계가 없다.


Mid Major Conference
위의 여섯개 메이저 컨퍼런스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컨퍼런스(C-USA, MAC, MWC, Sun Belt, WAC)는 ‘Mid-Major’ 또는 그냥 ‘Others’라고 칭한다. FBS에는 소속되어 있지만 BCS 컨퍼런스에 비해 차별대우를 당하는 슬프고 억울한 대학들이다. 소속대학들이 어디어디인지는 생략한다. 미안하다. 나도 이들을 무시하고 있다.


Independent School
하지만 FBS 소속대학들중에는 '메이저'에도 '미드메이저'에도 속하지 않은 대학들이 4개 있다. 그 어떤 컨퍼런스에도 속해있지 않은 '독고다이' 대학들이다. Notre Dame, Army, Navy, Western Kentucky 가 바로 그들이다. 컨퍼런스에 전혀 속해있지 않은 이런 학교를 Independent School라고 부른다. 이들 중 Notre Dame, Army(육사), Navy(해사)는 그 학교들의 독특한 전통과 고집으로 그런 것이지만 Western Kentucky의 경우는 뭐 특별난 역사나 고집이 있는게 아니다. 하위리그인 FCS(Division I-AA)에 속해 있다가 승급이 되었는데 받아주는 컨퍼런스가 없어 임시로 독립학교로 머물고 있는 중이다. 다행히 이 학교는 2009년부터 Sun Belt Conference에 속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학풋볼 컨퍼런스엔 이채로운 것이 몇가지 있다. 먼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컨퍼런스인 Ivy League (Harvard, Yale, Cornell, U-Penn, Dartmouth, Brown, Princeton, Columbia)가 FBS에 이름이 없다는 사실이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이 아이비리그의 학교들이 최강 대학풋볼팀들이었지만 요즘에는 Division I-AA(FCS)로 밀려나 말 그대로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는 처량한 처지가 되어버렸다. 또 Notre Dame 의 경우 다른 스포츠 종목은 다 Big East 소속인데 풋볼만 독립학교로 머물러 있다. 노터데임 풋볼의 자부심과 범접하지 못할 권위다. 또 사관학교중 육사(Army)와 해사(Navy)가 독립학교인데 반해, 공군사관학교(Air Force)는 MWC(Mountain West Conference)에 소속되어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