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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미 대학스포츠는 엄청난 돈잔치

메이저와 미드메이저의 차이 1 - 순위결정에서의 불이익
FBS(Division I-A) 에 속해있는 119개 학교들은 모두 각각12~13경기를 치른다. 그리고 그 결과로 전체 순위를 정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학교는 119개인데 팀당 경기수는 12경기.. 이런 경기수로는 산술적으로 팀당 전력을 비교할 수 없다.

그래서 대학 풋볼의 랭킹은 투표(설문조사 Poll)에 의해서 결정한다. 풋볼 전문기자들이 투표하는 AP Poll, 현직 대학풋볼 감독들이 투표하는 USA Today Coach's Poll, 저명한 풋볼 전문가들이 투표하는 Harris Poll 등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들이 하는 투표.. 그렇기때문에 전문가라 하더라도 자기의 주관적인 편견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불가능하다. 사람들이 편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 투표.. 그래서 미드메이저 소속 대학들이 엄청난 불이익을 받는다.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약한 컨퍼런스 소속 약팀들만 상대해서 그렇다'라는 선입견을 떼어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올해 미드메이저 소속 학교들 중 12승 무패의 팀들이 몇팀 있었지만 최고순위가 고작 6위에 그쳤다. 12승 무패, 큰 점수차의 승리에 대한 가치를 거의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메이저와 미드메이저의 차이 2 - 자동 보울 진출권 (Automatic BCS Berth)
각 대학 풋볼팀들의 역사와 전통이란 것들이 결코 호락호락한 것이 아닐 것이니 강팀에 대한 이런 선입견은 어쩔 수 없다고 친다. 그러나 메이저 컨퍼런스와 여타 컨퍼런스의 차별대우는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심하다. 메이저 컨퍼런스와 미드메이저 컨퍼런스의 차이점은 표면적으로 실력이다. 실제로 대부분 전통의 강팀들은 모두 이 6개 메이저 컨퍼런스에 속해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메이저 컨퍼런스는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의 특혜를 공개적으로 받는게 하나 있다. 

자기 컨퍼런스에서 우승만 하면 자동으로 BCS 보울 출전권(Automatic BCS Berth)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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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엄청난 특혜다. 이게 뭐 그리 대단한 것이며 이 BCS 보울이라는 게 뭔지는 뒤에 설명하도록 하겠다. 메이저 컨퍼런스는 이런 대우를 받는 반면 미드메이저 소속학교들은 자기 컨퍼런스에서 우승을 하고 또 아무리 큰 점수차로 전승을 해서 전국순위가 높아봐야.. 그들에겐 자동 보울 출전권이 없다. 그래서 올해의 경우처럼 메이저 컨퍼런스 소속 전국 15위(조지아 9승 3패)는 메이저 보울대회(Fiesta Bowl)에 나가는데도 미드메이저 소속 전국 9위(Boise State 12승 무패)는 메이저보울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일이 일어난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나중에 다시 설명하도록 하겠다. Boise State 로서는 이만저만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제 이 대학의 감독은 ESPN 과의 인터뷰에서 ‘That’s the Beauty of College Football’ 이라고 말을 했다. 비꼬거나 자탄하거나..


That’s the Beauty of College Football?
메이저 컨퍼런스 우승팀에게 보울경기 자동 출전권을 주는 바람에 진짜 강팀이 출전기회조차 잡지 못한다는 것은 대단한 불평등이며 모순이다. 하지만 이건 요지부동이다. 이상한 건 이 불합리한 현실에도 피해당사자들인 미드메이저들의 목소리가 없다는 점이다. 이 불합리한 차별대우에도 왜 그들은 침묵하고 있을까? 왜 그냥 ‘That’s Beauty of College Football’ 라고만 하고 말까?

대학풋볼에서 실력보다도 영향력이 큰것은 바로 돈이다. 일반적으로 메이저 컨퍼런스(BCS 컨퍼런스) 소속 대학들은 실력도 우수하지만, 전국적으로 두터운 팬을 확보하고 있는 대학들이다. 전국적인 두터운 팬은 바로 흥행과 직결된다. 이에 비해 Mid Major 소속 학교들은 이들에 비해 인지도가 훨씬 떨어지기 때문에 흥행면에서 그들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 흥행이 되지 않는 팀들을 불러다가 이벤트 잔치를 벌일 사람은 없다. 그래서 'That’s the Beauty of College Football' 이라는 코치의 말은 그냥 현실을 비꼬는 말이 아니다. 돈이 지배하는 대학스포츠의 냉혹한 현실을 알기 때문에 포기하듯 내뱉은 자탄의 말로 들린다.


대학 스포츠는 재벌이다

1. Ohio State - 104.7
2. Texas - 97.8
3. Virginia - 92.7
4. Michigan - 85.5
5. Florida - 82.4
6. Georgia - 79.2
7. Wisconsin - 78.9
8. Notre Dame - 78.2
9. Texas A&M - 70.9
10. Penn State - 70.5

이것이 도대체 무슨 순위이며 뒤의 숫자는 뭘 의미하는 걸까? 바로 2006년 시즌동안 대학들이 스포츠 프로그램으로 벌어들인 돈의 액수와 순위이다. 단위는 밀리언이다. 즉 오하이오 스테잇은 스포츠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일년에 1억불 이상을 벌었다. 우리돈으로 무려 천 4백억원이다. 스포츠팀 운영을 위해 여기저기 손을 벌려야 하는 우리나라 대학들과 비교해보면 꿈 같은 이야기이다. 미국 대학스포츠는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거대한 재벌이다.

이들 대학의 수입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컨퍼런스로부터 받는 배당금이다. 각 컨퍼런스는 방송 중계계약, 스폰서계약, 광고계약, 보울사무국과의 계약등 여러가지 수익에 관련된 계약을 맺는데 여기에 엄청난 돈이 오간다. 예를 들면, SEC가 2008년에 ESPN과 맺은 15년 계약의 금액이 무려 20억불이라고 한다. 일년으로 나누면 년간 1억 3천만불이다. 또 2008년 SEC에서 두팀이 4대메이저 보울경기에 나가게 되었으니 군소보울경기를 합쳐 보울에서의 배당금만으로도 4천만불의 수익이다.

이쯤되면 ‘대학 스포츠가 아마추어’라고 하는 건 지나가던 개도 웃을 소리다. 물론 직접 운동을 하는 학생들에겐 아마추어의 무시무시한 잣대가 적용된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들을 데리고 엄청난 돈 장사를 한다. 2008년 기준으로 돈 장사를 가장 잘한 컨퍼런스가 SEC라고 한다. 그들의 일년 총 수입이 얼마인지 자료를 찾지는 못했지만 아마 십억불을 육박할 것이다.

컨퍼런스가 장사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각 학교에 떨어지는 배당금에도 차이가 난다. 물론 대학의 시즌 성적에 따라 학교별 배당금이 차이가 나고, 또 각 대학단위로도 수익계약을 맺기 때문에 소속대학들이 전부 일정하게 배당금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개별 대학의 입장에서는 일단 어떤 컨퍼런스에 속해있느냐도 굉장히 중요하다. 성적이나 인기에 관계없이 일정부분 고정적인 수입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대학스포츠가 다 재벌인 것은 아니다. 방송계약 단가도 싸고, 보울 경기 배당금도 적은 미드메이저 컨퍼런스는 메이저 컨퍼런스에 비해 수익이 1/10 이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당금액이 많은 큰 보울경기에 대여섯학교를 보내는 메이저 컨퍼런스에 비해, 배당금액이 터무니 없이 적은 군소 보울경기에 겨우 두세팀 보내는 미드메이저 컨퍼런스는 애당초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다. 소속된 학교수는 비슷한데 컨퍼런스 수익이 1/10 이라면, 학교가 배당받는 금액은 메이저 학교들의 1/10 이하라는 뜻이다. 메이저 컨퍼런스가 돈이 남아도는 재벌이면 이들 미드메이저 컨퍼런스는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이다.


컨퍼런스의 부익부 빈익빈 - 컨퍼런스를 옮기기도 한다
비슷한 지역의 학교들이 모여 경기를 벌인데서 유래한 것이 컨퍼런스다. 그래서 대학들의 전통과 역사의 상징이다. 미국의 대학들은 그런 것을 유난히 중히 여긴다. 하지만 때에 따라선 그 전통과 역사를 버리고 컨퍼런스를 이동하는 경우가 있다. 몇해전 ACC 와 Big East간에 벌어졌던 학교 빼가기 분쟁이 좋은 예이다. 농구에서는 단연 최강의 컨퍼런스이지만 풋볼에서는 성적이 변변치 못했던 ACC가 풋볼에도 욕심을 내어 엄청난 일을 벌였다. 2004년에 당시 Big East 소속의 풋볼명문 Virginia Tech과 Miami, 2005년에 Boston College를 ACC로 훔쳐낸 것이다. 아마 거액의 돈이 오갔을 것이다. 이 때문에 ACC와 Big East는 서로 법정분쟁까지 갔었다고 한다. 결국 소송에서 진 Big East 가 이름값 높은 3팀을 ACC에 빼앗기고 말았다.

미국 대학스포츠는 돈이 지배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익이 높은 컨퍼런스에 들어가고 싶어 대학들이 줄을 서고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제도가 지속된다면 메이저 컨퍼런스들이 앞으로도 더더욱 비대해질 것이며, 미드메이저 컨퍼런스와의 격차를 더더욱 벌려나갈 것이다. 돈이 없으니 투자를 못하고, 투자를 못하니 좋은 선수를 데리고 올 수 없고.. 좋은 선수가 없으니 인기가 없고.. 그러니 돈이 없어 투자를 못하고.. 미국 대학 스포츠의 빈익빈 부익부.